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썸머썸머 베케이션 ㅣ 살림 YA 시리즈
이희영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3월
평점 :
기어이 나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 한 방울이 흐르고 나서야 책이 끝났다. 유쾌한 하준이의 여름방학 이야기.
여름방학 이야기에서 소나기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나의 유년시절의 풋풋한 기억들을 소환하고 사라진다. 유년시절 살구나무집 할머니에게는 방학이 되면 서울에서 내려오는 내 또래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둘이 같이 놀러 다녔던 기억들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하얀 얼굴과 하얀 피부, 그리고 잘생긴 남자 아이로 나의 기억속에는 자릴 잡고 있다. 그 아이를 마지막으로 보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입학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서로를 알아봤는데 나는 그 아이의 시선을 외면하고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
이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한 하준이와 서연이의 풋풋함이 사과향 되어 가득 퍼진다.
우리 청소년 또래의 아이들의 이야기여서 자칫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책속에 녹여져 있는 우리의 이웃들의 삶의 한 부분들을 보는 듯해서 몰입도가 높았다. 하준이 형 동준이가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부분에서 밝혀지는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과 그 진실 앞에 나약하고 비참하게 무너져야 했던 엄마와 어린 동생 앞에서 동준이는 그렇게 차갑고 차안대로 모든 시야를 가리고 오직 전진하는 경주마처럼 앞을 향해 달리는 동준이의 숨겨진 마음이 딱할 뿐이었다.
서로의 상처들을 보듬어주며 아름답게 마무리 되는 이야기는 동준이의 차갑던 마음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막을 내린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들이 새콤하고 맛있게 어우러진 이야기지만 마지막 동준이는 매움 고추처럼 나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차갑던 마음의 동준이지만 그 안에는 동생을 향한 사랑과 엄마를 향한 사랑이 가득 차 있다는걸 나에게 들킨 것이다. 몰입도 있게 짧은 시간동안 푹 빠져 있던 하준이의 여름방학 이야기.
겨울방학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