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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은, 전문가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하고 궁금해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한달에 한편 맘놓고 영화 보기도 힘든 시절인데 20여년 전에는 영화 잡지를 참고해가면서 영화를 볼 때가 있었다. 지금도 영화는 못보더라도 영화평은 가끔 보면서 리스트를 작성하곤 하는데 제일 많이 참고하는 분이 이동진 님이다. 사실 이 책도 이동진 님의 ‘밤은 책이다‘ 라는 책에서 제목만 보고 많이 궁금했던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김언수 작가님의 ‘뜨거운 피‘를 읽다가 생각나서 읽게 되었다.
정말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청부살인업자들의 이야기인데 , 느와르라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좀 그렇고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긴박함이나 쪼이는, 숨 죽이게 하는 그런 분위기는 없다. 하지만 시키는대로 아무 의문없이 살아가던 주인공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빨간 약처럼.
설계자들이 정해놓은 방법에 따르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는 그 부분. 주인공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 감정에 대해 문득 궁금함을 느끼는 순간.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예전처럼 살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혼란스러움을 정리하는 건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 의문을 놓지 않고 계속 가는 것. 그것이구나 하는 생각.
내게는 아주 의미있는 소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