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랙 미러로 철학하기
이원진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7월
평점 :
넷플릭스에서 핫한 드라마 <블랙미러>를 소재로 한 철학서를 읽었다. 워낙 인기가 있어서 몇 편 찾아보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아니 바로 지금 일어 날 수 있는 일들이 그로테스크하게 소개되어 계속 얼굴을 찡그리며 시청했었다. 그러면서도 TV를 끌 수 없는 마력이 <블랙미러>에 있었다. 지금까지의 추세라면 미래는 영화 매트릭스에 근접할 만큼 기계가 발전하고, 인간의 뇌는 데이터화 되어서 어쩌면 인간은 네트워크 상에서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고..그리고 나도 가끔 상상하곤 하는, 나에게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책(영화?)처럼, 온갖 사소한 일상을 대신 처리해 줄 수 있는 클론인 ‘내’가 머지않아 있을 수 있을 것이고...그런 과정에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부도덕해 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인격, 휴머니즘, 정의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싶어서 고개를 흔들며,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인간들이라면 그 발전된 세계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_
바로 이 책이 그 점을 꼭 집어서 분석하고 해석한다.
<블랙 미러>의 프로듀서이자 작가인 찰리 브루커는 기술 발전이 우리에게 매일 기적과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기술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주목하고 그 사이의 딜레마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미래엔 기술은 물론 상상 이상으로 발전하겠지만, 그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의 사유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 진다는 예감이 들게 한다. 기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원진 작가(철학 박사)는 <블랙 미러> 드라마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각종 실험 과정, 도구들을 제시하고 (그래서 읽다가 많이 놀랐다. 이미 너무나 많은 진전이 있으므로! 이미 꿈이 아니었다.) 이를 “철학”이라는 메스를 들이대어 분석한다. 이미 미국, 영국에선 ‘사변적인 철학 작품’으로 <블랙 미러>를 연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이원진 박사는 플라톤으로부터 미셀 푸코, 자크 라캉, 악셀 호네트 등의 서양 철학자들과 맹자, 공자, 퇴계 등의 동양 철학자들의 저서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찾아와서 무엇이 보이는지 되묻는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처럼 인간성이 가장 파괴됐을 때 인간성의 본질을 찾을 수 있으며, 우리는 인간 중심의 종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얇은 책에서 (200페이지도 안되는) 이렇게 많은 철학자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시청했던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자각하며 읽었다. 결국은 ‘인간이 어떻게 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_
책 속으로
p17> 어쩌면 <블랙 미러>는 신체를 초월한 인류의 확장 가능성, 확장하고 싶은 욕망을 상징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p198> 만약 인간 중심주의를 버려야 한다면 우리는 이제 사생취의의 결단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환경 위기 등 지구 자체의 절멸이 엄습하는 22세기에 우리의 새로운 문화 코드가 될 영생이나 불멸은 개체로서의 ‘나’만 살겠다는 유아론으로는 어림없다는 것을 <블랙 미러>는 경고하는 게 아닐까요?
p199> <블랙 미러>가 깨진 검은 거울을 통해 우리에게 되돌려 반사해 보여주는 건 어떤 이유에서든 근대에서 우리에게 퇴은했던 그 세계, 그리고 퇴은했던 인간의 본모습입니다. 우리가 미래 사회에서 다시 나르시시스트처럼 빠져야 할 세계는 바로 ‘띵작’ 흑경의 세계입니다.
_
ps]
나는 이렇게 기술이 발전한다면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분명할 거라고 믿는다. 그런 미래세계에서, 데이터 상으로 영생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몸의 한 곳이 망가져서 기계로 대체 가능할 때,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무릎, 눈, 귀...조금씩 인공 장기가 익숙해 진 다음에는 뇌로 갈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끔찍한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 살아 생전에는 그만큼까지는 과학이 발전하지 못할 것이고, 설령 발전하더라도 그 혜택(?)을 누릴 만큼 내가 부자도 아니고, 중요한 사람도 아니라는...이 안도감!!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