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형제 사기단 - The Brothers Bloo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블룸형제사기단 속에 있는 진실한 가족애는 역설적이지만 흥미로운 소재였다. 서부 초창기 시대의 복장을 입었으면서도 이동수단이 초음속 비행기였고, 일본 여성의 등장 등은 시간과 장소의 뒤틀어짐을 상징한다. 또한 과도한 행동과 과장된 표현들은 우습지만 행동의 의도들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고, 동시에 영화의 역설적인 매력을 전달해 주었고 마치 색다른 세계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환상을 자아내게 만든다. 영화 속에선 거짓과 진실이 오고 가는 혼란 속에서 인간적이고 감동적이었던 것이 존재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영화를 만든 목적이자 제작자들의 의도였던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거짓과 진실된 행동을 한 이유였던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였다.
  어린 시절부터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스티븐과 블룸 형제는 서로 가족애와 형제애를 지니고 살았다. 단출하지만 우애가 깊은 둘간의 모습은 현대의 이상적인 가족으로 보인다. 뛰어난 지혜를 지닌 형 스티븐의 리드 하에 둘은 각종 사기 행각을 벌였고 좋은 결과들이 훨씬 많았다. 비록 그들에 의한 희생자에겐 나쁜 결과이겠지만. 그러는 와중에 동생 블룸의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을 그 누구보다도 이해한 형 스티븐은 새로운 짝을 맺어 주기 위해 다양한 작전을 짜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마지막 시도 후 동생은 형의 그런 의도에 화를 내고 나서 떠나간다. 장소는 Montenegro, 아마도 멕시코의 지명일 것 같다, 그곳까지 동생을 찾아온 형은 마지막 사기행각을 하자고 동생을 설득, 마침내 진짜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이 때의 사기 상대는 엄청난 석유재벌 상속녀인 페넬로페. 어느 신화에 나오는 이름인 것 같다.
  세상과의 거리감을 두고 은둔한 페넬로페는 매우 기이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과 등지면서도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거리들을 즐겁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블룸형제사기단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어 주었다. 비록 그녀를 속이려는 의도였지만 역설적으로 그녀에겐 세상에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끌었고, 심지어 사랑까지 덤으로 선사했다. 그래서인지 죄악시되는 범죄에 대한 참여에 무감각했는지 모른다. 비록 사기단을 신뢰했기에 그랬었겠지만 세상으로의 시작은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작을 통해 변화를 겪었고 자신을 속였던 사기단의 실체에 대해 실망과 고통을 느꼈으리라. 그러나 그런 실망과 고통으로 다시 그녀가 은둔으로 돌아가긴 힘들었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그녀는 관계의 매력과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갔다. 자기의 집을 파괴하면서.
  마지막에서 보게 되는 형제간의 우애는 희생과 배려가 아직도 미국에선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리라. 마지막의 고통을 참아야 동생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기에 마지막 사기를 벌인 형, 스티븐의 마지막 모습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것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감동적인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동생의 울음과 사랑의 시작이란 역설적인 종말과 시작의 교차는 희생을 통한 배려의 열매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사기라는 제재를 통해 배려와 사랑을 보여준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역설을 통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보인 장면들은 이 영화가 ‘Sting’과 같은 통쾌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의도로 만든 영화도 아니고. 영화 속에 흐르는 형제애는 통쾌한 결말보다 훈훈하고 인간미가 물씬한 영화로 만들어 주고 있다. 형의 마지막 사기는 그 이전부터 했었던 사기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동생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래서 동생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극을 선보이면서 혹시나 동생에게 드리워질 위기를 벗어나도록 이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희생의 의미로 확장시킨다. 동생을 위한 마지막 배려는 영화의 핵심코드이며 영화의 가치를 담은 영화이다. 가족간에도 정서적 거리는 물론 생활공간으로서의 거리감이 커지는 오늘날, 영화는 끈질기게 마지막까지 함께 하고 있는 두 형제의 모습과 그들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지금 우리고 잃어버리고 있는 소중한 것을 일깨운다. 아마 단순히 피만 흐른다고 해서 가족이 아닌 것처럼 서로간에 최선의 것을 다해 줄 수 있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형제이자 가족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음을 영화의 종결 이후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가족끼리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9-06-2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준 영화였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당선도 축하드려요.^^
 
블룸형제 사기단 - The Brothers Bloo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지만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불교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는 많다. 불교에 의해 설립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어머니께선 독실한 불교 신자시다. 어느 절에 어머니께서 내 건강을 위해 거신 등이 지금도 걸려있는지 모르겠다. 종종 절에 가서 108배를 드리기도 했고, 그곳에서의 하루 잠이 큰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다는 아니지만 ‘마하반야…’로 시작되는 ‘반야심경’ 역시 외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내 개인적인 경험이 불교에 대한 실천과는 그다지 관계는 없는 듯 하다. 그런 생각은 ‘행복한 출근길’이란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것이다.
  이 책을 본 시간은 출퇴근의 버스 안이었다. 그냥 그랬던 시간이 그러나 무척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발전한 것이다. 내가 본 불교에선 내세와 현세에 대한 복잡한 고리를 중심으로만 업보나 현세를 생각한 것이 일반적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용을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만 인식했고 세상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복을 위해 열심히 복을 현세에 쌓아라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법륜 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은 이런 내 생각에 조용한 파문을 던졌다. ‘부처보다 법이 먼저고 법보다 스님이 우선이다’란 구절이 가슴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업보, 즉 카르마를 전생과의 윤회로만 이야기로만 익숙한 나에게 일상 속에서의 습관으로 해석한 부분에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윤회를 벗어나는 것이 해탈로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업보란 언제나 비상식적인 표현으로만 여겨졌지만 법륜 스님은 일상과 접하고 있는 카르마, 즉 문젯거리인 습관에 대한 지혜를 보여주고 그에 대해 어떻게 벗어나는지를 구체적인 일상을 통해 제시해주고 있다. 습관에 찌든 내 생활은 내 의지를 꺾어놓은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습관화된 욕망과 분노는 언제나 우리 인식을 휘감고 옳은 정신자세를 방해하며 우리들의 행복을 막아서고 있었다. 법륜 스님은 그런 카르마를 벗어나 의식을 지속시키는 인간이 되라는 묘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세상을 대하라고도 이야기한다.
  다양한 고민들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욕망과 자존심 등은 나에겐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싫어하는 사람들과 살아야만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나 경쟁이란 당연한 구도 속에서 힘들어하고 갈등하는 직장인들 역시 나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실상 이런 고민들은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없는 영원한 인류의 고민들이다. 이런 고민들의 원인을 저자인 법륜 스님은 돈이든, 권력욕이든 모두 욕심에 기인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현재의 삶이 힘들다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돈이 아쉽기에 억지로 참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투영시킨 후 피치 못해 사는 사람들의 허영과 그 갈등, 그로 인한 불행의 연속을 각 사례를 통해 제시한 후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상대를 무욕의 대상으로 보는 것처럼 Cool하게 상대하란 것이다. 목적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자기 주관을 우선으로 하는 인식을 갖기 마련인 법이라서 그의 해결방법은 매우 색달랐다. 또한 인상 깊은 내용은 자신에 대해 특별하게 여기지 말고 평범하게 여기란 점이다. 주관이 앞서 객관을 잃어버린 인간의 문제는 결국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상대에 대한 입장을 도외시한 체 자신의 고민이 가장 커 보이도록 이끄는 인간의 한계는 분명 문젯거리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시점에서 벗어나 상대를 인정하고 수긍하는 자세는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처럼 작용하고 있다. 또한 억지로 다닐 직장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승진 등의 갈망을 벗어버림으로써 새로운 시선으로 직장을 볼 것을 제안한다. 또한 안 되면 관두란 그의 직설적인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느껴졌다. 직장이 우리들의 생활과 행복을 앗아간 이상, 직장은 지옥이기에 그에 대한 절대적 집착을 벗어버리면 모든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현대인의 고민 해소방법에서 Cool은 자주 이야기된다. 남녀간의 관계에서 헤어질 때 자주 거론되는 이 영어형용사는 어쩌면 불교의 갈등대응방안과 무척 유사한 특성을 지니는 것만 같다. 어쩌면 최악을 생각하면서 생활하란 가르침일 수 있는 ‘행복한 출근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고 있다. 좀 더 멀리서 보면 보일 수 있는 것이 너무 가까이서 집착하듯 보니 문제가 생기고 행복은 저 멀리 있게 된 것인지 모른다. 그의 색다르면서도 기이한 삶의 처세는 그래서 좀 당혹스럽지만 그 지혜에 머리 숙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릴 수 있다는 자세에서 출발한다면 많은 것들이 새롭게 느껴질 것만 같다. 미래를 위해 살지 말고 현세에 근심을 덜 수 있는 생활자세를 갖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일을 처리한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을 없을 것이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 책은 그래서 출근길에만 한정되는 책은 확실히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의 짜임새는 엉성해 보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점점 더 어른답게 변하는 내 입장에선 좀 유치할 수도 있고 어느 면에서 개연성이 약한 소설로도 느껴진다. ‘재미’가 설정한 세상이 좀 유치하다고 할까? 그러나 그것은 소설의 구성일 뿐 주제나 저자의 의도는 그렇게 평가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즉 읽으면서 느끼는 작가의 의도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다소 약한 개연성이나 어린이 동화 같은 짜임새와 같은 것을 추구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런 것보다 다른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고, 사실 그것이 저자의 본심이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딸로 구성된 어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재미’는 그들간의 관계는 물론 그들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제나 자신들 주변의 모든 관계들에 피곤함을 느끼고 적대적인 생각조차 품게 된 이들 가족의 구성원들은 재미와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설 속의 가족엔 가족이라면 갖추어야 할 배려나 희생이란 덕목이 사라져 있다. 도리어 가족들은 이미 희생당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목표와 경쟁만이 존재했다. 거기에 상대에 대한 강요 역시 빠지지 않은 악습으로 존재했다. 내가 이만큼 당했으니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피해의식과 강박관념이 만연돼있는 가족, 바로 주인공들이 속해 있는 가족의 모습이다. 이런 각자의 피해의식은 서로간의 악영향을 끼치면서 서로간의 상처를 주기도 했고 누군가 없었으면 하는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이르렀다. 누군가 바뀌어야만 해결될 문제이지만 그들은 상대의 변화를 요구했고 희생을 더욱 강요하는 단계로까지 이어졌다. 이것이 소설의 첫무대로 형상화됐다.
  가족구성원들은 가족 울타리를 넘어서도 비슷하거나 더한 탐욕과 비극으로만 치닫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 언제든지 때려 치우고 싶은 직장에 다니는 아빠, 남들과의 비교에서 열등의식만 자라나는 엄마,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수업을 잘 해도 수업을 싫어하고 학교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딸, 가족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족 밖의 사회 속에서 그들이 쉴 수 있는 터전이나 여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런 외적 분위기는 사실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집이건 집밖이건 그들이 살고 활동하는 공간은 현대인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그들의 고민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만 달랐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그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재미’는 제목 그대로 재미를 그 해결방법으로 제시한다. 재미란 말 속엔 삶의 여유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그런 여유 속에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자연스럽게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소설의 스토리는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상대의 입장에 서게 되고 또한 자연스럽게 상대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엄마와 아빠의 화해는 서로간에 결여된 그것들을 직접 맛보면서 이해하게 됐고 아이의 문제 역시 엄마의 학습지 선생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 소설의 내용은 유치할 수 있지만 제시되는 의도는 결코 유치하지 않은 책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탐욕이 상대에 대한 강요로 전이될 때 행복은 파괴된다. 반면 재미는 자신의 탐욕을 벗어난 상태에서 맛보는 여유다. 그래서 함께 즐기는 재미는 모두가 여유를 즐기게 되며 그것이 행복의 단초가 된다. 그런 여유 이전에 배려야말로 가장 큰 원천이리라. 하지만 배려와 탐욕이 서로 대조되는 어휘라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배려는 어려운 말일 것이다. 특히 경제 위기로 인해 사회는 공격적인 자세를 요구하게 됐고 그래서인지 여유를 부리는 것 자체가 큰 실례가 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재미’에서 제시한 것처럼 그래도 우린 여유를 부려야 한다. 그래야만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우 기초적이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주제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어쩌면 힘들다는 말이 넘실거리는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에드윈 무어 지음, 차미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순간 역사가 움직였다’에서 그런 만남을 소재로 삼았을 것이다. 다만 그 짧은 만남이 과연 역사적으로 엄청난 전환점이 될 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런 전환점이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간의 짧은 만남만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역사적 현상을 무시하는 것인지 모른다. 다만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리고 그들간의 만남에서의 개성 표출 등은 좋은 이야기거리이자 책의 유용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풍자와 위트엔 언제나 대전제가 따른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선입견이라고 할 수도 있다. 풍자란 대상에 대한 공격성을 담고 있는만큼 상대에 대한 불편한 느낌을 자아내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신이 보지 못한 사람들, 혹은 영웅적 인물들에 대해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어조로 상대하고 있다. 아마 영국 저술가들의 공통적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런 부정적 시선은 영국 사회의 개인적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불신이 진하게 깔렸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영국이 근대화와 현대화를 가장 먼저 겪게 되면서 그들은 인간에 대한 신뢰나 믿음과 같은 긍정적 시선들이 영국인들 속에선 사라졌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평범하고 인간적인, 좀 나쁘게 표현하면 그냥 그런 인간들로 영웅이나 상위계층, 그리고 유명인들을 위치시킨다. 아마도 영국인 전체가 갖고 있는 인식인지 모르지만 저자는 유명한 인물들이나 심지어는 영웅들에 대해서 신격화를 하기 보단 일반적인 인간의 시선으로 그들을 보고 있다. 그것은 엘리트가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한다는 망상을 고발하고, 보다 민주적인 입장에서 사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시종일관 유지되는 풍자적 어조는 민주주의를 점차 벗어나고 있는 현 정치를 비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유명인들의 사소하고 우연스런 만남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실 그 만남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친절하게 만남 이전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적고 있다. 어쩌면 만남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내용일 수 있는 이것들은 만남의 가치를 압도한 적도 많다. 어쩌면 그들의 행동이 아니라 행동에 따른 그 여파가 큰 것일 때 역사로저 자리매김한 만큼 그들의 사소한 만남에 큰 감동이나 여운을 기대하긴 힘들다. 번역자 역시 ‘흥미 위주의 편집이며 시시콜콜한 Trivialism의 극치’라고 표현한 만큼 이 책은 아무래도 흥미거리를 모아놓았다고 비평을 한다해도 틀린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도리어 이 덕분에 그들에 대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그들도 평범한 인간이란 것이다. 대신 그들의 묘하고 기이한 인간성과 선택, 그리고 그들이 남긴 것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욱 넓어지고 내 삶의 이해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