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 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 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을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 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요즘 길을 걷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새롭게 돋아나는 연녹색의 그 작고 예쁜 이파리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

아한 모습으로 탐스럽게 벌어진 하얀 목련, 원색의 강렬한 노란빛 개나리,

이름모를 작은 들꽃들, 그리고 가지마다 눈부시게 희고 아름다운 꽃을 달고 있다가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벚꽃까지 ... 봄이 오는 길목은 꼭 솔숲이 아니더라도 공원 벤치에서,

길거리에서,어느곳에서나  삶의 고단함과 근심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 쉬어가라 권한다.

꽃잎 하나, 이파리 하나 ,바람 한 줄기가 마음속에 얹혀 있는 것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웃음져 보라고 말한다. 

눈감고 내 마음 조용히 쉬어가라고 그렇게 우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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