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는 이책도 요즘 많이 나오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쓴 여행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부담없이, 아무 기대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 표지를 넘기고, 책표지 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소개를 읽은 뒤 약간 놀랐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1,2년 전의 이야기가 아닌 30여년 전의 이야기였고, 저자는 사하라에서 지낸 자신의 신혼 이야기를 출간한 뒤 작가로 성공하였다고 한다. 싼마오, 三毛라는 이름의 이 여인네, 그냥 약간은 억센 평범한 아줌마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는 많은 이의 동경의 대상이고, 루신등에 이어서 "중국인들이 사랑한 작가 100인" 중 당당히 6위를 차지한 대단한 여인네였다.

 

싼마오, 사막으로 가다

 

약간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싼마오는 어린시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내 추측에는 어쩌면 그녀안의 역마살이 그때부터 그녀의 몸을 달달 볶아댔음의 결과가 바로 그것이 아니었나싶다. 그래서 그녀는 그 지루한 시기를 마감하고 24살이 되던 해부터는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중 자신의 반려자인 스페인産야수, 호세를 만나 사하라 사막에 신혼 보금자리를 꾸미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하라를 배경으로 한 중국에서 온 미녀와 스페인에서 온 야수의 요절복통 로맨틱 코미디는 시작되었다.

 

좌충우돌, 사막 적응기

 

젊은 처자가 아무런 연고없이 세상을 홀홀단신으로 돌아다녔던 그 용기는 어디서 나왔던 것인지, 무슨 일에든 덜컥 걱정부터 하고 보는 나는 싼마오의 사하라 신혼일기가 너무나도 유쾌하게 읽혔다. 세상을 겁없이 돌아다니던 그 용기가 분명 사하라에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분명했다. 중국에서는 몇 천리나 아니 수만 리가 넘을지도 모르는 정말 타지인 사하라에서 그녀는 너무나 씩씩하게 자신의 새로운 생활에 별다른 탈 없이 적응을 해나갔다. 

 

주인집의 물통을 빌려써야하고, '내것'이 마을 사람 공동의 것이 되버려 남편인 호세마저 남에게 빼앗길세라 신경이 날카로와져야했다. 거기다 도대체 이 사하라 이웃들은 '양심'이라던가 '예의'라던가는 태고적에 엿을 바꿔먹은 모양인지 '배려'라는 것은 꿈을 꿀 수 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싼마오는 이런 불쾌하고 언뜻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에도 본래의 호쾌한 털털함 만은 잊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예의없는 이웃들에게 당당히 대들기도 하고, 되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무면허로 운전을 하고 나름 중국인답고 아줌마다운 무대뽀적 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읽는 것 만으로도 유쾌, 상쾌, 통쾌

 

책을 읽어야지 마음먹고 책장을 넘긴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싼마오가 들려주는 그녀의 신혼이야기에, 사하라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세상사람들 누구에게나 달달하고 예쁠 신혼 이야기가 황량하기 이를데 없고, 거기다 염치없는 이웃까지 옵션으로 달고 있는 사하라를 배경으로하니 그렇게 재밌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

 

싼마오와 호세는 세상에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너무나 닮아있었다. 내장속을 목욕하는 여인들을 훔쳐보고, 화석을 보러 차를 몰고 떠났다 세상에는 다시없을 비극적이고 위급한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두 부부의 사하라에 대한 애정과 상대에 대한 애정은 너무나 똑같았다. 그렇게 즐겁고 재밌게 사랑을 하던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가 고작 햇수로 6년밖에 함께하지 못함을 알았을 때는 약간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싼마오가 세상에 남긴 글과 이야기로 그들의 사랑했던 시절이 유효기간없이 책 안에서 계속되고 있으니 어쩌면 그들의 엔딩은 약간의 해피엔딩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듀마 키 2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7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열정적인 글쓰기의 대가, 스티븐 킹

 

 나는 스티븐 킹을 좋아한다. 언제였더라? 내가 스티븐 킹에 대해서 알게 된 게?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게? 그런 세세한 사항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애정'에 가까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였지 싶다. 언뜻 보기에도 오래되어보이는 책장에 꽃혀있던 수많은 그의 책들, 스티븐 킹이 아니라 스텝판 킹이었을 때부터, 그리고 그가 내세운 스스로의 라이번 "리차드 바크먼"의 소설들까지, 내가 대학 도서관에서 본 그의 책들은 "와~ 많다"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도서관에 비치되어있지 않은 그의 책이 더 있음을 알고 그의 열정적인 글쓰기에 정말로 놀랐었다. 그리고 한권 한권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다양한 작품에 놀라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스릴러 작가"라 부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를 "미스테리 작가" 혹은 "공포소설 작가"라고 부른다. 정확히 하나의 장르로 그를 단정하거나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정말 다양하게 글을 써왔다. 그의 대표작인 "캐리"는 말 할 것도 없고, "미저리"나 "그것" 그리고 "쇼생크 탈출"과 "그린마일" 하나같이 색다른 작품들 뿐이다.

스티븐 킹 하면 모두가 젊은 날의 존 트라볼타가 출현했던 "캐리"를 떠올린다. 그렇지 않으면 로맨틱한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이 제목이었지만, 모두들 미치광이 간호사를 떠올리는 '미저리', 섬뜻한 얼굴의 잭 니콜슨이 인상적인 "샤이닝"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그의 작품은 어느새 이미지화 되어서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스티븐 킹 하면 모두가 젊은 날의 존 트라볼타가 출현했던 "캐리"를 떠올린다. 그렇지 않으면 로맨틱한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이 제목이었지만, 모두들 미치광이 간호사를 떠올리는 '미저리', 섬뜻한 얼굴의 잭 니콜슨이 인상적인 "샤이닝"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그의 작품은 어느새 이미지화 되어서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섬뜻하고 완벽하게 미스테리한 그 것이 오다

 

 그가 잔혹하고 오싹하며 약간은 기괴한 소설만을 쓴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스티븐 킹의 이름에 "섬뜻하고, 기괴하며 완벽하게 미스테리한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올 여름, 그렇게 우리가 그에게 기대했던 "섬뜻하고, 기괴하며, 완벽하게 미스테리한" 그것이 출간됬다. "듀마 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는, 이건 뭐지? 했다. 하지만 간략한 책소개를 보고 나는 그 이야기에 푸욱 빠져들었다.

 

 사고로 인해 한 쪽팔을 잃고, 완벽한 아내도 떠나버린 에드거. 그는 사고 후유증으로 언어에 대한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약물에 의존하려고하며, 분노를 이기지 못해 부인을 버터 나이프로 찌르기도 했다. 한마디로 최악, 그는 잘나가는 건축회사 사장님에서 (약간은 부유한) 성격나쁜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출발은 하기위해 "듀마키"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의 놀라운 그림실력을 알게되고 친구도 사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능력이 곧 그의 인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놀라운 능력이 가지고 온 놀라운 공포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는 종종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이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능력이 예상치도 못했던 엄청난 공포를 가지고 온다. "캐리"의 캐리도 그랬고, " 돌로레스 크레이븐"도 그랬다. 공포는 아니었지만 "그린마일"의 존 커피도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인물에 굉장한 능력을 부여하고, 그 능력으로 세상을 공포 혹은 미스테리에 빠뜨리는 것을 즐기는 스티븐 킹, 그는 그의 장점을 너무나 잘 이용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왔다. 그리고 그의 이런 장기는 "듀마 키"키에서 다시 한번 실현된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현실로 실현이 된다면? 아마도 스티븐 킹은 이런 가정에서 이 작품을 실현했을 것 같다. "듀마 키"에서는 평생을 건축업자로 살아온 에드거가 머리가 부서지고 한쪽 팔을 잃는 큰 사고를 당한다. 사고 전에는 '낙서'밖에는 미술계에 기여해 본 적이 없는 그가 천부적인 능력을 드러내며 특유의 화풍으로 보는 사람을 매혹시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린 일들이 하나 둘 현실로 실현이 되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가 그린 작품에서 코와 입이 없었던 어린이 살해범이 감옥에서 잠을 자다 숨을 거두고, 너무나 사랑하는 딸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게되는 사실마저 예견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 수가 늘어날 수록, 과거 천재 미술소녀로 유명했었던 엘리자베스의 치매는 점점 심해진다. 과연 그의 작품과 엘리자베스의 과거는 어떠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자매들은 왜 불우한 삶을 마감해야했을까? 왜 그녀는 도자기 인형을 캔에 넣어 분수대에 던져넣는 것일까?

 

역시나 스티븐 킹, 그가 돌아왔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단단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간단하게는 엘리자베스의 과거와 에드거의 미칠듯한 미술적 재능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면 킹이 독자들에게 꽤나 많은 떡밥을 쉴 사이없이 던지고 있는지가 보인다. 처음에는 엘리자베스와 와이어먼의 존재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그 다음은 빅 핑크의 존재와 조개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의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나의 허접스러운 추리를 비웃으며 그 떡밥들을 너무나 호기롭고 가소롭다는 듯이 헤치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가서 너무나 킹 다운 화끈함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1999년 교통사고 이후, 별다른 창작활동을 하지 못했던 그가 침묵을 깨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 순간,  많은 스티븐 킹 매니아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나 역시 이말을 외치지 않을 수가 없다. "Stephen King is Bac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위를 여러개의 포탄들이 엄청난 소리와 함께 섬광처럼 가르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어 "쾅"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그 굉음이 울릴 때마다 천지가 뒤흔들렸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목격한 전쟁. 미국 방송채널인 CNN화면을 통해 본 전쟁은 이미 전쟁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로, 과격한 한 편의 쇼처럼 변해버렸다. 과연 전쟁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일어나는 것일까?

 

누군가 이런말을 했다고 한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남성이지만,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너무나 명확한 답이라서 진부하기까지 한 그 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실현이 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아시아 서쪽 끝 어딘가에 있을 그 조그만 나라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9.11 테러가 일어난 그 쯤이었다. 비행기 두대가 세계무역빌딩으로 날아들고 건물과 비행기 모두가 산산조각이 나던 그 때, 나는 자연히 전쟁을 떠올렸다. 무고한 인명을 숨지게 하고, 그들의 많은 가족들을 평생동안 온전한 행복을 경험할 수 없게 한 오사마 빈 라덴.  미국에서 일어난 큰 사건은 중동으로 번져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중동인들을 악마로, 혹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저 그 테러범들과 같은 종교를 믿는 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아픔을 바라보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미국인들이 그토록이나 증오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그토록이나 두려워하고 증오하는 미국의 언어로 소설을 썼다. 아프가니스탄과 미국, 절대 적일것만 같은 두 국가 사이에 양발을 걸치고 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 그는 자신이 태어난 아프가니스탄의 현실, 테러범들의 국가라는 이미지 뒤에 숨어있는 스르로 잔인한 현실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있다.

 

어떻게 일어난 전쟁인지도 모르고  전쟁에 휘말려 목숨을 잃어야 했던 아이들과 여성, 이들이 바로 할레드 호세이니가 다루고자 한 인물이다.  처녀작인 [연을 쫓는 아이]를 통해 전쟁이 어린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크고 질긴 암흑을 드리우고 대를 이었는지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여성들의 고통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전쟁과 폭력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여인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의 두 주인공, 마리암과 라일라. 이 둘은 너무나도 닮은 인생을 살아간다.  부잣집에서 가정부로 일을하다 그 집의 주인의 애를 가진 어머니에게서 난 마리암. 그녀는 비록 타인들에게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버지 가족에 누가되는 존재로 태어났지만 한시도 아버지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목을 매어 자살하고 믿었던 아버지마저 그녀를 외면한다. 그리고 쫓기듯 고향을 떠나 카불에서  늙은 구두장이 라시드와 꾸린 가정. 그 곳에서 그녀는 꿈꾸었던 가족의 따뜻한 정도, 남편의 따뜻한 사랑도 얻지 못한다.  강간과도 같은 남편과의 관계, 아이를 잃고 매일같이 온몸으로 떨어지던 남편의 폭력. 그녀는 그렇게 자아를 잃어간다.

 

그렇게 마리암이 남편의 모진 매를 견디며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던 그때, 마리암의 이웃에서 라일라가 태어난다.  두 오빠가 전장으로 떠나고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어머니는 방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렸다. 하지만 라일라는 따뜻한 아버지와 타리크가 있기에 그녀는 행복했다. 하지만 전쟁은 라일라에게서 그 모두를 빼어갔다. 그리고 타리크는 가족을 따라 카불을 떠났다.두 오빠의 죽음과 집 위로 날아든 포탄은 그녀를 이 세상에 혼자 남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절망의 끝에서 라일라는 라시드의 후처가 되었다.

남편을 뺏긴 여자와 남편을 뺏은 여자. 마리암과 라일라는 처음엔 서로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비록 자신을 때리고 학대하는 남편이지만 자신의 가족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마리암은 라일라를 적대시했다. 하지만 라일라가 아지자를 낳고 두 여자는 마치 모녀처럼 가까워진다.

 

절망의 끝에서 빛을 보다

 

두 여자가 한 집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라일라는 라시드가 그렇게 원하던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남편의 학대는 수그러들줄 몰랐다. 남편의 학대가 심해지는 것 만큼이나 카불의 상황도 좋아지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졌고, 마리암네는 집안의 모든 물건을 내다팔고, 나중엔 아지자마저 고아원에 맡겨야했다. 

 

세상은 바뀌었다. 여자들은 남성보호자 없이는 길거리에 나설 수 없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체 전부를 무르카로 꽁꽁 숨켜야했다. 전쟁은 모두에게 가혹했으나 여성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도망을 꿰하기도 했지만, 경찰들은 그녀들이 남편에게 죽도록 맞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남편에게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남편의 모진매와 궁핍한 생활보다 더 라일라를 참을 수 없게 했던 것은 라시드의 추악한 거짓말이었다. 라일라를 후처로 들이기 위해 사람을 사서 거짓말을 한 라시드. 라일라는 그 사실을 알고 라시드에게 대들었고, 라시드는 곧 라일라를 죽일듯 보였다. 그래서 마리암은 라시드를 죽인다.

 

남편의 폭력에 맞섰던 마리암이 처형당하는 덕분에 라일라는 정인과 함께 도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시절 꿈꾸었던 그런 행복을 찾았다. 그리고 라일라는 마리암의 흔적을 찾아 마리암의 고향으로 간다. 그곳에서 라일라는 마리암의 오랜 고통을 해소해 줄 그것과 마주친다.

 

전쟁이라는 파괴적인 행위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트렸다. 최소한의 자유마저 억압당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 그녀들이 세상에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억압과 폭력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지나가고, 그렇게 학대받던 여린 영혼들이 자아를 가지고 행동하게 되었다. 마리암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반항하고, 라일라는 자신의 딸이 잠기 맡겨졌던 고아원에 기부를 한다.  라일라는 자신을 위해 마리암이 희생했음을, 자신의 발밑에는 마리암의 사랑과 희생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때문에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갈것을 다짐한다.

 

전쟁의 화마가 사그라드는 아프가니스탄의 많은 여성들이 라일라처럼 살아갈 것이다.  다시 휜가운을 입고 환자를 치료하고,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고... 할레드 호세이니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통해 전쟁이 휩쓸고 간 아프가니스탄의 살아남은 희망을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 작가, 이외수

 

 한국에서 문인(文人)이라는 직책은 꽤나 독특한 힘을 가진다. 오랜세월에 걸쳐서 단단하고 견고해진 유교문화에 익숙해진 탓일까? "문학은 죽었다"는 말이 진리처럼 통해버린 21세기 한국에서 문인은, 작가는 이미 죽어버린 문학과는 다르게 지식인으로서 존경을 받는다.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 작가는 흔히 권위주의적 이거나 아니면, 보수적이거나 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런 세간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이외수.

 

 이외수는 이문열같은 작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인물이다. 1946년생인 그는 올해로 만 62세가 되었다. 장성한 아들이 둘이나 되는 그는 우리가 '작가'하면 떠올리는 보수주의적이라거나 권위주의적 이라는 이미지와는 아주 동떨어져 있다.

 

 흡사 도인을 연상시키는 그의 외모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화제가 되었고, 그는 이제 tv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만큼, 자신의 작품과는 별개로 유명인이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아주 친근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중에게 성큼 다가온 이외수, 그를 더욱 친근하게 만든데에 [하악하악]이라는 이 책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DC를 하고, 야동을 보는 꽃노털

 

 언제가부터 이외수가 인터넷을 한다는 소리가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이외수가 디씨(디시인사이드)까지 진출했다는 소릴 들었다. 어머나!!! 이외수는 본인의 이름을 당당히 아이디로 내걸고 DC갤러들의 칭송을 받으며, 당당히 인증까지 남겼다고 한다. 이런~

 

60을 넘긴 노인이 인터넷을 하다니, 것도 DC까지 진출을? 이건 정말 뉴스감이다. 그리고 [하악하악]은 그러한 이외수의 인터넷활동기의 일부를 담아낸 책이다.

 

 그는 책에서 인터넷 용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함은 물론이며, 세상에 그 무섭다는 악플러들을 비꼬며 훈계한다. 그리고 자신을 자칭 꽃노털이라 칭하며, 은근 자신의 미모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가" 그 무거운 틀을 벗고 대중 앞으로

 

 [하악하악]은 이외수가 대중에게 더욱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 어느 작가가 자신이 야동을 보고 인터넷을 익혔다고 대중앞에 당당히 선언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느 작가가 인터넷용어와 속어를 그렇듯이 자연스레 구사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있어서 이외수의 이러한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연 그는 왜 작가의 무게감을 그렇게 가볍게 내동댕이친 것일까? 이는 어쩌면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돌출행동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죽어간다는' 그 한국문학을 살리고, 한국독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를 고심하다 가식을 훌훌버리고 자연인 이외수로서의 모습을 대중에게 내보이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모두 대중에게 가까워지기 위함이라고...


[하악하악]에 담긴 이야기, 그가 하고싶은 이야기

 

 [하악하악]은 260개의 이야기가 총 5장으로 구분되어 실려있다. 주제는 다양하다. 악플러들에 대한 조롱, 속담의 재구성, 자신의 일상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짤막짤막 다루고 있다. 하지만 짧은 이야기라고 해서, 비속어가 섞여있다고 해서 그 글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단 한 줄의 글이지만 깊게 생각해볼 거리를 독자에게 제시하여 준다는 점에서 그의 40년 작가 내공이 절대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냥 가볍게, '이 사람은 뭔가?'라는 호기심으로 가볍게 들고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그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이어지는 다른 호기심으로 그의 다른 작품-가령 [괴물]이나 [벽오금학도]같은- 을 읽게 된다면, 아마도 이외수가 그렇게 원하는 한국문학의 부활, 그가 인터넷으로 뛰어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 테오에세이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 왜 떠나는가

 

나도 가끔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끈적하게 온몸으로 내려앉는 요즘과 같은 때에는 여행생각이 더 간절하다. 이 답답하고 지루한 공간을 벗어나 누구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남들의 시선에 맞추어 고정되어 온 내 삶의 리듬과 결계를 깨부시는 그런 일탈을 해보고싶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는다.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의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관광객의 목적은 관광일뿐, 여행은 될 수 없다.

 세상이 참 많이 바빠지고, 야멸차졌다. 때문일까? 하나 둘 씩..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행을 떠나는 누군가에게 물었다. "왜. 여행을 떠나시나요?". 나에게 돌아온 답은 너무나 당연해서 지루하고, 멋도 없는 말 하나였다. "나를 찾기 위해서요."

 너무 진부하고 지루한, 단물이 다빠져버린 껌같은 그말이 사실은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찾기위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반기를 든 채, 현재의 자신에서 멀리 떨어져 보기로 용기를 내는 사람.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의 저자 , 테오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누구나 가슴속에 "역마살"하나쯤은 있는 거에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멋지게 떠나고 싶어한다. 방구들을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보다 더 좋아하는 나도 그렇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속에 '역마살'이라는 '살'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토정비결에 나타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건 그냥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실행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당신의 소금사막에..]의 저자 테오는 인생에 '역마살'이 아주 또렷히 새겨져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에 이어, 중국과 일본은 알아도 한국은 모르는 그 미지의 공간, 볼리비아로 떠났으니 말이다.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뿌리라는 그것이 희미해지는 공간으로 떠나 주변을 둘러보고, 깨달음을 얻고, 타인에게서 가르침을 얻은 그는 자신의 역마살을 세상에 자랑스레 내보이는 듯 하다.

 

깨달음으로 다가온 사람들

 

 테오는 볼리비아로 가서 많은 인생들과 조우했다. 과자와 껌을 팔며, 다음에도 자기를 찾아와 물건을 사달라던 할머니, 닌텐도게임기는 커녕 컴퓨터라는 물건도 한번 보지 못하고 양만 지키며 살아야하는 여자아이, 나란히 장에서 물건을 팔던 꼬마 자매.

 세속의 눈으로 그들의 삶은 지루하고 따분하며, 힘겹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테오는 그들과 더듬거리는 대화를 나누었고, 그 대화를 통해 세속의 눈이 아닌, 그들의 눈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꼭 오늘이 아니어도 좋다.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만을 위한 것보다 '우리'를 위한 것이 더욱 좋다... 테오가 그들에게서 배운 것들은 우리도 익히 들어 알고있지만, 바쁘게 내 욕심을 챙기며 사느라 잊어버린 것들이었다.

 

비가 내린 소금사막, 당신은 무엇을 만났나요?

 

 들어가기 어렵다는 볼리비아 국경에서 한참을 지나, 테오는 누런 모래 대신에 하얀 소금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는 소금사막에 도착한다.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비에 맞은 소금이 녹아내려 하늘이 지상으로 연장되는 장관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테오는 누구도 묵어가지 않으려한다는 짠맛나는 소금호텔에서 일박을 한다.

 우르르 다들 몰려와서 시끌벅쩍 떠들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다가 시간이 되면 우르르 다들 떠나버리는 유우니 사막. 그곳을 지키는 호텔 지배인과 욕심을 모르는 소금장수.

 다른 것에는 상관없이, 자신과 자연이 정한 법칙과 임무에 충실한 그들과 함께보낸 그 하루.  그 하루는 아마도 테오에게 있어서 '정화'를 의미할 것이다. 비단 깨끗한 공기에서 하룻밤 잠을 자고 일어났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그런 싸구려 '정화'가 아닌,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 혹은 세속에 찌는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히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그런 영혼의 '정화'말이다.

 

아마도 당신이, 혹은 내가 그 곳에 가게된다면 무엇을 만날지 모르겠다. 비가 오기 전과 후가 너무나 다른 유우니의 모습처럼, 우리가 만날 그 무언가도 모습을 달리하여 우리에게 다가올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