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문학동네 시인선 43
리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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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가 지은 동명의 소설집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시집이 그 책과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별한 연관고리도 없는데 어째서 토씨 하나 어긋나지 않는 제목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인가. 로시의 소설을 먼저 좋아한 사람으로서, 억울하다.


한국에 한국말로 이런 시집이 나왔다는 걸 알지 못한

그녀, 대신 억울하다.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의 소설에서 만져지던 곤궁한 삶의 절박함을

제목에 얹어 티끌만이라도 묻혀 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 소설에 푹 빠져있다 한 때 헤어나오기 어려웠던

독자에겐, 그 묻음이 보이는 걸 어쩌겠는가.


억울하다, 그래서.


알라딘은, 평점주기에 '별없음'도 마련해주길.

하나라도 얹어 줄 수 없다.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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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정류장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 노선 106번과 사람 이야기
남지현 외 지음 / 뭉클스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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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뭉클 담기는 아우트라인. 출판사 이름이 ‘뭉클스토리‘. 저자는 ‘라이터스‘란 곳의 대표와 그외 2인. ‘라이터스‘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출판사와 연계된 곳인 듯. 108번 승객들 이야기를 일일이 인터뷰해낸 노고에 박수. 그들의 이야기, 들어줄 용의가 있다. 기쁘게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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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위안 - 어느 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개정판
론 마라스코 외 지음, 김설인 옮김 / 현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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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치려고 몸부림치는 게 슬픔이다. 

떨치려할수록 들러붙는 게 지독한 슬픔이다.

어느 날은, 그만 맥이 빠져 탈진된 태도로 흐릿한 눈으로 마주하게 되는 게 슬픔이다.

슬픔은 참, 싫은 것이다. 온 몸을 지탱시켜 주는 진액이 빠져나가듯 눈물과 콧물을 샘솟게 한다.


내 몸 어디에 그 많은 물이 품어져 있었던가. 그게 신기해 더 운다.


슬픔은 그런 것이다. 

마주하기 싫은데 마주해야 하는 것. 내 몸은, 차가운 바닥에 아무렇게나 구겨진 듯 내팽겨쳐져서.


그 많은 슬픔들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은 독보적이다. 

겨룰 슬픔이 없을 것이다. 그런 슬픔은 차마, 신성하기까지 해서, 사랑하는 이를 아직, 제대로 잃어보지 못한 사람이 함부로 말한다는 것조차 죄책감이 끼칠 정도다.  


슬픔을 다룬 명문장이다.


"슬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심리적 특전은 슬픔이 애매모호함을 이해하게 해주고 삶의 진실이 절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둘, 보통은 그 이상임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온 몸의 모든 구멍에서 빠져 나가는 '숨'과 '진액'-. 거기에 눈물로 범벅이 된 흐릿한 시야 속에서차라리 명징해지는 게 있다. 있었다. 슬픔 앞에서 그렇게 무언가를 선명히 본 적이 있었다. 맞다. 그게 삶의 진실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내가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다르게. 선명하게. 


몸안에서 슬픔이 만든 진액이 빠져나가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그 무엇을.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면 삶은 절대 다시는 명백해지지 않는다. 다시는 삶이 그냥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나는 오늘, 그냥 한 가지의 삶을 살고 있다,고 부인할 수 없다.

그냥 한 가지의 삶이 아닌 삶을 살기 위해 중요한 사람을 잃고 싶지는 않다.

잃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나는 잃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이 책으로,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서 절대 다시 명백해지지 않는 삶에, 그냥 한 가지가 될 수 없는 삶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내 슬픔은, 위안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P. 245 슬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심리적 특전은 슬픔이 애매모호함을 이해하게 해주고 삶의 진실이 절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둘, 보통은 그 이상임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슬픔은 자기 이야기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변화시킨다.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면 삶은 절대 다시는 명백해지지 않는다. 다시는 삶이 그냥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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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뇌 - 뇌를 알면 글쓰기가 쉬워 진다
고학준 지음 / 흔들의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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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독려하는 키워드 구성은 좋은데 제목이 글쓰는 ‘뇌‘다. 뇌를 건드리려면 최소한 뇌과학자, 인지심리학자, 그냥 심리학자 등, ‘뇌‘를 학문으로 접근했던 경험의 근거가 있어야 할 거라고 기대했다. 저자 프로필에 구체적인 ‘경험‘이 없다. 글쓰는 경험 외에는. 진짜, ‘뇌‘ 이야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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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안아주기 - 소확혐,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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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소확혐이다. 소소하게 확실한 혐오의 기억. 이런 뜻인가?

소소하지만 나쁜 기억들, 살다 보면 있다. 좋은 기억들보다 이런 나쁜 기억들은 몹시 집요하다. 젖은 휴지처럼 내 살에 축축하게 들어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떨어뜨리려 털어내면 털어내려면 손에 가 붙어버린다. 나쁜 기억들에는 나쁜 감정이 들러붙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들은 음미하다 사라진다. 되새길 때마다 물탄 듯 농도가 옅어진다. 나쁜 기억은 반대다. 되새길 때마다 술탄 듯 농도가 짙어진다. 더 취한다. '감정'이 가미되면서 맛은 드럽게 없으면서 기분 나쁘게 취하게만 하는, 이름 없는 싸구려 칵테일처럼.

이런 소확혐은 편집증적인 집착이 된다고, 소아과 닥터인 저자가 말한다.

나쁜 기억은 사실 마음먹고 부딪히면 조각조각 부서지기도 하니 아주 견고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부딪히려는 적극성이 필요하고, 동시에 그걸 덮어쓸 만한 좋은 기억들도 계속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하나둘 안아주다보면 우리 뇌는 삶을, 타인을, 자기 자신을 점점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기억이 바꾸는 삶이 이 책 전체에 걸쳐 펼쳐진다.

-책 소개말 중에서-

소확혐을 안아주란 소리다.

안아주면 될까? 안아주었다가, 호구 잡히진 않을까?

점점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진짜일까?

기억이 바꾸는 삶-.

내가 바꿀 수 없는 삶을 기억에 의지할 쏘냐만,

전문가가 그럴 수 있다 하니 믿어보고 싶다.

나와 기억은 동체니까.

줏어들은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

소확혐을 소확행으로.

하긴, 소확혐이 먼저다.

굳이 따지자면. 소확혐없이, 소확행이 존재할 수 있나.

어둠이 있어 빛이 환한 이치처럼.


소확혐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것은, 나쁜 기억은 과거에 경험했던 것인데 사실상 그 기억의 일부에는 현재의 감정이 끼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확혐이 두려워 다시 경험할 것을 꺼리는 우리는 잠재적인 손실을 상상하는 데 있어서도 현재의 나쁜 감정이 포함된 과거의 나쁜 기억에다 현재의 나쁜 감정이 또 포함된 미래의 나쁜 상상을 하게 되므로 나쁜 감정은 더욱 강화되어 편집증적인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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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ot 2020-12-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항아리 편집부입니다. <기억 안아주기> 읽고 서평 써주신 것 감사합니다. 서평 중 한 가지 정보를 바로잡고 싶어서 알려드려요. 저자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아니고 소아과 의사임을 알려드려요:)

젤소민아 2020-12-07 15:36   좋아요 1 | URL
앗, 책도 주문하긴 했는데, 저자 소개를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수정할게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글항아리의 세심함! ㅎㅎ

bookpot 2020-12-0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책이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젤소민아 2020-12-11 03:20   좋아요 1 | URL
큰 도움 되고 있습니다~. 서평 한 줄에도 이렇게 제트기 속도로 날아와 짚어주시는 글항아리의 정성과 성의에 감복합니다. 역시, 글항아리입니다. 글항아리 신간 리스트는 늘 팔로우하고 있습니다. 독자로서, 좋은 책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