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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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반문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되어도 불안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제도인데 과연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또 제대로 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왜 그리 많은가. 부자일수록 더 고되다. 그들에게 시간은 돈이기 때문에 흘려보내는 것은 바보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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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태에 로버트 디세이의 “게으름 예찬”에서는 행복해 지려면 제대로 게을러지라는 충고를 한다. 저자에 따르면 게으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가 아니라, “어떤 것을 할 자유”이다. 그냥 멍하니 (최근 서울시 등에서 멍때리기 대회를 했는데..명상의 시간이었겠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찾고, 그 후의 시간이 더욱 의미있어지는 게으른 시간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일이 없을 때 게으른 것은 의미가 없다. 열심히 일한 자여 떠나라! 라는 광고 문구처럼, 열심히 일 하고 나서 제대로 된 휴식을 찾아야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일에 쫓겨, 시간에 쫓기는 생활이 아니라,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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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자가 제시한 일반적인 휴식의 방법은 독서 (느긋하게, 숙제처럼 쫓기지 않는 책읽기), 흡연( 한때는 잠깐의 휴식 핑계가 충분히 되었던, 그러나 요즘은 건강상으로 비추), 풍경이든 사람이든 구경하기, 즐거운 대화, 걷기(운동을 위해서, 어느 목적지를 가기위한 걷기가 아니라 마음 내키는 대로 가는),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서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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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모든 행위는 일단 가장 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돌아갈 수 있는 집에서 시작한다. 넓은 세상에서 느끼지 못할, 자신에 대한 특별한 친밀함을 즐길 수 있는 집. 저자는 이를 깃들이기라고 표현한다. 그 깃들이기에는 가구 정돈도 있고, 정원가꾸기도 있고, 요리도 있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휴식, 놀이를 위해서 몸단장을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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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저자가 제안하는 몇 가지 휴식을 위한 놀이는, 스포츠, 여행, 각종 취미 생활 (외국어 배우기 등), 생필품을 사는 것이 아닌 쇼핑 등이다. 특히 저자가 추천하는 것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집을 떠나 여행을 하는 것이다. 집이 아무리 편안해도, 미지의 곳에서 또 다른 내가 되고, 일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특별히 내가 지배하는 시간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자극으로 나를 자극해서 남은 삶을 보다 치열하게 살아낼 수 있게 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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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선택된 게으름이 주는 조용하고 넘치는 활력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노예 같은 삶만 남는다는 것. 그것은 문명이 아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인류 대다수에게 일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여가란 계속 짧아지지만, 우리는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이른바 워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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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 서구의 부자가 남태평양 섬에 휴가를 가서, 조각배를 탄 어부를 만난다. 어부의 초라한 생활을 동정하며 도시에 나가서 돈을 벌어보는게 어떠냐는 조언을 하는데, 어부가 말한다. “당신은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할 건가요?“ 부자가 말하길 ”돈을 많이 벌면 은퇴해서 섬을 하나 사서 바다를 바라보며 살겁니다.“ 어부 왈..”저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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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황혼길에 서서, 아이들도 성년이 되고, 내 앞에는 전보다는 많은 시간이 주어져있다. 나는 주어진 내 시간을 보다 알차고 푸짐하게 채우려고 진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또 다른 발버둥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잠시 반성했다. 반성만 했다. 왜냐하면, 지금 난 행복하니까. 저자도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는 먼저 행복해야한다고 했으니까!

또한 책 곳곳에 멋진 문구가 많아서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다.
책 속표지에 몇 가지 체크리스트가 있다. 체크해 보고, 어떻게든 제대로 쉬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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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78> 독서는 당신이라는 존재의 만화경을 흔드는 것과 같다. 그 안의 유리 조각들은 예의 똑같은 유리 조각이지만, 무언가가 그것들을 재배열해서 형태를 바꾼다. 당신은 새롭게 자신을 느끼며 자신이 재발견되었음을 깨닫는다. 일상의 자신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되었다고 말이다. 결국 독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
P113> “나는 혼자 걸어서 다닐 때만큼...많이 생각하고, 생기 있게 존재하고, 많이 경험한 적이 없고,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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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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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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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소설 #디스토피아 #풍자문학 #조지오웰
어렸을 때 동화로 만났던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읽다. 동화뿐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상상의 세계를 맘껏 펼쳤던 걸리버 여행기. 최근 잭 블랙이 걸리버로 나오는 영화까지 본 지라, 책을 읽으면서 자꾸 그 영화 생각이 나면 어쩌나 했는데.
1726년 세계가 대항해시대에 접어들었고, 영국 내부는 왕권신수설과 시민권의 싸움이 본격화 되던 시절. 인간의 사상과 지식이 더 이상 일부 귀족, 지식인의 소유물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던 시기가 이 책의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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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는 1699년부터 1715년, 16년간의 여정으로 나온다. 걸리버가 항해하다 만나게 된 여러 나라에서는 우선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가르치고), 그 나라 왕은 걸리버와 대화하며 새로운 것을 알려고 한다. 걸리버는 그 나라 왕과 대화하며 영국의 각종 시스템, 사회, 법률, 종교, 정치 등 여러 가지를 토의하며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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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의 의사인 걸리버는 폭풍으로 배가 좌초하여 릴리펏 나라에 도착한다. 그 섬은 소인국 나라로 걸리버는 비록 포로이지만 융숭한 대접을 받고, 궁의 화재도 끄고, 이웃 나라 블레푸스쿠와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도 세우지만 걸리버를 질투하는 해군장관의 음모와 변덕스러운 왕 때문에 탈출을 시도하여, 영국으로 돌아온다. 릴리펏은 우리 사회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계란을 어느쪽으로 깨서 먹느냐로 전쟁이 일어나고, 구두 굽의 높낮이로 파가 나뉜다.
2.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배를 탄 걸리버는 식수를 구하기 위해 들어간 섬에서 낙오되는데, 이 섬은 거인국 나라 브롭딩낵이다. 걸리버를 구해준 농부는 걸리버를 데리고 다니며 공연을 하다가 왕에게 판다. 여기서 걸리버는 릴리펏에서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한다. 걸리버는 대포를 만들면 거인 왕궁의 벽을 무너뜨릴수 있다고 말했다가 핀잔을 듣는다. 거인국왕은 왜 전쟁을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3.세번째 항해에서는 해적선을 만난다. 일본인 선장의 배려로 풀려난 걸리버는 하늘을 나는 라퓨타를 만나게 된다. 발니바비 섬 위에만 머무르는 라퓨타는 왕의 영지, 발니바니는 국민들의 땅이다. 여기서 걸리버는 각종 연구소에 들리게 되는데 현실과는 동떨어진 각종 발명, 연구를 보게 된다. 걸리버는 일본까지 가게 된다.
4. 네 번째 항해에서는 걸리버가 선장으로 출항하는데, 선상 반란이 일어나 미지의 섬에 유배된다. (걸리버가 인간에게 극도의 환멸을 느낀 상태) 이 섬은 말의 나라 후이늠국으로 야후라는 야만적인 동물(인간과 흡사한)과 이성적인 말 후이늠이 살고 있는 나라다. 후이늠은 전쟁을 모르고 모든 것을 공평하게 공유하는 이상적인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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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위프트가 풍자와 조소의 작가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확실히 알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1장은 당시 영국 정치를 비판하고, 2장은 영국의 타락한 정치와 다른 나라의 전쟁을 비판 하고, 3장은 비현실적인(작가가 볼 때) 과학자, 이론가를 비판하고, 4장은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린 것이다.
읽으면서 계속 현실의 여러 가지 모습이 투영되어 웃게 된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아파온다. 우리 인간의 모습이란...특히 마지막 장에 이르면 야후의 모습에서 본능에 가까운 인간의 모습은 이럴까 싶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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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출신의 작가가 주류 영국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갈등도 여실히 드러난다. 작가는 당시 영국와 아일랜드의 갈등, 정치, 사회를 통렬히 비판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간략히 서술된 영국 역사와, 작가의 해제를 읽어보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별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된다. 작가의 비판의 대상은 바로 지금, 우리 나라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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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을 처음 읽었다고 주장하는 독자와 작가와의 대화. 걸리버가 소설 속에서 왜 그렇게 여성 혐오 발언을 하는지, 고위직 정치인에 대해 비판적인지, 인간성을 모독하는지 걸리버의, 아니 조너선 스위프트의 일생을 설명하면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나로서는 작품해설에도 나오지만, 후이늠의 나라도..사실 살고 싶지 않은 곳이다. 또한 소설이 나오는 당시, 일본도 대항해시대의 한몫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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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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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을 보고 있다.

걷기 좋아해서 매일 운동을 <5키로 걷기>로 하고 있는데

이 책은 숲길, 골목길, 둘레길, 바닷길 등 걷기 좋은 곳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도 멋지고

위치, 가는 방법, 코스 동선,더 많은 정보 등을 실어 놓아서

해파랑길, 제주 #올레길 등 가고 싶다 찜한 곳의 정보가 오롯이 담겼다.

지방은 그 곳 까지 가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걷는 시간은 최장 3시간 정도.

무리없이 다닐만 하다.



날이 선선해진 걷기 좋은 계절이 왔는데.

여기 저기 많이 다닌 듯해도

안 가 본 곳도 많구나.

이 책을 참고해서 여기 저기, 구석구석 다녀봐야겠다.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잠깐다녀오겠습니다 #임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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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역사인가 - 린 헌트, 역사 읽기의 기술
린 헌트 지음, 박홍경 옮김 / 프롬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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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방에서 역사가 문제다. 라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린 헌트 (UCLA 근대 유럽사학 교수)무엇이 역사인가를 읽다. 이 책은 원제가 “History, why it matters” ..역사. 왜 중요한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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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역사를 알아야하는가?

로마시대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현명한 사람에게 인생은 문제이지만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해결책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안고 있는 문제는 끝없이 되풀이된다. (p140) 그러므로, 과거를 아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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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에 대한 노골적인 거짓말의 사례들 (도널드 트럼프 등)을 제시하면서, 나아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개입 문제,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진상규명위원회, 급증하는 역사박물관 현상들에서 보듯, 세계는 이미 역사적 진실을 둘러싼 염려가 깊은 시대임을 이야기 한다. 무엇에 주목할지 무엇을 중요시할지에 이미 정치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되다 보면 진실로 여겨지는 세태를 반영하듯 역사 또한 그러하다. 역사책에서 국가는 가능하면 부끄러운 면은 가리고, 잘한 것을 드러내려고 한다. 과거의 위인의 모습이 현재의 잣대로 볼 때는 문제가 많다. 그러므로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는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나 그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는 달라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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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사실을 토대로 한 해석의 기록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록하고 해석하는 역사학자들의 개인적인 관점을 온전히 배재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역사 기술의 객관성을 높이고 신뢰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이다.

역사적 기술의 기준은 유럽에서 발전하였기 때문에 역사학은 유럽 중심이었고, 그래서 (학자들의) 사관도 유럽 중심이었고, 그나마도 19세기에 들어서야 체계화되었다. 1910년도에 들어서야 미국에서 국사라는 강좌가 자리를 잡았다. 그나마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부터 서술되었다. 1990년대 이후에야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의 학문 및 학자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제국주의사관이 아닌) 이제 미국이나 여타 다른 나라들도 국사와 세계사가 균형을 이루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이민자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 나라에서 국사 교육을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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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간의 역사는 기록된 문헌 중심이었는데, 점차 문화사, 사회사, 요즘은 자연사에까지 접목,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저변의 확대는 남성, 백인 위주의 소수 엘리트주의에서 다인종 학자의 수적 확대 및 팽창, 지위 상승과도 맞물려진다. 최근의 역사 연구의 접근법을 보면 여성과 양성, 문화사적 접근이 선호되고 있다.

 

현대에는 언론의 역할과 역사 기술의 문제가 대립되고, 역사학자는 학계의 요구도 받아들이고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게 알려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역사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나 정부의 미화적인 태도에 비판적이(어야하)며 따라서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해 개방적으로 대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는 윤리적이다.

 

우리가 역사를 연구해야하는 것은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연구하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지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망은 계속 나올 것이고, 새로운 기술도 나올 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는 있지만 어떤 예측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의 우리를 짐작할 수밖에.

얇은 책이지만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책 속으로

p166>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무지하다면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의 삶이 역사의 기록을 통해 선조들의 삶과 엮이지 않는 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키케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역사 #무엇이역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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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우표, 사라진 나라들 - 1840~1975
비에른 베르예 지음, 홍한결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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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수집한 오래된 우표를 추적하여, 그 우표가 발행된 시기와 그 나라의 역사를 알아보는. 이 책은 특히, 이미 사라진 나라들에서 발행된 우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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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상속의 자기 위치를 안다는 것, 그것은 제게 늘 삶의 의미와도 같았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저자 비에른 베르예는 여름 휴가 때마다 일주일씩 시간을 내어서 유럽의 해안을 따라 도보 여행을 한다. 걸으면서 느리게 마음속의 지도를 그리면서 지도를 정복해 나가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세계 일주를 하기 힘들다 싶어서 두 가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나는 해안에 밀려오는 각종 잡동사니 기념물을 모으는 것 (집이 해변에 위치한 모양). 하나는 우표 수집.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국가와 정권에서 발행된 우표를 하나씩 모으는 것이다.이 세가지 방법으로 저자는 지구와 삶을 정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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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번째 시도인 우표 수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목에서 알게 되다시피 ,이미 사라진 나라들에서 발행한 우표들을 모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분쟁지역에 잠시 있었던 나라들, 또 식민지배하에 있던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라 이름도 대부분 생소하다. 작가는 1840년부터 1975년까지의 우표를 중심으로 그 나라들이 나오게 된 배경, 그리고 우표 도안에서 나타나는 각종 이미지, 이미지가 담고 있는 뉘앙스 등을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 그 나라와 관련된 책, 음악, 영화 등과 음식 레시피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읽다보면 머리속으로 머나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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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들은 이미 사라진 나라들이라 일본 지배하의 식민지의 고통을 겪었던 우리는 마음 아프다는 공감을 하게 된다. 대부분 식민 지배하였던 인도 등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섬나라들, 아프리카. 그리고 크림반도, 폴란드 접경 지역 등 동유럽에 위치했던 나라들이다. 철광, 다이아몬드, 석유 등 지하자원이나 육두구와 정향 같은 향신료 때문에 영국,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나라와, 독일, 일본, 러시아 등 후발 제국주의에 치여서 힘들어하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작은 자치국이든 식민지령이든 뭔가 체계가 잡히면 우표를 발행했다는 것을 이번에야 눈여겨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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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도안에 들어간 이미지들이 그 시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라 흥미로웠다. 식민지령의 경우는 대부분 본국의 우표와 비슷하게, 그러면서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을 결합하기도 하고, 은근한 저항의 심볼을 넣기도 한다. 각종 군사 정복과 국가적 영웅을 기념하는 이미지가 많고. 뜬금없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세계 수집가들을 위해 돈벌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우표도 있었다. 그 중에서 일본의 만행으로 인한 피해 지역, 만주국, 류큐 제도의 이야기는 현 시점에서 더욱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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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백과사전적이라 독서에서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류인데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비극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한 “잠자리에서 읽는 동화 모음집 정도로 봐 주기”는 정말 겸손한 표현인 듯. 또한 저자가 우표풀을 맛본다는 것에 한참 웃었다. _

책 속으로..
1. 읽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발견했다. 아마도 옮긴이가 한국에서 이해하기 쉽게 바꾼 듯. “사우스셰틀랜드 제도는....땅 면적을 모두 합치면 제주도의 두 배 정도다(P354)”

p398> 이 전쟁은 이 지역에 대한 옛 식민 열강들의 끝없는 관심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들과 엮여서 득이 되었건, 실이 되었건 아프리카인들이 그들의 속성에 관해 또 한 번의 교훈을 얻었길 바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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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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