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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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융 심리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다. 이상적인 자아,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인격 흔히들 성인은 절대선으로 똘똘뭉친, 절대악과 대비되는 양극단 언저리라고 묘사되지만 저자는 당당히 반론을 편다. 진짜 성인은 어둠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떠안은, 절대선과 절대악의 경계에 선 존재라고

요즈음 열등감에 대한 책들이 많다. 남과의 비교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때문일까. 열등감의 극복하는 방법은 마더 테레사나 슈바이처처럼 헌신과 봉사로 자기 인생을 채우는 방법도 있는데, 바꿔 말하면 위대한 성인은 사실은 내면을 채운 열등감과의 싸움을 세상에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된다.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좀 더 보편적인 방법은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족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림자를 받아들인다는 말은 아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말일 듯 싶다.

융은 말한다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바로 그곳에서 성장이 일어난다"

인류 역사는 감추고 싶은 자신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남에게 투사해 온 과정이다. 백인이 흑인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나치가 유대인에게...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우월감은 반드시 뿌리깊은 열등의식을 내포하고 있기에 투사는 언제나 비극적이다.

이 책의 장점은 "그림자" 개념에 대해 적절한 사례를 들어, 비교적 얇은 책 내용만으로 그 개념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단점은 정작 그 그림자를 어‰F게 통합시켜야 하는지, 자기 치유를 위한 예시나 과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쉽게말해 치유를 위한 실천서라기 보다는 융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서랄까. 마지막 3장의 만돌라 개념은 일반인들에게 약간은 동떨어진 신비의 무엇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것도 아쉽다.

지금 내면을 흔들고 있는 갈등으로 막다른 골목에 처한 사람이라면, 이 책과 더불어 자기 치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다른 "실천서"들을 병행해서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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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학 -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당신을 위한 심리분석 마인드 북스 4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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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유난히 심리학 서적이 많다. 욕망의 심리학, 유혹의 심리학, 대화의 심리학 등등...그런데 "여자의 심리학"이라니, 그럼 여태까지의 심리학은 "남자의 심리학" 이란 말인가?

구태여 남녀의 차이를 들고나온 이유는 여성에게서 특징적으로 보여지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말하려는 의도다. 사실 나르시시즘은 여성에게만 존재하는건 아니다 (나르시소스는 여자보다 예쁜 "남자"였으니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겉으로는 위풍당당 거칠것 없지만 속으로는 자기모멸감으로 똘똘 뭉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끝내 거짓 자아의 양 극단의 수렁에 빠지는 가엾는 여인네들이다.

무기력하고 침체됨으로 상징되는 우울증은 사실은 똑똑하고 섬세한 사람의 전유물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사고가 추상화되고, 추상화된 관념은 요동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의 양 극단이다. 누구나 상처입은 가슴을 안고 살아가지만 정녕 한 인간을 병들게 하는 건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해석이다. 똑같은 경험에도 크게 상처입는 사람들은 "나약해 빠진 바보"가 아니라 상처의 의미를 아는 섬세한 사람이다. 그러나 의미를 인식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그 상처에만 얽매여 그 틀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똑같은 상황을 끊임없이 연출해내는 가장 잔혹한 형벌에까지 이른다.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인들을 위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사실 극단적 자신감과 극단적 열등감은 모두 자신의 참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는 비현실의 양 극단이라는 점에서 뿌리가 같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사고 - 100% 천사이거나 100% 악마이거나, 성녀이거나 창녀이거나 - 에 빠져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수많은 여인의 사례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경계선적 성격장애나 끊임없는 자기비하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자신과 많은 부분이 닮은 이 책의 사례를 통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 게다가 훌륭히 잘 극복해낸! -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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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프로젝트 -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들의 관계회복을 위한, 칼융의 현대 대중심리학 1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은선 옮김 / 리더스하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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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꿰뚫는 주제어는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의 질은 자신과 맺는 관계의 질과 정비례한다. 다른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바로 우리 자신을 최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특히 특별한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 상처받고 상처주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사람들과 친밀함을 공유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이기에 "특별한 누군가"에 대한 애착의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그사람과 하나되고 싶어하는 "하나로의 융화"는 때로 관계를 파탄내기도, 가슴에 깊은 상처를 불러오기도 한다. 소위 '경계선적 성격장애'라고 이름불려지는 그것 - 이 책은 스스로 인생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다른사람을 통해 의미를 찾으려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많은 정신분석 사례가 말해주듯 어렸을때의 '사소한 경험'들이 인생 전반을 짓누르는 억압이나 상처가 된다. 또한 인간의 무의식은 "이성적"이지는 않아서 똑같은 상황을 자꾸 재연해내곤 한다. 다시 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것이라는 헛된 바램에서 시작하는 투사는 대부분 똑같은 실패로 돌아가고 많은 사람들은 같은 패턴을반복하다 제풀에 지쳐서 가슴가득 한덩어리를 안고 산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이런경우 해결책은 자신의 행동유형을 인식하고 자각하는 것이며 이는 스스로의 자아가 충분히 강하다는것을 전제로 한다.

이책의 장점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정신분석학을 일반일들을 위해 쉽게 풀어썼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지 않고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친절하게 분석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러나 책을 읽는것 만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동하려면 충분히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있을때라야 가능하다. 읽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변화를 기대하는것은 어불성설. 허위로 둘러싸인 겉옷을 벗고 살아있는, 적나라한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영혼을 고양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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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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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대인관계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한 -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계에서 - 책들이 많다. 사회 분위기가 겉옷같은 화려함들에 묻혀 살아있음이 주는 투명한 빛이 퇴색해져가기 때문일까. 만나던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인들을 위한 책들은 많다. 대개는 그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하고 스스로 그 결핍을 알아채고 이성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한다. 스스로 당당해 지라고. 그러나 김선우 시인은 말한다

"사랑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타인에게서 찾아내고자 하며, 둘의 결합으로 완전해지고자 하는 욕망이기도합니다. 부족한 것을 상대에게서 욕망하는 것, 이것이 나쁜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나약한 존재이니까요. 자신의 완성을 위해 타인과 관계 맺고 합일하면서 완성을 꿈꿀 수 있다면, 가장 이기적인 출발을 통해 자연스러운 이타성을 구현하게 되는 멋진 비밀로서의 사랑은 빛나는 존재감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분석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느끼는 깊은 상실감, 우주가 무너진것 같은 절망감을 오히려 격려하고, 견딜수 없을 만큼 힘들 때라도 견딜수 있게 되어있는게 사랑이라는 말로 위로한다. 정호승 시인이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고 했던 것처럼, 가장 순결한 유미주의는 죽을것처럼 사랑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ㅡ

 "사랑이라는 불가사의한 섬에 좌초된 당신이 보입니다. 좌초한 당신만큼은 진짜인 사람입니다"

김선우 시인의 첫 시집 제목처럼 "그녀의 혀는 입속가 갇혀있기를 거부"하는듯이 쉴새없이 보석같은 말들을쏟아낸다. 이 책은 일종의 사랑예찬이지만 세상 저편의 고귀한 그무엇처럼 맹목적으로 미화시키지도, 또 사랑따위 다 안다는 듯이 가볍게 정의내리지도 않는다. 매일 먹는 밥처럼 일상속에 녹아있는 사랑을, 때로는 폭풍우같이 한 사람을 휩쓸어 가기도 하는 사랑을 그녀는 '사랑'하고 온전히 받아들인다.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겁내지 않는 대단한 용기의 소유자이며 "일흔 일곱살이 되어도 연애중일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 당당함이 이 책의 매력이다.

글이 시작될때마다 사랑을 향한 길을 안내하는 듯한 시들과, 그 뒤에 이어지는 시인의 편지를 읽다보면 일상의 작은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인의 감수성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사랑의 가시에 찔려 피흘리고 있는 사람이나, 메마른 가슴을 부여잡고 외로워하는 사람이나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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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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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대수롭지 않게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싶어했던 내일이다"

이 말, 누가한지조차 희미한,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진부해져버린 그 말.

이 소설의 힘은 여기에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혹은 별로 알고싶지 않았던 삶의 진실을

어느 사형수라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윤수라는 극단적인 인물을 세워 

유쾌하지만은 않은 상황설정으로 독자들에게 삶의 간절함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

누구나 다 알고있지만 잊고있었던 것들을.

 

공지영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영복 선생님의 서평을 보고 한번쯤 읽고 싶어졌다.

사형수. 죽음. 햇살 눈부신 아침을 매일 두려움속에서 맞아야 하는 그들의 아픔은

겪어본 사람 혹은 그 옆에서 지켜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리라.

소설에 묘사된, 2만원이 없어 겨울옷을 해입지 못한다거나

손이 묶인채로 지내 밥도 제대로 못먹는다거나

6개월동안 영치금이 천원이 안되는 사람이 1000명에 달한다거나

그런 얼룩덜룩 그려진 현실들보다도 더 가슴아픈건

언젠가는 모두 죽어야 할 사람들인데, 누구는 단 하루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치는 반면

누구는 일부러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고,

인간이 유일하게 죽을날을 결정할 수 있는 그 사람들이

정작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의 죽음을 선고받는것

그래서, 매일 새벽녘마다, 태양이 떠오르면 나는 죽으리라 하고 생각하게 하는것

감히 말한다면, 사형수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고문하는것은

죽음의 순간들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러나 결코 안오지는 않을 그 순간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리라. 

 

이 책의 구성은, 어렸을 때 사촌오빠에게 강간 당한후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아니 오히려 은폐당해야만 했던 그 상처난 가슴을

매일매일 새로 쥐어뜯으며 죽지못해 살아가는, 그래서 세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어느 여자가

윤수라는 사형수를 만나면서 가지게 되는 변화, 그리고 주변상황들에 대한 그여자의 서술

그리고 BLUE NOTE라는, 윤수의 회고록이 교차하고 있다.

윤수의 내면은 거의 직접적으로 서술되지 않는다.

그의 일그러진 어린시절, 그의 외모, 말, 행동으로 간접적으로 묘사될 뿐

그에비해, 유정의 심리상태는 너무도 적나라하게 잘 묘사된다.

사형수들은 책에서 조차 베일에 싸여있는 것인가.

작가의 의도야 어쨌든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유정과 윤수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그 "진짜 이야기"들이

좀 더 내밀하게 서술되고, 또 유정과 윤수가 만나면서 서로의 굴곡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는

그 순간순간들을 좀 더 면면으로 보여줬으면 좋았을 걸

심하게 말하면, 둘이 만나서 공감하는가 싶더니

윤수는 떠나고 알고보니 둘은 사랑했었다. 이런얘기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매일매일 죽음을 기다리는,

그 차가운 감옥속의 따뜻한 피 흐르는 인간의 얘기를 그려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죽음을 몰라 삶을 모르는, 눈 먼 우리들에게 삶의 새로운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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