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생활 지침서 메타포 7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메타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뚱보 생활 지침서> 이 책을 펼치면서 우리나라의 심각하리만큼 과도한 다이어트 실태와 외모로 상대를 먼저 평가하는 시각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서구에 비하면 그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요즘 어릴 때부터 비만인 아이들이 늘어나고 젊은 층에도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다.
나도 기왕이면 날씬한 게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인지라 책장을 무겁게 넘겼다.
옆에서 공부하고 있는 통통한 작은 아들 녀석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 <뚱보 생활 지침서>가 단순하게 비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거기다가 <루비 홀러>,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골목길이 끝나는 곳>을 번역한 이순미작가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읽는 동안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열다섯 살의 뚱뚱한 소녀 ‘버지니아’다.
아빠는 스포츠광인 회사 임원이고, 엄마는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잘 나가는 청소년심리학자다. 언니와 오빠 역시 똑똑하고 출중한 외모로 인기도 많다. 하지만 미운오리새끼처럼 버지니아는 특대형의 헐렁하고 아줌마 같은 옷만 입어야하는 보잘 것 없는 뚱녀다.
그런 버지니아가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자신의 진자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 있으면서도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학교 화장실에서 인기 많은 브라이 소녀들이 버지니아처럼 뚱뚱해지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는 버지니아는 꼼짝도 못하고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문다.


버지니아는 자신은 가족들의 수치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더 주눅들어 간다.
거기다가 자신과 유일하게 소통하던 친구 섀넌마저 이사를 가버려서 이제는 완전 혼자가 된다. 엄마는 버지니아에게 다이어트를 위해 병원을 데려가고 버지니아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 힘겨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즈음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오빠가 같은 학교 여학생을 강간한 사건으로 집으로 오게 된다. 버지니아는 혼란스럽다. 완벽하다고 느꼈던 오빠가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이야. 하지만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이야기할 수도 없다. 그저 엄마, 아빠와 오빠의 눈치를 보면서 다이어트도 엉망진창이 된다.

버지니아는 가족과 친구 주변의 바라보면서 이제껏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신감 없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년 심리학자인 엄마도 밖에서는 조언자의 역할을 하지만 실제 자신의 아이들에겐 그다지 좋은 엄마는 아니라는 것과 오빠는 모범생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기적이고 약하다는 것 그리고 버지니아의 학교 퀸카도 날씬한 몸을 위해 먹은 것을 토해내는 거식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차츰 자기 자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버지니아는 부모의 허락도 없이 시애틀 행 비행기 표를 끊는다.
처음에 엄마는 그런 버지니아를 이해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언니와 오빠의 일을 겪으면서 지친 엄마는 마지못해 허락하게 된다.
시애틀에서 섀넌과 그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솔직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버지니아는 그 동안 주눅 들어 끌려 다니던 자신의 모습을 벗어던지듯 정말 하고 싶은 대로 조그만 자유를 만끽한다. 눈썹에 피어싱을 하고, 못에 잘 맞는 화려한 색깔의 옷을 사 입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버지니아는 용기를 내어 오빠에게 강간당한 애니 밀스를 찾아가 오빠 대신 사과하고 싶다고 한다.

애니는 버지니아에게 “바이런이 한 일은 끔찍했어. 그래서 학교 당국에 보고했던 거야.
난 바이런이 다른 여자에게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길 바라거든. 하지만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 만큼 내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았어. 그가 나를 지배하게 두진 않을 거야. 그날 밤 내가 바이런을 통제할 수 없었어.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한 일도 그렇고, 앞으로 미래의 내 인생은 내게 달려 있어. 사람들은 스스로 희생자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에게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야. 내가 선택권을 갖는 것.” 이라고 말한다. -280~281쪽  

애니와의 만남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은 버지나아는 멀리 있는 언니에게도 그간의 일들을 솔직하게 편지에 써서 보낸다. 그리고 자신은 비록 뚱뚱해서 외모는 보잘 것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좋은 점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늘 구석자리에 박혀서 주눅 들어 하던 자신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당당히 햇살 밝은 세상의 중심으로 걸어 나오는 버지니아를 보게 되어 참 즐거웠다.
이제는 조금은 과도하게 찐 살도 마지못해 하는 괴로운 살빼기가 아닌 자신이 즐기는 운동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도 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책장을 덮었다.

 책 속에 나오는 캐릭터의 생생함이 좋았고, 뚱뚱한 버지니아에게 진심어린 키스를 하는 남자친구 ‘프로기’도 신선했고, 완벽을 추구하려는 엄마가 심리적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에 공감할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버지니아의 씩씩한 행진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사실 다이어트는 참 힘든 일이다. 무리하게 무조건적이고 고통스러운 살빼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활동적이게 되고 많은 이들과 함께 웃고 대화함으로서 더불어 살들도 조금씩 떨어져 나가리라 생각된다.

우리 집 중2인 작은 아들 녀석도 통통한 편인데 살이 찌기전보다 다소 위축되고 움직이기 싫어하고 게을러지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요즘 들어 아주 조금씩 자신의 상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좀 더 밝고 즐겁게 행동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여기던 차에 버지니아를 알게 되어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작은 아들~ 버지니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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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6-1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 서적 중의 하나였는데, 단순히 비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거라고 예상은 했었어요. 요즘 상황에서 이렇게 신체 조건을 주제로 한 소설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정말 저희 어릴 때는 다이어트란 말도 모르고 살았는데 말이죠. 아이들의 자신감과 정서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다시 볼 필요가 있겠지요.

뽀송이 2008-06-18 19:1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무래도 비만은 세계적인 고민거리라 그런가봐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조금 지나칠 정도롤 다이어트를 하는 것 같아요.
그게다 남자들이 늘씬한 여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세상이다보니...ㅡㅜ
그나저나 한창 사춘기때 조금 심한 비만은 아무래도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지 싶어요. 음... 외모보다는 자신을 사랑하자는 이야기, 그리고 누구나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비만도 작은 결점 중에 하나일 뿐 주눅들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자.^^
그런 내용입니다.^^

프레이야 2008-06-18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저 불러서 왔어요. 결국 저땜에 광주도 안 가셨죠? ㅎㅎ
다음에 기회 있으면 우리 꼭 같이 가요.^^
이 책은 4학년 작은딸에게 읽히고 싶은데 고학년 책이라 어떨지 모르겠네요.
경도비만이라 마음이 많이 쓰여요. 워낙 먹성이 좋다보니 조절하기도 어렵구요.
아직은 나이가 어리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읽혀도 괜찮을까요? 독서력은 있는편인데..

뽀송이 2008-06-18 19:32   좋아요 0 | URL
앗!!!! 꺅~~~ 혜경님.^^;;
마자요.ㅠ.ㅠ 님이 안가셔서 저도 못갔어요.
친정모임도 나 몰라라~ 하고 가려고 했는데...흑흑
다음번에 기회되면 꼭 같이 가는거예요.^.~

이 책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워요.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다보니 약간의 그런 장면 묘사도 있고, 아직 온전히 다 받아들여 소화하기에는 그다지 맞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살을 빼자는 것보다 비만은 하나의 단점일 뿐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자는 내용이라 살빼는데 그다지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 같아요.

4학년 여자아이인데 통통하다면 이래저래 아주 큰 걱정이겠어요.
먹성이 좋은 아이라 쉽게 먹는 양을 줄이기도 힘들테고...
통통하던 작은 아들 녀석이 키가 조금씩 자라면서 살도 아주 쬐끔씩 빠지고 있는데 따님은 아무래도 초등학생이라 아직 어려서 덜 급하겠지요. 중학교 가기전에 표준체중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2008-06-19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6-19 09:27   좋아요 0 | URL
혜경님, 4학년부터 5학년까지 최고로 몸무게가 늘어나지만 걱정할거 없어요
대부분 6학년 되면 덜 먹고 키로 주욱~올라가니까 비만스럽지 않더군요.
이 책, 첫 부분 묘사가 너무 그래서 우리 민경이가 읽는 것도 좀 민망했어요. 민경이도 첨엔 허걱~ 이었으니까 최소한 중학생은 돼야 할 것 같아요.
이러는 나도 첫 부분만 읽고 아직 못 읽었어요. ㅠㅠ

뽀송이 2008-06-19 14:18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좀 덜 먹어야 살이 빠지던데... 계속 먹성이 좋은 아이는 안빠지더라고요.ㅠ.ㅠ 아무래도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하겠지요. 쉬우면서도 어려운 방법이예요.ㅡㅡ;;

그쵸? 초등학생이 보기에는 적당치가 않고, 중학생에게도 완전 괜찮지도 않고 말입니다. 막상 중학생인 애들은 "뭐~ 이 정도가지고 참나~" 하겠지만요.^^;; 오기님~ 읽어보니 꽤 재미있기도 하고, 나름 괜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