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 - 주택과잉사회 도시의 미래
노자와 치에 지음, 이연희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인구감소로 인한 빈집들의 향연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가깝고도 먼 나라의 이야기들은 같으면서도 다르지만, 이내 그들의 사회적 유형이나 유행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몇 번의 해를 지나야 들어오던 것들이 이제는 불과 1~2년의 시간도 걸리지 않고 빠르게 우리의 식탁 앞에 이야기의 주제로 논의 될 때가 많다. 몇 해전만 해도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산 중산층들이 빛더미에 무너져 집도 잃고, 사람도 잃어버리는 사태를 미국의 많은 세례로 읽었다면, 도시계획학자인 노자와 치에의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는 인구감소로 인해 점점 빈집이 많아많아져 나중에는 도시 전체가 무너진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책이다.


작년 이맘 때쯤 레나 모제와 스테판 르멜의 저작인 <인간증발>을 통해 1989년 도쿄 주식시장의 급락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과 경기 침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스르르 사회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를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그려 실감나게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았다. 우리나라와 거리 상 가깝지만 마음의 거리가 먼 일본의 여러모습을 통해 좋은 것들과 좋지 않는 것들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좋은 점 보다는 좋지 않는 경제와 사회적인 모습들이 유행처럼 번져와 우리나라의 사회로 깊숙히 자리잡곤 한다. 일본의 많은 지식인들이 일본의 병폐에 대해서 쉼 없이 진단하고, 고칠 것을 권유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쉬이 고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사회 속의 고질병들이 마치 돌림병이나 되듯이 이웃나라에게도 거침없이 그들의 모습들과 같은 판박이로 사회에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택 과잉 사회: 주택 수가 세대수를 크게 웃돌고 빈집이 점점 늘어나는데도 미래 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거주지가 아닌 땅들을 무분별하게 택지로 개발해서 주택을 대량으로 신축하는 사회 (p.5)


TV를 틀었다 하면 뉴스에서 인구 감소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뉴스로 나오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속도가 다른 만큼 정부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플랜이 달라질 뻔도 한데 계속해서 새로운 부지에 새로운 집을 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장만하는 것이 꿈이지만 요즘에는 너무나 많이 집값이 올라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돈이 많은 이들은 몇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반해 전세와 월세의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집을 구하는 것 조차 어렵고, 어렵게 대출을 해서 집을 산다고 해도 세금과 관리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무서움에 절로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한다. 비단 집 뿐만 아니라 오래 전 병폐인 문제들이 막혀 뚫리지 않다보니 계층의 변화가 확실히 구분되고, 그럴수록 주택의 정책 역시 변함없이 짓고, 또 짓다보니 자연스레 오래된 집들이 빈집으로 넘쳐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도시계획학자인 조나와 치에는 지금 일본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에 대한 문제점을 도표와 사진을 통해 세밀하게 도시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점점 고층 아파트의 전망 좋은 곳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주택자에게는 세금을 많이 물리고 1인 1주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세금을 적게 물리는 정책을 내고 있지만 여러모로 주택의 공급과 인구 감소에 따른 도시 계획에 대한 정책 보완은 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주변에서도 보면 헌 집들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다시 새집을 짓고 있고, 산으로 둘러싼 부지들이 어느새 파헤쳐 아파트촌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추억이 많이 담겨 있는 친가를 상속받은 후 일단 빈집으로 두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정자산세 같은 세금, 노후 건물 수리비와 잡초 제거등 유지관리비 같은 금전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이웃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까지 커진다. - p.120


저자는 새로 부지를 마련해 계속해서 새로운 아파트를 짓기 보다는 오래된 집을 재정비해 계속해서 집을 쓸 수 있도록 균형적인 체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도쿄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구 유입이 몰려있고, 다른 지방의 도시 또한 닭장처럼 집이 붙어있다 보니 사람이 숨 쉴 공간의 면적이 점점 줄어지고, 사회적인 분쟁이 많이 늘고 있다. 부모의 유산으로 집을 상속받게 되지만, 그들은 이미 도시에서 자리잡았음으로 지방에 다시 내려와 살 생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빈집이 하나 둘 생겨나고, 빈집이 늘다보니 이웃들의 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관리비도 많이 들고 이웃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다보니 그들은 집을 처분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취업 등의 사유로 도시로 나간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아 유지관리가 불가능하며, 팔리지 않는 '빚동산'을 상속받지 않음으로써 고정자산세의 부담을 피하고 동시에 최종적으로 발생할 빈집의 해체 비용도 부담하기 싫기 때문이다. - p.121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를 읽으면서 이미 우리에게도 같은 방향의 문제가 곧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도쿄 올림픽을 위해 다량으로 지었던 집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계획하지 않는 정책의 말로를 보여주었다어쩌면 이미 코 앞에 닥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강력한 목소리로 일본의 주택정책이 바뀌었다고 하니 우리 또한 미래를 내다보고 다시 도시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무조건적인 개발정책이 도시의 미래를 환하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재앙일 수도 있음을 상기시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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