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조력자살 - 나는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미야시타 요이치 지음, 박제이 옮김 / 아토포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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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서 죽기로 하였습니다. 살기, 죽기. 반대급부의 극치점에 선 두 단어가 만났다. 그 만남의 교차점에 서 보았다. 이런. 무슨 말인지 체감된다. 나도 꽤 살았나 보다. 이게 말장난이 아니라 ‘진심‘임을 알아보다니. 여기 스민 ‘절박감‘을 알아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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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하는 글쓰기
강창래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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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으로도 좋지만 책속의 책추천이 보물같다.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 

그런 눈은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책을 많이 담고 있는 눈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눈을 가졌다. 

읽기만 해도 눈이 보배로워졌다. 


강창래.

명성은 증명되었다.

글쓰기란 말을 글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글로 번역하는 것이다. - P50

어떤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정했다면 무엇보다 먼저 그 분야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언어의 의미와 사용법을 통해 표현 형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글로 써야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독자가 상황을 그려 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표현해 줄 적절한 형용사, 부사, 동사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그 낱말들을 효과적으로 배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글에는 소리나 몸짓이 조금도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그만큼 다르다. 그러니 말하는 것처럼 글을 쓰면 된다니, 그럴 리가 없다. - P54

정교한 언어가 없다면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해낼 수가 없다. 생각하면서 드러낼 것과 드러내지 않을 것을 가리는 것도 ‘언어로 생각한 결과‘다. - P61

긴 이야기는 미래를 짐작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즉 가상현실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 언어의 특징은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있는 것을 묘사하거나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 P62

인간의 언어는 있는 것을 묘사하고 설명하기보다는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데 훨씬 더 특화된 마법의 도구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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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고독
권성우 지음 / 소명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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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읽어야 할 책. 비평계의 보석이라는 평은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아직 읽을 깜냥이 안돼서 꾸욱,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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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 쐐기문자에서 컴퓨터 코드까지, 글쓰기의 진화
매슈 배틀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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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Palimpsest: A History of the Written Word'이다.


쓰인 글들의 역사


한글 번역본 제목은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이다.


쓰인 글들의 역사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둘을 놓고 느껴보자.


쓰인 글들의 역사---------과거 지향적이다

                             (지향한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가 품어지는)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미래 지향적이다                            

                         

쓰인 글들의 역사--------'과거'의 글쓰기를 천착하자는 소리같다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글쓰기는 '흔적'을 남기니 앞으로 잘 쓰자는 소리같다. '글쓰기'로 끝났으니, 끝난 곳에 시점도 맺히는 법.


아닌가?


한글 번역본 제목을 보고는 '글쓰기 작법서'인 줄 알았다.


책은,

제목에서 눈길도 끌기 위해,

'정보'와 '호소'가 적절히 병존되어 '당김'의 양극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는 너무 당연한 그것들의 한 조각만 주었다. 당연해서, 다 아는.


글쓰기가 흔적을 남기는 걸 모르는 이가 있나.

최소한 '흔적'의 수식어라도 줬어야 한다.


원제목의 'palimpsest'란 매력적인 단어를 내버린 게 몹시 아쉽다.

좀 어려운 단어라 한글로 살리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을 이해는 한다.

그래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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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혁/독어독문과 교수)

‘팔림프세스트 Palimpsest’라는 낱말이 있다. 그리스어의 ‘Πάλιν(palin)’ 즉 ‘다시’라는 말과 ‘ψάειν(psaein)’ 즉 ‘문지르다’ 또는 ‘문질러 벗겨내다’라는 말을 합쳐서 만든 복합어이다. 우리말로는 재록양피지라고 한다. 양피지가 귀하던 시절에 앞사람이 써놓은 글을 지우고 거기에 자신의 글을 적는 행위에서 나온 표현이다. 대체로 신약성경이 양피지로 많이 제작되었기 때문에 성경의 글귀를 지우고 거기에 성직자가 자신이 설교할 내용을 적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기술로 이 양피지를 비추어보면 거기에 숱하게 쓰고 지운 흔적이 한꺼번에 다 드러난다. 영국의 작가 토마스 드 퀸시는 인간의 기억력을 이와 같은 재록양피지에 비유했다. 글쓰기는 다른 것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는 뜻이다. 서양이나 동양의 많은 시문학 중 전대의 것 없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것은 없다.


출처 : 고대신문(http://www.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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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림프세스트로 유출해 볼 수 있는 정보와 지식과 담론은 무한해 보인다. 

원저의 제목 중심에서 보이는 것은, '겹쳐 쓴' 글쓰기. 

원저자는 '겹쳐 씀'을 통해 글쓰기의 영향력과 역사를 천착한 듯 보인다. 


흔적을 남기는 글쓰기


그렇다면, 그곳에 덜 닿는 느낌이다.

원저자가 말하고자 목에 힘줄 세운 그곳에.


팔림프세스트: 겹쓰인 글쓰기의 역사 (원제목을 거의 살려서)


팔림프세스트: 글쓰기, 그 겹쓰임의 역사


뭐, 이런 제목이 조금 더 당겨지지 않을까.

사람들 생각은 다 다르고, 그저 나같으면 그렇다는 소리.


요즘 들어 비로소 드는 생각 중에,

가급적 원서 제목을 그대로 살리는 게 오히려 더 당겨지더라,

하는 게 있어서.


영화만 해도, 이젠 원제목을 굳이, 우리말로 옮기지 않는다.

대부분 그대로 쓴다.


영어 단어 하나로만으로 된 영화제목이 부지기수인 헐리우드 영화를

그냥 그대로 그 단어 발음대로 우리말 영화제목으로 쓴다.


Ghost=======사랑과 영혼


굳이 이렇게 바꾸는 건, 30년 전 정도에 좋았던 트렌드다.


이제, 'Ghost'는 'Ghost'라야 더 좋다.

그저, 내 생각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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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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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죽은 자의 집 청소


닮은 책이 있다. 요즘 '핫'하게 잘 읽히는 것 같은 책. 죽은 자의 집청소-.

죽은 자의 집청소는 순전히 제목과 표지에 당김이 있어 구매했다.

이런 책, 한 번 읽어서 다음 책에 또 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수도 있고,

반대로, 이런 책 한 번 읽어서 다음 책으로 두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시간이 멈춘 방.


제목에서는 당김이 적다. '방'은 대부분 '시간이 멈춘' 곳 같아서.

모든 방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혼자만의 '방'은 시간이 멈춘 곳 같아서.

흘러가는 시간, 지나가는 시간에 올라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흘러가고 지나가기만 했던 세상에서, 핍진한 다리 이끌고 들어온 혼자만의 방.


그곳은 시간이 부디, 멈추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그래서 '시간이 멈춘 방'은 으레 그래야하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닥 당겨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완료.


'죽은 자의 집 청소'와 설정은 같아도, 저자의 직업은 같아도 다른 게 보였다.


미니어처.


시간이 멈춘 방의 미니어처가 등장하나 보다.


충분히 궁금하다.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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