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 단편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윤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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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너무 하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단편 ‘선집‘이 아니고 ‘전집‘이다.
총 68개의 단편이 실려있는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괴물같은 책.
많은 작품이  ‘운수 좋은 날‘ 이었고 죽음이 기저에 깔려있다. 읽으며 혀를 차다가  묘사된 자연과 인간 심리가 너무나 절묘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나보코프의 넓고도 깊은 지식량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나보코프는 인터뷰에서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창작된다면서, 장편소설 창작이라는 큰 산맥의 고산지대에 나타나는 동종의 변이형에 자신의 단편소설을 빗댔다고 한다. 실제로 장편소설을 구상, 또는 집필 중에 탄생한 단편소설이 많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역시나 작가의 지난한 삶의 여정이 그대로 반영된다.  망명 작가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베를린시절에는 러시아어로, 파리에서는 프랑스어로, 미국에서는 영어로 집필했다고! 작품 속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언어가 언급되고, 심지어는 작가 스스로가 조어한 새로운 단어도 여럿 등장한다. 또한 각각의 단편이지만, 색이 비슷한 여러 작품은 하나의 장편 소설 중 부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보코프 생전에 52개의 작품이 단편선집으로 출간되었고,  이후 부인 베라와 아들 드미트리가 추가로 원고를 찾았다고.

각각의 단편이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오릴리언‘은 읽는 내내 감탄하며 읽었다. 작가는 진정 나비전문가가 아닐 수 없고 ( 나비 수집전문인 지인이 문득 떠올랐...지금도 그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실제로 작가는 나비 조사를 위한 여행을 다닐만큼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아름답고도 의미 심장한  문장이 너무 많아 따로 발췌할 수 없다.ㅎ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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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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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끈 #히가시노게이고 #김난주 옮김 #도서출판재인 #리디북스 #서평 #독서기록 #북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book

#리디북스셀렉트 에 올라와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하나.

야요이 까페 여주인이 피살된다. 경찰이 주변을 탐색한 결과 야요이는 배려심 깊은 까페 운영으로 주위의 칭송이 가득하다. 형사 마쓰미야는 야요이와 가까웠던 고객을 탐문하며 용의자를 찾아나선다. 살인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일련의 사실이 그를 괴롭히고, 그 또한 개인적으로 이상한 방문을 받는다.

시내에서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로 오가며 거의다 읽었다. 즉, 가볍게 후다닥 읽을 수 있다. 이런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 소설의 줄기를 따라가며 머리속으로 범인을 추측해보곤 하는데, 이 소설의 범인은 좀 어이없다고 할까. 그래도 전에 다른 소설을 읽으며 범인을 맞췄을 때 개운치 않았던 기분보다는 낫다.ㅎ

가족이란 무엇으로 이어져있는가에 대해 모티브를 두고 쓴 미스터리. 혈연으로 이어져도 남보다 못한 가족도 많다. 모나가 한 말, ‘아빠가 마지막에 한 말, 그걸로 충분해.일단 지금은. ‘이 이 소설의 주제가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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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는 없다해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끈이 아무리 길어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그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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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셀렉트 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많은 작품이 올라와있다. 그 중 하나. 폰에 리디북스 앱을 깔아놓고, 외출 시 조금씩 읽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다.
(혹시 읽으실 분들은 가능한 빠른 속도로 몰아서 읽으세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처럼 색에 대해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미쓰루는  지능도 매우 높고, 초인이라 불리울 수 있는 미쓰루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어떤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나도 해설을 쓴 이노우에 유메히토처럼 스포하지 않으련다. )  그 프로젝트의 진행과 함께 소설이 전개되는데, 알고보니 미쓰루 같은 능력자도 있고, 일반 대중은 전혀 모르고 있는 그  능력을 이미 알고 대중이 새로운 힘에 눈을 뜨게 되면 자신들의 독점적인 권력을 잃을까봐 방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소설은 진화론과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본격 미스터리의 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까 곰곰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는 묘한 책이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나는 사람들을 눈뜨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인간들 모두가 다음 진화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어. 다만 그 열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를 뿐이지. ..

진화란 그런 거야. 한 개체가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갈 수는 없어. 집합체가 있고, 그중 몇몇이 바통을 이어받으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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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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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읽고, 회자되던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를 바로 구매해 놓았는데 이제서야 읽다.
#존싱어사전트 가 그린 #집에있는닥터포치 (1881)를 보고 느낀 감성, 그 그림으로 인해 생긴 궁금증을 여러 다른 그림들을 보고 친했던 사람들, 관련된 여러가지 사건들, 당시 시대상, 사회를 반추해 줄리언 반스의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1885년 여름, 런던을 방문한 ‘이상한 3인조 프랑스인‘을 중심으로 (에드몽 드 폴리나크 왕자,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페젠사크 백작, 평민인 닥터 사뮈엘 장 포치 ) 현재 우리가 #벨에포크 라 부르는 시대를 산 댄디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물론 포치를 그린 그림으로 시작하기에 포치가 주제가 되긴 하지만, 인간이란 홀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당시 영국-프랑스 상류 사회, 그리고 닥터 포치가 현대 부인학과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만큼 영국, 미국, 남아메리카까지 서술하는 범위는 매우 넓다. 3인조가 매우 독특하고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인지라, 그와 얽힌 많은 사람들, 특히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하여 사라 베르나르, 장 로랭, 에드몽 드 공쿠르, 마르셀 프루스트, 귀스타브 플루베르, 제임스 맥닐 휘슬러, 존 싱어 사전트 (는 물론이고), 헨리 제임스등 벨 에포크를 떠올리면 함께 언급되는 수많은 유명인들도 다루어진다.

존 싱어 사전트는 ‘마담 X‘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고, 우아하게 흘러내린 어깨끈이 기억에 생생하다. (여러 미술 관련 책에서 항상 언급되고 있다.) 닥터 포치는 마담 X의 연인이라는 소문도 있었고 (줄리언 반스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는다), 너무나 미남이라 닥터 포치의 초상화를 실물로 꼭 보고 싶다. 사전트가 그린 젊은 시절의 포치 뿐 아니라, 레옹 보나가 그린 중년의 포치(1910)도 근사하다. 죽는 과정은 뜻밖이고. 바람둥이고 (산부인과 의사였는데) 그래서 가족들이 힘들었겠지만, 의사로서의 본업에 충실했던 포치- 프랑스 의학계의 선구자-여서 그에 대한 내용을 알게되자 새삼 새롭게 보인다. 줄리언 반스가 총알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해서 왜인가 했는데..흠 (이하 줄임).

그림에 관심있는 사람, 벨 에포크, 인상주의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1부만 읽었는데, 그 책에도 3인조가 언급되고 있다니 (프루스트가 친구였는데 배신했다고 하니..ㅋ) 읽어봐야겠다. (종이책으로 살껄..전자책으로 구매해놨더니 손이 안간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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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미친여자 #샌드라길버트 #수전구바 #박오복 옮김 #북하우스 #문학 #bookreview #themadwomanintheattic

#여성작가와19세기의문학적상상력 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공저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제인 에어‘ 의 버사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소설에서는 정신병력을 속이고 결혼한 악의 축으로 여겨진 버사. 이 책에서는 가부장적 전통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소외된 수많은 여성의 대표로 분석된다. 19세기 여성 작가들이 그려낸 여자 주인공들의 삶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심지어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가 왜 혁명적으로 여겨지는지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1974년 인디애나 대학에서 여성문학 수업을 통해 압도적인 남성 지배 사회구조에 갇힌 여성문인들의 작품을, 작가의 삶과 함께 분석했다. 페미니즘, 모든 해설적 글쓰기의 고전이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가족, 결혼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딸, 아내, 어머니로서만이 그 존재의 의미를 가졌다. 그 속에서 잘 살아내야만 사랑 받고, 존경 받았다.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악의 주축으로, 에덴 동산에서 아담을 유혹하여 타락하게 만든 이브의 원죄를 태생적으로 안고 태어난 마녀로 질타받았다. 그 역사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여성들은 가족에 의해 다락방에 갇히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결혼제도에 편입하지 못한 소외된 여성들은 잉여 계급(독신녀)으로 분류되고, 상속권도 없이 남자 친척의 호혜에 삶을 의지하거나 수녀, 가정교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샬럿 브론테,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등 유명한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분투적인 삶, 로맨스 등에 매료되었는데, 동시에 당시 사회 제도의 불공평에 놀라곤 했다. 한국(조선)이나 영국이나 참 어이없었구나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작품을 세세하게 분석해 주어 나로서는 ‘개안‘의 기회가 되다- 그간 얼마나 막연하게 소설을 읽어왔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1,1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13년 만에 재출간되었다고. 단권으로 출간되어, 잠들기 전 책읽는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무척 힘든 독서였다.(너무 무거워..ㅎㅎ)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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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 눈에서 꺼풀이 일단 벗겨지자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고 반짝였다. p32 (샌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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