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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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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미클로스는 스웨덴의 한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중 결핵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전쟁 전에 서점을 운영하던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온 미클로스는, 어느 날 자신처럼 살아남은 헝가리 여인(30살 이하) 117명에게 편지를 보낸다. 117명 중 18명이 답장을 해 왔고, 미클로스는 그 중 릴리와 계속 편지를 주고 받는다.( 1명만 고른 줄 알았더니, 7명이 더 있었다..총 8명!) 릴리는 엑셰 재활센터에서 치료중이었고, 그들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사람들, 시한부라 더 이상 감정 소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들, 1945년 9월부터 1946년 2월까지 거의 매일 편지를 주고 받고, 중간에 미클로스가 릴리를 찾아 가고, 스톡홀름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 과정에 미클로스의 결핵은 기적처럼 완쾌된다.
이 책은 가르도시 피테르의 부모님 실화라고 한다. 두 연인은 결혼하고 계속 헝가리에서 살았기 때문에, 모르긴 몰라도 그 이후의 삶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1998년 아버지 미클로스가 죽은 후, 어머니 릴리가 아들 가르도시에게 주고 받은 편지를 처음 공개했다고. 가르도시 피테르는 그 편지를 근거로 이 소설을 썼고, 직접 영화로도 만들었다. 6월 21일, 2019년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상영을 했는데, 상영하는 날 도서전에 방문을 했음에도 일정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이 참 후회스럽다. 실화가 아니라고 했어도 충분히 감동스러운 이야기. 실화이기 때문에 더욱 감정이 벅차 오르는 이야기. 더 이상의 희망이 없을 때에도, 미래를 꿈꾸며 다른 길을 시도하고 다른 방법을 뚫어나가는 인간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두 주인공이 생사의 기로에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이 참 눈물 난다. 수용소에서 발견되었을 때 29킬로였던 미클로스. 알몸 상태로 독일군 장교 외투를 간신히 구해 입고 엄지손가락만이 간신히 움직였다는 릴리. 인간이 어느 정도 까지 악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쟁.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실화라는 것을 몰랐다. 가급적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볼 때 스포일러에 피해 받지 않으려 하는 편이라. 최소한의 정보만 접한다. 단지 영화로 만들어졌고, 작가가 감독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제목인 새벽의 열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읽다가 알게 되었다.
흔히들 내가 살아온 삶을 글로 쓰면 대하소설이야..라는 말을 많이 하고 많이 듣는다. 인간의 역사를 훑어보면, 어느 누구의 인생 하나 허투루인 것이 있으랴.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말이 바로 우리 인류가 살아온 길이다. 우리 모두의 미래는 보다 평탄했으면 좋겠는데.
책 속으로.
p287> 미클로스가 쓴 시 “한 스웨덴 소년에게”
넌 아무 것도 몰라, 어린 형제여
무엇이 대륙의 이마에 죽음의 검은 주름을 그리는지.
너에게 비행기는 새에 불과해
네가 사는 북쪽 나라의 별이 총총한 하늘에서 사라져가는
네가 뭘 알겠니 공습경보에 대해서 폭탄에 대해서
영화 속 지옥이 아니라 현실 속의 지옥에 대해서
시간의 물결은 세상의 공포를 침몰시키지 않았어
나의 형제여, 넌 진짜 악이 무엇인지 몰라
나의 형제여, 넌 표를 갖고 있었어
먹고 입는 데 필요한 표를, 그리고 넌 놀 수 있었어
죽음은 네 불행의 빵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지
너 같은 아이들이 한줌 연기로 사라졌어
언젠가 네가 어른이 되면
미소 짓는 헌신적인 금발머리 거인이 될 거야
우리가 지금 흘리는 눈물은 구름과 안개가 될 거야
우리의 현재는 과거가 되어 있을 거야
만일 네가 이 유혈의 시대를 회상한다면
창백한 어느 소년을 기억해
그의 장난감은 수류탄 파편이고
그의 경호원은 살인무기야
어린 형제여, 만일 네게 아들이 생긴다면
그에게 가르쳐 총칼은 절대 진실이 아니라고
세상의고통을 없애는 건
멀리 날아가는 로켓포가 아니라고
그리고 장난감 가게에 들르게 되면
납 병정도 무기도 사주지 마
대신 나무 조각을 사줘
그 아이가 죽이는 방법이 아니라 건설하는 법을 배우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