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의 약한 속마음을 위로해줄 5권의 고전을 찾다 발견한 가부장 문화의 폐해를 알려주는 3권의 책"
- 부록 : 20세기를 움직인 책 목록(글 하단)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에는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란 구절이 있습니다.
많은 분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인이 없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해서 노래를 모르겠는가" 등
다양한 상황의 다양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문장이기도 하구요.
이 게시물에선 약한 속마음을 가진 남자라고 000을 모르겠는가란 주제로
아래와 같은 5종류의 약한 속마음을 가진 남자분을 위한 책들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1. 강한 남자라고 해서 따뜻한 순정을 모르겠는가.
2. 남자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모르겠는가.
3. 사랑을 이룰 수 없는 남자라고 자존심을 모르겠는가.
4. 고민이 많은 남자라고 행동하는 기쁨을 모르겠는가.
5.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남자라고 선악을 모르겠는가.
그런데 책을 소개하다 보니 5권 중 3권에서
아버지 때문에 주인공 인생이 고행길로 빠지더군요.^^a;;
본의 아니게 말도 없고 감정 표현도 허락하지 않는 가부장 문화의 폐해를 지적하는 책소개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버지 때문에 많이 힘드셨던 분이 계시다면 아래 소개되는 책 중 <도련님>, <수레바퀴 아래서>, <인간실격·사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각각의 도서는 아래와 같은 아픔을 경험하신 분에게 권합니다.
<도련님> : 차남이며 아버지가 장남만 사랑하고 자신을 무시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 이런 이유 때문에 성격이 거칠어졌다고 스스로를 평가하시는 분에게 추천.
<수레바퀴 아래서> :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아버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한 분. 1등을 할 때와 1등을 하지 못했을 때 부모의 태도가 달라짐을 경험하신 분.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가출을 시도하신 분에게 추천.
<인간실격·사양> : 아버지에게 자신의 현상태에 대해 어떤 말도 해보신 적이 없거나 아버지가 그런 말을 허락해주지 않으셨던 분. 감정표현이 서툴거나 감정표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분. 이런 남자 문화 때문에 여자에게서 따뜻하면서도 순수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으면 하는 상상을 하셨던 분에게 추천.
무엇이 발견되었든 본래의 목적대로 책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남자을 위한 고전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각각의 인물이 자신의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갔는지를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을 읽어서 우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여러분이 위로해주고 싶은 남자(사람)는 어떤 남자(사람)인가요?
_문예남 올림
1. 강한 남자라고 해서 따뜻한 순정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 중 한 명인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입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이 워낙 막무가내인지라 손해만 보고 살았다."란 첫 문장이 단번에 주인공의 성격을 소개해 줍니다. 물론 소설의 시작부터 막무가내로 부모 탓을 해서 막무가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 주인공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형과 함께 살지만 좀처럼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주인공인 나에게 늘 '너는 틀렸다'란 말만 하구요.
이런 말들에 화가 난 '나'는 심한 장난을 치기도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성품을 '대쪽같다'고 표현해주는 하녀 기요를 바라보는 마음은 한없이 따뜻하기만 합니다. 사실 주인공 '나'는 문제도 많이 일으키지만 매우 올곧은 남자입니다. 허세가 심한 남자는 아니라는 거지요. 세상물정 모르는 막무가내 도련님의 성장소설이라고 말해지는 소설이지만, 왜 우리가 외롭게 살 수밖에 없는가를 말해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아버지, 나를 속이려는 직장 동료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간들은 주인공인 나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어 나를 막무가내로 행동하게끔 합니다. 주인공 '나'는 주변의 사람들처럼 능청스럽거나 교활하게 살지 못하니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쪽같은 강함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무시하지 않고 하녀 기요가 주인공 나에게 하듯 천천히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나'는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왜 당신이 사랑받을 만한지를 공들여 이야기해 주고, 어떤 문제가 있었을 때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면 주인공 '나'는 막무가내식의 강함이 아니라 따뜻한 강함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겉으로 강해 보이는 남자라고 순정(순수한 감정과 애정)을 모를까요? 다른 사람의 배려 아래 누구나 자신의 순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책과 이어지는 정보^^
나쓰메 소세키의 38세(1905년) 때 연봉은 1500엔이었다고 합니다.(제 1 고등학교 강사 연봉 700엔 + 도쿄대 교수 800엔) 같은 시기 초등학교 교사의 월급은 8엔이었고 나쓰메 소세키의 월급은 120엔 이상인 것이죠. 오늘날의 물가로 보면 정말 낮은 금액이지만 당시 학교 교사 월급의 10배가 넘는 월급이라니 대단하기만 합니다. 그런데도 생활비가 부족해서 30엔짜리 강사 알바를 뛰었다고 하네요. 직업이 3개인 것만 해도 대단한데 소세키는 38세가 되는 1905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발표합니다. 이 작품이 큰 호평을 받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구요. 그리고 1905년에 <도련님>을 발표하여 다시 한 번 큰 호평을 받습니다. ^^
3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불후의 명작까지 쓴 소세키의 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 아닐 수가 없네요. 그러나 소세키는 영국 유학 시절부터 신경증을 심하게 앓아왔었다고 합니다. <도련님> 같은 작품을 저술했을 때도 신경증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구요. 소세키는 서양문물을 배우고 모방해야 하는 자신과 일본의 현실을 견딜 수 없었고 이것이 병의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소세키는 소설을 쓰는 것을 머리로 뀌는 방귀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데요. 방귀를 뀌어 속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소설을 쓸 때는 신경증으로 고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세키에서 소설은 자신과 일본의 현실을 묘사하고 병을 치유하는 치료의 일기 같은 것이었던 것이죠. 위궤양과 당뇨로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성기에 대한 내용은 책 <도련님의 시대>를 통해 만화로도 만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만나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습니다.^^
2. 남자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헤세의 소설에 나온 모든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심약하거나 사회적 약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싯다르타>의 주인공인 붓다는 출생상은 아니지만 인류 역사상 약자의 슬픔을 가장 많이 보아주신 분이기도 하니 헤세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 주인공은 약자의 슬픔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데미안> 같은 소설도 있지만 <수레바퀴 아래서>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의 현실과 잘 맞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해서 출세한 다음 부와 안락을 누리라고 강요를 하고 이에 맞춰서 살던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기 위해 반항과 실패를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던 경험, 공부해서 성공해라는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한국에서 이런 말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란 생각이 듭니다.ㅜㅜ
주인공인 소년 한스는 부모로부터 목사가 되어 편하게 살 것을 강요받습니다. 한스는 우수한 학생이었고 좋은 성적으로 신학교 입학까지 합니다. 한스의 아버지는 한스가 좋은 시험 성적을 가져올 때만 잘 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차갑게 대합니다. (<도련님>에서처럼 헤세도 아버지 때문에 고생이군요. 소세키는 1867년에 출생했고 헤세는 1877년에 출생했는데요. 거의 같은 시기에 동양과 서양 모두 비슷한 성격의 아버지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했다는 점은 참 이상합니다.ㅎㅎ) 한스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딱딱하고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는 목사의 삶을 추구하고 싶어 하지 않죠. 한스는 시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신학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한스는 자신의 친구 하일러가 교장으로부터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교장은 친구 하일러를 감금시키겠다고 전교생에게 선포하고 이 일을 너희들에게 본보기로 삼겠다고 한 것이죠. 한스를 포함한 전교생은 모두 겁을 먹었고 마음으론 하일러를 응원했지만 하일러에게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우정 대신 권위에 대한 복종을 선택한 것이죠. 아버지에 대한 복종, 신학교에 대한 복종을 경험한 한스는 결국 학교를 나와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시계공장에 들어갑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한스를 조롱하듯 말합니다. 장래가 유망했던 아이가 고작 시계공장 일꾼이 되었다구요.
사실 이 책의 이야기는 헤르만 헤세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자퇴를 하고 시계공장 직원으로 일하다 열세 살에 꿈꾸었던 시인이 되는 꿈을 다시 찾아가기 전까지의 이야기인 것이죠. 헤세는 시계공장에서 나온 이후 서점에 취직을 하고 이곳에서 다시 공부를 하여 작가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때 헤세의 나이가 19살 전후였구요.
위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헤세(한스)는 굉장히 지적으로 유능한 사람입니다. 흔히 말하는 수재지요. 책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노력도 엄청나게 합니다. 능력과 노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아니 능력과 노력과 감성 세 가지를 갖춘 천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이런 재능이 있었지만 헤세 자신이 세상의 법칙이나 타인의 요구에 맞춰사는 동안은 그저 한명의 사회적인 약자에 불과했습니다.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회 부적응자이기도 했지요. 헤세 자신이 꿈을 위해 모험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헤세를 기억했을까요?
이 책에 남자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모르겠는가?란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은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지 않고 세상의 규칙에 맟춰사는 한 언제든 자신이 사회적 약자가 되는 슬픔을 맛볼 수 있다'라구요.
* 헤세 전시회 정보
헤세와 그림들展이 2015년 11월 초까지 진행이 됩니다. 헤세의 그림과 글을 모두 만나보시고 싶은 분은 전시회를 방문하여 보세요.
추천합니다. 2014년 반 고흐展을 방문하시고 유익했다고 생각하셨던 분은 믿고 가셔도 좋습니다. 헤세 전시회를 진행하는 분들이 반 고흐展을 준비하셨던 분들이거든요.
3. 사랑을 이룰 수 없는 남자라고 자존심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수레바퀴 아래서>가 헤세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듯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괴테란 이름을 알리게 된 책, 권총자살이 유럽에서 유행처럼 퍼지게 한 책으로 유명한데요. 여기에선 다른 수식을 붙여보고 싶습네요.^^ '인간은 감정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성적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라구요. 물론 균형을 맞추어 살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잖아요. 어떤 사람은 감정이 앞서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성이 앞서기도 하니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감정인가요 이성인가요.
이 책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감정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그 감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줄 아는 사람이었죠. 그 당시 모든 여자들이 소설 속 로테처럼 사랑받고 싶어 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 내가 미친듯이 사랑받고 있어!라는 느낌 말이에요.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유럽은 계몽주의가 유행하는 시대로 이성의 힘을 어느 때보다 믿었던 시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괴테는 그 당시 트렌드와는 정반대인 감정의 자연스러운 분출을 말한 것이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요라고 말하는 예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유부녀 로테를 사랑했고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직감했을 때 마음(감정)의 순결함을 위해 자결한 베르테르의 이야기. 문예남은 두 가지로 표현하여 봅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고 자존심을 모르겠는가.
꿈을 포기한 사람은 꿈꾸는 것에 대하여 복수를 할 수 있다.
위에서 감정과 이성에 대해서 묻는 책이라고 말하였는데요. 다른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루지 못하는 것을 바라볼 때의 감정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묻는 책이라구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꿈을 꾸고 무언가 되고 싶어하며 실패를 경험합니다. 심한 경우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연애가 되지 않는 경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 엉뚱한 사람에게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연애를 방해하는 사람도 있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복수를 하는 형태로요.
이 책을 소개하다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고 싶은 일에 하면서 사는 사람만이 질투나 분노를 모르고 살 수 있다....
4. 고민이 많은 남자라고 행동하는 기쁨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릴케의 유일한 장편 소설입니다. 완성에만 6년이 걸렸으며 이어령 박사님이 '내 인생의 단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한 책이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당연히 소설의 주인공 말테가 사색에만 잠겨 있어서는 아니겠지요.^^ 이어령 선생님은 '소설로 찾는 영성의 순례(2013)'라는 강의에서 이 책이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려줄 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셨답니다.
이 책은 28세의 덴마크 귀족 청년 말테서 파리에서 살며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입니다. 파리의 풍경을 보고 사색하며 자신의 내면을 봄으로써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지요. 소설에선 28살이나 된 내가 변변찮은 일도 하지 않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데요. 이런 면에선 고학력이면서 어쩔 수 없이 소득이 없는 분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테는 이 책의 초반부에서 자신이 '보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보는 것들이 마음의 구석으로 들어오고 나 자신도 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간다라고 덧붙이면서요. 아마도 이게 릴케가 삶을 경험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자극하는 풍경을 보고 자신이 왜 그 풍경에 자극을 받고 있으며,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찾는 것이죠. 어쩌면 그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질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책하는 연인의 모습이 이상하게 신경 쓰여서 바라보다, 아! 내가 외로워서 그렇구나란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사람이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도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면 릴케의 감성을 너무 쉽게 말한 것일까요? 죽음을 무서워하는 이유,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등 많은 것을 보고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의 이유들을 찾아가는 과정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릴케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힘들고 고달프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사이..."(중략)
"사랑을 높이는 일을 태만히 하고, 그 사랑을 실현시키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중략)
"그리고 이번에는 실제로 체험해보리라, 이것이 고향을 떠난 탕아가 다시 그곳에 돌아온 이유였다."
보는 것을 배우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마지막엔 사랑을 실현시키는 일을 체험하는 과정. 이게 릴케가 얻은 삶의 자세는 아니었을까요? 위 인용문에서 '사랑'을 '꿈'으로 바꾸어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이번에는 꿈을 실제로 체험해보리라. 이것이 다시 돌아온 이유다라구요.
어떤가요. 말도 없고 고민도 많지만 그 끝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아는 남자(사람)은요.^^ 물론 릴케(말테) 같은 분을 만나긴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런 분이 계신다면 정말 깊이 존경하게 될 것 같아요.
5.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남자라고 선악을 모르겠는가
선정도서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사양>
<도련님>과 <수레바퀴 아래서>에 이어 또 가부장 사회의 딱딱한 가정문화가 모든 문제의 근본이 되는 책이 나왔네요.ㅜㅜ 의도하진 않았지만 20세기의 명작들에는 가족, 특히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네요.
^^a;;
<도련님>의 주인공 '나'는 나를 무시하는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막무가내가 되었고,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아버지의 기대를 버리고 자신의 꿈을 위해 인생을 걸었지만, <인간실격>의 주인공인 요우조우는 말없이 식사하는 가족이 무서워 어릴 때부터 인간이 되길 포기합니다. 좋다, 싫다와 같은 자기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 꿈을 위해 달려가지도 않죠.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야 할지 몰라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눈여겨 봐줄 우스운 행동을 하며 세상을 이상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아래와 같은 말을 하면서 말이죠.
"내겐 서로 속이면서도, 결백하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그렇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들 자체가 풀리시 않는 수수께끼 입니다."
이 문장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읽힐 것 같아요.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고 어떻게 자기 일을 남의 일처럼 보느냐고 지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책은 이런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가족에 대한 애정결핍 때문에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게 된 남자.
- 동반자살 시도 후 자신만 살았지만, 사건의 진실에 대해 명쾌하게 말하지 못할 만큼 겁이 많은 남자.
- 사랑에 실패했지만, 다시 사랑을 믿을 생각을 못하는 남자.
이런 남자인 요우조우에게 인생은 행복도 불행도 없이 그저 지나가는 무엇일 뿐입니다. 다른 말로는 인생은 고통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우조우가 이렇게 세상을 바로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그가 어린 시절부터 겪어야 했던 애정 결핍이 이유 전부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우조우에게도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겠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밥을 먹는 식사 시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없는 세상,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에 대한 기대는 있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세상에 무엇이 있었으면 하는지에 대한 기대는 있었던 것이죠.
이 책은 공포와 폭력과 불안에 대한 무저항이 만들어낸 슬픈 인간상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은 이 책의 주인공 요우조우처럼 행동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무서워서 아무이야기 하지 못하거나, 세상이 이랬으면 하는데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이니까 그냥 모르는 척하고 살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회학과 심리학을 접목하여 인간의 폭력성을 연구한 학자 롤로 메이는 <권력과 거짓순수>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말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정당한 권리를 표현하지 않고 참거나 순진한 척하면서 넘어가게 되면 언젠간 폭력을 일으키게 된다구요.
여러분 마음에 옳고 그름이 있고 말하고 싶은 감정이 있다면 말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세상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가장 좋은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마음 약한 남들을 위한 5권의 고전을 소개하려다
가부장 문화의 폐해를 알려주는 3권의 책을 발견하게 된 리뷰를 마칩니다.^^
항상 좋은 책과 함께 좋은 일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_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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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
사실 이 소개글은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에서 '20세기를 움직인 책'이라는 기사로 소개한 책의 목록을 보고 20세기를 움직인 책이 21세기를 사는 20대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개인적인 질문으로 시작한 도서소개 글입니다.
그 목록을 보고 고민을 하였지만, 지식이 미천하여 도저히 소개를 할 수가 없겠더군요.^^a
20세기를 이끈 고민이 21세기를 이끌 20대에게 어떤 고민을 던져줄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분은 아래 책들을 만나보셨으면 좋겠네요.
인간의 존재, 사회와 정치의 역할, 기술과 자본주의 발전, 전쟁의 고통 이런 주제가 아마도 20세기에 주로 말해진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부록. 20세기를 움직인 책 목록
20세기를 움직인 책(조선일보, 1997)
F. 카프라 '물리학의 도'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루쉰 '아큐정전'
제리미 리프킨 '엔트로피의 법칙'
오파린 '생명의 기원'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알베르 까뮈 '이방인'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메를로 퐁티 '의미와 무의미'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사르트르 '지식인을 위한 변명'
제임스 러블록 '가이아의 시대'
보들레르 '악의 꽃'
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프로이트 '나의 이력서'
프란츠 카프카 '변신'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정신'
T.S. 엘리엇 '황무지'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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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한국일보, 1999)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E.H.카 '역사란 무엇인가'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조지오웰 '1984년'
아놀드 토인비 '도전과 응전'
그람시 '옥중수고'
루쉰 '아Q정전'
막스 베버 '경제와 사회'
루카치 `역사와 계급의식'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소쉬르 `일반 언어학 강의'
프로이트 '꿈의 해석'
레비 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하버마스 '인식과 관심'
데리다 '그라마톨로지'
에드문드 훗설 '현상학의 이념'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