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권의 책위에 서 있는 기분은 어떨까? 오늘 문득 교보문고에서 교보문고 층위에 살고 있는 오피스맨과 걸들을 생각했다.
교보문고만큼이나 넓고 큰, 책장을 가지고 있는 기분이란, 어떨까?
책장을 늘려야하나, 집을 옮겨야 하나 뭐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여름날 폭염의 밤을 뒤척이다보니, 만만한게 서점이라, 이틀 연이어 서점에 죽치고 앉았더랬다.
이렇게 감당할 수 없을 만치 많은 책이 있는 집에 내가 살고 있다면, 나는 과연 책을 읽게 될까? 오늘 직무연수 점심시간때, 김 교수 왈, 자기가 가진 책읭 10%만 읽어도 성공이라고들 하지..하는 말에 꽂혔다. 난, 적어도 10%는 넘게 읽었으니...성공인가? 싶다.
하지만, 이내 우울이 급습했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요청한 작가가 오래도록 승락을 안하고 있단 사실을 오늘 문득 확인했다. 그런데얼마전 다른 사람의 친구요청은 받아준듯.
왜? 왜? 왜?
항상 까이는 건, 나일까?
점심시간에 함께 밥먹으러 가자고 하는 동료가 없었다. 뭐 평소같으면, 원래 내가 함께 가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터인데, 오늘은 그 사실이 극대화되어 내가 왕따인 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온 인생을 걸쳐 내가 실패한 경우들이 송송 생각이 났다.
대학 때도 공부를 안했고, 데모도 하는 둥 마는둥 했고, 소위 학회 공부도 소홀히 했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한 남자들은 날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별로 거들떠 보지도 않은 애들이 치근덕거리면, 거의 폭풍처럼 화를 내고 밀쳤다. 그래서 벌을 받았나? 암튼....
그리고 내가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동안 그 어떤이는 쉬지 않고 사회적 성취를 이뤄내고 있었다. 내가 단지 복수심에 불타고만 있었다면, 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이 그토록 태연하게 굴러가고 태연하게 성취될 수 있었단 사실의 발견은, 나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
상황이 이러한데, "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 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책, 너무 글자가 작다. 편집이 별로다. 미의 기원은 잘 읽히고, 재밌었는데...이건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