듄 12 - 제4부 듄의 신황제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4부의 마지막권인 12권에서 황제 레오 2세는 암살당한다. 그의 죽음은 타살이지만 사실상 자살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운명의 짐을 지고 명예롭게 죽음의 길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선택했고 그의 아버지는 변해버린 존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 자살을 했듯이 레오 2세도 존재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아버지가 미래를 현재로 사는 것을 견디지 못했고 고모가 과거의 조상들과 존재를 공유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 파멸했다면 레오는 미래를 현재로서 그리고 과거의 조상들의 기억과 자아를 현재의 자아로서 살아야하는 존재의 짐을 져야 했다. 그가 두가지 짐을 지고 가기 위해 선택했던 것은 사명을 갖는 것이었다. 인류의 생존을 사명으로 택한 그는 그 짐을 지기 위해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 살기로 했고 모래벌레가 되어 3500년을 살았다.

인간이 짊어질 수 있는 시간의 모드와 범위 모두에서 인간이 아니게 되었고 육체 역시 인간이 아니게 된 레오는 시간 속에서 지쳐간다. 그리고 홀로 이다. 그만큼 외로운 자는 있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는 존재의 짐과 고독의 무게에 눌려 마모되어 간다.

그러다 그를 향한 음모로 신의 짝으로 만들어진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그는 약점을 드러내게 되고 죽음을 향해 뛰어든다.

4부에 대한 평을 하자면 1부터 3부까지 보였던 흡인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을 것이다. 듄의 특징은 운명에 휘둘린 인간이 어떻게 파멸해가는가라는 존재론적 탐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이며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시간때우기 오락용 책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1부터 3부까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면서 스피디한 사건의 서술로 읽는 재미도 제공했다. 그러나 4부에선 두가지가 모두 함량미달이다. 레오의 고통이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그리고 독자의 흥미를 당기는 별다른 사건이 없으며 지면이 상당히 머리를 싸매야 이해될 수 있는 말장난에 가까운 난해한 철학들로 가득하다.

에필로그 격인 책의 말미에서 레오의 죽음 이후 수많은 세월이 흐른후 인류는 더 이상 스파이스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을 암시한다. 스파이스 없이 우주항해는 기계에 의해 가능하게 되었고 불로초의 역할도 인간이 만든 합성물로 가능하게 되엇다. 종교는 살아남았지만 더 이상 인간문명은 중세로 후퇴해 있지 않고 전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퇴행에 인류를 묶어두었던 것은 스파이스였던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스가 더 이상 공급되지 않게 되었을 때 인류는 필사적으로 그 대체품을 찾게 되었고 스파이스로부터 해방된 것으로 보인다.

기술에 대한 거부 행성에 고착되어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정적인 사회구조 등 시대착오적인 우주의 중세를 만든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가 세계를 장악한다면 볼 수 있을 종교적 교조주의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교조주의를 가능하게 한 물적기반이 스파이스엿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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