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여행 - 사계절 내내 좋은 휴식 여행부터 가볍게 떠나는 알뜰 여행까지
이지나 지음 / 나무수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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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딸여행]더 늦기전에 엄마와 꼭 가봐야 할 곳

 

 

엄마딸여행
-이지나

 

이 책이 좋은 3가지 이유는 우리나라 곳곳을 소개하고, 정보를 친절하고 꼼꼼하게 담았고, 모녀의 내면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길 위의 존재’임을 알게 하고 여행의 유익함을 깨닫게 하는 이 책을 읽고 ‘모녀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딸이 곁에 있어 행복한 엄마의 모습, 엄마의 삶을 배우며 감사하는 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기쁨과 위로가 됩니다.
이해인(수녀,시인)


더 늦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 그것도 엄마와 함께.
제목부터 가슴설레이게 하는 이 책은 딸이 준비해서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담았다. 엄마와 여행을 계획할 때는 여행지와 숙소는 물론 음식까지 꼼꼼하게 챙기게 된다. 그래서 더욱 신경써서 만든 좋은 여행지를 담은 책이다.

 

딸은 어릴때는 딸일 뿐이지만, 커가면서는 엄마와 친구가 된다. 딸이 커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과 투닥거리며 싸우고, 신랑과 다툼에 속상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고 이러한 모든 것들은 엄마도 이미 겪고 이해하기에 가장 큰 조언자가 되고 상담자가 된다. 그리고 엄마와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간다. 그런 엄마와 더 늦기전에 재미난 추억과 새록새록 낭만, 휴식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불현듯 엄마보다 10살많은 이모와의 대화가 스쳐지나간다.
"젊을때 좋은곳 많이 보고, 맛난거 많이 먹어야지 이 나이되면 허리아프고 다리아파서 못다녀."
그 말들이 왜이리 서글프게 느껴지던지...

 

[엄마딸여행]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뉜다
1.따뜻함, 포근함, 그리움을 나누는 낭만여행
2.하늘,바다,바람,햇살이 가득한 휴식여행
3.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만끽하는 힐링여행
4.가까이 그리고 가볍게 떠나는 알뜰여행

 

여행준비물, 사진 잘찍는 법, 공감도서, 경비모으는 방법, 여행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국지도 등 작가의 섬세함도 돋보인다. 여행이라고 무조건 돈 많이 들고 멀리 가야하는것도 아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없이 가볍게 창덕궁을 거닐고 호텔이나 한옥촌에서 하룻밤을 보낼수도있고, 엄마와 손잡고 근처의 가까운 산을 오르고 온천욕을 하는 것도 좋다. 여유가 된다면 가까운 동남아의 싱가로프나 일본,태국등으로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엄마와 아빠를 떨어뜨려서 생각해본적이 없어 부모님과의 여행은 당연스레 생각되었지만, 엄마와의 단 둘만의 여행을 계획해본 적이 없어 더욱 신이나서 읽게 되는 책. 작년 여름 휴가때 부모님과 중국여행 그리고 제주도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앨범으로 만들어드렸는데, 각 각 한 권씩 두권을 만들어 부모님과 나눠가졌다. 보기에도 편하고 언제나 두고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하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엄마와 단 둘만의 여행을 다녀와서 한 권의 앨범으로 만들어볼 작정이다.


결혼을 앞둔 딸, 엄마와 관계가 서먹해진 딸, 엄마에게 지루한 일상의 탈출을 선물해주고픈 딸들이 이 책처럼 좋은 추억여행을 떠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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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별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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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별] 지금 겪는 불행만큼 미래에는 행복이 주어질테니까 괜찮아

 

 

아빠의 별
-최문정

 

바보엄마,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최문정 작가의 6년만의 신작!

글을 잘쓴다는게 어떤것인지를 보여주며 감성적인 글솜씨를 뽐내는 최문정 작가의 소설[아빠의 별]은 바보엄마처럼 실화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늘 아빠의 위로와 격려에 목말라있는 발레리나 딸, 무뚝뚝하고 흔들림없는 성격에 늘 진급에서 밀리는 군인아빠라 딸들에게 넉넉한 가정을 꾸려주지 못함에 늘 미안한 아빠의 이야기.

 

천재 안무가인 제이슨의 손에 의해 발탁되어, 뉴욕시티 발레단 최고의 프리마돈나인 수민은 스물여덟의 나이에도 연애한 번 못해본 여자다. 유별난 제이슨의 병적인 완벽함으로 인한 방해도 있었지만, 춤을 워낙 사랑하는 수민이었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한 번쯤 쳐다볼만한 외모의 재벌2세 바람둥이 한태훈의 열렬함에 그녀도 빠져들게 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거잖아.

장소도 마찬가지야. 어떤 사람과 함께 갔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져.

 난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건 너와 함께하고 싶어.

 가장 맛있는 음식도, 가장 아름다운 곳도, 가장 감명 싶은 공연도...

최고의 순간에는 늘 너와 함께였으면 좋겠어."

 

사랑표현도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그와 사랑을 처음 하는 그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호기심 탓인지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지만, 태훈의 오래된 약혼녀의 방문으로 그녀는 이별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의 임신으로 태훈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한다. 그러나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란 그들이기에 서로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파경을 맞는다.

 

"..내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것처럼 너도 잘못한 거 없어.

태풍에 배가 흔들려 죽을 것 같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나 생각하는 해군은 아무도 없어.

그저 태풍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해."p417

 

그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편지글이 들어있는데, 그것은 아버지가 일찍 죽은 아내에게 쓰는 편지였다. 그 이야기속에는 무뚝뚝함에 말한마디 없지만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내에게 쓰는 편지였지만 이야기 내내 딸 걱정과 딸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당신은 말했지. 개개인이 느끼는 불행과 행복의 무게는 같다고. 난 지금 행복해. 수민이는 자기를 받아준다는 발레단을 찾아 헤매고, 수지는 불임치료를 받느라 고생이고, 신이는 언제 심장병이 심각해질지도 모르고, 난 실업자 신세인데도 행복해. 가진 것 하나 없이 까마득한 이 상황에서도 난 행복할 수 있어.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니까. 그러니 이젠 올라갈 일만 남았잖아. 지금 겪는 불행만큼 미래에는 행복이 주어질테니까 괜찮아." p463

 

오래된 갈등 속에서 마음 속의 이야기들을 꺼내놓지 못하는 두 부녀사이의 이야기속에서 가족간의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어릴때는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 말이 안통한다며 원망하던 아버지.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내가 작아진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발견할때의 느낌이랄까?
사랑과 부, 그리고 명예 모든 것들에서 방황하며 정작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이 가까이 있음에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조금은 반성하게 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 추천소설
[아빠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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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 쉽고 빠르게 문장력을 키워주는 세 가지 원리
장순욱 지음 / 북로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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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초간단 작문 비법

 

 

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장순욱 지음

 

오랜 기간 신문사 기자와 출판 관련 일을 해오면서 체득한 저자의 노하우, 나름 먹고 사는 영업 기술을 정리해놓은 책 [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1장) 어떻게 쓸 것인가
2장) 지우기
3장) 줄이기
4장) 바꾸기
5장) 글쓰기 강의
6장) 실전 연습

 

미인의 앞니에 빨간 고춧가루가 하나 끼어 있다. 그녀가 웃으면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그러나 고춧가루만 빼면 그녀의 아름다움에 활력이 되살아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글에 고춧가루가 습관처럼 끼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듯 작은 변화에도 글이 확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냥 거슬리는 것을 고치는 것, 결국 그녀의 기자생활은 그 눈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글 잘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성형수술과 고춧가루 빼기이다. 그녀는 지우고 줄이고 바꾸면 누구나 완벽한 문필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자주 등장하는 나쁜 습관 36가지를 이 책에서 하나씩 지우고, 줄이고, 바꾸는 연습을 해보자.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내의 나쁜 습관을 파악하는 방법도 좋다. 그런 뒤 가능하면 베끼기를 해서 서너번 써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그것마저 귀찮다면 눈으로라도 연습이 필요하다.


국산품과 수입품의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수입품보다 가급적 국산품을 애용하도록 하자.
->가격이 비슷하고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수입품보다 가급적 국산품을 애용하자.
: 국산품과 수입품이라는 단어가 두 번씩 들어갔다. 앞의 것을 없애고 읽어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과감하게 삭제한다.


너무 많이 신경을 서 지나치게 고민하면 건강에 해롭다
->지나친 고민은 건강에 해롭다
:너무 많이 신경을 써와 지나치게 고민하면은 크게 의미가 다르지 않다. 둘 가운데 하나만 써도 되는데, 뒤의 것이 나아 보인다.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약 한 시간 걸린다
:약과 정도는 같은 뜻이다.

 

매 분기마다 실적을 보고해주세요
->분기마다 실적을 보고해주세요
:마다에 매의 의미가 담겨 있다.

 

글은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며, 마음으로 감동한다. 그렇다면 고치는 것은?
글을 읽다보면 갑자기 호흡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거나 혹은 빨라지거나 축 처지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고치고 나면 호흡이 안정억으로 돌아온다. 거슬리는 부분을 찾아내 고치는 것이다. 호흡이 불규칙하면 읽는 사람이 금방 지친다. 가장 좋은 글은 사람의 심장박동과 함께 뛸 수 있는 것이다. 리듬도 있고, 쉼표가 필요한 곳에서 호흡도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는 실전연습이 나온다. 이것을 지우기 줄이기 고치기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불편한 문장을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글로 고칠 수 있도록 연습해보는 것도 좋겠다. 단, 지루해지기 쉬우니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덤빈다면 금새 지쳐버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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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슬 시티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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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슬 시티]검은양 한마리가 세상을 바꾸고 정의를 세우다.

 

 

바이슬시티

-김성령 장편소설

 

어느날 도착한 한 통의 편지, 데미안은 그 편지를 받고 큰 충격에 휩싸인다. 단순한 안부 편지로 보이지만, 이미 3년전에 죽은 케이티를 만나러 간다는 그의 안부편지는 친구의 마지막 편지가 되었다. 그동안 끊임없이 지배당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던 라일리는 그가 지지하는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고 나서는 위협이 사라졌다고 느꼈으나 그건 착각이었다. 신임 시장의 첫 대중연설날, 시장이 괴한의 총격을 받고, 라일리 또한 살해당한다. 오랜 친구를 잃은 데미안은 라일리가 하던 일을 마치기로 한다. 그리고 친구가 죽어간 도시인 바이슬로 들어간다.

 

미국 동부 끝에 위치한 인공 섬 도시, 바이슬시티는 70만이라는 인구에 비해 놀랍도록 발전된 도시였다. 모든것이 완벽하고 평안해보이는 도시, 바이슬시티는 미국의 범죄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도시감옥'이라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처음 1세대와는 달리 세대를 거칠수록 미국 본토와는 단절되어 가는 독립국가가 되어간다. 바이슬만의 화폐가 통용되고, 쉽게 들어갈 수 도 나갈 수도 없는 바이슬은 점차 고립지역으 로변해간다.

 

"2주 전 당신네 경찰이 우리 조직원 세 명을 죽였소. 대런 공원앞 6번 도로에서 말이오.

우리가 당신들에게 돈을 내는 이유가 바로 경찰들에게서 보호를 받기 위함인데,

부하 세명의 목숨 값은 그깟 세금보다 더 나간다오." p34

 

"바로 맞췄다. 시드니. 이 교육관에서 교육받은 교육자들을 개혁파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이들의 목표는 간단해.

부모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주입시켜 지배당의 졸개로 만드는 거야.

상황의 심각성은 아무래도 학생인 네가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겠지." p75

 

"검은 양이 검다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야.

양들보다 수가 적다는 사실이 잘못된 것처럼 인식되고 있을 뿐이야.

그럼 흰양들은 검은 양을 보고 그들이 틀렸고, 자신들이 옳다는 식의 정의감을 표출하게 돼.

그러한 행동이 주위에서 점점 지지를 받으면서 다수의 흰 양들은 거칠어지기 시작했던거지.

너의는 더 이상 그런 잘못된 인식에 휘둘리지마.

검은 털을 애써 감출 필요가 없어. 오히려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녀.

너희는 검은 양이고,

흰 양들은 자신들의 머릿수만을 내세워 너희들을 괴롭히는 깡패들일 뿐이라고." p99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이 성숙과 미성숙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수의 많고 적음이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옳고 그름을 위해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개혁부다. 저자는 우리의 10대들이 더 이상 만들어진 영웅보다는 스스로 영웅이 되기를 말한다.


15세의 소녀가 쓴 장편소설 '바이슬시티'는 10대가 쓴 책이지만 스케일만큼은 엄청나다. 미국의 새로운 주를 하나 뚝딱 만들어낸 것도, 10대의 어린 주인공이 바이슬시티를 바꿀 엄청난 일을 해내는 것도, 놀라운 상상력과 심리묘사 그리고 완성도 높은 구성 또한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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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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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불신과 단절의 대한민국의 현주소

 

 

외면하는 벽
-조정래 단편소설

 

서로가 서로를 버리고 외면한 우리의 삶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의 단편소설집

첫 단편을 읽고난 후, 학교다닐때의 교과서에 나오는 단편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교 모의고사 2010년 출제작 '외면하는 벽'이 실려있었다. 그만큼 조정례 작가의 소설집에는 우리가 반드시 봐야 할 무언가가 있다. 작가가 젊을 적에 써놓은 단편들이라, 젊은 시대들은 잘 모르는 그 시절의 부조리와 아픔에 대해 알 수 있고,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은 작가가 30년전에도 고심했던 문제들이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와닿는 이웃과 이웃간의 외면과 불신, 단절등을 느낄 수 있다.

 

진화론
눈이 하얗게 오던날, 동호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하얀 눈에 쌓여서 죽음을 맞았다. 할머니는 집나간 엄마를 탓하며 통곡을 했고, 동호는 어린 두 동생을 끌어안고 머리를 흔들었다. 젊고 장사로 돈벌이가 괜찮던 엄마는 집을 나갔다. 할머니는 당장 얼어죽을 판에 학교를 나간다고 동호를 탓하고, 동호는 그길로 돈을 벌로 나간다. 그리고 나무를 해 조금씩 모은 돈으로 엄마를 찾아 서울행 열차를 타고 떠난다. 아껴쓰던 돈을 뺑뺑이판에 다 털리고, 철제소에서 잡일을 시작한다. 무보수였으나, 기술을 가르쳐주고 밥을 주는 것만으로도 흡족했다. 그러던 어느날, 새로들어온 자재가 털리고 동호는 흠씬 두들겨맞고 쫒겨난다. 배달원 급구함. 중국집 점원으로 일하지만, 외상값을 못 받았다는 핑계로 월급도 못받고 쫒겨난다. 그리고 철민의 소개로 들어간 식품점, 연탄가스를 마시고 기절한 동호를 주인집에서  쓰레기속에 내다 버린다.  두달치반의 월급을 받으러 간 그를 주인여자는 모른척하며 경찰을 부른다고 큰소리 친다. 도둑으로 몰린 동호는 옆에 놓인 과도를 집어든다.


외면하는 벽
아파트에 통곡소리가 울려퍼진다. 둘이 꼭 붙어다니며 좋은 금술을 자랑하던 노부부 중에서 영감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렇기에 혼자 남겨진 할머니는 더욱 서럽게 통곡한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의 위층과 아래층에 사는 이웃들의 생각은 달랐다.
"준수네는 위층이니까 우리보담 낫지 뭐요. 우린 시첼 머리에 이고 당장 오늘 밤을 어떻게 지내요 글쎄."
영주 엄마가 울상이 되었다.
"우리라고 나을 게 뭐 있어요. 영주네가 시첼 이고 있다면 우린 시첼 깔고 있는 거 아녜요. 시첼 등 밑에 깔고 잔다고 생각해봐요. 더 징그럽지."
이웃이였던 사람이 죽었지만 이들은 가정의례준칙이란 법을 내세우며 곡을 하지 말라, 이 더운날 사흘씩이나 눕혀두면 안된다며 스스로도 민망한지 반장을 선동한다. 아들이 강하게 맞서주기를 바랬지만 아들은 너무 쉽게 그들에게 지고 말았다.  할머니는 관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크게 곡소리조차 못하고,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운다.
"여보, 여보, 날 버리고 혼자만 가면 어떡해요. 이런 세상에 날 버리고가면 난 누굴 믿고 살아요. 나를 데리고 가요, 여보. 나도 함께 가요, 여보오..."

 

급속한 근대화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그 힘들었던 흔적들, 끝없는 가난과 절망, 그리고 새로운 절망들. 그런 까닭에 외면하는 벽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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