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이스 V. 거스너 Jr. 지음, 이무열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의 저자인 루 거스너가 1993년 IBM의 CEO로 취임했을 때 IBM은 과다출혈로 죽어가고 있었고 출혈(매출감소)을 줄일 희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언론과 월스트리트는 IBM을 조문할 준비를 하기에 바빴다.

당시 IBM의 실패는 전성기인 60년대와 70년대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당시 IBM은 'Built to Last'와 'Good to Great'에서 짐 콜린스가 말하는 비전기업이나 위대한 기업의 전형적인 예였다. 그러나 수십년동안 IT산업을 지배하던 메인프레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IBM의 눈은 시장이 아니라 회사 내부를 향하게 되었다. 위대한 기업은 열정을 먹고산다. 그러나 더 이상 어떤 자극도 없는 상태에서 열정은 자기만족으로 변질되었다.

거스너가 IBM에 부임했을 때 창업자 왓슨이 IBM의 기본신조로 명시한 3대 신조(우리는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우리는 모든 것에서 최고이다/우리는 개인을 존중한다)는 그저 벽에 걸린 구호를 넘어 회사의 목을 죄는 악습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메인프레임 시장의 지배자가 되기 이전 IBM은 컴퓨터 이외에 수많은 사무용기기를 만들었다.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공급하며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니 컴퓨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독재자가 되면서 IBM의 시야엔 고객이 사라졋다. 물론 IBM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햇다. 그러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메인프레임의 설치와 유지에 관한 것으로 변질되었다.

최고가 되라는 말은 완벽주의로 변질되었다. 물론 IBM 제품의 질은 최고였지만 완벽주의 덕분에 의사결정은 한 없이 느려졌다. 그리고 그 완벽주의의 기준은 시장이 아니라 내부의 기준이었다.

개인을 존중한다는 말은 직원을 존중한다는 말이다. 평생직장을 제공하고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엇다. 그러나 개인을 존중한다는 말이 변질되어 IBM은 사내정치의 전장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개인존중의 전통에 따라 회사내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야 했기 때문에 어떤 의미있는 변화도 있을 수 없었다.

거스너가 부임할 당시 IBM은 시장의 변화를 몰라서 또는 변화에 대한 전략이 없어서 무너져 갔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부임했을 때 책상에는 시장변화와 전략에 대한 분석보고서가 넘쳐났었다. 문제는 사내정치로 얼어붙고 고객에 대한 시야를 상실한 사내문화였다.

거스너는 IBM 출신이 아니다. 그가 IBM에 부임한 것은 외부자로서 IBM을 뒤흔들 사람(jiggler)이 필요했기 때문이엇다. 당시 IBM에는 극약처방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거스너는 그일을 해냈다.

그는 더이상의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주력상품인 메인프레임의 가격을 인하했다. 몇년후 그 가격은 95%가 낮아졌다.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현금이 아쉬운 IBM에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결과는 매출증가로 나타났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비합리적인 비용구조를 개혁햇다. 예를 들어 당시 IBM엔 사업부서마다 예산이 따로 있었다. IBM엔 하나의 예산이 아니라 100개가 넘는 예산안이 있었다.

비용구조를 합리화하는 것과 주력시장에서의 자리를 재확립하는 데 1년이 걸렸고 급한 불은 꺼졌다. 그후 그는 IBM의 장기전략을 수정했다. IBM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면서 그는 IBM의 강점은 모든 것에 강하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IT산업에서 모든 것에 손을 대는 메인프레임 시절의 사업모델은 낡은 것이엇다. 그러나 희귀한 존재가 되었기에 IBM의 약점은 강점이 되었다. 고객들은 다양한 회사에서 구입한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원했다. 이후 IBM의 매출에서 서비스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그리고 메인프레임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에 대한 기술력을 보존하기 위해 부품공급업체로 나섰다. 칩셋에서 하드디스크 소프트웨어까지 IBM이 보유한 기술 포트폴리오 자체의 사용권을 빌려주거나 부품을 팔기 시작햇다. 그리고 당시 이제 막 시작단계였던 인터넷에 회사의 운명을 걸기로 한다.

그러나 거스너가 IBM의 미래에 결정적인 자취를 남길 것은 IBM 문화일 것이다. 거스너는 IBM의 장기전략을 수립하는 것보다도 위에서 설명한 IBM 문화를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IBM의 문화가 시장중심으로 바뀌는데는 5년이 걸렸다고 거스너는 말한다. 그가 재임한 1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IBM의 미래는 그가 한 작업을 평가할 것이다.

평가

이책은 저자가 IBM에 재직한 10년동안 어떻게 사망선고가 내려진 말기환자를 다시 위대한 기업으로 되살렸는가를 회고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은 거스너 개인이 아니라 IBM의 전략과 문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딱딱할 수 있고 경영에 관심이 없거나 경영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가치를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책의 뒤에는 거스너가 CEO의 관점에서 경영을 보는 시각이 기술되어 있다. 경영학자들이 쓴 것에 비하면 이론적 깊이나 서술에서 부족할 수 잇지만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시작해 아멕스와 RJR 나비스코의 CEO를 지내고 IBM의 CEO를 지내기까지 35년을 경영자로 보낸 사람의 개인적인 경영철학이란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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