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을 열다 - 비염을 이해하기 위한 비염교과서
김재석 지음 / 열린시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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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무 운동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숨쉬기 운동중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숨쉬기는 심장박동과는 달라서, 맘먹고 작정하면 안쉴수도 있지만(물론 죽을 때까지 안쉴수는 없겠지만) 의식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몸이 알아서 해주는 운동이다. 요가나 명상 같은 걸 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숨쉬기를 의식적으로 하지도 않고, 숨쉬는 걸 힘들어하거나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쉽다고 말하는 것조차 웃긴 숨쉬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인 경우가 있다. 심한 비염 환자들이다. 코로 숨쉬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네 라는 말을 들어봤다면 혹은 해봤다면 심한 비염 환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 숨을 쉬지 못하게 되면, 입을 벌려 입으로 숨을 쉬는데, 그러면 입이 건조해지고, 비점막과 코털들로 필터링 되어야 할 공기중 불손물이 그대로 입을 통해 기도로 들어가고 말도 못하게 답답함을 느낀다. 


나 자신도 (원래 코가 많은 체질성, 알러지성)비염을 가지고 있지만, 얼마전 조카에게 콧물이 흐른다면서, 자꾸 한웅큼씩 애한테 약을 멕이는 동생을 보고 이 책을 읽어보았다. 어떤 질병이든 치료 방법만 나와 있으면 신뢰가 덜가고, 이해의 범위 내에서 간략하게라도 원인이 함께 설명되어 있으면 치료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신뢰하게 된다. 특히나 내가 가진 질병(혹은 체질), 한때는 숨못쉬고 깨어 숨쉬는 일을 일부러 해야 했던 끔찍했던 기억들과 여전히 심하지는 않지만 감기걸렸냐는 말을 자주 들으며 살면서, 비염이라는  질병을 이해하고 약화시키거나 혹은 치유하는 방법을 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의학에 기반한 비염 관련 서적이다. 비염의 원인 즉 비염에 대한 한의학적 시각에서의 이해가 대부분의 내용이고 그 치료방법은 저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쓰는 처방에 대한 내용이다. 비염 치료를 위해 저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어떤 이해에 바탕을 하고 근본적인 어떤 원리로 비염을 치료하게 되는지 그 임상 경험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 자주 실용적 목적의 의학서를 접하는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그런 서적에서 은밀하게 내포된 저자의 의도가 자신의 병원 혹은 자신의 조직이 운영하고 있는 클리닉을 홍보하려는 효과를 곳곳에서 발견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해당 병원에서 처방하고 있는 처방약의 명칭과 주요 처방 재료가 책에서 설명한 비염의 원인군 별로 나열된 표로 제공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처방약의 모든 원재료가 퍼센트별로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은 그 처방의 비밀은 병원만이 알고 있는다는 뜻이 된다. 물론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다른 한의원에 가서 그 책을 디밀고, 똑같은 약을 달라고 할 수도 없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염을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데는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호흡기의 구조와 림프계, 내분비계와 자율신경계가, 소화기계와 대장 등 비염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우리몸의 체계를 체질에 따라 설명을 하고 그에 따른 처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생활환경 문제, 인체 조절계, 소화기위주의 장부순환계, 호흡기 면역계의 상호 작용에 따른 광의의 면역이라는 시각으로 본 비염 발병 메카니즘으로 비염을 바라보고 각각에 대해 세부적인 설명을 각 장에 덧붙인다. 


생활환경문제는 매연과 미세먼지 같은 호흡기로 들어오는 요인 뿐만 아니라 인스턴트 음식과 불규칙한 식습관, 요염된 음식 등의 인체 소화기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식습관을 포함한다. 췌장은 소화액의 분비 뿐만 아니라 위산을 중화시켜주는 중탄산염을 분비함으로써 소화기 작용 및 순환을 조절하는 장기로서 췌장의 과다한 부담으로 기능이 항진되는 췌장열증과 반대의 증상인, 췌장의 기능이 저하되는 췌장허증 모두 비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흡수는 면역계의 혼란을 유발하거나 소화기계 순환을 저하시켜 면역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p78)'는 것이다. 생활환경 문제는 또한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포함하는 인체 조절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어 스트레스, 수면부족, 피로 등에 의해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졸은 과도한 자극이 장기화되었을 때 만성피로증후군을 유발시켜 면역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p80)는 것이고, 비염은 그 면역 기능의 일부로서 이해한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나는 부신피로 증후군도 비염의 원인이지만, 특히 습성비염은 위장관 순환 장애에 의한 것인 경우가 많다고 이 책은 특히 강조하고 있다. '부교감신경의 작용저하로 인한 소화기계의 혈류 흐름 및 대사 저하로 발생되는(p187)' 위냉증은 '순환과 대사에 기반이 되는 혈류 순환의 저하 즉, 심폐 순환의 저하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림프관을 통한 체액 환류를 떨어뜨려 체액의 정체로 인한 과도한 체액 분비(콧물 등)을 유발'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또한 '맑은 콧물은 순환과 대사의 저하가 체액의 정체를 유발하여 발생한 체액의 과도한 분비 상태(p187)'로, 콧물 뿐만 아니라, 침분비의 항진, 눈두덩이 붓는 증상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 한의학은 그 증상 하나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이 되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몸의 전체적인 기능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책에 쓰인 용어라든가 구조는 서양의학의 기초적 메카니즘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를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약간의 의아한 부분은 그렇다면 치료하고 있는 한방약의 작용이 해당 증상의 기전을 정확하게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원인을 설명한 것과 동일한 문법과 어휘를 사용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췌장 열증에 의한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 췌장치료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췌장안정처방에 의한 비염 치료라는 원내 처방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성 약물인 천화분, 현삼, 치자 같은 것들이 어떻게 왜 췌장열증을 어떻게 치료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원인을 설명한 것만큼의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과학'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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