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의 가이드맵
게리 클레인 지음, 은하랑 옮김 / 제우미디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책상머리에서 실패하는 작전은 없다는 말이 있다. 멋진 프리젠테이션으로 포장되었던 계획이 막상 실행되었을 때 너무나 무력하게 실패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분명 보기에는 멋진 논리로 더없이 그럴듯하게 보였던 계획이 왜 실패하는 것일까?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서 우리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책이 설명하는 것은 그 이유이다.

저자가 80년대에 미 국방부의 의뢰로 시작하게 된 프라젝트가 이책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한다. 당시 미군의 교육과정에선 합리적 의사결정 논리를 가르쳤지만 현장에서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엇다.

미군이 교육한 합리적 의사결정 모델은 가능한 모든 옵션을 생각해서 그 옵션들을 비교한 후 최상의 결과를 얻을 옵션을 선택하는 즉 결과를 최적화한다는 논리엿다.

그러나 저자는 현장의 결정권자들을 연구하면서 현장은 다른 논리에 의해 굴러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연구한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어떤 옵션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옵션을 비교하여 최적화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유능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그들의 방식은 자신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자신만의 기억창고에서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가를 판단할 패턴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들의 기억창고에 저장된 경험에 맞는 패턴이면 바로 결정이 취해지고 그에 따라 실행에 들어가는 것이다. 패턴을 판단하는 과정도 거의 순간적이었다. 몇초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현상일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경험하지 못한 것이므로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비교할 것같지만 그들은 떠오르는 순서대로 지금 상황에 적합한가를 판단한다. 그러나 그들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생각해낸 다음 비교하는 것이 아니었다. 떠오르는 순서대로 옵션을 평가한 후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즉 최상의 옵션이 아니라 맞는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 현장에서 사람들은 경험에 따른 패턴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전문가와 초보자를 구분하는 기준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프리젠테이션이나 기획서에 사용되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모델은 전혀 쓰이지 않는다. 그런 모델이 유용한 것은 여러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설득할 필요가 있을 때 그리고 사후 결과를 분석할 때였다.

평가

이책의 주요 내용은 위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책에서 제시되는 내용은 위에서 요약한 것보다 휠씬 많다. 그러나 이책의 기본논리는 위에서 요약한 것에 근거한다.

위에서 요약한 것이 경영이론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본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들에서 제기된 tacit knowledge란 개념 보통 암묵지라 번역되는 개념도 이책에서 제시되는 내용과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이고 기업의 경쟁력은 바로 구성원들의 말로 표현되지 않는 그런 경험에서 나온다는 이론이다.

이책의 가치는 그런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구체적을오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족일지 모르는 말로 리뷰를 끝내려 한다. 이책은 읽기 쉽게 쓰여져 있다. 책 제목 옆에 '52가지 사례연구로 배우는' 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그 말대로 이책은 저자가 연구한 수많은 사례들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기가 쉽다. 그리고 이책의 내용이 실제 현장을 연구하면서 귀납적으로 얻어진 이론이기에 더더욱 힘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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