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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받았을 때 지인이 내게 물었더랬다. 채식주의자 어땠어요? 그때 나는 머뭇거리고 차마 답을 못했다. 그래서 노벨상을 받은 이 마당에 다시 책을 펼친다. 역시 나는 몽고반점에서 난감함을 느낀다. 여기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영혜의 식물성까지는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형부라는 사람의 그 어떤 추구인지 탐미인지에는 도저히 이해도, 공감도 어려웠다. 그렇다. 어려웠다.
그렇다고 표제작 채식주의자가 쉬웠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자신의 몸에서 잎이 자라고, 뿌리가 나와서 길게 자리잡고, 물구나무 서듯 땅을 받치고 싶은 영혜...라니...
여전히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나에게 어렵고, 또한 몽고반점은 뭔가 불편하면서도 불가해하다.
다만, 이 시국에 노벨상을 받음으로써, 우리의 아이들, 나보다 어린 세대들은 적어도 문화적 컴플렉스는 없겠구나. 해방 이래 문화적 컴플렉스가 없는 첫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나는 조선을 식민지화한 일본을 증오하면서도 남몰래 일제연필, 일제잡지를 사서 보거나 부러워하는 학창시절의 문화에서 자랐다. 그건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부산의 뒷골목에는 아마도 그런 일본 잡지나 일본에서 만든 다양한 상품들이 널렸을 것이다. 당시 아줌마들은 코끼리밥통에 열광하고 기꼬만 간장인가 뭔가에 환장했으니까.
그건 일종의 문화적 우월의식, 결국은 부의 과시가 아니었나 싶긴 하다만, 그런 와중에 미제에 대한 열망 또한 컸던 시대였다.
미제, 독일제, 일제....외제에 대한 선망과 열망이 이제 좀 덜한 시대일까?
나는 문득,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문화적 컴플렉스...라는 단어를 되뇌인다. 이제 구닥다리가 되길.....바라는, 아니 어쩌면 이미 그런 것이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