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 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 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을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 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요즘 길을 걷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새롭게 돋아나는 연녹색의 그 작고 예쁜 이파리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

아한 모습으로 탐스럽게 벌어진 하얀 목련, 원색의 강렬한 노란빛 개나리,

이름모를 작은 들꽃들, 그리고 가지마다 눈부시게 희고 아름다운 꽃을 달고 있다가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벚꽃까지 ... 봄이 오는 길목은 꼭 솔숲이 아니더라도 공원 벤치에서,

길거리에서,어느곳에서나  삶의 고단함과 근심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라 권한다.

꽃잎 하나, 이파리 하나 ,바람 한 줄기가 마음속에 얹혀 있는 것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웃음져 보라고 말한다. 

눈감고 내 마음 조용히 쉬어가라고 그렇게 우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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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벅 창비청소년문학 12
배유안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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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안의 소설은 참 재밌다. 배유안은 한글창제를 소재로 한 역사 소설 <초정리 편지>의 작가이기도 하다. <초정리 편지>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배유안 작가가 처음 썼다는 청소년 소설인  이 책도 정말 재밌어서 책 잡고서 놓지 않고 바로 다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재미있게 글쓰는 작가는 계속 재미있게 쓴다. 이야기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집안의 자랑인 명문대학을 다니는 형의 느닷없는 죽음을 통해  그 진실을 알아가면서 벌어지는 동준의 갈등을 그린 동준의 가족이야기가 한 축이라면 학교에서 연극을 하며 벌어지는 동준과 동준의 연극반 친구들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 그놈의 공부가 뭔지, 너무 집착하다 보니 대리시험까지 치게 해서 대학에 입학시키는 엄마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고 만 형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동준이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해 갈등하고 방황하지만 학교에서 연극을 하면서 친구들에게서 위로를 얻고 성장해 나간다.

동준, 창제, 예슬, 수정, 손정하 선생님, 정미은 선생님 같은 책 속의 개성있는 인물들이 현실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게 이 소설의 장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재미있다. 경쟁에 내몰려 제목 스프링벅(양의 이름임)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이 소설에 나온 연극반 아이들의 모습은 참 유쾌하고 씩씩하고  야무지고  건강하게 보인다.

"엄마, 아빠를 미워하지 마. 어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현명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는 거 알잖아. 너희 엄마, 아빠도 그렇게 이해해 줘야 해. 어른을 용서하라는 말을 생각해." 본문 161쪽

라고 말하는 예슬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현명해보이기까지 하다.

현실의 우리 아이들도 이 소설에 나온 아이들처럼 꿈을 찾아나가면 좋겠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맛난 풀도 먹고 경치도 감상하면서 나아가면 좋겠다.

이 소설 진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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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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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책이어서 어떤 책일까 무척 궁금하였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과연 호평을 받을만한 책이구나'라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림이 눈길을 끈다. 한국화로 그려서 친밀감이 느껴질 뿐 아니라 그림 하나 하나가 강렬하면서도 정교하고 섬세하다. 그러면서도 익살스럽게 그려진 닭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정도면 세계 어느 나라 그림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내용면에서는 수탉을 의인화하여 우리네 인생을 표현하고 있기에 어린아이들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책 내용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으리라. 책의 그림과 내용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걸 게다. 이 책을 보며 아이가 힘세고 튼실한 모습의 젊은 수탉의 모습에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 족하고, 늙은 수탉이 환갑상을 받고 많은 가족과 함께 있는 행복한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떠올렸다면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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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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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강아지와 함께 기차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꿈의 상상의 세계가 잘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와 강아지가 탄 기차에 코끼리, 물개, 두루미, 호랑이, 북극곰 같은 동물들이 하나씩 뛰어듭니다. 처음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하고 소리치지만 사람들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 거라며 기차에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동물과 금방 친구가 되어 기차를 타고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기차에 탄 동물들과 아이는 한데 어울려 상상의 어느 지점(어른들의 제재가 전혀 없는 자유로운 곳)에서 너무나 즐겁고 자유롭게 실컷 뛰놉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어느 지점에서 신나게 수영을 하기도 하고, 바람이 부는 곳에선 연을 날리고, 비가 오는 곳에선 우산을 쓰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눈이 오는 곳에선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놉니다.
이 책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들을 괴롭히는 어른들의 모습과 동물들과 아이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내적 갈망의 세계가 잘 대비되어 있습니다.
간결한 글이면서 그렇게 화려하지도, 섬세하지도 않은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우리 아이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어른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아이들만의 '천진난만하고 갇혀있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겁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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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우리는 외할머니댁으로 내려갔다. 방학내내 우리는 외사촌들과 함께 마을의 산과 강과 들판을 헤집고 다니며 행복했다. 얼굴이 시커멓게 타고 모기에 온몸이 성한 곳 없이 다닥다닥 물려도 마냥 신이 나고 즐거웠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수박과 참외가 자라던 밭과 높은 원두막, 강가에서 헤엄치고 고기잡던 모습, 산을 쏘다니며 산딸기를 따먹던 모습, 겨울이면 화롯가에서 불쬐며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던 모습이.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은 어린시절 시골에서 뛰놀던 꿈을 꾼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모두가 그저 행복하고 풍요롭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짱둥이가 살았던 시대를 어떻게 느낄까? 아이들은 이 책이 재미있다며 "선생님 이게 언제 얘기예요? 옛날엔 정말 그랬어요?"하고 묻는다.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에겐 짱뚱이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나보다. 요즘 아이들과 짱뚱이 어느쪽이 더 행복한 것일까?
짱뚱이가 살던 시대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빈곤했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물질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아쉬운 것 없이 살지만 매일 학교, 학원 다니느라 도무지 놀 시간마저 없이 산다. 큰 가방을 들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을 보며 과연 무엇을 위해 아이들이 저렇게 살아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짱뚱이가 살던 시대로 가서 살고 싶냐고 물어 보았다. "짱뚱이가 사는 곳에 가서 한번 실컷 놀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 살기는 싫어요. 거기는 먹을 것도 별로 없고요, 게임기도 없잖아요."
아이들의 솔직한 말이다. 이 책은 자연 속에서 마냥 신이 나게 뛰어놀던 우리의 예전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참 재미난 만화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옛날엔 흙집의 벽을 살곰살곰 뜯어먹던 친구가 있었어요. 걔 말로는 흙이 맛있대나요? 뭐. 그렇다고 짱뚱이를 뜯어먹진 마세요.그리고 1950년대의 마지막쯤 소나기가 내리 꽂히는 우리 집 안마당을 마루에 앉아서 넋놓고 보던 어린 양희은의 모습이 그려져요. 채송화, 봉숭아, 과꽃이 핀 우리집 안마당, 우물이 있었구요, 장독대도 있었지요. 거기서 오랜 말도 하고 공기도 하고 땅따 먹기도 하고 말타기도 하고 등목도 하고 우물에 띄어 놓은 수박, 참외, 토마토를 어적어적 먹기도 했구요. 상추에 묻은 물끼를 마당에 훽~ 뿌리며 아구아구 쌈도 싸먹었어요. 그리운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짱뚱이가 살던 고향 마을에 다 담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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