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사이클
라스 트비드 지음, 안진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책은 슘페터의 다음 말을 인용하면서 끝나고 있다.

"사이클은 개별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분리가능한 편도선 같지 않다. 그것은 심장의 박동과 같아서 심장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부분이다."

비즈니스 사이클 즉 경기순환은 자본주의 경제에 있어서 심장박동과 같이 너무나 당연해서 무시하기 마련인  현상이다. 누구나 호황 뒤엔 불황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의식하면서 살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자산거품의  사이클도 비즈니스 사이클의 일부이다. 그러나 거품이 정점을 향해 갈때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며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21세기는 닷컴버블의 붕괴와 함께 시작했고 21세기의 첫 10년은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함께 저물어가고 있다. 닷컴 버블이 있기 10년전에는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졌었다.

사람들은 경제의 맥박인 비즈니스 사이클을 의식하며 살지는 않는다. 사이클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사이클이 자본주의 이전에도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농업이 소득의 원천이던 시절엔 농업생산의 자연적 사이클에 따라 경제의 맥박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자본주의 경제의 맥박은 스스로 결정되는 것같으며 더 규칙적으로 박동하는 것같다.

내용

이책의 전반부 그러니까 300페이지 가량은 루이15세 시절 중앙은행이 만들어지면서 벌어진 해프닝에서 시작해 아담 스미스, 리카도, 맑스, 왈라스, 파레토. 케인즈, 슘페터, 오스트리아 학파, 마샬, 프리드만(시카고학파)으로 이어지는 경제학사를 거치면서 비즈니스 사이클이란 규칙적인 현상이 어떻게 발견되었고 어떻게 해석되어져 왔는가를 설명한다.

비즈니스 사이클은 경제학의 시작부터 중요한 연구테마였다. 그러나 아직도 만족스러운 이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것이 있다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론적 용성이 부정당한 케인즈이론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다시 부활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이책의 전반부가 이론적 역사를 개관하는데 할애되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론들을 개관한 다음 이책의 후반부는 전반부에서 소개한 이론들을 동원해 비즈니스 사이클이란 현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일종의 종합을 제시하고 잇다.

저자가 결론으로서 제시하는 종합은 일종의 절충이다. 그가 제시하는 것은 3개의 사이클이 중첩된 멀티사이클이다. 평균 4.5년짜리 4개의 재고 사이클과 9년짜리 2개의 자본지출 사이클 그리고 18년짜리 1개의 부동산 사이클로 비즈니스 사이클이란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평가


이책은 학술서가 아닌 학술서이다. 즉 비즈니스 사이클이란 학술적으로도 합의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분야를 비전공자에게(저자도 전공자는 아니다) 설명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 책이다.

이책을 처음 잡고 읽어나가면서 든 학부시절 경제학과에서 들었던 수업들을 다시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당시 수업과 달리 이책에선 수식과 그래프는 최소화되어있다. 이책의 초판은 RKP에서 나왔다고 한다. RKP에서 나온 책은 대학도서관 구석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아주 딱딱한 학술서적들만 취급하는 출판사이다. 그러나 이책은 적어도 그런 전문가를 위한 전문가에 의한 전문가들의 책은 아니다.

최소한 이책의 저자는 읽기 쉽게 이책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론사를 설명하면서 이론의 요점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내놓은 사람의 개인사에서 시작해 당시 역사적 배경과 이론이 나오게 된 구체적 배경들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그러면서 이론들이 이어져 비즈니스 사이클이란 현상을 어떻게 더 잘 설명하려 햇는지 그리고 시간과 함께 어떻게 설명력이 더 나아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후반부에서 실제 경제에서 비즈니스 사이클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여주는 부분에서도 그러한 노력은 잘 나타나 있다.

어쨌든 이책이 읽기 쉽건 어떻건 이책의 가치는 저자의 결론부일 것이다. 비즈니스 사이클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결론이 학술적으로 타당한지를 평가할 능력은 없다. 그러나 600페이지 짜리 두껍고 무거운 책을 읽은 느낌으로는 상당히 설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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