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은 대인관계에 서투른 사람들을 위한 -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계에서 - 책들이 많다. 사회 분위기가 겉옷같은 화려함들에 묻혀 살아있음이 주는 투명한 빛이 퇴색해져가기 때문일까. 만나던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인들을 위한 책들은 많다. 대개는 그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하고 스스로 그 결핍을 알아채고 이성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한다. 스스로 당당해 지라고. 그러나 김선우 시인은 말한다

"사랑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타인에게서 찾아내고자 하며, 둘의 결합으로 완전해지고자 하는 욕망이기도합니다. 부족한 것을 상대에게서 욕망하는 것, 이것이 나쁜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나약한 존재이니까요. 자신의 완성을 위해 타인과 관계 맺고 합일하면서 완성을 꿈꿀 수 있다면, 가장 이기적인 출발을 통해 자연스러운 이타성을 구현하게 되는 멋진 비밀로서의 사랑은 빛나는 존재감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은 사랑에 대해 분석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느끼는 깊은 상실감, 우주가 무너진것 같은 절망감을 오히려 격려하고, 견딜수 없을 만큼 힘들 때라도 견딜수 있게 되어있는게 사랑이라는 말로 위로한다. 정호승 시인이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고 했던 것처럼, 가장 순결한 유미주의는 죽을것처럼 사랑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ㅡ

 "사랑이라는 불가사의한 섬에 좌초된 당신이 보입니다. 좌초한 당신만큼은 진짜인 사람입니다"

김선우 시인의 첫 시집 제목처럼 "그녀의 혀는 입속가 갇혀있기를 거부"하는듯이 쉴새없이 보석같은 말들을쏟아낸다. 이 책은 일종의 사랑예찬이지만 세상 저편의 고귀한 그무엇처럼 맹목적으로 미화시키지도, 또 사랑따위 다 안다는 듯이 가볍게 정의내리지도 않는다. 매일 먹는 밥처럼 일상속에 녹아있는 사랑을, 때로는 폭풍우같이 한 사람을 휩쓸어 가기도 하는 사랑을 그녀는 '사랑'하고 온전히 받아들인다.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겁내지 않는 대단한 용기의 소유자이며 "일흔 일곱살이 되어도 연애중일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 당당함이 이 책의 매력이다.

글이 시작될때마다 사랑을 향한 길을 안내하는 듯한 시들과, 그 뒤에 이어지는 시인의 편지를 읽다보면 일상의 작은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인의 감수성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사랑의 가시에 찔려 피흘리고 있는 사람이나, 메마른 가슴을 부여잡고 외로워하는 사람이나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하는,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