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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얏상 ㅣ 스토리콜렉터 9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달려라 얏상] 미식가 노숙자의 맛있는 소설
달려라 얏상
-하라 고이치 지음
노숙자가 주인공인 특이한 소설[달려라 얏상]은 현대인의 삶을 독특한 시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주인공인 얏상은 노숙자이지만 독특하고 특별하다. 하루의 아침은 츠키지 순회로 시작하고,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티타임도 한곳, 야식으로 또 한곳. 그렇게 긴자와 히비야의 호텔 레스토랑을 비롯해서 초밥집, 고급 일본요리점, 정통 요릿집, 프랑스 레스토랑, 이탈리아 레스토랑, 중화요리점 같은 고급 레스토랑부터 서민적인 소바집, 우동집, 야키도리집, 경양식십, 포장마차 라면집에 이르기까지 다른 동네까지 조깅으로 가는 일도 빈번했다. 신기한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번듯한 식당일수록 더욱 얏상을 환대한다는 것이다. 다카오는 이런 행복한 노숙자를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황송하다. 사람들이 그에게 이런 식사대접을 하는 이유는 얏상의 미각과 인맥, 정보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얏상 정도라면 푸드 컨설턴트같은 사업을 해도 충분히 성공하지 않을까요?"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사업 같은 우둔한 짓을 해서 대체 뭐할건데?"
얏상은 노숙자의 철학이 있는듯 딱 잘라 말한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것은 맛집들의 이야기이다. 특히나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 너나할것없이 찾아가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음식맛을 칭찬한다. 그러나 강하고 독특한 것이 맛있는 것이 된 현실에서 미묘한 품질의 차이 같은건 점점 떨어지고 나중에는 사람만 많은, 그냥 소문만 무성한 맛집이 되고 만다.
이 점에 내가 공감하는 것은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을 일부러 먼곳까지 찾아가서 실망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기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맛집이라 열광하길래 찾아갔더니 이건뭐 동네 식당보다 못한 음식맛, 그저 내 입맛이 별난거라 여기며 나왔는데, 현실적으로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다보면 역시나 돈벌이에 치중하다보니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하게 된것일지 모르겠다.
솜씨좋은 식당의 주인이 대기업프렌차이즈의 속셈에 속아 넘어가 인질소동까지 벌이자 얏상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이야 솜씨가 뛰어난 자보다 언변이 뛰어난 자가 잘난 척하는 세상이지만 내 생각에는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 언변이 뛰어난 약삭빠른 놈들이 유유히 살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솜씨가 좋은 자들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런 걸 잊으니까 감쪽같이 그런 놈들의 먹잇감이 되는 거야. 이런 억울한 이야기가 어디 있냐고. 이런 한심한 이야기가 어디있냐고, 응?"p191
다카시는 불현듯 얏상을 처음 만난 날의 일을 떠올린다.
"흔해빠진 신세타령은 두 번 다시 입에 담지마라."
"신세타령이라는 건 도피 도구에 불과해. 젊을 때부터 신세타령에만 매달려 있다가는 평생 신세타령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놈이 되고 만다고."
노숙자 얏상은 이야기속에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세상이 험난하고 씁쓸해도 고난이 있기에 행복을 더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우리의 삶이고 맛있는 삶이 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