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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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치다가 포기했다. 예화 외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별 표시를 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 이유를 이 얇은 책에서 배웠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글. 나는 그런 글들을 읽고 좋다고 여기면서도 이유를 잘 몰랐다. 문장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장력은 기본, 그 위에 사회적 가치가 얹혀져야 했던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글을 쓰면 어렴풋이라도 알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어렴풋이' 안다는 것과 '명확히' 안다는 것은 천지차이다.

어렴풋이 알면 적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글을 읽고, '좋다'라고 느끼면서도 왜 좋은지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 글쓰기로 진전하는 보폭을 넓히지 못했던 것 같다. 세상은 '단어'를 아는만큼 보인다고들 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지만 그 의미를 명확히 알게 되면 단어는 단어의 수준을 넘어 '시각'과 '관점'의 준거가 되어 준다. 오늘,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독서와 글쓰기의 '준거'를 얻었다. 


바로 적용이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좋은 글을 알아볼 방책 하나를 챙겼다. 나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내가 하는 경험은 다분히개인적이지만 이미 그 경험은 사회적 경험의 소산이라는 걸 배웠기에. 이건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만한 성격의 것이다.  


그동안 '이런 비루한 경험을 내놔도 될까?'하고 내놓지 못했던 숱한 내 경험들이 앞다투어 고개 드는 느낌이다. 자신감을 얻은 건 내가 아니라 내 경험들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몹시도 고마운 일이다.  

글쓰기는 세계를 인식하는 유일한 통로인 자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 P16

글이라는 것은 결국 한 명의 고독한 작가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쌓아 온 세계관과 철학을 세상에 내놓는 것입니다. - P21

글에 구현된 생각들은 다른 사람의 지식과 사상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글로 쓴 생각도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 P24

경험이 글이 되려면 ‘사회적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회적 의미가 부여된 경험이 글이 됩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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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상법
노구치 유키오 지음 / 학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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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깝게 묻힌 책. 번역/편집/폰트/표지 등 재정비해서 재간하면 좋을 책. 창조 및 발상의 기본 단계를 의식의 ‘대기실‘과 ‘접견실‘로 설명한 부분이 히트. 전체 콘텐츠가 유익한 것은 아니나 조각의 빛남이 덮고도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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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문학동네 시인선 43
리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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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가 지은 동명의 소설집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시집이 그 책과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별한 연관고리도 없는데 어째서 토씨 하나 어긋나지 않는 제목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인가. 로시의 소설을 먼저 좋아한 사람으로서, 억울하다.


한국에 한국말로 이런 시집이 나왔다는 걸 알지 못한

그녀, 대신 억울하다.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의 소설에서 만져지던 곤궁한 삶의 절박함을

제목에 얹어 티끌만이라도 묻혀 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 소설에 푹 빠져있다 한 때 헤어나오기 어려웠던

독자에겐, 그 묻음이 보이는 걸 어쩌겠는가.


억울하다, 그래서.


알라딘은, 평점주기에 '별없음'도 마련해주길.

하나라도 얹어 줄 수 없다.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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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정류장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 노선 106번과 사람 이야기
남지현 외 지음 / 뭉클스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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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뭉클 담기는 아우트라인. 출판사 이름이 ‘뭉클스토리‘. 저자는 ‘라이터스‘란 곳의 대표와 그외 2인. ‘라이터스‘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출판사와 연계된 곳인 듯. 108번 승객들 이야기를 일일이 인터뷰해낸 노고에 박수. 그들의 이야기, 들어줄 용의가 있다. 기쁘게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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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위안 - 어느 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개정판
론 마라스코 외 지음, 김설인 옮김 / 현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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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치려고 몸부림치는 게 슬픔이다. 

떨치려할수록 들러붙는 게 지독한 슬픔이다.

어느 날은, 그만 맥이 빠져 탈진된 태도로 흐릿한 눈으로 마주하게 되는 게 슬픔이다.

슬픔은 참, 싫은 것이다. 온 몸을 지탱시켜 주는 진액이 빠져나가듯 눈물과 콧물을 샘솟게 한다.


내 몸 어디에 그 많은 물이 품어져 있었던가. 그게 신기해 더 운다.


슬픔은 그런 것이다. 

마주하기 싫은데 마주해야 하는 것. 내 몸은, 차가운 바닥에 아무렇게나 구겨진 듯 내팽겨쳐져서.


그 많은 슬픔들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은 독보적이다. 

겨룰 슬픔이 없을 것이다. 그런 슬픔은 차마, 신성하기까지 해서, 사랑하는 이를 아직, 제대로 잃어보지 못한 사람이 함부로 말한다는 것조차 죄책감이 끼칠 정도다.  


슬픔을 다룬 명문장이다.


"슬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심리적 특전은 슬픔이 애매모호함을 이해하게 해주고 삶의 진실이 절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둘, 보통은 그 이상임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온 몸의 모든 구멍에서 빠져 나가는 '숨'과 '진액'-. 거기에 눈물로 범벅이 된 흐릿한 시야 속에서차라리 명징해지는 게 있다. 있었다. 슬픔 앞에서 그렇게 무언가를 선명히 본 적이 있었다. 맞다. 그게 삶의 진실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내가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다르게. 선명하게. 


몸안에서 슬픔이 만든 진액이 빠져나가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그 무엇을.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면 삶은 절대 다시는 명백해지지 않는다. 다시는 삶이 그냥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나는 오늘, 그냥 한 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고 부인할 수 없다.

그냥 한 가지의 삶이 아닌 삶을 살기 위해 중요한 사람을 잃고 싶지는 않다.

잃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잃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이 책으로,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서 절대 다시 명백해지지 않는 삶에, 그냥 한 가지가 될 수 없는 삶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내 슬픔은, 위안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P. 245 슬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심리적 특전은 슬픔이 애매모호함을 이해하게 해주고 삶의 진실이 절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둘, 보통은 그 이상임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슬픔은 자기 이야기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변화시킨다.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면 삶은 절대 다시는 명백해지지 않는다. 다시는 삶이 그냥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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