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밖에 없어 짧은데다가 구정과 졸업식 등등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책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여행중에는 내내 이북을 끼고 다녔지만, 막상 쪼가리 시간이라도 내어 책을 읽을만한 여유가 없었구요. 생각해보니 최근 제 독서 경향이 문학 쪽으로 치우치는 겁니다. 제가 에세이와 시를 잘 안읽는 편이라 문학이라고 하면 주로 소설인데 소설을 많이 읽는 것은 제 독서 패턴에 약간의 우려를 낳습니다. 몇일 전 모 블로그 이웃님을 만나서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소설은 읽고 나서 얼마간 숙성 기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소설을 읽을 때 그 스토리와 문체 등 그것 자체만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 급급한 나머지, 그 소설이 남기는 어떤 여운 같은 것을 바로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의 삶을 곱씹고, 의문을 제기하고, 이해하고, 통찰하고, 하는 일련의 시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런 종류의 사유들은 낯선 어떤 허구적 삶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비추는 과정과 같습니다. 그것은 책을 읽는 동안보다는, 그 책을 읽고 나서, 아쉬움에 빠져 책을 덮고 난 후, 걷거나 운전하거나 잠자기 전이나 혹은 때로 설겆이를 할 때처럼 느닷없이 갑작스레 두뇌를 강타하기도 합니다. 스쳐지나가는 많은 생각들, 백일몽들 속에서 소설의 어떤 장면들과 연결되는 암시와 생각 뭉치들을 통해 사유의 세계는 넓어집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것은, 훔치고 싶은 작가의 매력적인 문체들과 복잡한 서사 뿐만이 아니다 라고. 각자 그 소설이 글자 밖으로 나와서 내 삶의 언저리들을 배회하면서 희미하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작은 관계성에 주목하면, 더 나은 독서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게 제가 이제껏 소설과 비소설류를 구분해서 읽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모 이웃님은 저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약 1달간) 책을 소화시킨 후 리뷰를 쓰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요즘 제가 왜 리뷰쓰기가 점점 싫어지고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이유는 너무 많이 읽는다는 거죠. 소설을...하나의 소설을 읽고 나서 그것을 소화하기도 전에 다른 소설을 시작하면, 먼저 읽은 소설은, 기억의 모퉁이에서 빠르게 사라져버립니다. 그것의 여운이 생기기도 전에 얼렁 리뷰를 써야지 라는 생각으로 부랴부랴 리뷰를 쓰게 되면 소설이 품고 있는, 어쩌면 조금 더 마음에 가두고 두었다면 포착했을 지도 모를 통찰을 얻을 기회를 잃습니다.


이렇게 옆길로 흐르니, 돌아설 길이 막막한데, 그럴 때는 그냥 돌아가는 길을 못찾아 헤매는 것 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낫겠습니다. 흠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소설을 주로 읽었다. 리뷰 쓰기도 점점 게을리하게 되더라. 그것입니다. 그래도 정리해봄니다. 


읽은 소설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단눈치오의 <쾌락>, 엘리너 캐넌의 <루미너리스 1,2>, 주제 사라마구의 <카인>, 조이스 캐럴 오츠의 <그들>입니다. 1월과 2월 사이에 <적과 흑>도 읽었군요.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앨리너 캐넌 <루미너리스>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인생에 남을 최고의 책입니다. <루미너리스>는 초반에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제각기 스토리를 가지고 나와서, 좀 힘겹게 보기 시작했는데, 중반 이후로는 고속도로처럼 쌩쌩 달릴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는데, 미스터리가 풀리는 과정이, 기존의 장르 소설과는 매우 다르게 풀렸습니다.


 

 

 

 

 

 

 

 

 

 

 

 

 

 

스탕달 <적과흑> ★★★★

단눈치오 <쾌락> ★★★★

주제 사라마구 <카인> ★★★★

 

오래전부터 미뤄두고 읽지 못했던 <적과흑>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었고, 무엇보다도 열린책들 판본의 선택이 후회스럽지 않았습니다. 데카당스적 분위기의 <쾌락>은 귀족들의 호화롭고 쾌락적 삶과 사랑과 가치관들을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카인>은 신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들이 매우 유쾌하게 읽히는 책입니다. 세 개의 책 중 가장 잘 읽히고 짧고 또 재미있었습니다.

 

<그들>은 작품으로서의 가치 자체보다는 읽기가 힘겨웠다는 평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현대 소설의 난해함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가 그들, 지금은 완전히 망해버린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한 때 번성기를 지나는 동안 세대를 교체하면서 겪은 교육받지 못한 서민들의 쓰레기같은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면에 대해, 교육받고, 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습관화된 우리로서는 너무나도 생각의 갭이 커서 이해불가한 면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작품적으로 볼 때는 큰 의미가 있겠으나, 일반적인 독자 입장에서는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디트로이트의 하층민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 이상은 말이지요.  


 

 

 

이언 스튜어트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

아담 로저스 <PROOF> ★★★★

라파엘 오몽 <부엌의 화학자> ★★★★


 

 

 

 

 

 

 

 

 

 

 

비소설류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술꾼들의 책 <PROOF>, 그리고 <부엌의 화학자>입니다.   <리 컬렉션> <스페이스 크로니클> <셜록홈즈, 기호학자를 만나다> <눕기의 기술> <교양인을 위한 수학사 강의> <우주의 여행자>도 읽었는데, 이 중 리뷰를 아직 못쓴 것과 썼는데 못올린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도 드디어 읽었습니다. 그가 전하던 메시지 못지 않게 우아하고 유려한 문체가 아직까지 길게 여운으로 남는군요. 리뷰를 아직 안올려놓았지만 제가 이해를 제대로 못해서 그렇지 <교양인의 수학사 강의>가 그 중 가장 좋은 책이라고 여겨져서 별 만점을 주었습니다. 이제까지 몇 개의 수학사 책을 읽어보았는데, 구성과 내용면에서 가장 알차다고 느껴졌습니다. 생각보다 약간 별로인 책은  <셜록홈즈, 기호학자를 만나다>와 <눕기의 기술>이었는데, 전자는 관련된 분야를 연구한 학자들의 논문을 묶은 것이라 내용이 학술적이고 딱딱하고 물론 관점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 중복되는 부분도 있어서였고, 후자의 경우 눕기 보다는 잠자기에 치중되어 있고, 온갖 잡다한 눕기에 관한 자료들을 성찰 없이 나열한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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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 2016-03-0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기네스님 정말 책 많이 읽으셔요. 고속도로처럼 쌩쌩달릴 수 있는 <루미너리스>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CREBBP 2016-03-03 00:03   좋아요 0 | URL
제 경우 앞부분이 좀 막혔어요. 서울 수도권 빠져나갈때처럼 말에요. 고속도로에서도 과속 주의해야 된다는 ㅎ.

비의딸 2016-03-0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을 밀고계시다는 댓글을 따라 여기 왔어요.. 인생에 남을 최고의 책이라고 추천하신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얻어갑니다~

CREBBP 2016-03-03 15:43   좋아요 0 | URL
뭔가 새로운 형식이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완전 강추에요~

에이바 2016-03-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 권을 오래 두고 숙성시켜 내 것을 만드는 시간이란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필요성은 아는데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게 안타까울 뿐... ㅜㅜ

CREBBP 2016-03-04 16:42   좋아요 0 | URL
책을 너무 많이 겹쳐 읽어도 깊이있게 내용을 생각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 같아요.
 
우주의 여행자 - 소행성과 혜성, 지구와의 조우
도널드 여맨스 지음, 전이주 옮김, 문홍규 감수 / 플루토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왕자가 온 별 B612은 아주 작은 소행성이어서, 의자를 조금만 움직여도 해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해지는 풍경을 좋아하는 낭만주의 어린왕자는 때로, 하루에 40번의 일몰을 본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린왕자의 행성에서 하루는 얼만큼일까? 소행성의 자전 주기는  짧게는 30초 미만에서 길게는 몇 주에 이른다고 한다. 보통 지름이 150미터 이상인 소행성은 자전주기가 두시간 이상이지만 그보다 작은 소행성은 대개 두 시간보다 짧고 위성까지 거느린다. 그 이유는 조금 설명이 필요한데, 대개의 소행성들이 느슨하게 결합된 소행성인데,  너무 빠르게 돌면 암석들이 떨어져 나가 다시 그 모 소행성을 공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왕자가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으면 하루에 11번 정도의 해지는 풍경과 해돋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소리다.


그 작은 별에서 어린 왕자는 화산의 분화구를 매일 청소해주었다. 애석하게도 실제로 소행성에서 화산 분화구가 있는지는 이 책에 나와있지 않다. 다만, 혜성과 소행성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단계, 즉 소행성이 이런 저런 행성의 대기와 충돌한 후, 에너지를 내고, 지표 물질들이 날아가고 내부 물질이 흘러 나오는 등의 현상들을 생각해본다면 화산이라는 것은, 철새들의 이동을 따라 지구로 왔다는 것만큼 그리 황당한 아이디어는 아닌 듯하다.

 

소행성을 낭만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린왕자가 떠오를테지만, SF 영화에서 주로 만나는 소행성은 지구를 위협하는 근지구천체(Near Earth Object : NEO)다. 이것들은 태양계를 이루는 천체들 사이의 공간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것들이다. 근지구천체에는 암석으로 된 소행성, 먼지 덩어리들이 얼음을 감싸고 있다가 표면활동을 일으키며  꼬리를 남기며 소멸해가는 혜성이 대표적이고 그 밖에도 유성체, 유성, 화구 , 운석 등이 있다. 왜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소행성이 자주 등장하는 지는 우주에는 근지구천체가 엄청나게 많고, 그것들이 공룡을 멸망시켰듯이 언젠가 지구에 와서 부딪치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지구천체 갯수를 셀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지구에 얼마나 위협이 되느냐 하는 건데, 당연한 사실이지만, 크기가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위험하다. 충돌로 인한 국지적인 피해가 아닌, 전지구적인 인류 존재에 위협이 될만한 천체의 크기는 1~2 킬로미터로 분류된다.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 밝혀진, 크기(지름)가 1킬로미터 이상되는 근지구천체의 개수는 약 천개 정도다. 반면 여전히 국지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30미터보다 큰 것은 100만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행성과 혜성을 비롯한 근지구 천체가 공전 주기 중 지구에 충돌하게 될 위협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태초에 아무것도 없는 지구에 생명을 가져다 준 것도 이들이다. 46억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의 열적 화학적 환경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 것도 근지구천체들이다. 지구는 형성 초기 5만년에 화성만한 천체가 충돌했고, 파편들이 다시 지구 궤도에 진입해 뭉쳐져 달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인데, 이 때 충돌로 지구 표면은 모두 녹았고, 표면에는 산소는 물론 물도 유기물 분자도 없이 지옥같은 환경이었다. 그 거대한 충돌이 일어난 45억년 전과 후기 대충돌기 끝자락이던 39억년 사이에 원시적 단세포 생명이 생기게 되었다고 추정된다. 이 때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원시 대기는 수증기와 질소,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큰데, 이러한 대기의 기본 물질들은 아마도 지구 내부로부터 그리고 충돌하는 근지구소행성과 근지구 혜성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라는 것이 최근 학계의 추측이라고 한다.  


학계는 떨어지는 운석 파편과 소행성 파편을 분석해 살아있는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 같은 유기화합물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반면 공룡을 멸종에 이른 6500만년 전의 K-T 대멸종은 10킬로미터급 소행성과의 충돌과의 관계가 드러났고, 그 밖에도 2억 5천년전 페름기와 트라이아스 사이의 대멸종의 원인도 이제는 증거가 사라지게 된 해저상의 소행성 충돌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근지구 천체는 1천개 정도라고 했지만, 이 밖에도 엄청나게 많은 물질이 우주로부터 떨어지고 있다. 100톤이 넘는 물질이 근지구천체에서 떨어져 매일 지구를 강타하지만, 대부분은 너무 작아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살아남지 못하고 먼지와 작은 돌멩이가 된다. 그러나 지표에 충돌할 가능성이 적은 , 30미터에서 100미터 사이의 석질로 된 근지구천체는 지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충격파를 만들고, 100미터보다 큰 석질 천체는 대기권을 뚫고 땅에 부딪히거나 바다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커다란 근지구 천체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대기권에 들어온 천체가 원형 그대로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폭발폭풍에 의한 강풍과 열파동, 지진이 발생하고,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다가 재진입하는 뜨거운 충돌 분출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고, 먼지와 재가 방출되면 산성비가 내리고, 오존층이 심각하게 손상되며, 대기는 먼지와 재로 불투명도가 심화되어 마침내 광함성이 멈추고 충돌에 의한 겨울이 닥친다. 광합성이 차단되어 식물은 물론이고 식물에 의존하는 동물들도 모두 죽는다. 이것이 전형적인 지구 재앙 시나리오다.

 

다행이도, 근지구천체의 대부분이 발견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발견될 것이며, 또 발견된다 하더라도, 이것들의 궤도를 바꿀만한 기술이 축적되어 가고 있다. 근지구소행성이 발견하고 추적하는 기술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계속 잘 발달되어 왔고 궤도 변경을 위한 현실적인 계획도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것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리의 세대에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다행이다. 과학자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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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미리 해놓는 의미에서 미리 후보작들을 골라담는다. 3/5일 이전에 수정해서 5개 추릴 예정 


1. 기대되는 윤대녕의 신작 장편















2.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 이 책이 제일 관심간다. 저자의 명성에 대해서는 이제껏 나만 모른듯. 모두들 잘 알고 있는 분위기. 책 제목이 자기계발서 같은데, 책의 내용 역시 자기개발서 형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3.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20세기 미국 문학 강의에서 <위대한 개츠비>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히는 작품이자 모던라이브러리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영문소설 100선' 중 24위에

(나의 편견에 의하면 이런 표지의 책들은 대체로 재밌다)











4.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라틴아메리카 문학. 생소하니까 읽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폭력적인 소설을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지만. 출판사 소개글에서 따온 줄거리는 이렇다.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공동체의 비극과 맞물려 추락해가는 개인의 삶과 사랑이 애절하게 그려져 있다.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남자의 죽음과 그 남자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또다른 남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콜롬비아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 그 그늘을 피해갈 수 없는 개인의 운명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 그리고 그 운명은 “이 이야기가 동화에서처럼 이미 과거에 일어났지만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명징하게 인식하면서 얘기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라고 소설 도입부에도 드러나 있듯이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콜롬비아 사람 전체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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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신간평가단 추천도서.



다음은 보너스

이 책은 이미 읽었으므로, 이번달 신간 추천 5편에서는 빼지만. 안읽은 독자들에게는 왕추천 















감명깊게 읽은 <다섯째 아이>의 도리스 레싱의 중편 3편이 실린 작품집.


이 책 역시, 가까스로 손에 넣을 기회가 생겨서, 이달의 신간평가단에서는 제외하지만, 가장 기대되는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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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03-0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락하는 모든 것들은 3월이요 ㅜㅜ 저도 읽고 싶어서 보았는데...

CREBBP 2016-03-05 00:38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지워야겠네요
 
저지대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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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계에서 <혼자있는 시간의 힘>이라던가, 때로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든가 하는 제목의 책들이 대세다.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필요성과 자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건지 반대로 서점계가 대세를 만들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그 고요한 시간에 대한 필요가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홀로 있는 시간을 떳떳하게 주장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결론 내려본다. 1년 넘게 전에 읽은 책을 소환한 문장은 이것이었다. 


고립은 자체적인 형태의 교제를 제공했다. 자신의 방의 믿음직한 고요, 저녁의 변함없는 정적,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게 될 것이며 어떤 방해도 어떤 뜻밖의 일도 없을 것이라는 약속 등이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들은 날마다 하루가 끝날 무렵에 그녀를 반겨 맞았으며 밤이면 그녀 곁에 조용히 누웠다.376


얼마전에 <스토너>를 읽을 때도 그녀를 떠올렸었다. 책은 3인칭 시점이지만 가우리의 남편 수바사의 시점에서 주로 쓰였다. 가우리는 수바사의 아우 우디얀과 결혼했던 여자다. 형제는 정치적으로 혼란한 60년대 인도 캘커타의 한 마을에서 자랐는데 형 수바사는 순종적이고 책임감있는 <스토너>의 주인공과 같은 성격이지만 아우 우디안은 열정적이고 자주적이며 매력적인 성격으로 가우리와 사귀다가 결혼을 하지만, 혁명을 꿈꾸었고, 새신부 가우리와 뱃속의 아이를 홀로 남긴채 경찰에 쫓기다 저지대 늪에 숨어 숨진다. 우디안이 죽고, 가우리가 집으로 오자 자신의 부모는 가우리를 학대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가우리를 쫓아낼 것임을 알고, 가우리와 결혼하여 미국으로 떠난다. 


수바시는 아우가 죽기 전 가우리를 감히 탐낼 수도 없을만큼 지적인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아우가 죽자 물론 아우의 아이, 아우의 여자에 대한 존중과 책임으로 결혼하지만, 그 역시 그녀와의 행복을 꿈꾸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른 나이에 씻지 못할 상실을 경험한 그녀는 형 수바시에게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죽고, 아기는 뱃속에 있었고, 의탁할 곳 없는 그녀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은 자신과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죽은 남편의 집에서 차가운 눈총을 받으며 아이를 낳을 때까지 캄캄한 어둠을 견디는 것 뿐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수바시는 아우의 죽음을 전해듣고 죽음 같이 음울한 상실의 집에서 가우리를 데려온다. 아우가 죽던 때부터 시간은 멈췄다. 수바시의 노력으로 가우리를 상실의 늪에서 건져올릴 수는 없다. 그만큼의 시간과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녀는 점점 책과 학문의 세계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수바시가 다니는 대학의 도서관을 이용하다가, 차츰 청강을 하고, 그러다가 진짜 공부를 하게 되고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세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세계에 침잠하면서 그녀의 딸 벨라를 등안시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우의 딸이자 자신의 딸이고 또 가우리의 딸이기도 한 벨라를 혼자 두고 강의를 다니거나 도서관을 다니는 것을 안 수바시는 크게 노하고 처음부터 아무 것도 아니었던 둘의 사이는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닫는다.<스토너>를 읽을 때 답답했던 것처럼, <저지대>를 읽을 때에도 여자가 조금만 마음을 열고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자의 깊은 상실과 두 남자의 차이, 그리고 결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설레는 사랑을 대신할 수는 없을 인간의 감정을 알기에 여자를 이해할 수도 있었다.


어떠한 전망도 하기 힘든 현재의 순간만이 그녀의 이해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것은 자신의 어깨 바로 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같은 것이었다. 시야에 생긴 공백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는 눈에 보였으며 감긴 실이 풀어지듯 계속 풀려 나갔다. 그녀는 그 미래에 눈을 감고 싶었다. 자기 앞에 놓인 날과 달들이 끝나 버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자신의 남은 생애는 계속해서 현재가 되어 나타났고 시간은 끊임없이 증식했다. 그녀는 자신을 의지와는 반대로 미래를 예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오늘 하루가 다음날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열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날로 이어 질 거라는 확신과 결합된 열망이었다. 그것은 숨을 참고 멈추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우다얀이 저지대 속에서 그렇게 하려고 했었던 것처럼.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녀는 숨을 쉬고 있었다. 시간이 가만히 있으면서도 동시에 흐르는 것처럼. 그녀가 자각하지 못하는 몸의  다른 어떤 부분이 산소를 빨아들이며 그녀를 살아 있게 만들었다.179


시간은 물리적 세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마음의 이해력 안에 존재하는가? 시간은 오직 인간만이 인식하는가. 어떤 짧은 시간이 몇 시간이 되는 것처럼 부풀려지고 1년에 해당하는 긴 시간이 단 며칠로 줄어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짝을 잃거나 먹잇감을 죽일때 동물도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가.

힌두 철학에서는 신 안에 과거 현재 미래의 세 시제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다. 신은 시간을 초월하는 존재이지만 시간은 죽음의 신으로 인식되었다 241



바로 그날 그녀는 드루에게 자신의 엄마에 대한 진실을 얘기해 줬다. 엄마는 떠났으며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한 사람과 같이 있기를 피해온 이유이고 한 장소에 정착하기를 피해온 이유라고 말했다.중략. 그가 찾는 것을 자신이 그에게 줄 수 있을지 알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 477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가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과 1년에 500파운드의 정기적인 수입이라고 했다. 자기만의 방을 가지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없으면 돈을 벌어오는 남자와 방을 공유해야 한다. 소설에서 여자는 남자의 돈을 사용하며 남자와 남자의 형과 자신의 아이를 방치하고 혼자만의 방을 소유한다. 그러므로 끝은 결론은 정해져 있다. 공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것이 받아들여질 리가 있는가, 그러나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뱃속의 아이 때문에 죽은 남편의 형과 결혼해 이민 온 그녀가 수동적으로 던져진 삶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런 환경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여자에게 글을 쓰려면 정기적인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스스로 방세를 낼 수 있는 정기적인 수입을 가질 수 있는 길을 가는 게 아니었을까. 그것을 위해 그녀가 한 선택은 사회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니기적이었고, 남편은 그녀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러한 선택은 또한 둘 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게 문제다. <스토너>에서 십대의 딸이 임신을 하고 이른 나이에 떠밀리듯 결혼을 하여 남편을 잃고 중독자가 되는 것처럼 그녀와 죽은 남편 사이의 딸, 그리고 현재 남편의 가장 소중한 딸이자 생조카인 벨라 역시 자신의 부모가 가진 상처들을 고스란히 전달받는다. 부모와 우디얀, 수비야 그리고 벨라에 걸쳐 모든 사람들 각자의 삶, 각자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지만 우디얀의 죽음이 잔잔한 물속에 던진 돌멩이처럼 파장이 되어 오래도록 대를 이어 넓게 그 불행을 퍼뜨린다. 개인의 비극은 자주 역사의 비극 속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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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을 어디서 살까? 크레마 카르타 때문에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나는 휴대폰 앱의 편리성에 따라, 즉 업그레이드 때마다 달라진 앱의 기능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킨다. 알라딘 앱이 예스24 앱 보다 좋은 점 중 엄청 뛰어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공유 기능이다. 알라딘에서 책을 사면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이북 앱을 통해 편리하게 텍스트를 에버노트나 밴드, 카톡, 기타 등등 모든 공유 가능 앱으로 변환해서 가져올 수 있다. 물론 글자 수의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책처럼 랜덤하게 뒤져 볼 수 있기가 불편한 전자 매체의 특성상,텍스트를 복사해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은 전자책의 랜덤액세스 시간의 지연이라는 불편을 상쇄해줄 만큼 편라한 기능이다. 그런데 예스24에서는 정책상인지 아니면 기술력을 부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공유 정책이 매우 제한적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말고는 공유가 안된다. 조금 전 트위터와 페북 인증을 하고 공유를 해 봤는데 트위터는 140자에 예스24 관련 문구까지 합해서 공유할 수 있는 텍스트 글자수가 정말 몇자 안된다. 

페이스북에 해 봤는데 꽤 긴 텍스트가 공유되는 것까지는 맞는 거 같은데 텍스트가 보이지 않는다. 공유된 텍스트는 예스24표시와 책정보 밑에 감추어져 있고 그걸 보려고 클릭하면 글보기가 안되고, 예스 24 상품 페이지로 이동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낚시다. 페북앱으로 하거나 컴에서 하면 다를 지 모르지만 모바일 브라우저 상의 페북 웹에서는 그렇다.

꼼수는 페북에서 지원하는 공유 기능과, 안드로이드의 텍스트 선택 공유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패북 모바일 웹 버전이라도 될 건 다 된다. 공유하기 누르면 이북에서 페북으로 보낸 텍스트가 나타나고, 이 때 텍스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수정모드가 열린다. 이를 이용하면 안드로이드 상의 일반 앱의 공유 기능을 풀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에버노트로도 간다. 

이북을 살 땐 늘 예스와 알라딘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데 각 앱이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예스 앱은 읽어주기 전용 TTS모듈을 탑재해서 눈아플 때, 차에서, 잠들기 전에, 설겆이할 때 유용하다. 알라딘은 공유기능이 좋다. 둘다 사용상의 불편이 있을만큼 끔찍한 버그 역시 있다. 주로 읽어주기 기능에서다. 그건 개선될테니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내 경우는 대개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1,000원 혹은 2000원 적릭금에 낚인다. 팔아먹지도 못할 책, 누구 빌려주지도 못할 책, 형체도 없는 책의 컨텐츠만 사는데 70퍼센트 가량을 내는 건 이북 독자를 호구로 아는 처사지만 분개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텍스트를 편하게 기록하고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이것들이 모이면 정신적 자산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조금은 위로가 된다. 여기서 부록으로, 에버노트 이용 팁 하나 : 여러개의 쪼가리 노트를 멀티 선택해서 합치기하는 기능이 있다 이를 이용하면 읽다가 하일라이트해서 아무렇게나 에버노트로 쌓아두었던 쪼가리 텍스트들을 골라서 제법 묵직한 문서(기록, 메모) 하나를 뚝딱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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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6-02-29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 이북 적립금 많이 뿌리던데, 그것도 그거지만, 일단 가격을 조금 더 낮췄으면 좋겠어요. 지금 가격은 가격적인 매력이 있다고 하기도 그렇고, 없다고 하기도 그렇고..애매합니다. 다양한 책이 더 출판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구요. 읽을 만한 책도 너무 없어요. 아무튼 좋은 팁을 배워갑니다.

CREBBP 2016-02-29 21:50   좋아요 0 | URL
예스에서는 매달 크레마머니을 삼천원씩 주고 뭐 이런저런 거 누르라믄 대로 물러 천원 이천원 적립금 주고 하면 한권씩은 반값 이하로 살 수 있었는데 그 제도가 없어졌어요. 뭐 정가제 위반이라나 어쨌다나... 드래서 사실 일이천원 적립금 만기되어 가면 고민이 많이 돼요. 이북으로 샀다가 너무 좋은 책들은 다시 또 종이책 갖고 싶어지거든요. ㅠ.ㅠ

맥거핀 2016-02-29 22:01   좋아요 1 | URL
저는 그냥 천원, 이천원 있을 때는 살림지식총서를 사고는 합니다.(책홍보는 아니고요, 그냥 이것저것 잡지식이라도 많이 알아두면 세상사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근데 요새는 꼭 그거 아니더라도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어째 더 많이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자책과 종이책이 같이 있을 때는 전자책을 많이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서평단 도서 <그들> 같은 거도, 전자책으로 있으면 좋을텐데..가지고 다니면서 보는데 너무 무거워요.

은평구시골쥐 2021-05-06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님 ㅠㅠ

안녕하세요. 전 노트북이랑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알라딘 이북을 이용중인데요. 이상하게 ‘공유‘기능이 없어요 ㅠ. 저만 그런건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