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부쩍 자랐을 아이들 생각에 눈물짓다가,  친구들 단톡방에서 번개 이벤트를 열어 총 9명에게 책을 선물했다. 눈먼자들의 국가. 작년에 샀을 때보다 가격을 더욱 낮춘 것같다. 다른 책들도 눈에 들어왔지만.. 아직 안읽어서, 혹시라도 생각이 다른 이들이 거부감이 생길까봐 조심스럽다. 참으로 소심한 선택이다.

















읽고 싶어 안달이 난 <동사의 맛>. 새의감각 표지에 반해서, 파우치를 핑계로 새책 몇 권과 구간 몇 권. <상춘곡>을 매년 꺼내 읽는다는 친구 생각에 주문한 반달. 에른스트 피터 피셔의 책 <별밤의 산책자들>이 한 권 더 있는데, 제목이 땡겨서 산 <아인슈타인과 피카소...>.


 















그리고 선물 받게 될, 줄리안 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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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2015-04-1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벤트 저도 친구들에게 해 봐야겠습니다.

CREBBP 2015-04-17 13:58   좋아요 0 | URL
첨엔 선착순 3 명 이라고 썼는데. 나중에 가격보니 너무 싸더라구요. 5명으로 늘였다가, 신청자가 계속 생겨서 타임세일처럼 12시까지 신청하면 전원 당첨 으로 했어요. 평소 책 안읽는 친구들도 좋아하더군요. 좋라한다는 표현은 그렇지만 다같이 기억하고 슬픔을 동유하고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들꽃 2015-04-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먼자들의 국가살 때 이 책 이렇게 저렴해도 되나 했어요. 넘 좋은 실천을 하고 계시네요~♡

CREBBP 2015-04-17 15:24   좋아요 0 | URL
실천이라기엔 너무 미미하지요. 답글 감사합니다.
 
강한 남자의 필수 스트레칭 - 1일 7분 완벽 운동 강한 남자의 운동 시리즈
김찬오 지음 / 보누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스트레칭이 몸이 찌뿌둥할 때 하라고 개발된 것은 아니겠지만 몸이 찌뿌둥할 때에도 스트레칭을 하면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면서 피로한 부분이 자극이 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스트레칭은 운동 전후 몸을 풀기 위해 행하는 동작으로 모든 운동은 스트레칭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기본을 지킨 스트레칭은 근육에 활기를 불어넣고 신체의 활동 범위를 넓히며 운동 효과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운동에 있어 가장 염려되는 점인 근육 부상을 예방하는 데도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라고 하니, 전국민 대상 스트레칭을 강제하는 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책에 소개된 스트레칭이 필요한 다섯 가지 이유는, '1. 활성 산소를 배출하고 2. 활기가 생겨 운동효과가 올라가고 3. 유연성이 높아져서 부상을 당하지 않으며 4. 근육 결림과 통증을 없애주며 5. 운동후에 생긴 피로를 해소시킨다.' 로 요약된다.  지극히 쉽고 당연한 말인데도,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 나오는  스트레칭은 헬스 센터에 가면 본격적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으로 따라하라고 가르치는 동작처럼 매우 기본적인 동작이면서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얇지만 큼직한 사진으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설명도 있긴 하지만 사진이 단계별로 큼직하게 자세히 나와 있고 텍스트는 두줄 내외로 매우 간략하다.  요가 센터에서 배운 동작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과도 비슷하다.  요가 다닐때 배운 동작들을 가끔 생각해서 재현해보곤 하지만 다 생각도 안나고 무엇보다도 뭔가 순서대로 차근차근 해야할 것 같은데 생각나는 것만 하다 보면 한번 놓치면 건 매번 놓치게 된다. 체계적으로 나온 책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전에도 요가 책을 하나 샀었는데,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었는데 동작이 배운 거랑 다르고 너무 복잡하면서도 어려운 동작들이 많아서 잘 따라하게 되지 않았었다.  이 책은 꼭 필요한 기본적인 동작만으로 구성되어 책의 두께를 확줄였고 사진만 보고도 누구든 따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판형 자체가 크고 사진 또한 큼직하면서 책 두께 자체가 얇아서 하다 말고 자세히 들이다보기 위해 동작을 멈출 필요 없이 계속 책장을 넘기면서 한동작 한종작씩 따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동작이 몇 개 안되지만 그래도 따라하다 보면 몸의 각 부위를 골고루 자극하므로 꽤 많은 운동을 하는 듯한 느낌에 흐뭇하다. 


스트레칭은 어떤 운동 기구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근육을 스스로 크게 움직여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이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자세가 필요한데, 자주 쓰지 않던 근육을 쓰는 과정에서 제대로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다치거나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안전하다.  말보다는 사진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서 그렇고 동작 자체가 난해한 동작은 없고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들을 부위별로 소개하기 때문에 헷갈릴 일이 없어 보인다.


책의 구성은 <파트1, 기본이 확실한 핵심 스트레칭>과 <파트2 운동전후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1의 핵심 스트레칭은 어깨, 목, 등, 가슴, 허리, 골반, 허벅지, 무릎,종아리, 손목의 10가지 부위 별로 세 가지 동작들로 구성 총 30가지 동작으로 구성된다. 파트⅔의  운동전후 스트레칭 프로그램으로 조깅 마라톤,골프, 자전거, 등산, 배드민턴, 축구를 하기 전후에 필요한 스트레칭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다.


제목은 남자를 위한 스트레칭이라고 붙여져 있지만 남자 전용 프로그램은 아니며 사진은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가며 동작을 취하고 있는데, 왜 강한 남자의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지 쫌 밥맛이다. 뭐 팔굽혀 펴기 동작 같은 남자 전용 프로그램도 아니고. 목돌리기 같은 기본 동작에 굳이 강한 남자라는 말이 필요 없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운동이 부족하고 근육도 형편없는 여성들이 운동 대신 하나의 운동삼아 가볍게 할 수 있는 동작들이어서 더욱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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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4-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적으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전국민이 스트레칭하도록 강제했으면 좋겠어요 ㅋㅋ 요가장에 요즘 안 가요....방법보다는 강제력이 필요합니다.

CREBBP 2015-04-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 찬성 한 11시쯤 혹은 2시쯤 방송으로 동네방네 떠드는거에요. 자 오른팔을 올려서 왼쪽 팔꿈치에..... ㅋㅋ 안하면 벌금

Breeze 2015-04-1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에 세번하는 요가 되도록이면 안빠지려고 해요.
요가하면서 밤에 잠도 잘자고 하니까요.
집에서도 한번씩 해보자 하는데 이상하게 집에서는 시체놀이 하느라 안되더라고요.

CREBBP 2015-04-1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만 내 놓고... 오늘은 꼭 가야지.......
 
숨길을 열다 - 비염을 이해하기 위한 비염교과서
김재석 지음 / 열린시대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흔히 아무 운동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숨쉬기 운동중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숨쉬기는 심장박동과는 달라서, 맘먹고 작정하면 안쉴수도 있지만(물론 죽을 때까지 안쉴수는 없겠지만) 의식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몸이 알아서 해주는 운동이다. 요가나 명상 같은 걸 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숨쉬기를 의식적으로 하지도 않고, 숨쉬는 걸 힘들어하거나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쉽다고 말하는 것조차 웃긴 숨쉬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인 경우가 있다. 심한 비염 환자들이다. 코로 숨쉬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라는 말을 들어봤다면 혹은 해봤다면 심한 비염 환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 숨을 쉬지 못하게 되면, 입을 벌려 입으로 숨을 쉬는데, 그러면 입이 건조해지고, 비점막과 코털들로 필터링 되어야 할 공기중 불손물이 그대로 입을 통해 기도로 들어가고 말도 못하게 답답함을 느낀다. 


나 자신도 (원래 코가 많은 체질성, 알러지성)비염을 가지고 있지만, 얼마전 조카에게 콧물이 흐른다면서, 자꾸 한웅큼씩 애한테 약을 멕이는 동생을 보고 이 책을 읽어보았다. 어떤 질병이든 치료 방법만 나와 있으면 신뢰가 덜가고, 이해의 범위 내에서 간략하게라도 원인이 함께 설명되어 있으면 치료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신뢰하게 된다. 특히나 내가 가진 질병(혹은 체질), 한때는 숨못쉬고 깨어 숨쉬는 일을 일부러 해야 했던 끔찍했던 기억들과 여전히 심하지는 않지만 감기걸렸냐는 말을 자주 들으며 살면서, 비염이라는  질병을 이해하고 약화시키거나 혹은 치유하는 방법을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의학에 기반한 비염 관련 서적이다. 비염의 원인 즉 비염에 대한 한의학적 시각에서의 이해가 대부분의 내용이고 그 치료방법은 저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쓰는 처방에 대한 내용이다. 비염 치료를 위해 저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어떤 이해에 바탕을 하고 근본적인 어떤 원리로 비염을 치료하게 되는지 그 임상 경험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자주 실용적 목적의 의학서를 접하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서적에서 은밀하게 내포된 저자의 의도가 자신의 병원 혹은 자신의 조직이 운영하고 있는 클리닉을 홍보하려는 효과를 곳곳에서 발견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해당 병원에서 처방하고 있는 처방약의 명칭과 주요 처방 재료가 책에서 설명한 비염의 원인군 별로 나열된 표로 제공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처방약의 모든 원재료가 퍼센트별로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은 그 처방의 비밀은 병원만이 알고 있는다는 뜻이 된다. 물론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다른 한의원에 가서 그 책을 디밀고, 똑같은 약을 달라고 할 수도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염을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데는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호흡기의 구조와 림프계, 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가, 소화기계와 대장 등 비염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우리몸의 체계를 체질에 따라 설명을 하고 그에 따른 처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생활환경 문제, 인체 조절계, 소화기위주의 장부순환계, 호흡기 면역계의 상호 작용에 따른 광의의 면역이라는 시각으로 본 비염 발병 메카니즘으로 비염을 바라보고 각각에 대해 세부적인 설명을 각 장에 덧붙인다. 


생활환경문제는 매연과 미세먼지 같은 호흡기로 들어오는 요인 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음식과 불규칙한 식습관, 요염된 음식 등의 인체 소화기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식습관을 포함한다. 췌장은 소화액의 분비 뿐만 아니라 위산을 중화시켜주는 중탄산염을 분비함으로써 소화기 작용 및 순환을 조절하는 장기로서 췌장의 과다한 부담으로 기능이 항진되는 췌장열증과 반대의 증상인, 췌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췌장허증 모두 비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흡수는 면역계의 혼란을 유발하거나 소화기계 순환을 저하시켜 면역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p78)'는 것이다. 생활환경 문제는 또한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포함하는 인체 조절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어 스트레스, 수면부족, 피로 등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졸은 과도한 자극이 장기화되었을 때 만성피로증후군을 유발시켜 면역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p80)는 것이고, 비염은 그 면역 기능의 일부로서 이해한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나는 부신피로 증후군도 비염의 원인이지만, 특히 습성비염은 위장관 순환 장애에 의한 것인 경우가 많다고 이 책은 특히 강조하고 있다. '부교감신경의 작용저하로 인한 소화기계의 혈류 흐름 및 대사 저하로 발생되는(p187)' 위냉증은 '순환과 대사에 기반이 되는 혈류 순환의 저하 즉, 심폐 순환의 저하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림프관을 통한 체액 환류를 떨어뜨려 체액의 정체로 인한 과도한 체액 분비(콧물 등)을 유발'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또한 '맑은 콧물은 순환과 대사의 저하가 체액의 정체를 유발하여 발생한 체액의 과도한 분비 상태(p187)'로, 콧물 뿐만 아니라, 침분비의 항진, 눈두덩이 붓는 증상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 한의학은 그 증상 하나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이 되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몸의 전체적인 기능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책에 쓰인 용어라든가 구조는 서양의학의 기초적 메카니즘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를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약간의 의아한 부분은 그렇다면 치료하고 있는 한방약의 작용이 해당 증상의 기전을 정확하게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원인을 설명한 것과 동일한 문법과 어휘를 사용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췌장 열증에 의한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 췌장치료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췌장안정처방에 의한 비염 치료라는 원내 처방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성 약물인 천화분, 현삼, 치자 같은 것들이 어떻게 왜 췌장열증을 어떻게 치료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원인을 설명한 것만큼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과학'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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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아담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을 때, 발가볏겨진 자신에 대한 수치심에 대한 인식보다 더욱 저주스러운 건 먹고 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었을 게다. 이름도 비슷한 아드함이 대저택에서 허허벌판 사막 한가운데로 쫓겨냈을 때 가장 직면한 문제는 역시 먹고 사는 일이었다.  아담이 어긴 금기라는 것은 겨우, 지천으로 널린 사과 하나를 따서 깨어물은 것 뿐이었다. 아드함이 어긴 금기 역시 언젠가 알게될 유언장의 내용을 미리 훔쳐본 것 뿐이었다. 너무 심한 벌이다. 그깟 사과 한 입 베어물었기로서니, 그깟 유언장의 내용을 살짝 보았기로서니.. 금은 보화를 훔쳐낸 것도 아니고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제 아버지의 집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야 할 책임과 의무는 무시된 채, 황폐한 사막으로 쫓겨난 것이다.  


"먹고 살려고 일하는 건 가장 지독한 저주야" (p92)



지금의 잣대로 그들의 금기는 신화속에서건 소설속에서건 대수롭지 않았지만, 댓가는 한탄스럽고 저주스럽다. 먹고 살려고 일한다는 것, 아드함의 말처럼, 그리고 아담이 느꼈을 것처럼, 그것은 전 인류를 황폐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환경을 파괴하게 된 저주다. 더욱이, 이제껏 룰루랄라 먹고 마시고 사랑받고 노래부르던 아늑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등지고 혹독한 사막, 쌀 한톨 제스스로 나지 않는 바깥으로 쫓겨나는 일은 태어날 때부터 경쟁사회에 내몰려 있는 오늘날 현실의 우리들보다 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었을 거다. 


인간이고 짐승이고 태어난 이상 밥벌이의 수렁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먹고 싸는 일. 그것이 먼저고 그 다음에 다른 본성들이, 다른 고상한 취미들이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생계를 꾸리는 모든 사람들은 밥을 벌어 먹기 위해 힘겹게 아침 잠을 깬다. 빈부 차이와 지배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발생, 어쩌면 필연적으로 보이는 계급적 불평등과 폭력과 착취의 기원이 오늘날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인간의 작은 욕망에 그 원죄를 뒤집어 씌우는 신화에 의지해 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가장 무거운 죄인 살인, 카인과 아벨을 상징하는 두 형제의 엇갈린 운명과 최초의 살인 역시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후맘에 대한 까드라의 질투에서 비롯된다. 그러면 애초 왜 하느님을 대변하는 자발라위는 에두 쌍둥이 아드함의 형제중 까드리 대신 후맘만을 선택했었던 걸까. 태초, 대저택 시절부터 불평등은 존재했다. 그것이 자발라위의 뜻이고 우리 인류가 믿어 온 신의 뜻이다.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가 태초부터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창조신이건 메시아건 그 어떤 선구자도 대를 이어 계속될 수 있는 영원한 평화와 영원한 평등과 영원한 자유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이 믿고 의지해온 태고적 신화에 화석처럼 박혀져 있고,  핍박과 억압에 항거하여 만들어낸 피의 쟁취는 반세기가 지나기도 전해 전염병처럼 휩쓸고 간 망각에 의해 다시 또 그자리에 그렇게 똑같이 억압과 지배라는 층위 내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소설에서 아브라함을 상징하는 아드함의 자손들, 최초의 살인자 카인을 상징하는 까드리의 후예들이 대저택 주위에 마을을 이루며 대를 이어 살아가는 모습속에서 되돌아본다. 


자발라위는 아드함에게 모든 재산을 내어주고 대저택에 칩거한다. 자발라위의 자손들은 저택을 중심으로 마을을 이룬다. 자발라위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관재인을 중심으로, 우리동네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치한다는 명목으로, 구역을 나눠 폭력과 수탈을 업으로 살아가는 수장들이 생겨난다. 수장들끼리 싸워 수장의 수장이 생기고 수장의 수장은 다시 관재인과 협력하여 마을 사람들에게서 약탈한 재물을 나누어 가지며, 우리동네는 마약과 가난과 폭력이 만성화되고, 다만 아드함의 전설은 신화가되어 대를 이어 전해질 뿐이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자발라위 마을, '우리마을'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전설 속의 선지자들이 , 참혹한 우리마을 백성들의 삶이 대를 잇는다.  그리고, 수장과 관재인의 핍박에서  구원을 이끄는 선지자들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서와 코란 속에 등장하는 선지자와 닮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모세, 예수, 모하메드의 혁명적 구원의 일대기를 그대로 알레고리화한 선지자들이 나타나고, 그들을 구원해낸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그들은 다시 또 똑같은 핍박된 상태로 내몰린다. 


노벨상을 수상한 이집트의 작가 나지브 마흐프즈는 1952년 나세르 혁명 이후 '사회와 나 사이에 간극이 생'겼을 때, 즉, 혁명이 길을 잃고 탄압과 고문, 투옥 등 많은 모순과 오류의 그늘이 드리워졌을 때, 혁명지도자들에게 선지자의 길 아니면 폭력배의 길 둘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은지 몯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선지자의 이야기가 예술적 뼈대를 제공했지만 명백하게 이 책은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띈다. 역사는 언제나 똑같이 되풀이된다. 언제나 굶주리고 헐벗고 핍박받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고통받는 대다수 어리석은 민중이 존재하고, 또 거대한 저택과 하렘을 지키며 폭력으로 마을을 다스리며 흡혈귀처럼 마을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소수의 지배층이 존재한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선지자들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이야기하고 후세에 전하면서 유일한 희망으로 또다시 그들을 구해줄 구세주를 기다린다. 그들의 바람대로 마을 사람들을 압제의 사슬에서 구원할 선지자들이 각기 전략으로 나타나지만, 유효기간은 한 세대 뿐이다. 정의 사회 구현에 따른 피의 댓가는 망각의 저주속에 쉽게 잊혀질 뿐이다. 


마흐푸즈가 묻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답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신도 늙는다. 이집트 신화에서, 창조주 아툼은 계속해서 늙어가고 있으며, 그가 완전히 늙어 기력이 다하면 세상이 끝난다(얼마 전 실천문화사의 <세계신화여행>, 신화의 이집트편에서 읽은 내용) . 대저택의 높은 담장 속에서 자발라위 역시 늙어간다. 그의 저택 근처에서 마을을 이루고 그를 떠나지 않는 그의 후손들은 이제나 저제나 그가 모습을 나타낼까 그를 찾고 그를 기다린다.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요? 어떻게 지내시나요? 더는 존재하지 않으신 것처럼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세요? 당신의 뜻을 저버린 자들이 당신의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습니다. 비록 이집트가 이슬람 국가이긴 하나, 수천년을 이어온 신화적 가치관이 소설에 투영된 것이 아닐까 했던 것처럼,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자발라위는 소설 속에서 계속 늙어가며,  현대 과학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아라파의 침입과 오랜 심복의 살해에 대한 충격으로 자발라위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그의 자리에 올라 그가 되어야 해. 아라파는 자발라위의 죽음 이후, 스스로 마법을 써서 자발라위가 되고, 자발라위의 언약을 지켜, 우리동네 사람들을 해방시키고자 했지만, 자발라위의 살인 혐의를 알아차린 관재인에게 마법의 비밀을 제공하는 댓가로, 결국 그들과 한패가 되어, 치욕스럽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사치와 안락함을 누리다가 도망치지만, 결국 수장들에게 쫓겨 죽음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아라파가 남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가 끝까지 지키고 간직하려 했던 마법의 레서피들이다. 마법의 레시피는 이제 우리동네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이제 이 마법의 레서피, 과학은 우리동네 사람들의 종교이자 신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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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결과가 나왔다고 문자가 왔다. 대략 세어봤는데, 맞는 것 같다. 

요즘은 항상 투표결과가 추천목록에서 나온다. 

풋내기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줄 알았는데, 채택된 구병모의 소설집과 같은 득표수를 가졌다.

아자젤, 풋내기들 윌리엄 트레버, 별을 먹는 사람들.. 다 고만고만 5~6표다. 

압도적 선택의 익사, 오에 겐자부로가 기대된다. 

풋내기들, 아자젤은 주문해서 봐야겠당~


총 6표

 총 6표                          총4표                       총4표















총11표                        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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