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죽음, 시간.
걱정을 부르는 것에 대한 릴케의 시 3편
우리에게 가장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좀 더 잘 사랑해야 할까.
어떻게 좀 더 바람직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좀 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위와 같이 좀 더 뭔가를 해보려는 마음은 아닐까요. 릴케는 시를 통해 각각에 대해 위와 같은 말을 남깁니다.
사랑은 서로를 놀라게 하는 것이지만 한계가 있고,
죽음 이후의 평가는 알 수 없으니 연기하는 듯한 모호한 기분으로 살아야 하며,
시간은 붙잡으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요.
이 모든 것들은 욕심을 놓아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새로운 한 주. 마음과 몸을 보살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릴케의 시 3편을 올립니다.
_문예남 올림.
사랑의 기초
Liebesanfang
아 미소, 최초의 미소, 우리들의 미소.
그것은 하나였던 것이다. 보리수 향기를 빨아들이는 것,
공원의 고요에 귀 기울이는 것—, 갑자기 서로를 들여다보고
그리고 놀라서 미소를 짓는 것이.
이 미소 속에는 추억이 있었다,
방금 저쪽 잔디밭에서 놀고 있던 한 마리 토끼에 대한.
그것은 이 미소의 요람이었다.
나중에, 연못을 고요한 두 개의 저녁으로 가르며
나아가는 백조를 보았을 때
우리들의 미소에 새겨진 그 모습은
분명히 더 엄숙했다. —그리고
청아하고 자유로운, 반드시 다가올 밤하늘을 향해 솟은
우듬지의 가장자리는 우리들의 이 미소에
이미 한계의 선을 긋고 있었다,
우리 얼굴 속의 황홀한 미래를 향하여.
------------------
죽음의 경험
Todes-Erfahrung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이번에 거기 가는 일에 관해서
우리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우리는
경탄과 사랑이나 미움을 죽음에게 보여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 비극적인 슬픔을 가린
가면의 입이 그것을 기묘하게 일그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아직도 우리가 연기할 역할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관객의 반응에 신경 쓰는 동안에는
인기가 없는 죽음도 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네가 떠나간 후, 네가 지나간 틈새기를 비집고
이 무대 위로 한 줄기의 진실이 흘러나왔다.
진실의 초록이 담긴 초록이,
진실의 햇빛이, 진실의 숲이.
우리는 연기를 계속한다. 불안하게 간신히 익힌 대사를 되뇌면서.
그리고 때때로 솟구치듯이 몸짓을 크게 하면서.
그러나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너의 존재가,
우리들의 작품에서 밀려난 너의 존재가
때때로 우리를 엄습하리라,
마치 저 진실의 인식이 내려앉을 때처럼.
그런 사이에 우리는 갈채 같은 것은 생각지 않고
오로지 삶을 연기하는 것이다.
------------------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Wunderliches Wort : die Zeit vertreiben!
시간을 낭비한다는 말은 참 이상한 말이다.
시간을 붙들어두는 것, 그것이 문제이거늘.
왜냐하면,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지속은 어디에 있고, 마지막 존재는 세상 어디에 있는지를—.
보아라, 땅거미가 깔리는 공간으로 서서히 날이 저물고
그것이 밤으로 녹아든다.
일어서는 것이 정지가 되고, 정지가 눕는 것이 되고,
그리하여 기꺼이 드러누운 것이 사라져간다—.
반짝이는 별을 상공에 두고 산들은 잠들어 있다—.
그러나 그 산들 속에도 시간은 반짝거리고 있다.
아, 나의 황량한 마음속에, 지붕도 없이
멸하지 아니하는 것이 묵고 있다.
------------------
릴케의 시는 아래 책에서 더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릴케 후기 시집>
교보문고 : http://goo.gl/LKE1YW
예스24 : http://goo.gl/pcE5pE
알라딘 : http://goo.gl/ebE0oI
인터파크 : http://goo.gl/axqUCw
<릴케 시집>
교보문고 : http://goo.gl/J8kVf3
예스24 : http://goo.gl/s5uqNt
알라딘 : http://goo.gl/6C5rxh
인터파크 : http://goo.gl/SpTVx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