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독
크리스틴 해나 지음, 원은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풍랑이 이는 소설


 올해에는 '아름다움'이 들어가는 제목의 책을 제법 많이 만났다. '아름다움'에는 즐거움만 있지 않는지, 희열 속에서도 고통의 생채기가 뒤따랐다. 크리스틴 해나의 소설 <나의 아름다운 고독> 역시 매서운 한파처럼, 쏟아지는 비처럼 마음에 풍랑이 이는 소설이었다. 어렸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집의 재산여부 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님이 건재하는 것이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말이 없거나, 매일 같이 싸움을 하는 부부의 아이는 언제나 두 사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항상 시한폭탄을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아이는 불안하다.


크리스틴 해나의 <나의 아름다운 고독>은 서로 사랑했던 부부인 어니스트와 코라는 어니스트가 베트남 참전을 하고 돌아오면서 상황이 180도로 확 바뀌어 버린다. 웃는 모습이 좋았고, 항상 낙천적인 모습의 어니스트는 베트남 전쟁에서 전쟁 포로로 잡혀 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몸과 마음을 다친 그는 다시 미국에 돌아왔으나 항상 불안하고 흉포해졌다. 유능한 정비사였으나 전쟁 참전 후에는 어느 회사를 가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으며,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몸과 마음을 다친 남편의 모습이 아프면서도 묵묵하게 인내하는 코라와 아빠의 변모된 모습을 어찌 할 수 없어 바라보는 레니는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전쟁의 상흔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어니스트의 혼곤한 상태를 보듬어 가지만 여전히 레니 가족의 이야기는 어딘가 균열이 일어 조금만 충격을 가하면 무너질 것 같다.


"아빠 척추가 부러졌다고 생각하면 돼.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그 사람을 버리면 안 돼. 그 사람이 너에게 기댈 수 있도록 더 강해져야지. 아빠에게는 엄마가 필요해. 우리가 필요해." - p.17


그는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마음이 다잡아 지지 않았고, 그 상태를 누구보다 어니스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군대에서 함께하다 세상을 떠난 전우였던 보 할런이 어니스트에게 알레스카의 땅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에 코라와 레니를 데리고 광활하고 혹독한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아무 것도 봉합되지 않은 체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다시 새사람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뒤따랐다.

다행히 그들은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광활한 자연의 모습에 활기를 찾아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생각치 않게 일은 다른 양상으로 전진해 나갔다. 사랑했기에 평온했던 삶을 버리고 어니스트와 가출해 레니를 낳았지만 한 개인의 비극은 자신이 주어진 것들에서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가 수반한 그들의 결정이 결국 한 개인의 삶을 파괴시켰고, 전쟁 이전의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전쟁의 참혹함이 한 개인을 덮쳤고, 더불어 가정을, 국가를 물들여 갔다.

 

 

어니스트의 베트남전 참전의 상흔이 고스란히 베인 이 소설은 어니스트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그들의 딸인 레니에게 무게를 둔다. 잘 다니던 학교를 몇 번이나 전학을 다니고, 다시 알래스카로 간 소녀. 적막하고 고독한 생활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자신이 살아갈 공간을 조금씩 비집으로 만들어 내지만 다시 그녀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 전쟁의 전후에 관련된 작품을 즐겨 읽는 터라 책을 읽기 전부터 관심이 많이 갔던 작품이다. 작가의 이름 표기 때문에 다른 작가인줄 알았으나 크리스틴 해나가 <나이팅게일>(2016,인빅투스)에서 나온 크리스틴 한나와 같은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소문이 좋아 책장에 들여 놓고도 두꺼운 두께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작품에 더 관심이 간다.


이처럼 크리스틴 해나는 전쟁을 매개로 한 작품을 두루 내놓는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지만 정처없이 흔들리고 찢기는 이들을 보는 건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광활한 자연의 알래스카에서 벌어지는 사투와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듬었던 이들의 비극이 현란하게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700쪽 가까이 되는 두께의 두터운 책이었지만 쉼없이 넘어가는 책이어서 더 그들의 이야기를 발빠르게 지켜봤던 것 같다. 1970년대의 미국의 한 단면을 그려낸 작품이라 더 오랜 잔상이 남는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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