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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ㅣ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 벵자멩에게 공감이 많이 갔다. 벵자멩처럼 나도 뚱보여서 그럴까? ㅋ ㅋ
이 소설은 프랑스 소설이지만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무척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만큼 벵자멩이라는 주인공을 전형적인 청소년의 모습으로 잘 형상화해냈기 때문일 거다. 너무 발랑까지지 않은 순수하고 어설픈 모습을 가진, 평범하면서도 쿨하고 발랄함을 가진, 그러나 뚱보여서 힘든 청소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우등생으로 살려면 공부하느라 고달프고, 꼴찌로 살자면 걸리는 게 너무 많다.부모님 선생님 할 것 없이 모두들 부담을 주니까. 그래서 난 중간에 머물려고 애썼다. 어느 과목이든 딱 평균 점수만 얻는 거다. 더도덜도 말고.(본문14쪽)
난 이런 벵자멩의 모습이 재미있고 귀엽게 느껴졌다. 물론 내 아들이 그렇다면 혀를 끌끌 차겠지만 말이다.
고달프게 살기 싫어서 성적은 평균 점수를 유지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고, 여자를 제대로 사귈 줄도 모르지만 머리를 쓸어올리는 클레르만 보면 가슴이 뛰고, 엄마 아빠의 이혼에도 쿨하게 반응하며, 나름 요리사라는 그럴싸한 꿈을 꾸는 벵자멩의 모습은 정이 가는 인물이다.
벵자멩은 자신이 뚱보라는 외모의 정체성을 확인한 후론 자신이 여자애들한테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존재란 것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클레르라는 여학생이 자기한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벵자멩은 달라진다. 벵자멩은 클레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걸 자신이 뚱보이기 때문일거라 생각하고 자포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급기야 심리치료실까지 가게 된다. 그러다 소피아줌마의 조언으로 다시 클레르와 사귀게 되고 벵자멩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음식사랑으로 친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어 강한 인상을 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너무나 쉽게 소피아줌마의 충고로 벵자멩의 갈등이 해결되었다는 느낌은 있지만 말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뚱보로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의 크고 작은 불편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벵자멩이 뚱보라는 외모 때문에 여자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는 점, 바지를 사러 갔을 때의 부끄러움과 불편함, 수영장에서의 에피소드, 먹어도 살찌지 않는 친구 에릭에 대한 생각 등등이 너무 생생하게 잘 그려져 있다.
또 다이어트를 하면서의 갈등과 고통도 잘 그려져 있다.
언제쯤에야 다이어트가 끝날 수 있을 것인가? 난 살찌는 체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살을 많이 뺀다 해도, 난 신진대사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했다.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다시 살찌고 싶지 않다면, 평생 동안 다이어트를 해야 한단 소리 아닌가! 평생 동안 저녁 식사에는 찐 야채만 먹어야 한단 말인가! 난 열여섯 살이고, 인간의 수명은 76세이니, 내가 살 날은 장장 60년씩이나 남아 있었고, 2만 2천 번도 넘는 식사를 해야 했다! 그 동안에 계속 호박과 당근과 가지와 무만 먹고 살란 말인가!
정말 벵자멩의 고통에 공감이 간다. 벵자멩은 먹는 것을 너무 사랑하는데, 단순히 먹는 것에 집착한다는 먹보라는 의미 이상이 있다. 음식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이고 그것이 희망이고 그에게 삶의 의미인 것이다. 다이어트는 삶의 의욕을 잃게 하는 것이다.
나도 뚱보여서 진짜 공감이 간다. 입맛이 너무 좋은데 어쩌란 말인가. 먹는 걸 즐기는 게 왜 잘못인가. 안 먹어서 살빼면 평생 먹지 말란 말인가. 다이어트는 할 게 못 된다고 생각한다. 티비 프로그램 보면 몇 십킬로그램 감량하는 사람들 얘기 나오는데, 운동을 거의 죽어라 하고, 먹는 건 새 모이 먹듯 쬐끔 먹는다. 그럼 살 확실히 빠지겠지만 어떻게 사람이 평생 그렇게 산단 말인가? 다시 먹구 운동 소홀히 하면 곧장 요요오구, 요요오면 원래 체중보다 더 살찌구 그럼 우울증 오구...
그러니 무리한 다이어트나 운동은 절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먹지 못하는 고통 겪으며 주린배 움켜 쥐고 사느니 난 그냥 잘 먹는 뚱보로 살겠다. 때깔이라도 좋게 ㅋㅋㅋ
요즘 외모지상주의 끔찍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특히나 자신의 정체성에 눈뜨는 시기의 청소년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오죽하면 '거울 공주'라는 말이 있을까. 학교에서 틈만 나면 거울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딸, 아들만 봐도 외모지상주의 정말 맞다. 이 외모지상주의 나라에서 뚱보는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다이어트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이 망할놈의 외모지상주의를 어떻게 없애야 할지 난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뚱보라고 자신감을 잃고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당당해졌음 좋겠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도 존중받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뚱보 내인생>은 청소년이 읽을 만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