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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ㅣ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보니것의 다양한 매력을 지닌 작품집
커트 보니것의 책을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마더 나이트>를 제외하고 읽은 책이 없다. 그의 이름만큼이나 작품들이 낯이 익다 보니 읽었다고 착각을 했나보다. 단편을 자주 접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엽편처럼 짧은 이야기에 맛을 느끼지 못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도 몰랐고, 이야기를 잘 따라가 뚝 끊긴 느낌이 들었다. 긴 호흡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당연히 단편에서 느껴지지 않아 좋아하는 작가에 국한되어 단편집을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단편을 읽어나가다 보니 장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장점들이 단편집에서 느낄 수 있었고 그때부터 작가의 작품을 넘나들며 단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커트 보니것의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역시 25편의 다채로운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그의 블랙유머와 신랄한 비판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보니것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영원으로의 긴 산책'은 실제 커트 보니것과 아내와의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작품에 녹여든 작품이다. 커트 보니것은 작가가 되기 전, 코넬 대학에서 생화확을 전공했지만 제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었다. 징집 후에 겪었던 그의 경험히 훗날 <제5도살장>의 근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전쟁이 끝나고 그는 학교를 다니려고 했지만 생업을 포기 하고 소방수를 비롯해 자동차 영업사원등 다양한 직업군의 일을 도맡아 해왔다. 그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그가 경험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그 어떤 단편집 보다 이야기가 더 다양하게 담겨져 있는 것 같다.
sf적인 느낌도 있었고, 내가 상상하지 못한 시대에 놀라운 이야기를 담은 단편도 있었다. 블랙유머의 대가라는 커트 보니것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로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입혀 나간다. 로맨스와 우주 개발, 당시의 정치 상황등 그야말로 만물상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처럼 다양하게 스펙트럼을 뿜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는 유쾌하고 발랄하다. 극단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것이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간지도 모를만큼 그는 쓰디쓴 유머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작품이 출간될 당시, <제5도살장>은 아직 출간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긴 호흡의 이야기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만난다면 누구나 그의 긴 이야기를 기다릴 것이다. 다양한 매력이 묻어나는 이야기에 그가 만들어낸 긴 이야기들이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근원을 바라 볼 수 있었던 작품집이었다.
평등, 미래, 우주, 세계 최초의 컴퓨터, 낭만, 노화, 미래세계, 사랑이야기등 끊임없이 작품의 호흡을 바꾸고, 색채를 바꾸는 그의 이야기들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뿐만 아니라 당시 정치적 상황의 아이러니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품집을 읽으면서 단순히 하나의 장르적인 작가라는 칭호 보다는 다방면을 아우르는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 옮긴이의 말에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그가 한 말 중에 '울 수 없으니까 웃기는 것'이라는 문장 하나가 마음을 턱하고 치고 나갔다. 반전을 꿰하는 작가이자, 블랙유머의 대가라고 평하는 그의 이야기를 그저 재밌고 웃기다고 말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