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더 파더 1~2 세트 - 전2권
안데슈 루슬룬드.스테판 툰베리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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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날 것의 이야기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맞닥뜨리게 된다. 현실의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상상력이 더해진 드라마와 책은 이보다 더 약과일 때도 있고, 때론 이보다 더 쎄고 강하게 펀치로 날려버린다. 호러 영화를 보는 만큼이나 수컷들의 진한 이야기는 두 눈을 뜨고 스크린을 바라볼 수 없도록 잔혹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총을 쏘는 것 보다 더 잔혹한 현장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눈을 질끈 감게 되지만, 인간에게 있어 폭력이란 자신의 힘을 우위로 정하는 것 이상으로 남에게 돈이든 권력이든 약탈하기 위한 최소의 수단이기도 하다. 더 강하게, 더 악랄하게. 누군가를 내리 누를 수 있는 그들만의 힘. 보면 볼수록 고개가 절로 돌려지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악의 근원'이 궁금해 여지없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펼쳐들었다.


오래 전에 <비스트>(2011,검은숲)를 통해 안데슈 루슬룬드 작가의 데뷔작을 접한 적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흡입력이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되는데 <더 파더> 역시 흥미진진한 리얼 크라임 소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비정한 아버지를 둔 세아이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세상과 단절하고 폭력으로 노출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의 삶. 아버지 이반은 큰 아들 레오에게 폭력적이게 살도록 노출시킨다.

남을 때릴 때는 어딜 노려야 하며, 두 동생을 네가 잘 지켜야 한다고 그는 계속해서 그에게 주입시킨다. 폭력적인 삶에 이골이 난 부인 마릿은 그곳을 탈출하고 싶어 하지만 이반은 부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며 아내의 발길을 막는다. 가장 아이였던 빈센트만 데리고 나가려고 하지만 그는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그녀에게 협박을 하고 결국 마릿은 어느 것 하나 가지고 가지 못하고 집을 빠져 나간다. 친정에간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복수를 감행하는 남자. 무엇이든 그에게 걸리면 용서란 없다.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실행을 하는 사람이므로.


세 아이를 거느린 가장이 어떤 것에도 참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는 이미 세상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그의 그런 전적이 은행 강도를 벌이기 위한 시발점이었고, 그들은 완전무장한 강도단이 되어 현금수송 차량을 턴다. 레오를 추축으로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그를 쫓던 형사 브론크스는 자신의 불우했던 경험을 떠올린다. 자신 역시 가족으로 인해 폭력에 노출되고, 그의 형 마저도 어린 시절 노출된 폭력으로 더 큰 폭력범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었다.


읽는 내내 그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 가족이라는 연대의 끈. 서로를 향해 총을 들이대는 상황 속에서의 두 사람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실제 있었던 일을 작가 안데슈 루슬룬드와 스테판 툰베리는 날 것 그대로를 담아 아무도 막아내지 못하는 상황을 그려냈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잔인하게 만들었지 그들의 살아온 결대로 읽다보니 절로 안타까움이 들었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말이 이 책에 이토록 잘 어울리는 말이라니. 그의 폭력에 무서워하던 소년은 시간이 지나 그와 닮아 있다는 말이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들려온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실감나는 장면들과 숨막히는 심리전이 그야말로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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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눈앞의 현실 -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 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탕누어 지음, 김영문 옮김 / 378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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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좌전> 해설서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름이 낯익은 저자의 이름이 눈에 사로잡는다. <한자의 탄생>(2015,김영사)과 <마르케스의 서재에서>(2017, 글항아리)에 이어 세번째로 <역사, 눈앞의 현실>이 출간되었다. 탕누어는 타이완 출생으로 프랑수아즈 사강과 같은 글을 쓰는 소설가 주텐신의 남편이기도 하다. 문자 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덕분인지 <역사, 눈앞의 현실>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동서양의 문학들이 앞다투어 예시로 전개된다. 분명 동양의 고전을 맛보기 위해 방문을 열었는데 들어가보니 중국의 고전 뿐만 아니라 경계를 넘어 세계의 모든 이야기가 다채롭게 들어있었다.


나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각각 한 줄기 도(道)의 빛이고, 한 가닥 한 가닥의 직선이며, 아주 고독한 것이라고 상상한다.​ - p.15


<역사, 눈앞의 현실>은 춘추시대 역사서인 <좌전>의 해설서다. <장자> <노자> <중용>등 동양고전 하면 들어봤을 많은 이름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좌전>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우리가 <춘추 좌전>이라 부르던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니 당연히 좌구명이 쓴 이 책을 읽어본 적도 없다.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의 핵심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원래 <춘추>가 본 이름이며, <좌전>은 <춘추>의 해설서다. 해설서에 또 해설서를 읽으니 그야말로 포괄적인 해설서를 한 번에 읽고 있는 기분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도 여전히 읽고 있는 『춘추』 판본인데,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쓴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이르러 『춘추』는 더 이상 열린 성격의 기록이 아니면서, 또 끝없는 현실과 결합된 즉시적인 기록이 아니게 되었지만, 처음으로 시작도 있고 끝도 있으며 또 한 사람의 식견과 의도도 들어 있는 완전한 책으로 재탄생 했다. - p.85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터라 <춘추>의 이름이 반가웠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알지 못하기에 탕누어가 쓴 해설서의 글만으로 유추하기는 쉽지 않았다. <춘추>와 <좌전>을 읽은 후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는 <좌전>의 세계를 동양 사상의 경계로 두지 않고 단테의 <신곡>과 ​보르헤스, 휘트먼, 마르케스, 한나 아렌트, 레이먼드 첸들러등 그야말로 동서양을 뛰어넘는 철학가들과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그들의 세계를 해석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뒤로 완전히 숨겨야 한다."

"작가는 후대인들에게 자신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게 한다." _플로베르 (p.93)


<춘추>에서 보여지는 역사서에서는 동서양의 경계를 넘어서 인간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사유와 보편적인 행동, 선과 악의 세계가 고스란히 보여진다. 처음 가는 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작가들의 이름이 등대처럼 하나둘씩 등장 할 때마다 길을 잃지 않고 탕누어가 말하고자 하는 목적지에 다다르곤 했다.


책의 생명은 시대의 유행을 따르는 표지가 아니라 작가가 다루는 독특한 내용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즉 그 한 가지는 공통의 내용, 공약수의 부분, 여분은 삭제한 것, 오직 평면적으로만 펼치는 시대의 목소리, 통상적으로 모종의(비슷함을 위해 끊임없이 반복하는) 지혜로 응결되는 교훈이다. - p.107


역사의 수레바퀴는 과거의 현재의 세계가 공존한다. 이미 전처를 밟고 있음에도 인간은 다시 그 길로 넘어서거나 단숨에 뛰어넘어 전진한다. 때로는 전진한 만큼 다시 후퇴하는 종족이기도 하다. 인간의 손으로 많은 것을 이룩해 냈지만 다시 과거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눈앞의 현실로 보고 있는 요즘 그의 해석은 다층적이면서도 다변적인 통찰이 엿보이는 책이었다.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는 기분이 들어 읽는 내내 동양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책이다. 다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춘추>와 <좌전>을 읽은 후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의 넓고, 깊은 사유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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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 - 호린의 프리랜서 번역가로 멋지게 살기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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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실전 이야기


 강연을 들으러 가거나 외국에서 온 유명인사 옆에 붙어선 이의 움직임에 시선이 간다. 말과 말을 전달해주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언어를 우리말로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모습이 멋있던지 어느 때는 작가보다 그들의 표정과 손짓, 저자와 주고 받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우리나라 소설보다 상대적으로 외국소설을 읽는 비중이 많다보니 역자에 대해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좋아하는 번역가에 대해서는 작가이름만큼이나 그들이 낸 번역에 신뢰를 보내기도 하고, 모르는 작가인 경우에는 그들의 이름을 보고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만큼 번역을 하는 이들의 언어를 보고 듣고 느끼기 때문에 번역가에 대한 동경을 넘어 그들이 하는 일이 어던 것인지 궁금해 펼쳐든 책이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2017,세나북스)이었다.


작년에 그의 책을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에 출간된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실전편>도 펼쳐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이 나갔다, 싶었다. 일반인이 보기에 실전편은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일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들로 꾸며졌다. 일본어 원문 그대로 많은 페이지를 활용해 올려 놓았고, 번역 수전 전과 후를 비교하며 코멘트를 붙였다. 영업 메일 작성 방법이나 산업 번역의 요령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았지만 이보다 더 깊이있게 풀어냈더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이 발달되다 보니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는 글들도 심층적으로 설명이 잘 되어 있는데 이번 실전편은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되어 있다보니 핵심을 깊게 찌르지 못하고 주변부만 보고 있는 느낌이다.


작년에 읽었던 <프리랜서 번역사 수업>에 덧붙여 조금 더 두툼하게 책을 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한 권의 책으로 내기에는 뭔가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번역에 대해, 일본어에 대해 알아채지 못하는 독자여서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정말 번역을 하는 이들이 읽었다면 공감하는 내용도 많은 것이고,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그저 번역을 꿈꾸는 이들이 읽기에는 실전편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다만, 이 책에서는 통역이나 책을 통한 번역이 아니라 산업 번역에 대한 화두가 나왔고, 실전적으로 가장 기본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번역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무엇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어필하는지에 대한 느낌을 적절한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디테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서 세밀하게 읽어봤지만 수정 전 후의 섬세함을 따라가기에는 쉽지 않았다. 이것이 프로와 일반인의 차이인가 싶다. 그럼에도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에 이어 실전편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혹, 다음에도 책이 나온다면 더 깊은 내용으로 책을 만났으면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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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 문화여행자 박종호의 오스트리아 빈 예술견문록
박종호 지음 / 김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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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모든 것을 섬세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책.


 영국 런던을 가면 타워브릿지를 보고 프랑스에 가면 에펠탑을 꼭 봐야지, 하는 곳이 오스트리아에는 없었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특별히 떠오르지 않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깊게 다루지 않은 곳이었다. 로망이 있어 부푼 마음을 안고 가는 것도 금물이지만 여행 가는 곳에 대해 기대없이 가는 것도 좋지 않은 여행법이다. 마치 발자국을 찍듯 오스트리아 빈에 들러 여러 곳을 봤지만 기억에 남는 곳은 클림트의 그림이 있는 '벨베데레 궁전' 뿐이다. 도판에 실려 있는 그림이 무색하게 그의 그림은 황금빛이 찬란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어느 도판을 보더라도 실제 보는 색감을 따라가지 못하겠구나, 라고 생각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여행을 한지도 벌써 십여 년이 흘렀다.


최근에 '꽃보다 할배'에서 오스트리아 빈을 다룬 것을 계기로 해서 요즘 빈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서유럽에 대해 로망도 있었고, 뾰족뾰족한 건물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터라 가보았지만 기대보다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기억 속에서 왜 오스트리아를 눈여겨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오스트리아 건물이 예전에 내가 생각했던 건물과는 '예쁨'이 없었고 무언가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이 상징적으로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빈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것도 한 몫했으니 인상 깊은 곳으로 기억될리가 없었다. 할배들이 여행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런 자기한 곳을 몰랐구나 싶어 펼쳐든 책이 풍월당 박종호 대표가 쓴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이분이 무게감을 잡나 싶게 묵직한 어조로(때로는 강하게) 오스트리아 빈의 매력에 설파한다. 도장을 찍듯 나같은 여행객처럼 바람같이 왔다가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 여행자들의 모습에 많이 안타까워하는 글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모든 여행지가 그렇지만 빈은 아는 이들만이 그들이 구축한 문화와 예술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했다면 그것은 오스트리아 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다. 빈을 제대로 느끼고 볼 수 있는 시간 여행을 하듯 그는 세기말 빈을 빛내고 사라져간 수십 명의 예술가들의 인생과 흔적을 따라 1900년대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간속의 이들과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세기말 음악가들의 우상이었던 베토벤, 건축가들의 예술정신을 밑바탕이 되었던 화가 훈데르스바서의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벨레데레 부근을 시작으로 제체시온, 오페라 부근, 알베르티나, 무지크베라인, 박물관 지역, 막 부근, 시청 광장 부근, 하일리겐슈타트 지역, 훈데르트바서 지역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곳들을 가봐야 할 이유와 요한슈트라우스 2세, 알바 말러, 오스카 코코슈카, 구스타프 클림트, 구스타프 말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후고 폰 호프만스탈, 페터 알벤베르크, 카를 크라우스, 파울 비트겐슈타인,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에곤 실레, 오토 바그너, 아르투르 슈니츨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훈테르트바서 그야말로 세기말 빈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의 이름은 우리가 예술이라 부르는 미술, 음악, 건축, 철학, 정신분석학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것이 태동되었을 때 활약했던 인물들이다.


빈의 세기말은 제국의 쇠퇴기였으며, 과거의 제국과 귀족 사회가 자기모순을 온전히 안고 있는 시기였다. 그것을 토양으로 자라난 세기말 예술가들은 그들 이전의 문명이자 그들의 밭과 뿌리를 스스로 단절해버렸다. 즉, 그들은 어느 정도 고의적으로 과거를 끊었다.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었다. 그것은 마치 아버지를 죽인 아들의 경우와 흡사했다. 그 시대에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이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p.75


빈 문화의 핵심은 세기말에 있다. 1900년이 오기 직적에 태동해 1900년 전후로 만개한 (p.25)도시. 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빈의 '총체 예술'을 느낄 수 없으며 음악이나 미술등 한 가지만 봐서는 그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음을 저자는 충고한다. 음악을 잘 보려면 미술을 보고, 미술을 보면 음악을 듣고, 건축, 문학등 모든 것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세기말의 특징은 왕실과 귀족세력이 쇠퇴하고 시민 계습이 탄생되면서 겪는 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문화적으로 발전이 이루어진 것에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 저자는 그것을 '예술의 유기적인 덩어리'로 봤는데 시간 속에서 강렬한 색채를 드러냈던 이들의 업적은 지금까지도 빈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공부하고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던 카페 마저도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유럽의 도시처럼 한 건축물이 여행객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과 달리 빈은 소프트웨어가 굉장히 우수한 도시다.


풍월당 대표인 그는 음악과 오페라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기에 빈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지만 음악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이에게는 그들이 이룬 성과들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곳에서의 그는 차분히 그들의 이름과 각 장을 통해 그들이 이룬 업적과 그들이 몸담았던 곳들을 소개하고 있다. 워낙 클림트나 에곤 실레, 베토벤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지만 부르크 극장 천장에 클림트가 그려놓은 작품이 있을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빈이라는 도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만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거리마다 그들의 숨결과 작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왜 그렇게 빈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애정하는지를 책 곳곳마다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유기체로서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더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난다. 지금 당장 음악을 깊이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오스카 코코슈카와 클림트, 에곤 실레의 그림도 보고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작품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학문을 읽어보고 싶다. 중앙묘지와 카페 무제움, 카페 자허, 부르크극장, 막, 우편저축은행, 쓰레기 소각장까지도 그들의 손길이 묻어있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예술을 느끼는 동시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 속에서의 그들의 이야기를 느껴보고 싶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빈에 대한 애정이 서서히 차오른다. 그의 애정어린 이야기가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처럼. 한 권의 책만으로 빈이라는 도시를 섬세하게, 구석구석 알아가는 재미 덕분인지 읽는 내내 줄 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 애를 먹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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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Zeit ihre Kunst, der Kunst ihre Freiheit.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그 예술의 자유를.' - p.87


실러의 시는 베토벤의 음악을 탄생시켰고, 베토벤의 음악은 다시 클림트의 미술을 탄생시켰으며, 클림트의 그림은 말러의 지휘를 불러일으켰다. 제체시온은 예술로 충만한 곳이다. 클림트의 벽화가 말하는 것이 예술 속에서 열락을 누리는 인간이라면, 나는 이 지하방 속에서 클림트의 그림으로 둘러싸여 예술의 열락을 누린다 사면은 클림트고, 두 귀에는 베토벤이 들려온다. - p.93


<장미의 기사> 속에는 빈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빛과 그림자, 현실과 꿈, 그리고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공존하는 작품······. 그것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였다. - p.138


많은 사람들이 빈의 고유한 커피로 아인슈패너가 아닌 멜랑주를 꼽는다. 모양만으로 보아서는 30년 전의 우리나라 비엔나 커피에 가장 가까운 것이 멜랑주다. 도자기 잔에 나온다는 것도 그러하다. 하지만 겉으로 비엔나커피와 유사해 보이는 이것은 아인슈패너와는 다른 내용이 다르다. 커피 위에는 휘핑크림 대신 우유 거품이 들어 있다. 즉, 이탈리아의 카푸치노와 비슷하다. 하지만 파쿠치노보다 맛이 더 진하며, 계피나 코코아 가루같은 것을 얹는 일은 없다. - p.167


빈에느 카페만 1,200개가 넘는다. 다양한 학문과 예술이 카페에서 탄생했으며, 거기에는 커피가 있었다. 그들은 그 많은 것을 커피를 마시면서 이루어냈다. 빈은 커피다. 빈에서는 커피를 마시자. - p.171


어찌 정신병원의 교회가 이렇게 생길 수 있단 말인가? 절대 왕정의 권위주의가 이제 땅에 떨어지고 인본주의가 세상에 일어섰음을 천명하는 상징이다. 이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세기말 빈에 들어와 예술은 그 의의가 바뀌었다. 일부 특권층만 향유하는 유희가 아니라 모든 시민 계층에게 봉사하는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 p.301


중정中庭 주변을 넓고 긴 회랑이 사각형으로 에워싸고 있다. 이곳이 '아카르텐호프'로, 회랑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조각상이 빼곡히 놓여 있다. 모두 이 학교 역대 교수 들이다. 그들이 은퇴하거나 서거하면 대신 조각상으로 학교에 남는다. 영원히······. - p.325~327

​슈니츨러는 빈 사람들의 슬프고 어두운 사랑 이야기를 세련된 문체로 보여주었다. 특히 시민들이 느끼는 것들과 향락의 세계를 날카롭게 그려 가장 빈적인 작가로서 사랑을 받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의사의 예리한 관찰력과 자연과학자의 냉정한 표현을 담고 있다. 특히 정열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박하고 퇴폐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내용은 소설과 그의 일기가 서로 넘나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성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묘사들이 많았다. 그의 작품들은 관음증적이며 정신분석학적이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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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문학 

나는 왜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가? 
감각 자극을 통해 잠재력을 깨워라! 
무의식의 욕망을 창의력으로 바꾸는 ‘취향의 인문학’ 

“소비에 앞서 정체성을, 과시에 앞서 나다움을!”



우리는 왜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와 질 들뢰즈에 따르면,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잠재력은 감각이 자극받을 때 능력으로 현실화된다.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는 감각을 자극하는 ‘메시지’다. 특정 브랜드가 대체 어떤 지점에서 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지 살피다 보면, 나의 무의식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게 된다. 결국 브랜드 취향은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창의력을 깨우는 하나의 키워드가 된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11월 5일 ~ 11월 11일

    당첨자 발표  :  11월 12일 (월) 

    발송  :  11/12~17 사이 발송예정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 와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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