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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는 이책도 요즘 많이 나오는 평범한 여행자들이 쓴 여행에세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부담없이, 아무 기대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 표지를 넘기고, 책표지 날개에 적혀있는 저자소개를 읽은 뒤 약간 놀랐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1,2년 전의 이야기가 아닌 30여년 전의 이야기였고, 저자는 사하라에서 지낸 자신의 신혼 이야기를 출간한 뒤 작가로 성공하였다고 한다. 싼마오, 三毛라는 이름의 이 여인네, 그냥 약간은 억센 평범한 아줌마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에서는 많은 이의 동경의 대상이고, 루신등에 이어서 "중국인들이 사랑한 작가 100인" 중 당당히 6위를 차지한 대단한 여인네였다.
싼마오, 사막으로 가다
약간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싼마오는 어린시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었다고 한다. 내 추측에는 어쩌면 그녀안의 역마살이 그때부터 그녀의 몸을 달달 볶아댔음의 결과가 바로 그것이 아니었나싶다. 그래서 그녀는 그 지루한 시기를 마감하고 24살이 되던 해부터는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던 중 자신의 반려자인 스페인産야수, 호세를 만나 사하라 사막에 신혼 보금자리를 꾸미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하라를 배경으로 한 중국에서 온 미녀와 스페인에서 온 야수의 요절복통 로맨틱 코미디는 시작되었다.
좌충우돌, 사막 적응기
젊은 처자가 아무런 연고없이 세상을 홀홀단신으로 돌아다녔던 그 용기는 어디서 나왔던 것인지, 무슨 일에든 덜컥 걱정부터 하고 보는 나는 싼마오의 사하라 신혼일기가 너무나도 유쾌하게 읽혔다. 세상을 겁없이 돌아다니던 그 용기가 분명 사하라에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분명했다. 중국에서는 몇 천리나 아니 수만 리가 넘을지도 모르는 정말 타지인 사하라에서 그녀는 너무나 씩씩하게 자신의 새로운 생활에 별다른 탈 없이 적응을 해나갔다.
주인집의 물통을 빌려써야하고, '내것'이 마을 사람 공동의 것이 되버려 남편인 호세마저 남에게 빼앗길세라 신경이 날카로와져야했다. 거기다 도대체 이 사하라 이웃들은 '양심'이라던가 '예의'라던가는 태고적에 엿을 바꿔먹은 모양인지 '배려'라는 것은 꿈을 꿀 수 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싼마오는 이런 불쾌하고 언뜻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에도 본래의 호쾌한 털털함 만은 잊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예의없는 이웃들에게 당당히 대들기도 하고, 되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무면허로 운전을 하고 나름 중국인답고 아줌마다운 무대뽀적 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읽는 것 만으로도 유쾌, 상쾌, 통쾌
책을 읽어야지 마음먹고 책장을 넘긴지 얼마되지 않아 나는 싼마오가 들려주는 그녀의 신혼이야기에, 사하라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세상사람들 누구에게나 달달하고 예쁠 신혼 이야기가 황량하기 이를데 없고, 거기다 염치없는 이웃까지 옵션으로 달고 있는 사하라를 배경으로하니 그렇게 재밌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
싼마오와 호세는 세상에 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너무나 닮아있었다. 내장속을 목욕하는 여인들을 훔쳐보고, 화석을 보러 차를 몰고 떠났다 세상에는 다시없을 비극적이고 위급한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두 부부의 사하라에 대한 애정과 상대에 대한 애정은 너무나 똑같았다. 그렇게 즐겁고 재밌게 사랑을 하던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가 고작 햇수로 6년밖에 함께하지 못함을 알았을 때는 약간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싼마오가 세상에 남긴 글과 이야기로 그들의 사랑했던 시절이 유효기간없이 책 안에서 계속되고 있으니 어쩌면 그들의 엔딩은 약간의 해피엔딩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