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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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것의 다양한 매력을 지닌 작품집


커트 보니것의 책을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마더 나이트>를 제외하고 읽은 책이 없다. 그의 이름만큼이나 작품들이 낯이 익다 보니 읽었다고 착각을 했나보다. 단편을 자주 접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엽편처럼 짧은 이야기에 맛을 느끼지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도 몰랐고, 이야기를 잘 따라가 뚝 끊긴 느낌이 들었다. 긴 호흡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당연히 단편에서 느껴지지 않아 좋아하는 작가에 국한되어 단편집을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단편을 읽어나가다 보니 장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장점들이 단편집에서 느낄 수 있었고 그때부터 작가의 작품을 넘나들며 단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커트 보니것의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역시 25편의 다채로운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그의 블랙유머와 신랄한 비판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보니것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영원으로의 긴 산책'은 실제 커트 보니것과 아내와의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작품에 녹여든 작품이다. 커트 보니것은 작가가 되기 전, 코넬 대학에서 생화확을 전공했지만 제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었다. 징집 후에 겪었던 그의 경험히 훗날 <제5도살장>의 근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전쟁이 끝나고 그는 학교를 다니려고 했지만 생업을 포기 하고 소방수를 비롯해 자동차 영업사원등 다양한 직업군의 일을 도맡아 해왔다. 그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그가 경험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그 어떤 단편집 보다 이야기가 더 다양하게 담겨져 있는 것 같다.


sf적인 느낌도 있었고, 내가 상상하지 못한 시대에 놀라운 이야기를 담은 단편도 있었다. 블랙유머의 대가라는 커트 보니것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로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입혀 나간다. 로맨스와 우주 개발, 당시의 정치 상황등 그야말로 만물상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처럼 다양하게 스펙트럼을 뿜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발랄하다. 극단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것이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간지도 모를만큼 그는 쓰디쓴 유머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작품이 출간될 당시, <제5도살장>은 아직 출간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만난다면 누구나 그의 긴 이야기를 기다릴 것이다. 다양한 매력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그가 만들어낸 긴 이야기들이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근원을 바라 볼 수 있었던 작품집이었다.


평등, 미래, 우주, 세계 최초의 컴퓨터, 낭만, 노화, 미래세계, 사랑이야기등 끊임없이 작품의 호흡을 바꾸고, 색채를 바꾸는 그의 이야기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뿐만 아니라 당시 정치적 상황의 아이러니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집을 읽으면서 단순히 하나의 장르적인 작가라는 칭호 보다는 다방면을 아우르는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 옮긴이의 말에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그가 한 말 중에 '울 수 없으니까 웃기는 것'이라는 문장 하나가 마음을 턱하고 치고 나갔다. 반전을 꿰하는 작가이자, 블랙유머의 대가라고 평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저 재밌고 웃기다고 말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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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독
크리스틴 해나 지음, 원은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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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이 이는 소설


 올해에는 '아름다움'이 들어가는 제목의 책을 제법 많이 만났다. '아름다움'에는 즐거움만 있지 않는지, 희열 속에서도 고통의 생채기가 뒤따랐다. 크리스틴 해나의 소설 <나의 아름다운 고독> 역시 매서운 한파처럼, 쏟아지는 비처럼 마음에 풍랑이 이는 소설이었다. 어렸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집의 재산여부 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님이 건재하는 것이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말이 없거나, 매일 같이 싸움을 하는 부부의 아이는 언제나 두 사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항상 시한폭탄을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아이는 불안하다.


크리스틴 해나의 <나의 아름다운 고독>은 서로 사랑했던 부부인 어니스트와 코라는 어니스트가 베트남 참전을 하고 돌아오면서 상황이 180도로 확 바뀌어 버린다. 웃는 모습이 좋았고, 항상 낙천적인 모습의 어니스트는 베트남 전쟁에서 전쟁 포로로 잡혀 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몸과 마음을 다친 그는 다시 미국에 돌아왔으나 항상 불안하고 흉포해졌다. 유능한 정비사였으나 전쟁 참전 후에는 어느 회사를 가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으며,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몸과 마음을 다친 남편의 모습이 아프면서도 묵묵하게 인내하는 코라와 아빠의 변모된 모습을 어찌 할 수 없어 바라보는 레니는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전쟁의 상흔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어니스트의 혼곤한 상태를 보듬어 가지만 여전히 레니 가족의 이야기는 어딘가 균열이 일어 조금만 충격을 가하면 무너질 것 같다.


"아빠 척추가 부러졌다고 생각하면 돼.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그 사람을 버리면 안 돼. 그 사람이 너에게 기댈 수 있도록 더 강해져야지. 아빠에게는 엄마가 필요해. 우리가 필요해." - p.17


그는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마음이 다잡아 지지 않았고, 그 상태를 누구보다 어니스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군대에서 함께하다 세상을 떠난 전우였던 보 할런이 어니스트에게 알레스카의 땅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에 코라와 레니를 데리고 광활하고 혹독한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아무 것도 봉합되지 않은 체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다시 새사람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뒤따랐다.

다행히 그들은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광활한 자연의 모습에 활기를 찾아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생각치 않게 일은 다른 양상으로 전진해 나갔다. 사랑했기에 평온했던 삶을 버리고 어니스트와 가출해 레니를 낳았지만 한 개인의 비극은 자신이 주어진 것들에서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가 수반한 그들의 결정이 결국 한 개인의 삶을 파괴시켰고, 전쟁 이전의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전쟁의 참혹함이 한 개인을 덮쳤고, 더불어 가정을, 국가를 물들여 갔다.

 

 

어니스트의 베트남전 참전의 상흔이 고스란히 베인 이 소설은 어니스트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그들의 딸인 레니에게 무게를 둔다. 잘 다니던 학교를 몇 번이나 전학을 다니고, 다시 알래스카로 간 소녀. 적막하고 고독한 생활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자신이 살아갈 공간을 조금씩 비집으로 만들어 내지만 다시 그녀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 전쟁의 전후에 관련된 작품을 즐겨 읽는 터라 책을 읽기 전부터 관심이 많이 갔던 작품이다. 작가의 이름 표기 때문에 다른 작가인줄 알았으나 크리스틴 해나가 <나이팅게일>(2016,인빅투스)에서 나온 크리스틴 한나와 같은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소문이 좋아 책장에 들여 놓고도 두꺼운 두께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작품에 더 관심이 간다.


이처럼 크리스틴 해나는 전쟁을 매개로 한 작품을 두루 내놓는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지만 정처없이 흔들리고 찢기는 이들을 보는 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광활한 자연의 알래스카에서 벌어지는 사투와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듬었던 이들의 비극이 현란하게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700쪽 가까이 되는 두께의 두터운 책이었지만 쉼없이 넘어가는 책이어서 더 그들의 이야기를 발빠르게 지켜봤던 것 같다. 1970년대의 미국의 한 단면을 그려낸 작품이라 더 오랜 잔상이 남는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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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이승환 지음, 최병철 감수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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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책 제목이 왜 이렇게 긴 것일까 의아해 했다. 처음에는 이 책을 '32세 이승환씨'로 불렀다가 생각이 안 날때면 '숫자 울렁증'으로 불렀다. 그러다 또 제목을 잊어 버리면 '재무제표 남자'로 부르곤 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씩 표지를 보면서도 여러번 입에 담아 읊조려 보지만 생각만큼 책 제목이 입에 달라 붙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 제목에 숫자를 어려워하는 저자의 얼굴이, 재무제표를 읽어주는 스마트함이 엿보이는 책이다. 시원스러운 판형이 마음에 들었는데 책을 펴보니 본문 디자인도 시원스럽게 도표와 중요한 글이 색이 칠해져 있어 무엇이 중요한 단어이고, 핵심인지 쉽게 알려준다.


전형적인 문과생이어서 숫자와는 친하지 않는데 그는 덧셈, 뺄셈등 사칙연산만 잘 하면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이야기에 힘이 났다. 초보를 위한 기초 다지기 책이었지만 처음 접하는 재무제표를 읽는 방법은 쉽지 않았다. 우선 0이 많은 숫자를 단번에 읽지 못해 몇 번이나 세어봤는지 모르겠다. 단위를 정확히 아는 것.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회계란 무엇이며,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핵심을 짚어 나간다.


회계에 대해서 <FIRS 회계원리>에서 회계를 잘 요약히 해주지만 직접적으로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회계란 나가고 들어오는 돈을 따져서 셈을 함. 개인이나 기업 따위의 경제 활동을 일정한 계산 방법으로 기록하고 정보화함 으로 뜻을 적고 있다. 인간의 역사 만큼이나 회계의 역사가 깊다. 농경사회가 발달이 되면서 점점 더 커지는 규모 속에서 들어가는 것과 나가는 것을 기록해야 한 해 농사를 지어 남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때부터 장부를 기록한 이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최초의 회계 기록은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 세겨진 쐐기문자를 통해 그 기록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오래된 회계의 역사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한 능력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책에서는 '수입-지출=잔액'을 적는 단순한 형태가 단식부기라고 말한다면, 복식부기는 단순한 장부에서 개선된 형태다. 괴테가 찬양했다던 복식부기는 거래가 할 때마다 장부에 차변과 대변을 기록한다. 왼편에는 차변, 오른편엔 대변. 빌려주는 쪽은 오른편에 기입하고, 빌린 사람은 왼편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탈리아의 수도승인 동시에 수학자인 파치올리가 장부 기록법을 이론으로 정리해 복식부기를 완성했다.(P.23) 회계라는 것이 남의 일인지 알았는데 자본주의 언어로서, 회사의 건강기록과 같은 재무제표를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처음에 알지도 못했던 일들을 아는 회계사를 통해 듣고, 공부하면서 그가 어떻게 재무제표를 읽어주는 남자로 되었는가를 예시로 들어가며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회계에 대해 직접 배운 것이기에 실생활에서 쓰는 회계는 읽은 회계다. 필요에 맞게 쓰는 회계장부를 들여다 보는 일이 중요한데 그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회계에 관한 기초지식도 없기에 처음부터 회계에서 쓰는 단어와 숫자, 보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다음 누구나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재무제표에 관한 글은 처음이어서 책 중간중간에 풀어보라는 저자의 문제 조차도 더듬거리며 답을 올리곤 했다. 익숙한 숫자와 단어가 낯설었지만 하나하나 이해해가며 재무제표를 읽어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면 그가 말하는 대로 '숫자 울렁증'에 벗어나 기업들의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드러내고 싶지 않는 민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실생활에서 재무제표를 읽어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투자를 할 때도, 창업을 준비하는 이도, 취업을 고민하는 이에게도 기업들의 재무제표는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인으로서 바라보는 회계가 아닌 홍보팀으로 일하며 주변의 많은 회계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면서 느꼈던 부족함을 스스로 채워나간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회계사가 알 수 있는 언어의 이야기를 홍보팀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자들이 회계 사건을 물어보는 것에 당황했으나 이내 그것을 이겨내고 비전문가로서 쉽게 풀어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가장 초심자이자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는 그런 가장 밑바닥부터의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필요하고, 필수적인 회계 정보와 표 하나로 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재무제표 분석표를 차근히 풀어가는 형식이 마음에 든 책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개념을 알아갈 수는 없었지만 매일매일 그가 내어준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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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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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감성의 메세지


 잘 지내냐는 인사말에 담백한 대답을 내어 놓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인사는 짧아진다. 짧은 안부를 물으면 더 이상 물을 것이 없어 긴 침묵이 흐른다. 시간으로도, 거리상으로도 더 이상 건넨 말이 없다는 건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더 멀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겸연쩍은 모습들이 오가며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하며 헤어진다. 그러나 친근하게 인사를 나눈 너와 나는 정말 다음에 만날 수 있을까. 친근하게 안부를 물었지만 우리가 함께 지내왔던 친근함이 묻었던 그 시간 속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지. 문득 잘 지내냐는 인사말이 주는 진정성 보다는 지나가는 바람처럼 듣고, 묻고 하는 일상적인 인사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고 있기에 너는 다시 만나고 있고, 그래서 잘 지내냐는 말이 무색하지만 어떤 안부인사 말을 하기에는 고민스러워서 꺼내든 카드가 아닐까 하는.


당신이라는 2인칭을 쓰는 글은 유독 마음이 와닿지 않았다. 책을 읽고 있는 '나'가 아닌 저 먼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를 지칭하는 말 같아서 그말을 쓰는 글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살갗에 소름이 돋아난다. 닭살스런 말 같기도 하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 말 같아서. 1995년에 창간된 잡지 'PAPER'에 글과 사진으로 젊은이들의 감성을 녹였던 밤삼킨별 김효정씨가 'PAPER'에 연재되었던 것을 재구성해 묶고, 그들에게 안부와 편지글이 담긴 책이 <난 잘 지내고 있어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담백하고 감성적인 글들이 담겨져 있다.


 

 

봄, 여름, 가을의 이야기가 끝이나면, 책을 반대로 돌려 겨울의 이야기를 읽어나간다. 추운 겨울날, 딱 요맘 때의 날씨와 잘 어울리는 책이다. 누군가의 편지를 읽어나가며 혼자 소리내어 읽어본다. 앞 뒤로 책을 뒤집어 읽을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다. 섬세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개인의 고운 감성적인 이야기를 읽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밤삼킨별의 작가는 이보다 더 고운입자의 이야기가 아닌 어른들의 시간을 이야기 한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의미와 무게에 관한 글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가벼우면 잊어버리고, 무거우면 고통스럽다는 이야기. 그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덮었다.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안부를 물어온다면 지나가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뜨거운 포옹으로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글의 감미로움 만큼이나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진이다. 글을 읽지 않아도 사진으로 느껴지는 감성들이 있다. 글을 더해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편안함이, 그리움이, 쓸쓸함이 느껴진다. 반대로 이 사진을 보다가 더없이 추워지면 온기를 품은 글들을 읽어낸다. 추운 겨울 날 후~하고 불면 하얀 입김이 사르르 퍼지는 것 같은 안온한 느낌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누군가 마음이 춥고, 허기가진 날 따스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책을 넘겨봤으면 좋겠다. 털털한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마음이 허기가 진 누군가는 손을 대고 맞잡아 주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에세이였다. 에세이란 무릇 너무나 개인적인 것이어서 주파수가 맞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달콤하고 쌉싸름한 초코릿을 꺼내 먹는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가 주는 온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1월의 공항에 도착할 우리들을 향해


직항

경유

환승

편도

왕복

체류

지연


여행 용어인 듯하지만

일상을 말해주는 말들이기도 하다.



2019년의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1월'이라는 공항에 도착할 우리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타고, 향하는 곳이 다르더라도

그래서 우리 외롭더라도, 외로움이라 하지 말자.


그저 나처럼 다른 이들도 이 한 해를

즐겁게 여행하라고 인사하자. - p.14


행복하지 않은 지금의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더 불행해진다.

행복은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작은 망설임 없이 바로 지금이다. - p.79 

 

  

모든 것은 무게를 갖고 있다.

다만 심장 위에 얹혀졌을 때

심장에 달린 저울 바늘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에 따라

그것이 내 것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판단이 선다.


짓누르는 건 고통스럽고

가벼운 것은 존재감 없이 잊힌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얹힌 순간, 그 한순간

내 심장 전체를 한 바퀴 휘감고

처음으로 돌아와

마치 운명의 무게처럼 받아들여진다.


진짜 사랑은 잊히지 않는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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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 왕의 오솔길 - 자녀와 함께 모험으로 떠나는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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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고 아름다운 오솔길과 스페인

 

 기대하고 가지 않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스페인에서의 추억 때문인지 언제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다. 갈까, 말까를 망설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왜 망설였나 싶을 정도로 스페인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뾰족뽀죡한 첨탑과 아름다운 집들이 있는 서유럽 국가들의 모습과 달리 스페인은 그들이 갖고 있는 색채를 넘어 또다른 공간 안에서의 예술과 분위기, 풍광이 느껴지는 나라였다.

 

자녀와 함께 모험으로 떠나는 스페인 & 왕의 오솔길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왕의 오솔길'에 관한 가이드와 함께 스페인이 한데 묶여져 있다. 언젠가 TV를 틀다가 지나치듯이 본 '강요석의 고소한 19'에서 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길, '왕의 오솔길'은 관광 목적이 아니라 도전의 목적으로 가는 이들이 많다. 보는 것 만으로도 어딘가 으스스하지만 엘 초로역에 내려 사람들이 한꺼번에 한쪽으로 이동한다.
 

  

왕의 오솔길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엘로코 협곡, 과달오르세강 협곡에 있는 좁은 길로 1905년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물자 수송과 노동자들의 이동통로로 조성되었다. 절벽 사이의 이 좁은 길을 1921년 스페인 왕 알폰소 13세가 댐 건설 축하를 하기 위해 건너면서 '왕의 오솔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약 80년 동안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이라는 악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왕의 오솔길 여행 일정에 대한 추천코스는 마드리드에서 말라가로 1박을 한 후에 엘 초로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말라가로 도착 했을 때 엘 초로행 기차표를 아침 시간으로 예매하면 좋다고 조언하고 있으며, 왕의 오솔길 후에는 론다로 이동 후에 1박후 마드리드로 돌아와 근교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라고 한다. 
 

 
실제 왕의 오솔길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지만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쓰고 가는 곳인 동시에 중간중간 안전 요원들이 여행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아찔하지만 산티아고 길과는 또다른 짜릿한 느낌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볍게 산책하는 걸음으로 가기 보다는 단단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의 오솔길에 대한 상세한 사진이 풍부하게 많이 담겨져 있어 보는 것 만으로도 함께 다녀온 기분이었다.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두 도시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다. 투우의 도시이기도 한 동시에 바르셀로나에 가면 가우디의 숨결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역사와 예술과 인물이 소개되어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피카소와 미로, 달리다. 스페인은 로마 카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혼합되어 있어서 다른 서유럽 국가와 달리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보다 할배에서 나와 더 친근한 도시이지만 사실, 나에게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의 속주로 소개되는 도시 중 하나가 론다여서 기억에 남았다. 각국의 대도시는 저마다 다른 빛깔을 나타내는 듯 하지만 풍경들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더 중소도시나 시골의 풍광을 더 사랑하게 된다. 우리와는 다른 풍경의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고, 그런 여행을 자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나이를 불문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준비 할 것도 많지만 함께 나눌 수 있어 더 좋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TV에서 많은 여행지를 찍어 아름다운 풍광을 내비치고 있지만 직접 여행을 준비하고, 가보는 것이야 말로 진짜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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