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평전
조성기 지음 / 작은씨앗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지배적일 때 대두된 화두중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시장만능을 부르짓다 보니 시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대두된 것이다.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한국에서도 기업에 대한 반감을 상쇄하고 기업이 사회로부터 받은만큼 기여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제기되면서 한국에서도 사회적 책임이란 말이 흔하게 들리기 시작했었다.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씨는 사회적 책임이란 말이 유행하기 휠씬 전부터 그말을 실천한 사람이다. 구한말 일제시대가 시작되기 전 평양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유일한은 어수선한 조선을 떠나 세상을 배우고 조선을 살리는 사람이 되라는 아버지의 고집에 따라 9살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고생을 하며 학업을 하던 중 대학에 갈 학비를 벌기 위해 디트로이트에서 변전소에 근무하게 된다. 당시 자동차산업이 태동하던 디트로이트에선 포드가 모델 T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던 무렵이엇다. 부자들의 전유물이엇던 자동차를 싸게 만들어 누구나 자동차란 문명의 첨단을 향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드의 생각은 모델T라는 대량으로 만들어졌기에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실현되엇다. 포드가 생각하는 기업은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이었다.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기업가는 제품도 이익을 위해서만 만들고 그러다보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되어 망하게 된다. 성공하는 기업, 1등이 되는 기업은 바로 봉사한다는 정신을 가진 기업이다. 유일한은 이후 포드의 생각을 실천하면서 살았다. 

미시간대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던 유일한은 사업을 시작해 미국에서 식품업으로 거부가 된 후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조선을 방문하면서 가난하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조선에 돌아와 미국약품과 잡화를 싸게 공급하는 도매상을 시작한다. 유한양행의 시작이었다.  

이후 유한양행의 역사는 잘 알려진 것이다. 그가 유한양행을 경영할 때 지킨 원칙은 기업은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란 말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언으로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고 전부 사회에 환원한 것도 그의 원칙을 실천한 것이다.  

이상이 대략 이책의 주제를 요약한 것이다. 원래 이책을 주문한 것은 경영자로서 유일한을 보기 위해서였다. 소설가가 쓴 책에서 경영을 배우려 한 것이 무리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책을 반도 읽지 않았을 때부터였다. 이기적인 경영으로 회사가 잘될 수 없다는 것,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을 한 사람의 생애에서 본 것은 나름의 보상이긴 하다. 그런 정신으로 경영을 했기 때문에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회사가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고 실적을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익만을 위해 만드는 제품이 오래갈 수 없고 그런 식으로 만든 것보다 남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생각하고 만든 제품이 오래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영을 했기에 사랑받는 회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책이 재미가 없다. 그냥 일대기를 드라이하게 써내려갈 뿐이다. 조성기라는 이름을 보고 고른 것인데 감동이 없다. 기업인의 성자가 되어버린 대상의 권위에 눌려 감히 성자의 이미지를 거스를 시도를 못하는 것같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어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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