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불교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는 많다. 불교에 의해 설립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어머니께선 독실한 불교 신자시다. 어느 절에 어머니께서 내 건강을 위해 거신 등이 지금도 걸려있는지 모르겠다. 종종 절에 가서 108배를 드리기도 했고, 그곳에서의 하루 잠이 큰 즐거움이 되기도 했다. 다는 아니지만 ‘마하반야…’로 시작되는 ‘반야심경’ 역시 외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내 개인적인 경험이 불교에 대한 실천과는 그다지 관계는 없는 듯 하다. 그런 생각은 ‘행복한 출근길’이란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것이다.
  이 책을 본 시간은 출퇴근의 버스 안이었다. 그냥 그랬던 시간이 그러나 무척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발전한 것이다. 내가 본 불교에선 내세와 현세에 대한 복잡한 고리를 중심으로만 업보나 현세를 생각한 것이 일반적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용을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만 인식했고 세상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복을 위해 열심히 복을 현세에 쌓아라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법륜 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은 이런 내 생각에 조용한 파문을 던졌다. ‘부처보다 법이 먼저고 법보다 스님이 우선이다’란 구절이 가슴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업보, 즉 카르마를 전생과의 윤회로만 이야기로만 익숙한 나에게 일상 속에서의 습관으로 해석한 부분에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윤회를 벗어나는 것이 해탈로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업보란 언제나 비상식적인 표현으로만 여겨졌지만 법륜 스님은 일상과 접하고 있는 카르마, 즉 문젯거리인 습관에 대한 지혜를 보여주고 그에 대해 어떻게 벗어나는지를 구체적인 일상을 통해 제시해주고 있다. 습관에 찌든 내 생활은 내 의지를 꺾어놓은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습관화된 욕망과 분노는 언제나 우리 인식을 휘감고 옳은 정신자세를 방해하며 우리들의 행복을 막아서고 있었다. 법륜 스님은 그런 카르마를 벗어나 의식을 지속시키는 인간이 되라는 묘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세상을 대하라고도 이야기한다.
  다양한 고민들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욕망과 자존심 등은 나에겐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또한 싫어하는 사람들과 살아야만 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나 경쟁이란 당연한 구도 속에서 힘들어하고 갈등하는 직장인들 역시 나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실상 이런 고민들은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없는 영원한 인류의 고민들이다. 이런 고민들의 원인을 저자인 법륜 스님은 돈이든, 권력욕이든 모두 욕심에 기인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현재의 삶이 힘들다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후 돈이 아쉽기에 억지로 참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투영시킨 후 피치 못해 사는 사람들의 허영과 그 갈등, 그로 인한 불행의 연속을 각 사례를 통해 제시한 후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상대를 무욕의 대상으로 보는 것처럼 Cool하게 상대하란 것이다. 목적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자기 주관을 우선으로 하는 인식을 갖기 마련인 법이라서 그의 해결방법은 매우 색달랐다. 또한 인상 깊은 내용은 자신에 대해 특별하게 여기지 말고 평범하게 여기란 점이다. 주관이 앞서 객관을 잃어버린 인간의 문제는 결국 갈등의 씨앗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상대에 대한 입장을 도외시한 체 자신의 고민이 가장 커 보이도록 이끄는 인간의 한계는 분명 문젯거리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시점에서 벗어나 상대를 인정하고 수긍하는 자세는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처럼 작용하고 있다. 또한 억지로 다닐 직장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승진 등의 갈망을 벗어버림으로써 새로운 시선으로 직장을 볼 것을 제안한다. 또한 안 되면 관두란 그의 직설적인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느껴졌다. 직장이 우리들의 생활과 행복을 앗아간 이상, 직장은 지옥이기에 그에 대한 절대적 집착을 벗어버리면 모든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현대인의 고민 해소방법에서 Cool은 자주 이야기된다. 남녀간의 관계에서 헤어질 때 자주 거론되는 이 영어형용사는 어쩌면 불교의 갈등대응방안과 무척 유사한 특성을 지니는 것만 같다. 어쩌면 최악을 생각하면서 생활하란 가르침일 수 있는 ‘행복한 출근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고 있다. 좀 더 멀리서 보면 보일 수 있는 것이 너무 가까이서 집착하듯 보니 문제가 생기고 행복은 저 멀리 있게 된 것인지 모른다. 그의 색다르면서도 기이한 삶의 처세는 그래서 좀 당혹스럽지만 그 지혜에 머리 숙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릴 수 있다는 자세에서 출발한다면 많은 것들이 새롭게 느껴질 것만 같다. 미래를 위해 살지 말고 현세에 근심을 덜 수 있는 생활자세를 갖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일을 처리한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을 없을 것이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들었다. 이 책은 그래서 출근길에만 한정되는 책은 확실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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