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안아주기 - 소확혐,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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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소확혐이다. 소소하게 확실한 혐오의 기억. 이런 뜻인가?

소소하지만 나쁜 기억들, 살다 보면 있다. 좋은 기억들보다 이런 나쁜 기억들은 몹시 집요하다. 젖은 휴지처럼 내 살에 축축하게 들어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떨어뜨리려 털어내면 털어내려면 손에 가 붙어버린다. 나쁜 기억들에는 나쁜 감정이 들러붙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들은 음미하다 사라진다. 되새길 때마다 물탄 듯 농도가 옅어진다. 나쁜 기억은 반대다. 되새길 때마다 술탄 듯 농도가 짙어진다. 더 취한다. '감정'이 가미되면서 맛은 드럽게 없으면서 기분 나쁘게 취하게만 하는, 이름 없는 싸구려 칵테일처럼.

이런 소확혐은 편집증적인 집착이 된다고, 소아과 닥터인 저자가 말한다.

나쁜 기억은 사실 마음먹고 부딪히면 조각조각 부서지기도 하니 아주 견고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부딪히려는 적극성이 필요하고, 동시에 그걸 덮어쓸 만한 좋은 기억들도 계속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하나둘 안아주다보면 우리 뇌는 삶을, 타인을, 자기 자신을 점점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기억이 바꾸는 삶이 이 책 전체에 걸쳐 펼쳐진다.

-책 소개말 중에서-

소확혐을 안아주란 소리다.

안아주면 될까? 안아주었다가, 호구 잡히진 않을까?

점점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진짜일까?

기억이 바꾸는 삶-.

내가 바꿀 수 없는 삶을 기억에 의지할 쏘냐만,

전문가가 그럴 수 있다 하니 믿어보고 싶다.

나와 기억은 동체니까.

줏어들은 이야기를 확인하고 싶다.

소확혐을 소확행으로.

하긴, 소확혐이 먼저다.

굳이 따지자면. 소확혐없이, 소확행이 존재할 수 있나.

어둠이 있어 빛이 환한 이치처럼.


소확혐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것은, 나쁜 기억은 과거에 경험했던 것인데 사실상 그 기억의 일부에는 현재의 감정이 끼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확혐이 두려워 다시 경험할 것을 꺼리는 우리는 잠재적인 손실을 상상하는 데 있어서도 현재의 나쁜 감정이 포함된 과거의 나쁜 기억에다 현재의 나쁜 감정이 또 포함된 미래의 나쁜 상상을 하게 되므로 나쁜 감정은 더욱 강화되어 편집증적인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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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pot 2020-12-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항아리 편집부입니다. <기억 안아주기> 읽고 서평 써주신 것 감사합니다. 서평 중 한 가지 정보를 바로잡고 싶어서 알려드려요. 저자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아니고 소아과 의사임을 알려드려요:)

젤소민아 2020-12-07 15:36   좋아요 1 | URL
앗, 책도 주문하긴 했는데, 저자 소개를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수정할게요!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글항아리의 세심함! ㅎㅎ

bookpot 2020-12-08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책이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젤소민아 2020-12-11 03:20   좋아요 1 | URL
큰 도움 되고 있습니다~. 서평 한 줄에도 이렇게 제트기 속도로 날아와 짚어주시는 글항아리의 정성과 성의에 감복합니다. 역시, 글항아리입니다. 글항아리 신간 리스트는 늘 팔로우하고 있습니다. 독자로서, 좋은 책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