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 하염없이 재밌고 쓸데없이 친절한 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
정지영 지음 / 더블: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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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말처럼 이전에 읽었던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과 많이 비슷하지만 또 다른 책.  순례자의 길로 유명한 산티아고나 '와일드'의 배경이 었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처럼 안나푸르나도 관련 여행기가 많은 편이다. 하나같이 그 어렵고 힘든 길을 왜 걷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어왔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맘에 와 닿은 부분은 '여행을 다녀오면 삶이 갑자기 변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부분이다. 유명 포털에 여행 카테고리가 등장하고, 매일마다 '떠나세요'라는 유혹의 문구가 등장하는 시절이다. 여행을 통해서 삶을 바꿨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책을 출판하고, 하루 이틀, 일주일이 아니라 몇 년의 시절을 '노마드'로 떠다니는 청춘들도 부지기수인 세상이다. 다들 하나같이 여행이 내 삶을 바꿨다고 말하는 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을 조금씩 달라진다.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지만 돌이켜 보면 수 많은 굴곡을 겪으면서 지금에 다다라 있는 것이 인생이다. 각자의 인생에는 나름이 이야기와 드라마가 있다. 여행을 가던 가지 않던 인생을 자기가 경험하고 느끼는 많큼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좀 더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벼운 여행에서도 낮선 도시, 새로운 문화가 주는 그런 느낌이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드는 가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다 읽어보면 왜 제목에 밀크티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뭐 다 읽지 않더라도 저자는 자신의 밀크티에 대한 '사랑'을 가감없이 표현한다. 내 성격상 안나푸르나는 내가 제일 마지막에 가게 될 여행지가 되겠지만, 이렇게 생생한 여행기를 읽는 것 만으로도 아주 조금은, 그곳을 걷는 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생생한 여행기가 주는 장점이다. 


감상에 치우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과 글'이 있는 아무 내용도 없는 여행기들이 범람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여행만이 특별하기 때문에, 남겨질 가치가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거기에는 진짜 여행이 담겨져 있지 않다. 모든 여행이 그렇게 아름답고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여행기란 무릇 이런 게 아닐까? 읽다보면 에피소드마다 '나라도 그랬을 거야', 혹은 '나라도 그랬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여행을 가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말로 치장된 책보다 이렇게 작가의 땀과 호흡이 느껴지는 책이 좋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어디든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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