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벽에 붙어 잤다 민음의 시 238
최지인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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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길 거부하는 시들이 많아 뒤돌아섰던 시에 화해의 악수를 건네게 해 준 시인. 시는 전자제품 매뉴얼과 미친사람 넋두리 사이쯤 어디에 있다고 한 시인이 있었다. 최지인 시인의 시는, 아주 좋은 위치에 서 있다. 고개를 양으로 돌리며 어디서라도 오라고. 덥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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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사회 - 시설화된 장소, 저항하는 몸들
나영정 외 지음, 장애여성공감 엮음 / 와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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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중 '연약해질 자유'에서 울컥,했다. 

'비정상'의 입장에서 '정상'이란, 부러운 개념일 것이다. '정상'에게 허락된 '비불편함'이 부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정상'이 되려했던 적은 없을 것이다. '정상'의 것을 탐한 적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 마음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은 비정상을 도리질하며 밀어낸다. 


특수학교 짓는다면 '모처럼' 시간내서, '모처럼' 뜻을 맞춘다.

'우리 동네'에 특수학교 짓지 말라고.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정상을 부러워할지언정-그마저 안할 수도 있다- 탐한 적은 없는 

이들이다. 어떤 면으로나 상대적으로 연약한 이들이다.


혹, 연약함을 부러워하는 것인가.


연약할 자유의 박탈은 사회와 '당신'이 자초한 것이지, 이들이 아닌 것이다. 

이들과는 일말의 관계가 없는 것이다. 

연약하고 싶지만 연약할 수 없는 이들이 연약한 이들에게 만들어준 공동체의 오명.


시설.


연약하고 싶은 이들이여 시설의 담을 허물지는 못하더라도 고개를 디밀어 보라.


시설의 창 안을.

자유롭게 연약한 이들의 젖은 눈에서 눈물이라도 빌어

그대들의 메마른 눈을 적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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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서랍장 속 엄마의 일기장
이화연 지음, 주미지 엮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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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아니지만, 책소개에서 [25살 남들보다 너무 일찍 딸과 이별을 해야만 했던]이 무슨 의미인가요? 엄마가 25세에 돌아가신 줄 알고 깜짝, 하다가 엮은이(딸) 소개에 보니 엄마가 20년간 쓴 시...그저,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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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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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퍼시의 '쓴다면 재미있게'가 너무 '재미있게' 번역되어 탄복했고,

그 번역자를 따라와서 구매한 책이다.


로맨스가 강조된 소설 쪽은 잘 안 읽는데 말이다.


원서도 같이 읽고 있다.


원서를 읽다 보니, 저자의 필력이 참 좋다. 짧지만은 않은 문장을 짧아 보이도록 가뿐하게 내달리면서도 짧지만은 않은 문장이 갖는 무게감이 있다.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 아닌 모양이다.


기대감에 번역문도 본다.


흠...


이것부터 보자. 소설의 도입부다.


겨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특히나 기침, 재채기 등으로 세균 폭탄을 맞는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I've been coughed on and sneezed at, and if the woman in front of me shakes her dandruff my way again, I might just douse her with the dregs of the lukewarm coffee that I'm no longer able to drink because it's full of her scalp.]


[내 앞에 서 있는 여자가 또다시 내게 비듬을 턴다면 그때는 내가 이 미적지근한 커피에다 여자를 담가버릴지도, 아니 남은 커피를 여자에게 부어버릴지도 모른다.] 


dregs of coffee는 '바닥에 거의 닿을 정도로 남은 'small amount of liquid'를 말한다.


굳이 'dregs'를 사용한 것은, 얼핏, 인물의 '소심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dregs'를 살리지 않으면, 이 인물은 비듬 좀 턴다고 출렁출렁, 가득 찬 커피를 

누군가에게 확 부어버리는 '대담한' 캐릭터로 읽힌다. 아닌가?


그런데 번역문에서는 'dregs'가 잘 살지 못했다. '남은 커피'로는 좀 아쉽다. 

마시다 어느 지점에서 중단한 커피는 양에 관계없이 모두 '남은' 커피니까.


더구나, '내가 이 미적지근한 커피에다 여자를 담가버릴지도' 란 번역구에 의문을 갖게 한다. 

'dregs' 정도의, 아주 소량의 커피에 어떻게 사람을 담가버린단 말인지?


번역을 하다 보면 원문에 있지 않은 단어를 살려내기도 하고, 원문에 버젓이 있는 단어를 죽이기도 한다. 그럴 수 있는 일이고, 그래야 하는 일일 것이다. 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 '소설'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논픽션이 아니다.


소설의 번역은, 저자가 의도한 단어와 문장과 표현을 될수록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훼손하지 말아야 함과 동시에 과도하게 살려줘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묘미를 전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기막히게 좋은 문장은 기막히게 좋은 문장대로,

밋밋한 문장은 밋밋한 대로.


어쩌면 저자에게는 그런 조율마저 의도되었을 지 모르는 일이므로.

그리 의도된 조율마저, 독자에게는 '도끼'가 되어 줄 수 있으므로.


소설의 독서가 어디, '줄거리'에만 뜻을 두던가.


더 읽어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비듬을 털었다고 해서 그 여자를 커피에 담가 버리고 커피를 확 부어버리는 

대담무쌍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 번역자는 원문에 있지도 않은, 짧지도 않은 구절을 구태여 추가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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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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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가져야 할 덕목은 1. 유익 2. 재미 3. 감동. 이 중 어느 하나만 가져도 박수받아 마땅한 책. 이 책은 2번을 꿰찼다. 적당히 재미있다면 1번, 3번으로 자꾸 곁눈질할 텐데, 1번, 3번 잊어 버리게 만들 정도로 2번이 확고부동했다. 이도 저도 없으면 이책처럼 대차게 웃기기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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