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
이미륵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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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여기 등장하는 조선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기 직전, 직후를 살아가던 황해도 해주 어느 마을의 사람들이 이토록 품위있고, 이토록 정갈하게 그리고 이토록 다정하게 살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 중 악인은 없다, 일본 순사를 제외하면.
아무래도 나는 조선말 나라를 빼앗겼다는 그 사실에 그 당시를 살던 사람들 모두가 힘없고, 비루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미륵의 아버지와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는 대화며, 미륵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며, 누나들의 태도며, 이른마 머슴이나 마름 등의 언행이 모두, 품위있고, 격조가 있었다.
세상에 나는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어쩌면 일본이 36년을 지배하며 만들어놓은 어떤 이데올로기를 해방이 되고 몇 십년 동안 학교에서 사회에서 되풀이 교육 받은 영향이런가.
책을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이 계속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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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하프 ㅣ 트루먼 커포티 선집 2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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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세권의 책을 읽었다. 그 중 하나가 풀잎 하프다.
분류하자면 성장소설이다.
트루먼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의 친구들이 그대로 투영된 듯하다.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넘치는 또하나의 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도 이 무렵 읽었다. 그리고 프랑스 유언도.
기억은 현재에서 해석한 과거다.
덧입혀졌을 수도 있고 어쩌면 살짝 뒤엉키거나 또는 전혀 다른 것으로 뒤바뀌기까지 한다는데,
여기 세 개의 작품은,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그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이 아닌지.

그렇다.
우리는 유년을 기억한다.
일일이 사진을 찍어두거나 녹화하지 않았기에, 다만 기억할 뿐이다.
세 곳의 유년은 처한 사정도 시대도 다르지만, 관통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그리움.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아닐런지.
그 기억이 사실은 우리를 구성하는 정체의 일부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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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빛
마이클 온다치 지음, 아밀 옮김 / 민음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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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어, 그런데 읽고나서 영 마음에 안들면,팔아버린다.
마음에 안드는 책이 내 책꽂이에 꽂혀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분이 나쁘다.
그러니 팔 수밖에.
이 책은 장르상 뭐로 분류되려나.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무슨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덮고 나서도, 여전히 아버지의 행방은 묘연하고,엄마는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심지어 조국의 스파이였을까, 적국의 무엇이었을까 조차, 내가 분간이 힘들다.

전쟁이 원래 그런건가.

오늘 어떤 페북의 포스팅에서 이광수나 뭐 몇몇 진일행적을 한 이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에서 유학했다면 친일을 안했을거라네.

전쟁이라니

전쟁은 구시대의 야만행위라고, 어린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아니다.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 한반도는, 심지어 종전 아닌 휴전 중일 뿐!

아무튼 이 책 등장인물 중 엄마라는 존재, 지극히 미스테리하고 혼란스럽다. 계속 그 여자의 무언가를 생각하게 된다.

결론은 마이클 온다치의 이 책, 팔까 말까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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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의 날개 1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198
헨리 제임스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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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당신 별로예요.고매한 사상과 인간심리를 드러내면 뭐합니까?읽는 내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다면. 전달이 안되는걸요,당신의 그 정신과 의도가.

주인공여성의 내면을 일일이 늘어놓으면 뭐하나요. 그건 독자가 인물의 말이나 행동으로 스스로 파악하는게 아니라 작가가 주입식으로 윽박지르는 것 같아요.

내 문해력의 문제인지. .계속 의심하며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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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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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노력한 만큼 그 대가가 주어지는 것인가.
문득 궁금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 라고 답할 것 같다.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나는 문득, 내 대학동기의 성공을 보면서, 이렇게 묻는다.
과연 성공은 노력의 대가일까

발레리 페렝은, 6월의 더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 불안하고, 언제 갑자기 높은 습도가 불쾌감을 증폭시킬지 불안한 나날과 매일 가방을 매고 오고가는 출퇴근길의 어스름한 한강의 풍경과 빽빽한 차들의 행렬, 사나워진 내 표정이 비치는 차창을 보면서, 인생은 어쩌면 이리도 내 기대와 달리 흘러가는지, 아니 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지 생각을 하던 즈음에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으로 다시 만났다.
바이올렛, 묘지지기는 어찌나 재미있던지 단숨에 읽어나간 책이었는데, 기대로 가슴이 떨렸다.
퇴근 후 잠들기 전의 몇십분이 이토록 달콤한 기다림의 시간이라니
그렇지만 행간에 찾아드는, 나는 무엇을 했던가. 내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질문따위를 밀어젖힐 수는 없었다.
밥벌이의 고단함, 지겨움, 숨가뿜...
그럼에도 이 책은 너무 재밌다. 순전히 소설읽기의 즐거움을 위해 일상의 파고드는 문제를 옆으로 제쳐놓을 만큼, 이따금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흥미를, 전작(사실 이책이 먼저 나왔다고 한다)의 그것만큼이나 준다.
읽고 난지 사흘이 지났지만, 나는 써본다.
쥐네트,
쥘
엘렌
뤼시엥
아르망
알랭
아네트

여기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그들의 삶을 생각한다. 얽히고 설킨 관계와 비밀,사랑과 배신, 뜻밖의 발견, 중성과 배은망덕, 신뢰와 보상...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온갖 가능한 관계가 이 책 속에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말을 또 만난다.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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