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무서움에 관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리사욕'의 무서움에 관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명이 필요한 건. '편견'과 '사리사욕'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의 행복이겠죠. 몽테스키외는 20년에 걸쳐 저술한 <법의 정신>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내가 인간들로 하여금 그들의 편견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인간들 가운데 가장 행복하다고 믿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편견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에 대해 모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모르도록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과연, 교과서의 내용처럼 삼권분립이 지켜지면 법의 정신이 지켜지는 것일까요?

몽테스키외의 말을 빌려말하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자기 편견에 의지하여 입법, 사법, 행정을 하는 한 법의 정신은 지켜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5년 6월 문예출판사에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 출간되었습니다. 법과 도덕성의 회복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_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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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통찰력과 20년 노력이 결합된 역작으로

미국 연방헌법 제정과 근대 법치국가의 정치 이론에 깊은 영향을 준 명저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법은 사물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다” 하는 유명한 정의로 시작되는《법의 정신》은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몽테스키외가 2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쓴 필생의 대작이다. 진리·미덕·행복이 일체를 이룬다고 믿었던 그는, 법은 새로 만들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도덕적·정치적·종교적 편견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정신과 깊은 식견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특히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의 분리 등 삼권분립을 가장 먼저 주장한 선구자적 저서로 미국 연방헌법 제정과 근대 법치국가의 정치 이론에 크나큰 영향을 준 책이기도 하다. 군주정체·전제정체·공화정체의 등 다양한 정체를 비교 분석하고, ‘법과 풍토성의 관계’를 논했으며, ‘법과 상업의 관계’·‘법과 종교의 관계’·‘법과 화폐 사용의 관계’ 등 방대한 분야에서 그가 풀어나가는 법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몽테스키외는 법을 관계들로서, 그것들 간에 유지하는 관계들로서, 그리고 그것들이 다른 모든 것과 유지하는 관계들로 간주하고, 이 수많은 관계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귀납적 방법을 사용했다. 즉 법의 정신을 탐구하고, 역사적 사실에서 가설을 얻어내고, 이를 다시 역사적 경험에 적용하는 식의 독창적 방법으로 연구했다. 

이처럼 법이란 보편적이고 초월적인 명령이 아니라 풍토, 풍속, 종교, 국민성 등 개별적 여러 현상, 제 조건과 관련된 필연적인 관계라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이고 독창적인 관점이다. 법의 정신이란 그 여러 관계 하에 구축된 전체 사회를 인식하고 유지하는 것, 그리고 관계성에 작용하는 정치적 지성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것을 해명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최고의 문장가가 은유와 과장, 서정성을 남김없이 발휘한 매혹적 저작으로

‘법의 정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독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여러 가지 전개 방법을 도입했으며, 놀라운 솜씨로 다양한 문체를 구사한다. 때로는 산문으로 된 서정적인 절들로 이야기하다가 때로는 준엄하게 독설을 퍼붓기도 하고, 때로는 보쉬에식 화법을 구사하다가, 때로는 볼테르식 화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반대로 단 한 단어 속에 풍부한 은유와 상징을 담기도 했다. 다소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몽테스키외가 그의 시대에 넘쳐났던 글 잘 쓰는 사람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문장가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은유와 상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법의 정신》은 겉으로 보기에 매혹적이고 손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문장으로 되어 있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잘 파악하려면 상당히 주의해서 곱씹어 읽을 필요가 있다.  

또한 몽테스키외는 책의 구성에도 다양성을 발휘해 책을 여러 편(篇)으로 나눈 후, 이 편들도 여러 장(章)으로 나누는데, 이 장들을 대부분 짧게, 또 어떤 장들은 매우 짧게 배치함으로써 집중과 강조의 효과를 발휘한다. 이렇게 읽어나가는 가운데 오늘날의 법이 어떠한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뿌리를 반가운 마음으로 탐색할 수 있는 책이다. 

즉 ‘법의 정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오늘날의 법과 정치현상, 사회와 각 민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이 책은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일 뿐 아니라, 오늘날 법의 바탕과 뿌리를 이해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사람들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훌륭한 고전이다.  

특히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출판된 《법의 정신》은 방대한 전편에서 가장 유명하고 필수적인 장들을 뽑아 간추린 것으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법의 정신》의 중심이 되는 사상의 진수를 만나 볼 수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법의 정신》에 대한 상세한 작품해설과 1757년 완본판 차례를 모두 실었다.  

 

 


■ 차례

 

저자가 알려드리는 말씀 

서문

1부

1편 법 일반 

2편 정체의 성격에서 직접 유래하는 법들 

3편 세 가지 정체의 원리 

4편 교육법은 정체 원리와 관련되어야 한다

5편 입법자가 제정하는 법은 반드시 정체 원리와 관련되어야 한다

6편 민법 및 형법의 단순성과 재판 형식, 형 결정과 관련한 여러 정체 원리의 귀결

7편 사치 금지법과 사치, 여성 지위와 관련한 세 가지 정체의 여러 원리가 낳은 결과 

8편 세 가지 정체를 구성하는 원리의 부패

2부 

9편 법과 방어력의 관계

10편 법과 공격력의 관계

11편 국가조직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자유를 형성하는 법

12편 시민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자유를 형성하는 법

13편 조세 징수와 공공 수입의 규모가 자유와 맺는 관계

3부

14편 법과 풍토성의 관계 

15편 시민적 노예제 법과 풍토성의 관계 

16편 가내 노예제 법과 풍토성의 관계

17편 정치적 노예제 법과 풍토성의 관계

18편 법과 토질의 관계

19편 법과 국민의 일반 정신 및 풍습과 생활양식 형성 원리의 관계

4부

20편 상업에 관한 법의 본질 및 특성 

21편 세계적 변혁에 관한 상업과 법의 관계

22편 법과 화폐 사용의 관계

23편 법과 주민 수의 관계

5부 

24편 법과 교의 실천 및 그 자체로 고찰된 종교의 관계

25편 법과 각 나라의 종교 존립 및 그 대외정책의 관계

26편 법과 자연의 관계에서의 판단 능력

6부 

27편 상속에 관한 로마법의 기원과 혁신

28편 프랑크인에게 있어서의 민법의 기원과 혁신

29편 법을 제정하는 방법

30편 군주정체 확립과 관련해 프랑크족의 봉건법 이론

31편 프랑크족 봉건법 이론과 그 군주정체 변천의 관계

작품해설 

1757년판 차례




■ 본문 엿보기


■ 한 가지 양해를 구할 점이 있는데, 혹시라도 사람들이 양해를 안 해줄까 봐 걱정된다. 20년에 걸쳐 이루어진 작업을 잠깐 동안 읽고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겨우 몇 문장을 읽고 나서 인정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다 읽은 다음 그렇게 하라는 말이다. 만일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그가 책을 쓴 목표부터 알아야만 그 의도를 알아낼 수가 있다. -서문 중에서


■ 군주정체에서 교육이 오로지 정신 수준을 높이려고만 애쓰는 것처럼 전제정체에서는 교육이 오로지 정신 수준을 낮추려고만 애쓴다. 전제정체에서는 교육이 노예적이어야 한다. 누구든 노예가 되지 않고는 폭군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노예 교육을 받으면 심지어 명령을 내릴 때도 좋다. -57쪽


■ 국가에는 항상 출생과 재산 또는 명예로 따져보아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들이 국민 속으로 흡수되거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 표밖에 갖지 못한다면, 모두가 똑같이 누리는 자유가 그들에게는 노예제가 될 것이고, 그들은 그 자유를 지키는 데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의결이 그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입법에 참여하는 비율은 그들이 나라 안에서 갖는 다른 이점들과 비례해야 한다. 이 일은 국민이 그들이 하려고 하는 일을 저지할 권리를 갖는 것처럼 그들도 국민이 하려고 하는 일을 저지할 권리를 갖는 단체를 구성함으로써 실현될 것이다.  -136쪽  


■ 가장 많은 자녀를 둔 원로원 의원은 의원 명부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그는 원로원에서 가장 먼저 의견을 진술했던 것이다. 자녀를 둔 사람은 자녀 한 명에 대해 기간이 1년씩 단축되었기 때문에 정해진 나이가 되지 않아도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 로마에서 자녀를 셋 둔 사람은 모든 인적 부담이 면제되었다. -274~275쪽


 

 

■ 지은이 소개


샤를 루이 드 스콩다 몽테스키외(Charles-Louis de Secondat Montesquieu, 1689~1755)


흔히 몽테스키외로 알려진 샤를 루이 드 스콩다 몽테스키외는 1689년 1월 18일, 프랑스 귀족 출신 아버지와 영국 출신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1700년, 근대식 교육을 실시하는 오라토리오 수도원 학교에 들어간 그는 보르도에서 법 공부를 마치고 변호사로 일하다 1714년 보르도 고등법원 고문으로 임명되었고, 1715년 부유한 신교도 여성과 결혼했으며, 다음 해 백부가 사망하자 백부의 관직과 유산을 물려받았다. 스물일곱 살에 고위 법관이 되고 그에 걸맞은 재산을 갖게 된 것이다. 1716년, 보르도 학술원 회원이 된 몽테스키외는 이미 회고록을 집필하는가 하면 법과 역사, 정치, 물리학, 자연과학 등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논문을 썼다.

1721년 《페르시아인의 편지》를 펴낸 뒤로 유명 작가가 되었는데 이 짧은 서한 소설에서 몽테스키외는 하렘에서 허구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파리의 풍속을 묘사하고 루이 14세 치하의 정치와 종교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때 ‘전제주의’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몽테스키외는 계속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무론》을 쓰기 시작한다. 1728년(39세) 오랜 유럽 여행을 시작해, 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각 도시의 풍습과 제도뿐만 아니라 자연현상에도 관심을 보였다.

1745년 《실라와 외크라트의 대화》를 출판한 후, 1749년에는 다시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대작 《법의 정신》을 세상에 선보였는데 이때 예순 살이던 그는 과로로 거의 실명 상태였다.

《법의 정신》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프랑스에서 판매 금지되었다. 2년 뒤, 《‘법의 정신’을 옹호함》(1750년)이 출판되는 등 친구들이 애썼는데도 이 명저는 로마에서도 판금되고 말았다. 그러나 몽테스키외는 《로마인의 위대함과 퇴폐 원인에 관한 고찰》과 《페르시아인의 편지》 재판을 찍고,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전서》를 위해 일했으며, 《취향론》을 쓰기 시작하는 등 열정을 거두지 않았으며, 1755년 1월 20일 파리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쳤다.


■ 옮긴이 소개

 

이재형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대 강사를 지냈다. 

지금은 프랑스에 머무르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사회계약론》(장 자크 루소, 문예출판사), 《군중심리》(귀스타브 르 봉, 문예출판사),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마르트 로베르, 문예출판사), 《마법의 백과사전》(까트린 끄노, 열린책들), 《지구는 우리의 조국》(에드가 모랭, 문예출판사), 《밤의 노예》(미셸 오스트, 문예출판사), 《말빌》(로베르 메를르, 책세상), 《세월의 거품》(보리스 비앙, 웅진), 《신혼여행》(파트릭 모디아노, 동아출판사), 《레이스 뜨는 여자》(파스칼 레네, 부키), 《눈 이야기》(조르쥬 바타이유, 푸른숲), 《시티 오브 조이》(도미니크 라피에르, 문예출판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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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논술에 어떤 책이 많이 나왔는지를 소개하려고 조사를 하다 보니 1993년에 지금의 박원순 시장님이 <한겨레> 신문 기고한 책에 관한 칼럼을 읽게 되었습니다.

 

(독서는) "고상한 것이긴 하겠지만 그것이 진실로 내 삶을 살찌우고 새롭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회의도 가끔 든다."
- 박원순, <한겨레>, 1993년 10월 6일

 

어떻게 책을 소개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란 고민을 하다 박원순 시장님의 독서에 관한 글을 보니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아, 나는 너무 책을 얄팍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고민이 들었던 것이죠.

 

서울대 추천도서, 타임지 추천도서 등 많은 추천 도서들이 있습니다. 모두 '필독'이나 '추천'이라는 말로 소개되는 책들이지만, 보통은 평생 안 읽게 되는 책이거나 제목만 들어본 책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출판일을 해서 그럴까요? 문예남은 이런 목록에 읽지 않은 책이 많은 것을 보면 스스로가 몹시 부끄러워집니다. 박원순 시장님의 말을 빌려서 말하면

 

"고상한 것은 나중 문제이고, 진실로 독서를 통해 삶을 살찌우고 싶은 마음이나 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가 든다."라는 기분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비장(?) 비슷한 기분으로 <동아일보>에서 정리한 대학 논술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도서들을 공유합니다.

여러분이 읽는 모든 책이 고상한 것이 아닌, 삶을 살찌우고 새롭게 만드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난 2006년 <동아일보>에서는 2000년 이후 어떤 책이 대학 논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었을까란 내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된 도서는 동양고전인 <장자>입니다. 기사에서는 같은 책이 연속으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다양한 고전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인용문은 정보화, 세계화, 탈산업화, 포스트모던시대와 관련한 지문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논술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최근 이슈와 관련된 고전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하단 링크 동아일보 기사 보기

http://news.donga.com/3/all/20060307/8282059/1

 

 

2000년 ~ 2006년 사이 가장 많이 인용된 도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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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저자 / 대학 / 횟수(순서)


장자 / 장자 / 고려대, 성균관대, 경인교대, 경희대, 전남대, 부산대, 서울교대 / 9
논어 / 공자 / 교려대, 경희대 / 5
니코마코스 윤리학 / 아리스토텔레스 / 서울대, 경희대, 부산대, 서강대 / 4
맹자 / 맹자 / 부산대, 연세대, 고려대, 동국대 / 4
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 프롬 / 한양대, 건국대, 연세대 / 3
거대한 변환 / 칼 폴라니 / 서울대 / 2
공유의 비극 / 개릿 하딘 / 서울대, 동국대 / 2
국부론/ 애덤 스미스 / 서울대, 동국대 / 2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 경희대, 가톨릭대 / 2
나와 너 / 마르틴 부버 / 서강대, 서울교대 / 2
느림 / 밀란 쿤데라 / 성균관대, 부산대 / 2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 고려대, 경북대 / 2
데이터그모그 / 데이비드 셍크 / 고려대, 연세대 / 2
레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 건국대, 고려대 / 2
맥도날들 그리고 맥도날드화 / 조지 리처 / 연세대, 고려대 / 2
미국의 민주주의 토크빌 / 경희대, 성균관대 / 2
사기 / 사마천 / 성균관대, 한국외대 / 2
삼국유사 / 일연 / 건국대, 성균관대 / 2
소비의 사회 / 장 보드리야르 / 고려대, 이화여대 / 2
소유의 종말 / 제러미 리프킨 / 동국대, 한국외대 / 2
약천집 / 남구만 / 전남대, 경인교대 / 2
에밀 / 에밀 / 서울대(2) / 2
역사란 무엇인가 / E.H 카 / 경희대, 서울교대 / 2
오리엔탈리즘 / 에드워드 사이드 / 서울대, 한양대 / 2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 에드워드 윌슨 / 한국외대, 경북대 / 2
자유헌정론 / 하이에크 / 고려대(2) / 2
정의론 / 존 롤스 / 서울대, 동국대 / 2
정치학 / 아리스토텔레스 / 이화여대, 경희대 / 2
조화로운 삶 / 니어링 부부 / 건국대, 전남대 / 2
존재와 시간 / 하이데거 / 연세대, 서강대 / 2
철도여행의 역사 / 볼프강 시벨부슈 / 서울대, 성군관대 / 2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 카프라 / 연세대, 경희대 / 2

 

*

목록에 실린 문예출판사의 도서 두 권에 관하여

 


 

《소비의 사회》, 장 보드리야르

​오늘날의 소비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 안락, 권위가 소비임을 말한 책입니다. 새로운 소비의 개념을 말한 최고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과 관련된 책을 찾으시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나와 너》, 마르틴 부버 

기술이 발달한 이후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이 책보다 더 훌륭하게 설명한 책이 있을까요? 기술과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제기되는 비인간성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부버는 말합니다. 기술이 발달해서 인간이 비인간적이 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그것(기술, 권위, 사람 등)'에 고개를 숙이고 관계를 기계적(도구적)인 관계를 맺어서 그렇다구요. 부버는 인간적인 삶을 위해선 무엇보다 '나와 너'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럼, 사람이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대하기 위해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버의 책에서 그 실마리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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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약한 속마음을 위로해줄 5권의 고전을 찾다 발견한 가부장 문화의 폐해를 알려주는 3권의 책​"

- 부록 : 20세기를 움직인 책 목록(글 하단)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에는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란 구절이 있습니다.

많은 분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인이 없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해서 노래를 모르겠는가" 등

다양한 상황의 다양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문장이기도 하구요.

이 게시물에선 약한 속마음을 가진 남자라고 000을 모르겠는가란 주제로

아래와 같은 5종류의 약한 속마음을 가진 남자분을 위한 책들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1. 강한 남자라고 해서 따뜻한 순정을 모르겠는가.

2. 남자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모르겠는가.

3. 사랑을 이룰 수 없는 남자라고 자존심을 모르겠는가.

4. 고민이 많은 남자라고 행동하는 기쁨을 모르겠는가.

5.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남자라고 선악을 모르겠는가.

그런데 책을 소개하다 보니 5권 중 3권에서 

아버지 때문에 주인공 인생이 고행길로 빠지더군요.^^a;;

본의 아니게 말도 없고 감정 표현도 허락하지 않는 가부장 문화의 폐해를 지적하는 책소개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버지 때문에 많이 힘드셨던 분이 계시다면 아래 소개되는 책 중 <도련님>, <수레바퀴 아래서>, <인간실격·사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각각의 도서는 아래와 같은 아픔을 경험하신 분에게 권합니다.

 

<도련님> : 차남이며 아버지가 장남만 사랑하고 자신을 무시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 이런 이유 때문에 성격이 거칠어졌다고 스스로를 평가하시는 분에게 추천.

<수레바퀴 아래서> :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아버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한 분. 1등을 할 때와 1등을 하지 못했을 때 부모의 태도가 달라짐을 경험하신 분.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가출을 시도하신 분에게 추천.

<인간실격·사양> : 아버지에게 자신의 현상태에 대해 어떤 말도 해보신 적이 없거나 아버지가 그런 말을 허락해주지 않으셨던 분. 감정표현이 서툴거나 감정표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분. 이런 남자 문화 때문에 여자에게서 따뜻하면서도 순수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으면 하는 상상을 하셨던 분에게 추천.

 

무엇이 발견되었든 본래의 목적대로 책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남자을 위한 고전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각각의 인물이 자신의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갔는지를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을 읽어서 우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여러분이 위로해주고 싶은 남자(사람)는 어떤 남자(사람)인가요?

_문예남 올림​

 

1. 강한 남자라고 해서 따뜻한 순정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 중 한 명인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입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이 워낙 막무가내인지라 손해만 보고 살았다."란 첫 문장이 단번에 주인공의 성격을 소개해 줍니다. 물론 소설의 시작부터 막무가내로 부모 탓을 해서 막무가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 주인공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형과 함께 살지만 좀처럼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주인공인 나에게 늘 '너는 틀렸다'란 말만 하구요.
이런 말들에 화가 난 '나'는 심한 장난을 치기도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성품을 '대쪽같다'고 표현해주는 하녀 기요를 바라보는 마음은 한없이 따뜻하기만 합니다. 사실 주인공 '나'는 문제도 많이 일으키지만 매우 올곧은 남자입니다. 허세가 심한 남자는 아니라는 거지요. 세상물정 모르는 막무가내 도련님의 성장소설이라고 말해지는 소설이지만, 왜 우리가 외롭게 살 수밖에 없는가를 말해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아버지, 나를 속이려는 직장 동료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간들은 주인공인 나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어 나를 막무가내로 행동하게끔 합니다. 주인공 '나'는 주변의 사람들처럼 능청스럽거나 교활하게 살지 못하니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쪽같은 강함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무시하지 않고 하녀 기요가 주인공 나에게 하듯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나'는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왜 당신이 사랑받을 만한지를 공들여 이야기해 주고,  어떤 문제가 있었을 때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면 주인공 '나'는  막무가내식의 강함이 아니라 따뜻한 강함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겉으로 강해 보이는 남자라고 순정(순수한 감정과 애정)을 모를까요? 다른 사람의 배려 아래 누구나 자신의 순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책과 이어지는 정보^^
나쓰메 소세키의 38세(1905년)  때 연봉은​ 1500엔이었다고 합니다.(제 1 고등학교 강사 연봉 700엔 + 도쿄대 교수 800엔) 같은 시기 초등학교 교사의 월급은 8엔이었고 나쓰메 소세키의 월급은 120엔 이상인 것이죠. 오늘날의 물가로 보면 정말 낮은 금액이지만 당시 학교 교사 월급의 10배가 넘는 월급이라니 대단하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생활비가 부족해서 30엔짜리 강사 알바를 뛰었다고 하네요. 직업이 3개인 것만 해도 대단한데 소세키는 38세가 되는 1905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합니다. 이 작품이 큰 호평을 받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구요. 그리고 1905년에 <도련님>을 발표하여 다시 한 번 큰 호평을 받습니다. ^^
3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불후의 명작까지 쓴 소세키의 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 아닐 수가 없네요. 그러나 소세키는 영국 유학 시절부터 신경증을 심하게 앓아왔었다고 합니다. <도련님> 같은 작품을 저술했을 때도 신경증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구요. 소세키는 서양문물을 배우고 모방해야 하는 자신과 일본의 현실을 견딜 수 없었고 이것이 병의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소세키는 소설을 쓰는 것을 머리로 뀌는 방귀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데요. 방귀를 뀌어 속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소설을 쓸 때는 신경증으로 고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세키에서 소설은 자신과 일본의 현실을 묘사하고 병을 치유하는 치료의 일기 같은 것이었던 것이죠. 위궤양과 당뇨로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성기에 대한 내용은 책 <도련님의 시대>를 통해 만화로도 만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만나보세요(개인적으로는) 재미있습니다.^^
 


 

2. 남자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헤세의 소설에 나온 모든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심약하거나 사회적 약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싯다르타>의 주인공인 붓다는 출생상은 아니지만 인류 역사상 약자의 슬픔을 가장 많이 보아주신 분이기도 하니 헤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 주인공은 약자의 슬픔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데미안> 같은 소설도 있지만 <수레바퀴 아래서>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의 현실과 잘 맞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해서 출세한 다음 부와 안락을 누리라고 강요를 하고 이에 맞춰서 살던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기 위해 반항과 실패를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던 경험, 공부해서 성공해라는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한국에서 이런 말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란 생각이 듭니다.ㅜㅜ
주인공인 소년 한스는 부모로부터 목사가 되어 편하게 살 것을 강요받습니다. 한스는 우수한 학생이었고 좋은 성적으로 신학교 입학까지 합니다. 한스의 아버지는 한스가 좋은 시험 성적을 가져올 때만 잘 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차갑게 대합니다. (<도련님>에서처럼 헤세도 아버지 때문에 고생이군요. 소세키는 1867년에 출생했고 헤세는 1877년에 출생했는데요. 거의 같은 시기에 동양과 서양 모두 비슷한 성격의 아버지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했다는 점은 참 이상합니다.ㅎㅎ) 한스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딱딱하고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는 목사의 삶을 추구하고 싶어 하지 않죠. 한스는 시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신학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한스는 자신의 친구 하일러가 교장으로부터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교장은 친구 하일러를 감금시키겠다고 전교생에게 선포하고 이 일을 너희들에게 본보기로 삼겠다고 한 것이죠. 한스를 포함한 전교생은 모두 겁을 먹었고 마음으론 하일러를 응원했지만 하일러에게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우정 대신 권위에 대한 복종을 선택한 것이죠. 아버지에 대한 복종, 신학교에 대한 복종을 경험한 한스는 결국 학교를 나와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시계공장에 들어갑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한스를 조롱하듯 말합니다. 장래가 유망했던 아이가 고작 시계공장 일꾼이 되었다구요.
​사실 이 책의 이야기는 헤르만 헤세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자퇴를 하고 시계공장 직원으로 일하다 열세 살에 꿈꾸었던 시인이 되는 꿈을 다시 찾아가기 전까지의 이야기인 것이죠. 헤세는 시계공장에서 나온 이후 서점에 취직을 하고 이곳에서 다시 공부를 하여 작가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 헤세의 나이가 19살 전후였구요.
위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헤세(한스)는 굉장히 지적으로 유능한 사람입니다.​ 흔히 말하는 수재지요. 책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노력도 엄청나게 합니다. 능력과 노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아니 능력과 노력과 감성 세 가지를 갖춘 천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이런 재능이 있었지만 헤세 자신이 세상의 법칙이나 타인의 요구에 맞춰사는 동안은 그저 한명의 사회적인 약자에 불과했습니다.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회 부적응자이기도 했지요. 헤세 자신이 꿈을 위해 모험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헤세를 기억했을까요?
이 책에 남자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모르겠는가?란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은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지 않고 세상의 규칙에 맟춰사는 한 언제든 자신이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맛볼 수 있다'라구요.​
* 헤세 전시회 정보
헤세와 그림들展이 2015년 11월 초까지 진행이 됩니다. 헤세의 그림과 글을 모두 만나보시고 싶은 분은 전시회를 방문하여 보세요.
추천합니다. 2014년 반 고흐展을 방문하시고 유익했다고 생각하셨던 분은 믿고 가셔도 좋습니다. 헤세 전시회를 진행하는 분들이 반 고흐展을 준비하셨던 분들이거든요.
전시회 정보 링크 ​: http://www.hesse2015.com/
 


 

3. 사랑을 이룰 수 없는 남자라고 자존심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수레바퀴 아래서>가 헤세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듯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괴테란 이름을 알리게 된 책, 권총자살이 유럽에서 유행처럼 퍼지게 한 책으로 유명한데요. 여기에선 다른 수식을 붙여보고 싶습네요.^^ '인간은 감정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성적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라구요.​ 물론 균형을 맞추어 살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잖아요. 어떤 사람은 감정이 앞서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성이 앞서기도 하니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감정인가요 이성인가요. 
이 책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그 감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줄 아는 사람이었죠. 그 당시 모든 여자들이 소설 속 로테처럼 사랑받고 싶어 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 내가 미친듯이 사랑받고 있어!라는 느낌 말이에요.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유럽은 계몽주의가 유행하는 시대로 이성의 힘을 어느 때보다 믿었던 시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괴테는 그 당시 트렌드와는 정반대인 감정의 자연스러운 분출을 말한 것이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말하는 예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유부녀 로테를 사랑했고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직감했을 때 마음(감정)의 순결함을 위해 ​자결한 베르테르의 이야기. 문예남은 두 가지로 표현하여 봅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고 자존심을 모르겠는가.
꿈을 포기한 사람은 꿈꾸는 것에 대하여 복수를 할 수 있다.​
위에서 감정과 이성에 대해서 묻는 책이라고 말하였는데요. 다른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루지 못하는 것을 바라볼 때의 감정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묻는 책이라구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꿈을 꾸고 무언가 되고 싶어하며 실패를 경험합니다. 심한 경우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연애가 되지 않는 경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엉뚱한 사람에게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연애를 방해하는 사람도 있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복수를 하는 형태로요.
이 책을 소개하다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고 싶은 일에 하면서 사는 사람만이 질투나 분노를 모르고 살 수 있다....



4. 고민이 많은 남자라고 행동하는 기쁨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릴케의 유일한 장편 소설입니다. 완성에만 6년이 걸렸으며 이어령 박사님이 '내 인생의 단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한 책이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당연히 소설의 주인공 말테가 사색에만 잠겨 있어서는 아니겠지요.^^ 이어령 선생님은 '소설로 찾는 영성의 순례(2013)'라는 강의에서 이 책이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려줄 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셨답니다.

이 책은 28세의 덴마크 귀족 청년 말테서 파리에서 살며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파리의 풍경을 보고 사색하며 자신의 내면을 봄으로써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지요. 소설에선 28살이나 된 내가 변변찮은 일도 하지 않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데요. 이런 면에선 고학력이면서 어쩔 수 없이 소득이 없는 분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테는 이 책의 초반부에서 자신이 '보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보는 것들이 마음의 구석으로 들어오고 나 자신도 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간다라고 덧붙이면서요. 아마도 이게 릴케가 삶을 경험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자극하는 풍경을 보고 자신이 왜 그 풍경에 자극을 받고 있으며,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찾는 것이죠. 어쩌면 그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질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책하는 연인의 모습이 이상하게 신경 쓰여서 바라보다, 아! 내가 외로워서 그렇구나란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사람이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도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면 릴케의 감성을 너무 쉽게 말한 것일까요? 죽음을 무서워하는 이유,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등 많은 것을 보고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의 이유들을 찾아가는 과정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릴케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힘들고 고달프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사이..."​(중략)
"사랑을 높​이는 일을 태만히 하고, 그 사랑을 실현시키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중략)
"그리고 이번에는 실제로 체험해보리라, 이것이 고향을 떠난 탕아가 다시 그곳에 돌아온 이유였다."
보는 것을 배우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마지막엔 사랑을 실현시키는 일을 체험하는 과정. 이게 릴케가 얻은 삶의 자세는 아니었을까요? 위 인용문에서 '사랑'을 '꿈'으로 바꾸어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꿈을 실제로 체험해보리라. 이것이 다시 돌아온 이유다라구요.
어떤가요. 말도 없고 고민도 많지만 그 끝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아는 남자(사람)은요.^^ 물론 릴케(말테) 같은 분을 만나긴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런 분이 계신다면 정말 깊이 존경하게 될 것 같아요.


5.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남자라고 선악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사양>


  

<도련님>과 <수레바퀴 아래서>에 이어 또 가부장 사회의 딱딱한 가정문화가 모든 문제의 근본이 되는 책이 나왔네요.ㅜㅜ 의도하진 않았지만 20세기의 명작들에는 가족, 특히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네요.

^^a;;

<도련님>의 주인공 '나'는 나를 무시하는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막무가내가 되었고,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아버지의 기대를 버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인생을 걸었지만, <인간실격>의 주인공인 요우조우는 말없이 식사하는 가족이 무서워 어릴 때부터 인간이 되길 포기합니다. 좋다, 싫다와 같은  자기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 꿈을 위해 달려가지도 않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야 할지 몰라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눈여겨 봐줄 우스운 행동을 하며 세상을 이상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아래와 같은 말을 하면서 말이죠.

"내겐 서로 속이면서도, 결백하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 자체가 풀리시 않는 수수께끼 입니다."

이 문장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읽힐 것 같아요.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떻게 자기 일을 남의 일처럼 보느냐고 지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이런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가족에 대한 애정결핍 때문에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게 된 남자.

- 동반자살 시도 후 자신만 살았지만, 사건의 진실에 대해 명쾌하게 말하지 못할 만큼 겁이 많은 남자.

- 사랑에 실패했지만, 다시 사랑을 믿을 생각을 못하는 남자.

이런 남자인 요우조우에게 인생은 행복도 불행도 없이 그저 지나가는 무엇일 뿐입니다. 다른 말로는 인생은 고통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우조우가 이렇게 세상을 바로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그가 어린 시절부터 겪어야 했던 애정 결핍이 이유 전부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우조우에게도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겠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밥을 먹는 식사 시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없는 세상,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에 대한 기대는 있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무엇이 있었으면 하는지에 대한 기대는 있었던 것이죠.

이 책은 공포와 폭력과 불안에 대한 무저항이 만들어낸 슬픈 인간상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은 이 책의 주인공 요우조우처럼 행동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무서워서 아무이야기 하지 못하거나, 세상이 이랬으면 하는데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이니까 그냥 모르는 척하고 살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회학과 심리학을 접목하여 인간의 폭력성을 연구한 학자 롤로 메이는 <권력과 거짓순수>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정당한 권리를 표현하지 않고 참거나 순진한 척하면서 넘어가게 되면 언젠간 폭력을 일으키게 된다구요.

여러분 마음에 옳고 그름이 있고 말하고 싶은 감정이 있다면 말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세상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가장 좋은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마음 약한 남들을 위한 5권의 고전을 소개하려다

가부장 문화의 폐해를 알려주는 3권의 ​책을 발견하게 된 리뷰를 마칩니다.^^

항상 좋은 책과 함께 좋은 일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_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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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사실 이 소개글은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에서 '20세기를 움직인 책'이라는 기사로 소개한 책의 목록을 보고 20세기를 움직인 책이 21세기를 사는 20대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으로 시작한 도서소개 글입니다.

그 목록을 보고 고민을 하였지만, 지식이 미천하여 도저히 소개를 할 수가 없겠더군요.^^a

20세기를 이끈 고민이 21세기를 이끌 20대에게 어떤 고민을 던져줄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분은 아래 책들을 만나보셨으면 좋겠네요.

 

인간의 존재, 사회와 정치의 역할, 기술과 자본주의 발전, 전쟁의 고통 이런 주제가 아마도 20세기에 주로 말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부록. 20세기를 움직인 책 목록

 

20세기를 움직인 책(조선일보, 1997)


F. 카프라 '물리학의 도'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루쉰 '아큐정전'
제리미 리프킨 '엔트로피의 법칙'
오파린 '생명의 기원'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알베르 까뮈 '이방인'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메를로 퐁티 '의미와 무의미'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사르트르 '지식인을 위한 변명'
제임스 러블록 '가이아의 시대'
보들레르 '악의 꽃'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프로이트 '나의 이력서'
프란츠 카프카 '변신'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
T.S. 엘리엇 '황무지'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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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한국일보, 1999)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E.H.카 '역사란 무엇인가'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조지오웰 '1984년'

아놀드 토인비 '도전과 응전'

그람시 '옥중수고' 

루쉰 '아Q정전'

막스 베버 '경제와 사회'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소쉬르 `일반 언어학 강의'  

프로이트 '꿈의 해석'  

레비 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하버마스 '인식과 관심'  

데리다 '그라마톨로지'  

에드문드 훗설 '현상학의 이념'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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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2015-05-27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책 <수레바퀴 아래서>읽어보고 싶네요^^
요즘 헤세사랑에 빠진~ 그의 글만큼이나 그림이 참 좋더라구요. 전시보러 갈 기대로 두근~두근~~

문예출판사 2015-05-28 09:42   좋아요 0 | URL
앗!! 전시회를 보러 가시는 군요!!! 꼭 가보세요. ^^ 전시회 기획한 분이 헤세의 그림은 다른 화가들에 비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유난히 색이 곱고 예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아마 헤세의 감성이 반영이 되어서 그런 것이겠죠. <수레바퀴 아래서> 또한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으로 만나는 헤세는 한없이 따뜻하기만 했는데요. 자퇴를 하고 타인의 요구에 힘들어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인생을 이 책을 통해 알고 나선 헤세라는 작가가 달리 보이더라구요. ^^ 헤세라는 사람은 존경할만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이올렛 2015-05-28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문예출판 세계문학선 참 좋아요~
몽환적인 화가이야기 <제니의 초상>도 영화를 꼭 보고 싶게 만들고, 페르낭레제의 그림을 표지로 쓴 <멋진신세계>도 참 절묘하고~^^
오늘은 Ebs낭독에 포함된 <토니오 크뢰거>를 읽을 계획이예요. 토마스만의 다른책이 집에 있는데 워낙 분량이 많은 책이라 섣불리 시작을 못하고 있는데 , 어쨌튼, 문예출판은 판본도 들고다니며 읽기 좋아서 요즘 제가 애정하는 시리즈랍니다~
올한해는 헤세 사랑에 좀더 빠져보는게 계획이고,
앞으로도 숨어있는 좋은책들 많이 소개부탁드려요~^^

문예출판사 2015-05-28 10:00   좋아요 0 | URL
넵!! 앞으로도 숨어있는 좋은 책 열심히 소개하겠습니다. 혹, 일본 작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도련님의 시대>라는 만화책을 만나보시고 작품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의 일대기를 정말 현실적(멋지게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장단점 전부를 그대로 표현)으로 표현하고 있답니다. 문예출판사 책은 아니지만 좋은 책인 것 같아요. 문예세계문학선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바이올렛 2015-05-2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안그래도 헤세의 책과 몇권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 참고할께요~좋은 하루되세요🌞

박하경 2015-06-01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련님의 시대 ....읽어보고 싶습니다 ..유용한 정보. 고맙습니다~꾸벅

문예출판사 2015-06-03 09:13   좋아요 0 | URL
총 5권 세트랍니다.^^ 평소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다면 해당 작가에 대한 책만 보실 수도 있어요. 꼭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 죽음, 시간.

걱정을 부르는 것에 대한 릴케의 시 3편

​우리에게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좀 더 잘 사랑해야 할까.

어떻게 좀 더 바람직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좀 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위와 같이 좀 더 뭔가를 해보려는 ​마음은 아닐까요. 릴케는 시를 통해 각각에 대해 위와 같은 말을 남깁니다.

사랑은 서로를 놀라게 하는 것이지만 한계가 있고,

죽음 이후의 평가는 알 수 없으니 연기하는 듯한 모호한 기분으로 살아야 하며,

시간은 붙잡으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요.​

​이 모든 것들은 욕심을 놓아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한 주. 마음과 몸을 보살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릴케의 시 3편을 올립니다.


_문예남 올림.​


사랑의 기초
Liebesanfang

 

아 미소, 최초의 미소, 우리들의 미소.
그것은 하나였던 것이다. 보리수 향기를 빨아들이는 것,
공원의 고요에 귀 기울이는 것—, 갑자기 서로를 들여다보고
그리고 놀라서 미소를 짓는 것이.

 

이 미소 속에는 추억이 있었다,
방금 저쪽 잔디밭에서 놀고 있던 한 마리 토끼에 대한.
그것은 이 미소의 요람이었다.
나중에, 연못을 고요한 두 개의 저녁으로 가르며
나아가는 백조를 보았을 때
우리들의 미소에 새겨진 그 모습은
분명히 더 엄숙했다. —그리고
청아하고 자유로운, 반드시 다가올 밤하늘을 향해 솟은
우듬지의 가장자리는 우리들의 이 미소에
이미 한계의 선을 긋고 있었다,
우리 얼굴 속의 황홀한 미래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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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경험
Todes-Erfahrung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이번에 거기 가는 일에 관해서
우리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우리는
경탄과 사랑이나 미움을 죽음에게 보여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 비극적인 슬픔을 가린
가면의 입이 그것을 기묘하게 일그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아직도 우리가 연기할 역할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관객의 반응에 신경 쓰는 동안에는
인기가 없는 죽음도 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네가 떠나간 후, 네가 지나간 틈새기를 비집고
이 무대 위로 한 줄기의 진실이 흘러나왔다.
진실의 초록이 담긴 초록이,
진실의 햇빛이, 진실의 숲이.

 

우리는 연기를 계속한다. 불안하게 간신히 익힌 대사를 되뇌면서.
그리고 때때로 솟구치듯이 몸짓을 크게 하면서.
그러나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너의 존재가,
우리들의 작품에서 밀려난 너의 존재가

 

때때로 우리를 엄습하리라,
마치 저 진실의 인식이 내려앉을 때처럼.
그런 사이에 우리는 갈채 같은 것은 생각지 않고
오로지 삶을 연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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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Wunderliches Wort : die Zeit vertreiben!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이다.
시간을 붙들어두는 것, 그것이 문제이거늘.
왜냐하면,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지속은 어디에 있고, 마지막 존재는 세상 어디에 있는지를—.

 

보아라, 땅거미가 깔리는 공간으로 서서히 날이 저물고
그것이 밤으로 녹아든다.
일어서는 것이 정지가 되고, 정지가 눕는 것이 되고,
그리하여 기꺼이 드러누운 것이 사라져간다—.

 

반짝이는 별을 상공에 두고 산들은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 산들 속에도 시간은 반짝거리고 있다.
아, 나의 황량한 마음속에, 지붕도 없이
멸하지 아니하는 것이 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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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시는 아래 책에서 더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릴케 후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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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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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달 5월에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하려니 어버이날 즈음에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다른 사람하고 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 사람한테 화내거나 혼자 슬퍼하지 마라. 
어쩔 수 없는 네 팔자라고 생각하고, 대신 사람에 대해 믿을 건 믿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어 어버이날 전에 미리 고향을 방문하여 인사를 드렸을 때 아버님이 하신 말입니다.
화내지도 슬퍼하지도 말고 네 할 일을 하라는 말이 의지가 되면서도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하고 말이에요.
 
문예남에게 가족의 사랑은 의지가 되면서도 가끔은 눈을 돌리고 싶은 것이기도 합니다.
눈을 돌리고 싶은 건 네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잘 살 수 있을까란 질문에
단번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늘 사는 것이 미안한 걸까요?ㅜㅜ
 
여러분에게 가족의 사랑은 어떤가요?
 
축제인가요, 축제가 끝난 후의 쓸쓸한 모습인가요.
지금의 제겐 무겁지만 감사한 무엇인 것 같아요.
그건 가족의 사랑으로부터 무엇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배우는 단계라고 말해도 될 것 같아요.
 
가족의 사랑에서 행복이나 불행을 느낀다면
그건 가 지금 인생을 어떻게 느끼고 배우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좋은 스승이 될 수 있는 사랑을 하시길 바라며,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는 4권의 책을 짧게 소개하여 봅니다.
 
즐거운 가족의 달 보내세요.
 
_문예남 올림.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는 4권의 책]
 
 




1.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정신적인 지도자 마야 안젤루의 첫 번째 자전적 소설입니다. 2014년 5월 세상을 떠나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도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마야 안젤루의 16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 차별을 받아야 했던 그녀의 삶은 도전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비록 그녀 자신의 삶은 새장에 갇힌 새로 비유가 되고 있지만요.
삶이 불행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행을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야 했고,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무시당해야 했으며, 흑인이라는 이유로 늘 백인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던 마야 안젤루. 그러나 소녀 마야 안젤루는 늦은 나이에 다시 만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인생을 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위로를 받고 힘을 내게 됩니다. 16살에 임신을 하고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싶을 만큼 자신의 삶을 두려워했던 안젤루에게 어머니가 남기는 한마디는 한 소녀의 가슴을 흔듭니다.
 
"네가 하려는 일이 옳은 일이라면, 생각하지 않고서도 저절로 하게 된단다."
 
비록 세상 밖엔 폭력과 차별이 가득하지만 그게 사회적 약자의 삶을 평가할 이유는 되지 않겠죠? 
삶에 지친 나에게 진정한 용기와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줄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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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이시계>
 
퓰리쳐 상을 수상한 앤 타일러의 작품으로 굉장히 뛰어난 문학성을 가진 작품입니다. 결혼한 지 28년 된 부부가 친구 남편의 장례식에 찾아가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하는 어느 하루의 이이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부부의 사랑과 가족의 유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수다스럽고 감정적인 부인 매기와 냉철하고 분석적인 남편 아이러는 여행 시작부터 서로의 차이 때문에 말다툼을 하기 시작합니다.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네라는 끝이 없는 이야기의 반복 속에서 부부는 각자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을 허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말이죠. 그러나 서로 너무나 다른 이 부부 결혼이 의미하는 것은 서로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맺어진 성과는 아닐까요? 세상 어디인가는 이상적인 결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종이시계의 부부처럼 노력과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 결혼도 있습니다. 이 결혼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름다웠던 시간이 지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게 되면 다른 사람에 대한 용서와 용납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일까요?
우리의 인생은 이처럼 덧없어 보이는 사소한 다툼과 용서의 반복이라는 의미일까요?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떠나, 단지 멈춰서 숨쉬기 연습을 하라고 조용히 말해 봅니다.
 
사랑에 지치고, 사람에 지치고, 인생의 의미를 놓쳐버렸을 때 만나야 할 최고의 소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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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키친 하우스>
 
흑인 노예는 아실 겁니다. 하지만 백인 노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 소설은 백인 노예로 팔려온 백인 소녀 라비니아가 '키친 하우스'에서 살게 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키친 하우스'란 주인집에 시중을 드는 노예들이 사는 주거 공간을 뜻하는데요. 백인 노예로 팔려온 소녀 라비니아는 이곳 '키친 하우스'에서 흑인노예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 살아갑니다. 한 공간을 사용한 노예를 누나로 엄마로 아빠로 여긴 라비니아는 인종적 차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노예로서의 계약이 끝난 라비니아는 자유를 얻었지만 백인만을 위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흑인들을 보살피려 합니다. 그러나 라비니아의 남편이 된 농장주는 흑인 노예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라비니아는 흑인 노예와 함께 남편을 몰아내기 위한 총성을 울립니다.
 
이 소설은 인종과 신분을 뛰어넘어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차별과 신분을 넘는 진정한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시게 될 것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니까요.^^ 사랑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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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게>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책은 <무게Heft>란 책입니다. 제목이 주는 무게감과는 달리 굉장히 소프트한 소설이에요.^^ 무지개 빛이 나는 비눗방울 같다고 할까요. 이 책은 10년 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은 전직 대학 교수와 엄마를 잃은 야구 영재가 각자의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10년 전 대학교수였던 아서는 학생으로 만나게 된 샬린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학생과 연애를 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 때문에 교수직에서 쫓겨나게 되지요.
샬린은 사라지고 직업을 잃은 아서는 10년 동안 집 안에서만 생활하게 됩니다. 몸무게는 200kg이 넘었고 몸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집 밖으로 더욱 나가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사랑했던 샬린에게 자신의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편지를 받게 됩니다. 이에 아서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용기를 내어 기도합니다. 내일이면 조금 더 변해 있기를...
한편 샬린의 아들 켈은 야구로 성공하려는 큰 꿈을 품고 있었지만 어머니 샬린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방황의 길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을 지켜봐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 이제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에 외로움에 빠진 켈은 아버지를 찾으려 하고, 어머니의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서를 만나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글...
켈의 아버지는 정말 아서일까요? 이 둘은 각자의 외로움을 이겨내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가족의 빈자리가 어떤 외로움을 주는지, 가족의 존재가 어떤 희망을 주는지 그리고 타인의 이해와 사랑이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를 잘 알고 계신 분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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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5-05-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이 해주셨던 얘기들의 무게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었는지, 혹은 하실 수 밖어 없었는지 당신들의 삶 자체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더불어 내 나이가 얼마를 더 먹든 우리 아빠, 우리 엄마이실 거라는 것도 깨닫는 중입니다.

문예출판사 2015-05-15 09:38   좋아요 0 | URL
남겨주신 글에 정말 공감합니다. ㅜㅜ 10살 전후로 친척분께서 돈 5천원을 주고 가신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진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 이건 내 돈이니까 내 마음대로 써야지란 생각을 했었고 하루만에 다 써버린 적이 있었네요. 그때 부모님이 그걸 아시고 `가진 걸 다 써버리면 어떡하자는 거냐`라고 매질을 하신 기억이 있는데요. 어릴 때는 그 말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몸으로 실감하고 있네요. `가진 걸 다 써버리면 정말 큰 일이라는 걸요.` ^^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자녀 분에게 멋진 스승 같은 말 많이 남겨주세요.^^

꿈꾸는해피리치 2015-05-1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예출판사 2015-05-15 09:39   좋아요 0 | URL
^^ 읽어주셔서 100배 더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성심을 다해 책 소개하겠습니다. 부족한 점 지적해 주시면 더 노력하구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구요. 좋은 일 가득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