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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7년 1월
평점 :
저자는 정말 아프로헤어를 했기 때문에 퇴사를 한 것일까? 책 소개 글을 보면서 튀는 행동 때문에 회사를 나가게 된 이야기를 상상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30여년간을 회사인간으로 살아오면서, 회사와 나를 동일시 하고, 사회구조도 회사인간과 나머지로 구분하는 일본에서, 멀쩡히 잘 다니는, 앞으로 더 다닐 수 있는,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는 회사를 자발적으로 나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일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당장의 의료보험을 걱정해야 하고, 집을 얻기위해 보증인을 내세우는 것과, 왜 집을 옮기려 하는 지 영문도 모른채 부동산 직원에게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모습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확실히 볼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자의로 혹은 타의에 의해서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요즘 같은 시절에는 늘 퇴사 이후를 준비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고, 회사를 그만 두고 나서도 많은 시간들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퇴사 이후의 생활은 천국도 지옥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창업이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고, 젊어서 부터 꾸준히 은퇴 이후의 경제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저자도 이야기 하듯이, 경제 생활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수입이 없는 상태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보면 '정말 가능할까?' 싶다가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당장 옷장을 열어보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책장과 가전제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절약과 인내의 삶이 아니라 그래도 행복하게,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법 - 엄밀히 말하면 지금보다 적게 쓰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이 대단해 보였다.
물론 대기업을 다녔고,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적지 않은 퇴직금과, 혼자 살기 때문에 이런 저런 관계에서 오는 문제가 남다를 수 있지만, 은퇴 이후의 삶이 단순히 얼마를 모았고, 얼마를 쓰면서 살아야 하는가 와 같은 경제논리로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하는 것 같다.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 '회사와 나'의 관계, '나와 일'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가져가면서 '나의 삶'을 다시 찾아내는 모습은, '어쩔 수 없이 다니는 회사, 주는 만큼 일하자'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는 나를 다잡게 한다. 일단은 적극적으로 일에서 배우지만 일이, 회사가 내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하고, 같이 성장하는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이렇게 가볍게 보이는 책에서도 느끼는 것이 참 많다. 무작정 퇴사를 권하는 책이 아니다.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