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에 오래전에 실린 글인데 관심있는 주제다. 선동, 프로파간다, 사기극 말이다.  

민주정치, 선동(선전·홍보), 사기극  

[철학으로 세상읽기] 플라톤의 ‘배의 비유’ 

                                                  우기동 경희대 교수 webmaster@mediaus.co.kr

우리 사회의 역사적 현실

역사적으로 볼 때, 1960~70년대 우리의 희망은 ‘잘살아 보세’였을 것이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노랫말의 구호는 한국전쟁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 땅의 민중들에게 유일무이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잘살아 보기 위해서는 ‘하면 된다’라는 세뇌된 신념을 갖추어야 했다. 그리하여 개발독재에 의한 원시적 자본 축적은 제법 거대한 독점 자본을 탄생시키면서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이른바 ‘공돌이’, ‘공순이’라는 비참한 ‘인간시장’의 젊은 시절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잘산다는 것을 경제적 요인과 물질적 가치로만 인식하고 평가하는 사회적 통념이 지배적인 사회의식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는 이기적 인간관계가 전면화하여 ‘함께 나누는 정(情)’과 같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내재적 가치가 실종되고, 급기야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는 해체되어 계급사회로 전이되고, 결국 인간 소외 문제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1970년대 초 개발독재 권력과 자본, 이들의 고급 정보에 밀착된 상층 기득권층은 부동산 개발을 통한 한탕주의 의식을 갖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의식이 서서히 중류층에까지 파급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는 건전한 노동 의식마저 상실하였다. 그리고 빈부의 격차를 확대 심화시켰다. 이때부터 시작된 부동산 투기는 서서히 전국토를 투기시장으로 바꾸고, 전 국민을 투기꾼 내지 잠재적 투기꾼으로 만들었다. 우리 사회는 돌이키기 힘들 정도의 파행으로 치닫게 되었고, 우리의 사회적 의식은 극도로 왜곡되었다. 이러한 투기 의식 만연의 결과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전 국민을 정신적 패닉 상태로 몰아넣기도 하였다. 홍역을 치렀음에도 낫지 않고 어떠한 처방도 듣지 않는 만성적 집단 양심 불량증이 되었다.

투기와 물신주의 앞에서 공동체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린 때, 먹고살 만하지만 비교 욕망의 망상으로 건강한 욕망을 망각한 때,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잘살아 보세’의 희망을 현실로 성취하여 우상이 된 기업인 장사꾼을 우리는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어떤 종류의 도덕성도 문제되지 않았다. 거부(巨富)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결코 과거를 묻지 않았다. ‘탐욕’ 수준에 가까운 우리의 욕망을 채워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이념이 문제인 듯이 전면에 등장하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수와 진보도, 좌파와 우파도, 이념도, 사상도, 철학도, 그 어떤 것의 문제도 아니다. 좋게 보아 이념이라는 당의정(糖衣錠)의 탈을 쓰고 있을 뿐이다. 오로지 ‘상식’과 ‘몰상식’의 차이밖에 없다. 양아치 수준의 ‘몰상식’이 권력을 장악하여, 어떤 경우에는 이념의 탈을 쓰고, 어떤 경우에는 종교의 가면을 쓰고, 어떤 경우에는 자유민주주의의 구호를 내세우고, 또 어떤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구실로 삼고, 가히 몰상식의 가면 무도회장이다. 물론 총론격인 안무 연출은 당연히 ‘경제 살리기’가 맡고 있다.

요컨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교묘하게 내세우고 이용하면서 선동하는 현실 정치 앞에서 우리는 인간 본래의 보편적 가치, 인권, 자유, 평등, 정의 등 민주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어느덧 망각하고 있다. 국가권력과 자본이 결합하여 왜곡된 희망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삼고 있는 동안, 우리의 삶은 피폐해지고 황폐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점에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어원에 해당하는 그리스어의 demokratia는 원래 민중(demos)의 지배(kratia)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는 한 사람이 지배하는 군주정이나 소수가 지배하는 귀족정과는 달리 민중 전체가 지배하는 국가 형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모든 정치적 행위와 권력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듯이 보인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권력과 정치적 행위는 오히려 국민들을 ‘통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국가를 실질적으로 누가 지배하느냐라는 민주주의의 본래 의미가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먼저 투키디데스가 전하는 페리클레스의 ‘장례식 연설’을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자.

“우리의 정체(政體) 권력이 소수의 수중이 아닌 전체 민중의 손에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라고 불린다. 개인적 분쟁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한 사람을 공적 책임을 갖는 지위로 등용하고자 할 때는 그가 어느 특정 계급의 구성원인가를 따지지 않고, 그가 소유한 실질적 능력에 따라 결정한다. 그가 국가에 기여하는 한, 어느 누구도 빈곤 때문에 정치적 망각 속에 묻어 두지 않는다.

아테네에서 각 개인은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공 업무에도 관심을 가진다. 자신의 일에만 주로 몰두해 있는 사람들조차 일반 정치를 소상히 알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특징이다. 우리는 정치에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 사람을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를 아테네에서 전혀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말과 행동에 어떠한 불일치점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아테네인들은 직접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정책을 올바른 토론에 회부한다. 가장 나쁜 일은 결과를 올바로 토의하기도 전에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듯,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민중이 직접 통치하는 민주주의, 즉 참여 민주주의였던 것이다. 민중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민회, 평의회, 법정 등 여러 제도로 보장되어 있었다. 물론 아테네 민주주의는 노예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고, 그래서 다수의 노예들에 의해 산출된 잉여 생산물 때문에 자유민의 여가를 창출할 수 있었으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그런데 플라톤은 우민정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적 정신을 부정한 것일까? 그의 《국가》에 나타나 있는 철인정치와 이상국가론을 살펴보자.

민주정치의 문제점과 철인정치


   
  ▲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  
 
플라톤은 부정적인 정체와 긍정적인 정체를 다루면서, 부정적인 정체로 명예정치, 과두정치, 민주정치, 참주정치 등을 언급한다. 이 네 가지 정체에 대한 분석은 당시 그리스 도시 국가 안에서 발견되는 현실적 통치 유형에 대한 플라톤의 평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왜 민주정치에 대해 부정적이었을까? ‘배의 비유’를 통해 당시 아테네의 정치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플라톤은 ‘배의 비유’에서 선주, 선원, 키의 조종 등의 비유를 들고 있다. 여기서 선주는 민주 정체의 주인인 민중, 선원은 민중선동가인 현실정치인, 키의 조종은 나라의 경영을 의미한다. 이 비유는 당시 아테네의 민주 정체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플라톤의 정치철학적 입장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비유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그의 민주 정체에 대한 비판은 ‘민중’보다 ‘민중선동가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라톤은 민중을 상징하는 선주를 ‘덩치나 힘에서 그 배에 탄 모든 사람보다 우월하지만, 약간 귀가 멀고 눈도 마찬가지로 근시인데다 항해와 관련한 다른 것들에 대해 아는 것도 고만하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선원들(민중선동가들, 현실정치인)은 ‘점잖은 선주를 최면제나 술 또는 그 밖의 다른 것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한 다음 배 안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서 배를 지휘한다’고 언급함으로써, 선원들을 항해에서 결정적으로 위험한 존재들로 비판한다.

한편 이 비유에서 항해술이나 조타술에 능한 사람은 참된 철학자들을 가리키는데, 플라톤은 정치를 일종의 기술, 즉 치술(治術)로 간주한다. 이런 기술은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철인정치의 이념에서 지식의 중요성도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배의 비유에서 조타술을 배운 적도 없으면서 날뛰는 선원들에 의해 지배된 배는 당시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을 의미한 것이고, 참된 키잡이(철인정치)에 의해 인도되는 배는 ‘이상국가’의 훌륭한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전체 철학의 틀 속에서 보면, 플라톤은 이데아 이론에 근거하여 정의의 이데아를 국가 안에서 실현하는 이상국가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데아를 아는 사람만이 이데아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를 올바르게 통치할 수 있는 사람은 이데아를 인식하는 철학자들이다. 그리고 참된 키잡이로서의 조타술과 항해술이라는 치술이 지식과 경험의 형태로 부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이상국가의 모형이 성립하게 된다.

결국 플라톤의 철인정치에 의한 이상국가의 근저에 깔려 있는 정신은 ‘사회적 정의(좋음, dikaiosynē)는 올바른 사람의 내면적 덕(훌륭함, anthrōpeia aretē)으로 산출한다’는 언명이리라.

민주주의와 민중의 행복한 삶

앞서 언급했듯이 플라톤이 당시의 민주정치를 부정적으로 본 이유는 민중선동가에 의해 움직이는 현실 정치를 매우 혐오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철인정치와 이상국가는 현실 정치의 풍토와 그런 풍토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 형태에 대한 대안으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내면의 덕을 갖춘 정의로운 철학자(가장 뛰어난 현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상국가는 정의로운 사회이다. 결국 철인정치의 이상국가에서의 정의는 ‘배의 비유’에서 보듯, 선량한 선주(민중)의 행복한 삶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빈부의 격차와 양극화는 심화되고, 부와 권력과 명예를 가진 자들(물론 이들은 비리 백화점의 주인들이다)이 더욱 살기 좋아지는 세상을 목도하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물질의 가치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불확실한 미래의 희망으로 선동하는 현실 정치를 일상으로 마주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경쟁을 통해 소수의 승리자만을 위한 정책이 난무하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떡볶이집의 대통령, 고추 따는 대통령, 방송신문과 지하철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부 정책의 선전 홍보에 우리의 귀는 멀어지고 눈은 어두워지고 있다. 플라톤이 우려했던 우민정치가 거의 현실에 가깝다. 사기극에 놀아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망각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인권, 자유, 평등, 정의가 실종되고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선동 정치의 대안으로 플라톤이 제시한 철인정치와 이상국가에서 배울 것이 있다. 선동정치에 좌우되는 절차상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의가 살아 숨쉬고 민중의 삶이 행복한 실질적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그 출발은 선동, 선전, 홍보, 사기에 놀아나지 않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이 무섭다 ①] 서민층과 부유층 아이들의 방학 나기 '극과 극'

상류층 자녀는 여름방학이 지나고 9월에 돌아오면 읽기 성적이 15점이나 뛰어오른다. 반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빈곤층 자녀의 읽기 성적은 거의 4점이나 떨어진다. 빈곤층 아이들은 학기 중에는 앞서 가지만 여름방학 동안 상류층 아이들에게 뒤처지고 마는 것이다."(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295쪽)
 

 

 

 

 


과거 '여름방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시골 외갓집', '보이스카웃 캠프' 등 뛰어 노는 것이었다. 특히 보충수업, 학원수강에 시달리는 중고등학생과 달리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은 그야말로 '자유'였다. 하지만 최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마저 소득 수준별로 질적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저소득층의 경우 '방학 중 돌봄'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는 방학 중 학습의 기회 정도가 아이들의 성적 차이로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에게도 먼 나라만의 일이 아닌 듯 하다. <프레시안>은 2회에 걸쳐 초등학생들의 방학 나기를 살펴본다. <편집자>

#1. 저소득층 아동 지수 학생의 여름방학

초등학교 5학년 김지수(가명) 학생은 아침 8시면 눈을 뜬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밥솥에 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 엄마가 아침 일찍 일을 나가는지라 아침밥을 먹기는 요원하다. 시리얼로 때우기 일쑤다.

세수를 하고 오전 10시에는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 간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 학교 친구들은 학원이다 캠프다 바빠서 같이 놀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집은 무섭기 때문에 애써 공부방에 간다.

지수는 방학 중에 할 일을 여러 가지 세웠다. 일기 쓰기부터, 영어 단어 하루에 10개씩 외우기, 한자단어 외우기, 국어 문제집 하루에 10장씩 풀기 등. 하지만 방학이 절반 정도 지난 지금 이것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거나, 아이들과 PC방에서 노느라 대분의 시간을 보냈다. 매일 '내일은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부모님은 워낙 바빠서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온다. 공부방 선생님은 많은 아이들을 관리하고 돌보느라 지수에게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공부방에서 점심만 먹고 아이들과 PC방 등을 돌아다니기 일쑤가 된다.

캠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구청 등에서 지원을 하는 저렴한 캠프라 하더라도 10만원이 넘는게 많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감당하기 어렵다. 지수와 같은 저소득아동들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캠프도 있으나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은 거기까지 신경 쓰기가 어렵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것도 있지만, 방학 전에 충분히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바쁜 일상 때문에 일일이 신경쓰기 쉽지 않다. 지수 부모님도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쳤다. 결국 방학 내내 지수는 PC방 등을 전전했다.


▲ 공부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프레시안(허환주)


#2. 고소득층 박슬기 학생의 여름방학

초등학교 6학년인 박슬기(가명) 학생은 요즘 정신이 없다. 지난 14일 여름방학을 맞은 그였다. 방학을 마치자마자 가족과 함께 주말에 호주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아빠가 이번 여름에는 부득이하게 휴가를 내지 못해 주말로 가족여행을 잡았다. 슬기네 가족은 슬기 방학에 맞춰 1년에 2번 정도 해외에 나갔다온다.

슬기는 공부 때문에 학기 중에도 바쁘지만 방학 때는 더욱 심하다. 26일부터는 글로벌 인성리더십 캠프에 참여했다. 4박5일 과정으로 브레인스토밍 및 토론·경청훈련, 오바마 스피치 훈련, 배려 스킬 등에 관해 배우프로그램이다. 8월 중에는 7박8일 일정으로 또래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작년 여름방학의 경우, 미국NASA(미국항공우주국) 캠프에 참여했었다. 당시 슬기는 화성 환경관과 항공우주 전시관을 돌아보고 우주비행도 체험했다. 또한 미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과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견학했다.

당시 슬기는 전문 강사와 동행, 관련 분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현지에서는 매일 현장 보고서를 쓰고, 돌아온 뒤에는 NASA와 관련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당시 10박 11일 코스항공료와 숙박비, 프로그램 참가비 등으로 약 360만 원이 들었다.

슬기는 "방학동안 뭘 할지에 대해 부모님과 상의해 다양한 캠프 등을 계획했다"며 "일정이 빡빡하긴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슬기 어머니인 정미숙(39) 씨는 "아직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는 딸에게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 방학 때는 여러 캠프 등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과 극을 이루고 있는 초등학생의 여름방학 보내기

고소득층 가정 초등학생과 저소득층 가정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 생활이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고소득층 가정 아동들 중 일부는 방학 2주 전부터 학교수업을 빠지고 영어마을에 들어가거나 해외 영어 연수를 떠나는 이들이 상당하다. 여름방학에 외가댁에 가서 수박을 쪼개 먹고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던 시절은 까마득한 먼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실제 강남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기간제 교사 박인숙(25) 씨는 "합창단 아이들이 이번 방학에는 중국에서 열리는 합창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박인숙 씨는 "아이들 대부분이 부유층 자제라 100만 원이 넘게 드는 경비에도 사비를 들여 다녀온다"며 "매 방학 때마다 이렇게 대회를 참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강남에 위치한 또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방학 기간 중 영국, 호주, 캐나다 등 3개 나라 중 한 곳을 선택, 3주간 영어연수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 10명 중 8~9명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초등학생들의 해외연수어학연수 참여율은 1%로 중학교 0.8%, 고등학생 0.2%에 비해 가장 높았다. 소득수준별로는 월 7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의 참여율이 3%로 가장 높았다.


▲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로 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영어학원, 논술학원, 피아노 수업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해

해외 연수캠핑을 하지 않는 초등학생들도 마냥 놀고만 있는 건 아니다. 목동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인혜는 방학이 학기 중보다 더 바쁘다. 아침엔 7시에 일어난다. 8시부터 인터넷 강의를 듣고 9시부터는 동네에 있는 독서 스쿨에 간다.

오후에는 영어학원, 피아노 수업, 논술학원 등을 다닌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저녁 8시. 밥은 대부분 학원 틈틈이 사먹는다. 초등학교 4학년인 진수는 그나마 낫다. 학원은 수학만 등록했다. 다만 이번 여름방학 때는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웠다. 영어는 아버지에게 매일 1시간씩 배우기로 했다. 진수는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대신, 부모님이 그가 방학동안 할 일들을 관리해준다.

특목중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민영이의 경우 영어와 수학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했다. 하루 5시간씩 일주일에 3일씩 수업이 진행된다. 그는 이미 중학교 과정은 다 배운 상태라 이미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수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9년 사교육비조사결과를 보면 초등학생들 사교육비 비용은 10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생 1인당 1년에 34만5000원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주목할 부분은 가구별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및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특히 맞벌이 가구보다 아버지만 소득이 있는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가정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캠프는 꿈도 못 꾸고, PC방만 돌아다니는 아이들

반면 저소득층 아동들은 방학 중에 PC방 등을 전전하며 시간 때우기에 급급하다. 아동 돌봄 시스템의 부족으로 인해 저소득층 아동들이 방학 중엔 방치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소득층 아동들이 방학을 맞아 다양한 경험을 쌓고, 부족한 공부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구로에 위치한 A 게임방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생은 "부모님들이 모두 일을 나가서 집에 있기 무섭다"며 "공부방을 가도 되지만 거긴 사람도 너무 많고 재미도 없어 가기 싫다"고 PC방에 오는 이유를 말했다. 이 초등학생은 일명 '메뚜기 뛰기'로, 친구들과 번갈아가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1시간에 1000원 하는 게임비가 없어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PC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한 돈도 없는 초등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게임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PC방 주인은 "게임을 하다 돈이 없어 도망치는 초등학생들이 상당수 있다"며 "돈을 받기 위해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면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였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 부모들은 방학 두 달 전부터 캠프 정보를 수집해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반영하게 됨에 따라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각종 캠프와 외국어 연수는 기본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이 다 하니깐 덩달아 자신의 자식이 뒤쳐질까 우후죽순 식으로 아이들을 해외 등으로 경험을 쌓기 위해 내보내기도 한다. 강남 모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형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몇몇 친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데 그 중 다수가 여름방학 때 해외를 다녀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결국 우리 자식이 그들에게 뒤쳐질 거 같아 어렵게 이번 방학 때 아이를 해외에 보낸다"고 말했다.

그나마 없는 살림이라 하더라도 어렵게 돈을 마련해 해외를 보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돈이 나올 구멍이 없는 저소득층 가정 부모의 경우,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여름방학이 방치되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두렵게 만들고 있다.

 



/허환주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용철이 폭탄? 나를 두고 삼성에 던져진 폭탄이라 한다"

김민웅 : 김용철은 '폭탄'인가?

김용철 : 김용철을 두고 '폭탄'이라고 한다. 폭탄은 못생긴 걸 말하는 거 아닌가. (웃음) 나를 두고 삼성에 던져진 폭탄이라고 한다. 전혀 아닌 거 같다. 나는 삼성 임직원 25만 명에게 도움이 됐지,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 이건희 부자나 몇 명의 임직원에게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김민웅 : <삼성을 생각한다>를 내기 전에 단박에 매진될 줄 알았나.

김용철 : <삼성을 생각한다>를 내기 전, 출판사에서는 3000~5000부 쯤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난 3만 부를 이야기했다. 내가 출판업계 분위기를 알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그냥 그 정도 팔린다고 해야 출판사에서 책을 내줄 것 같았다. 책만 내면 그만이었다. (웃음)


▲ 김민웅 교수와 대담을 진행하는 김용철 변호사(왼쪽). ⓒ프레시안(최형락)

김민웅 : 책 광고를 거의 하지 못했다.

김용철 : 근데 트위터를 통해 광고가 됐다. 하루 6만 명에게 책이 광고가 되지 않는다는 '광고'가 리트윗됐다. 그걸 보고 나도 다음날 트위터를 만들었다. 근데 그날 밤 누가 내 집을 찾아왔다. 트위터를 만들고 어떤 이가 번개를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더니 찾아온 것이다. 돌아갈 차편이 끝났는데 집에 찾아왔다. 재워줄 수도 없고….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결국 어떤 사람이 뭘 볼지 겁이 나 트위터를 중단했다.

김민웅 : 책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 쪽에서는 환영을 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 책이 기피물이 됐다.

김용철 : 나 역시 마찬가지 처지가 됐다. 이번에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한 지방 대학의 철학과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떨어뜨렸다. 정원도 없었는데…. 내가 성직자가 될 수는 없으니 철학 공부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되더라.

가능한 남 옆에 안 있으려고 한다. 민폐가 된다. 나를 멀리하는 이들은 세무 조사를 당할까봐 그런다고 한다. 세무조사가 처벌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아무튼 세무조사가 무섭다고 한다. 내가 곁에 있으면 좋은 일이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를 옹호해주는 사람도 많다. 나도 강연회 몇 군데 다니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보고 좋아한다고 하는데 안 그렇겠나.

"검사 시절, 상층부에서 나를 다루기 어려워 했다"

김민웅 : 그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김용철을 잡아 준 것은 무엇인가.

김용철 : 내가 성격이 멍청한 구석이 있다. 나에게 올 위험, 불편함을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그냥 저지르고 본다. 그리고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못한다. 바둑 9급, 당구 30, 노래방은 마흔에 처음 가봤다. 남들과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살았다. 검사를 하면서도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특수부 검사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장관을 잡을 때도 위에 보고를 잘 안 했다. 경찰 수사관 보내 잡아온 뒤 나중에 보고를 했다. 잡아 놓고 본다. 우리 때는 골프를 많이 쳐서 주말만 되면 검찰 지휘부가 골프장에 갔다. 골프 칠 때는 전화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윗분들이 골프 칠 때 사건을 진행했다. 목요일 저녁에 잡아서 조사한 뒤 월요일 아침에 보고를 했다. 뭐라고 하면 연락을 했는데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면 지휘부가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나중에 '김용철은 다루기 힘들다'고 하더라. 검사가 수사만 잘하면 되는데 왜 다루기 어렵다고 하는지….

김민웅 : 그렇게 검사를 하다가 기업에 들어갔다. 삼성이다. 좋았나.

김용철 : 좋았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기업에 왔을 때, 내게 노사 관계를 맡기려 했다. 그것과 관련된 일은 내가 안 한다고 약속을 받고 왔는데 말이다. 솔직히 나한테 시키는 일이 노조를 위한 것은 아니지 않겠나. 노조가 안 생기고 못 만들게 하는 것. 수사하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을 매수, 미행, 감청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 역량을 발휘하라는 게 뻔했다.

심문도 해달라고 했다. 고위 임원이 다른 곳에서 돈을 많이 받았는데 자백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기업에 와서도 이런 걸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결국 안 했다. 검찰 때는 자나깨나 잡아넣을 것만 생각했다. 나는 못됐다. 공무원은 돈을 먹고, 사업가는 탈세를 하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으니….

검사 시절에는 죄만 생각했는데 기업에 가보니 이젠 범죄를 생각하지 않아도 돼 좋았다. 기업에서는 그런 거 할 필요가 없지 않나. 기업에서 만난 사람은 모두가 선량한 사람이었다. 내 부하 중에는 독일에서 온 전화를 독일어의사소통하는 이도 있었다. 하버드 대학을 나와 일하는 이도 상당수였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랑 좋은 일 하니 어찌 안 좋을 수 있겠나?

"삼성 생활, 내가 살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

김민웅 : 검찰의 위계 질서와 삼성에서의 위계 질서를 비교해 보면?

김용철 : 기업에서는 상사가 탄 차가 안 보일 때까지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살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 다이아몬드 시계 10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임원도 보았다. 하나에 1000만 원 이상은 되는 시계였다. 내가 보기엔 공허해서 그랬으리라 생각했다. 나도 10개는 아니더라도 1개 정도는 샀다. (웃음)


ⓒ프레시안(최형락)

아주 비싼 양복도 샀다. 지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을 기회도, 생각도 없다. 관리도 안 되고 입으면 무척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옷을 모셔야 하는 수준이다. 어쨌든 그런 신분 상승에 폼이 났다.

예를 들면, 삼성에 있을 때 1년에 150번 쯤 골프장에 갔다. 계산해 보니 모든 휴일을 다 가고 단 하루 안 갔다. 크리스마스 때 폭설로 모든 골프장이 문을 닫을 때, 그 때 빼곤 모두 간 것이다.

"더 나빠지기도 힘든 상황, 결국 앞으로 있을 일은 희망 밖에 없다"

김민웅 : 그렇게 다니던 삼성을 그만 둔 계기는 무엇인가.

김용철 : 아까도 말했듯이 삼성에 있는 사람이 선량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외환 위기로 국민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고 힘든데, 삼성은 대량으로 사람을 해고했다. 그러면서 삼성 임원은 위기가 기회라며 골프 회원권 몇 천만 원짜리를 사 놓았다. 얼마 뒤에 그 회원권은 몇 억 원이 되었다. 내가 그런 짓을 같이 했다면 편하게 사는 건데, 그러지 못했다.

회사를 그만둔 것은 그런 것에 회의도 느끼고 몸도 너무 망가져서 그랬다. 일주일에 하루는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술도 엄청 비싼 것을 먹고, 운동도 하지 않았고, 무슨 고민할 게 많다고 고민도 많이 하니 탈이 안 나겠나.

내가 안에서 겪은 삼성 문제를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내가 보고 겪은 거니 일단 그거라도 알려 놓으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취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2년 전에 알렸던 거다. 하지만 나의 예측력은 형편없었다. 여야 합의로 특검까지 했지만 모든 걸 덮었다. 결국 김용철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는 오명을 썼다. 패륜적 배신자로 비난받는 거는 감수해야 한다. 삼성과 검사 동기들을 곤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민웅 : 현재의 한국 사회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가.

김용철 : 사람들은 내게 한국 사회가 희망이 있느냐고 종종 물어본다. 속 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청년 실업 문제, 부패 문제 등이 산적해있다. 더 나빠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거꾸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있을 일은 희망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젊은 사람에게 실업 말고 더 나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할 일도 많고 살맛나는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우리 공동체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몇몇 사람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앞으로 사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희 회장이 밉냐고 질문을 받는다. 난 전혀 밉지 않다. 그냥 불쌍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불쌍할 뿐이다.

김민웅 : 김용철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김용철 : 정의는 비장해야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정의, 손해가 된다면 비정의 이런 식이 아니다.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게 정의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런 말을 잘못하면 빨갱이가 된다. 그래서 난 빨간색 넥타이도 피한다. 원래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좌파란 말의 뜻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좌파가 공동체의 평등, 분배를 좀 더 고려하고, 우파가 경쟁을 고려한다고 알고 있다. 둘 중 굳이 한 쪽을 택하라고 한다면 난 좌파를 하겠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약자를 배려하는 게 지성인이고 좀 더 멋진 거 아닌가.

복지국가로 간다면서 어떤 이에게는 세금을 몇 천만 원씩 깎아준다. 반면 빈민층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은 삭감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제한하고 공공복리를 위해서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치안은 엉터리이고 세계적인 부호는 나오지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병원에서 돈이 없는 환자는 길거리에 내다 버린다. 하지만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나라를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 법률 제도도 그 나라의 것을 따라가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금 제대로 내고 4대강 사업 그만하면 복지국가 된다"

김민웅 : 우리 사회가 보다 발전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용철 : 현재로선 자본주의의 문제를 보완할 방법은 유럽 북구의 사회복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공부를 하고 아픈 사람은 모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 북구 나라들은 대부분 그렇다. 그 모델의 근거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사회 시스템을 갖춰 놓는 것에 있다.

우리도 세금 제대로 내고 4대강 사업 그만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토건주의, 건설주의를 하고 있다. 후세가 사는 세상에서는 세금을 뜯긴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본주의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자. 하지만 부패가 이렇게 편하게 커질 수 있고 희대의 범죄자가 특사가 되는 나라,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의가 없는 나라는 이상하지 않는가. 여러분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표로 심판해야 한다. 블로그 등에서 글도 올려야 한다. 잡아가서 문제니깐 글은 요령껏 써라. (웃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금태섭 변호사 

 

 

 

 

 

"검사 그만둔 거? 잘린 게 아니라 실망해서 스스로 나왔다"

나는 학창시절보다 검사 초반에 모범적으로 살지 않았나 싶다. 검찰에 몸을 담으며 '기존 논리를 최대한 들어보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5년 정도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언론에 글을 쓰게 됐다.

여러 가지 생각이라고 하니 대단한 거 같지만 별게 아니다. 공정하고 정당한 게임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검찰 이야기다. 검사가 조사받는 사람을 기소하고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것은 벌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정당한지를 놓고 의문이 들었다. 정당하다고 한다면 공정한 바탕 안에서 이런 과정이 진행돼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검사를 하면서 느낀 거는 그렇지 않았다.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쓴 이유다.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1980년대 대학 시절을 겪으면서 검찰 하면 굉장히 나쁜 곳이라고 생각했다. 들어갈 생각은 꿈에도 안 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좋은 곳이었다. 친구가 가기에 따라갔다. (웃음) 그 곳에서 사람을 만나보니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10년 정도 그 곳에서, 그 곳 사람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과연 밖에서 검찰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법질서를 지킨다는 검찰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걸까.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였다.

10년 동안 검찰에 몸담은 나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들은 그 글을 쓴 뒤 잘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나왔다. 그때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입장에서는 그 연재 글을 끝까지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검찰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 글 때문에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리라 생각했다. 평생 시골만 돌아다닐 수도 있고. 그래도 보람 있게 살아갈 거라 생각해서 글을 쓴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글을 쓰지 못하게 됐다. 실망이 커서 스스로 나오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들 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거 같다. 당시 내 글을 보고 검찰에 계신 어떤 분은 화를 내기도 했다. 화를 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보고를 안 하고 글을 쓴 게 화가 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문에 글이 날 때 새벽에 부장검사가 내게 전화를 했다. 자기한테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았느냐고.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말했으면 못 쓰게 했을 테니까. 나중에 부장검사도 똑같이 얘기하더라. (웃음)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라도 잘라 버리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검사를 그만 둔 뒤 생긴 직업 철학은 의뢰인을 위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때와는 반대가 됐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의뢰인을 두고 '왜 이런 짓을 했느냐, 당신이 잘못했다" 이런 식으로 검찰이 범죄자를 대하듯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변했다. (웃음)

검사를 할 때는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다. 변호사가 돼 보니 그때 내가 알았던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의뢰인이 변호사인 내게 자질구레한 일까지 말하는 걸 보면서 검사 앞에서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게 너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는 의뢰인 중심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래서 모든 변호사가 고민하는 게 정말 문제가 있는 의뢰인을 변론해야 할 때다. 새로 변호사가 된 분들을 위해 강연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때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럼 나는 '손님 중에 우리가 볼 때도 나쁜 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 있다. 그것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양심상 도저히 변론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사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은 변론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의 직업 윤리다. 나는 정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도저히 알 수는 없지만, 이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 어떤 사람을 버리는 것, 포기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잘라 버리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옳고 그름을 논할 여유가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아주 재미있다. 실제 사례를 놓고 이야기를 하니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고 다른 의견을 명백히 알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솔직히 이 책이 팔리는 건 수요가 있다는 거다. 한국 사회는 정의에 대한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왜 정의에 대한 논의가 없을까. 난 두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너무 바쁘다. 중·고생의 경우 옳고 그름을 분간해야 하는 나이지만 그런 시간도 없다. 좋은 고등학교입학시키려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아이들은 학원 공부로 밤새도록 공부를 한다. 대학생은 스펙 쌓느라 정신이 없다. 직장에서는 승자독식이다. 옳고 그름을 논의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둘째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를 정부는 정답만 주고 일방적으로 따르라고 하는 점이다. 잘못되고 엉뚱한 것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틀린 이야기를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정의에 대해 논의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논쟁거리는 늘 존재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 분리, 낙태 등. 하지만 이에 대한 논쟁이 없다. 한번 이야기해보자.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것이 법리적 문제를 떠나 굉장히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화학적 거세를 실시한다는 기사 댓글 중에는 무슨 화학적 거세냐며 '실명'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도 있다. 맞다. 이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진짜다. 그러면 100퍼센트 재범을 막을 수 있다. (웃음) 하지만 화학적 거세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이 안 됐다. 국민들의 분노를 타고 정치인들이 효과 유무도 따지지 않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조두순 등 최근 성 범죄자들을 보면 경찰이 가지고 있는 1만2000명의 성범죄자 명단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에 대한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으며 화학적 거세를 하자고 한다. 화학적 거세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눈을 멀게 하는 방안은 양심에 걸려서 머뭇거리면서 말이다.

만약 화학적 거세의 효과가 검증된다 하더라도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떼어내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건 굳이 비유하자면 소매치기에게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손목을 잘라내는 것과 같다. 도입을 한다고 하면 신중히 도입을 해야 한다.

화학적 거세는 약물을 통해 욕구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약물을 끊으면 다시 성범죄를 하는 사람이 많다.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아동성범죄는 성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폭력, 지배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성적인 시각만 놓고 보는 것의 부작용이 화학적 거세와 같은 검증 안 된 대책으로 이어졌다.

아까도 말했든 죄를 저지르면 벌을 주는 건 맞지만, 이 사람을 고쳐서, 그 사람 나름의 선택을 하도록 하며 변화시키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화학적 거세를 위해 약물을 15년까지 투여할 수 있다. 거의 평생 동안 욕구나 기능을 억제시켜서 인공적으로 죄를 안 저지르게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사회 전체에서의 논의나 토론 없이 강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가 합의를 이뤘다고 해도 나는 그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까도 강조했듯이, 아무리 어떤 사람을 포기하는 것, 버리는 것은 결코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에 대한 책 한 권이 화제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하버드 대학강의를 묶은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가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정의를 정의(定義)하고자 재담가들이 모였다. 금태섭·김용철·우석훈이 바로 그 주인공.
 

 


<프레시안>과 김영사가 주최하고 예스24가 후원한 <정의란 무엇인가> 출간 기념 간담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간담회에서 이들은 500여 명의 청중을 상대로 3시간 동안 걸쭉한 입담을 풀었다.

'이기는 게 정의'라는 말이 쉽게 통용되는 한국 사회에서 정의롭게 살려다 한 번씩 '피'를 봤던 혹은 그런 세대의 정의를 대변했던 이들 3명이 말하는 정의. 그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외치며 나섰다.


▲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강당에서 열린 <정의란 무엇인가> 간담회의 주인공. 왼쪽부터 김용철 변호사,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금태섭 변호사,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한국에서 정의는 '뭐 말라 비틀어진 것'"

김민웅 교수 : 검사 시절에 왜 우석훈 박사를 빨갱이라고 안 잡아가셨어요?
금태섭 변호사 : 아니 그게……지금이라도 신고할까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세 시간 동안 분위기는 이랬다. 우석훈 2.1 소장과 김민웅 교수는 기타도 꺼내 들었다(우 박사는 해금도 배웠단다). 김 교수가 리듬을 넣고, 우 소장이 솔로 연주를 더해 김광석의 '일어나'를 열창했다. 심각한 주제에도 이내 폭소가 터진다. 수다 중에 목이 타니 맥주도 등장했다.

김민웅 교수는 "정의를 쉽게 풀자면 뭐가 옳은 것인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 무엇을 선택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 보자"라며 대담자를 소개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거운 말들이 오갔을 리 없다. 우석훈 소장의 말을 먼저 들어보자.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한국엔 두 가지가 없어요. 정의가 없고 진리가 없어요. 제 생각엔 진리는 쓰레기통에 있는 거 같아요. 기자나 피디가 그런 걸 써오면 데스크가 쓰레기통에 버리니깐. 정의 쪽은……복잡할 게 없죠. 생각해봐서 '이 짓을 하면 지옥 갈 거다' 싶으면 정의롭지 않은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한국에서 정의의 정의는 '뭐 말라 비틀어진 것'이라고나 할까요.

정의란 말이 가장 많이 쓰인 해가 1981년이에요. '전또깡'이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외치며 민정당(민주정의당)을 만들었잖아요. 그 당시 모두가 정의를 말했어요. 그 뒤론 한나라당이 정의를 이야기하면 전두환이 말하던 정의로 들려요. 그래서 요샌 '부당'이란 단어로 표현하죠. 집회하고 싶은데 못하게 하면 '부당하다'라고 말하는 식으로."

김용철 변호사는 까칠하다. 나름 베스트셀러 저자답게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내용을 놓고 "너무 좀 한가한 거 아닌가요"라고 촌평을 날린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정의는 무엇일까?

"제가 느낀 정의는 상당히 비장한 게 들어 있는 거예요. '나에게 이익이 되면 정의, 손해 보면 정의가 아니다'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이 되는 게 정의죠. 그런데 이런 말 잘못하면 빨갱이가 되더라고요. 굳이 좌우를 나눠 좌파가 공동체 평등과 분배를 고려하고 우파가 경쟁 시스템을 지키는 걸 중시한다면, 난 좌파 할래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약자를 배려하는 게 지성인, 교양인이고 더 폼 나는 거 아닌가요."


▲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금태섭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점잖다. 그는 "이 책이 잘 팔리는 건 정의에 대한 수요가 있는데 정의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선 너무 바빠요. 중고등학생 때부터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연습이 필요한데 새벽까지 해도 숙제가 밀려 있는 경우가 많아요. 나중에 대학교에 가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가 기다리고 있고, 직장에 들어가면 승자독식 구조에서 살아남아야 하죠. 옳고 그름을 논의할 여유가 없어요.

사회적 논란이 생기면 정부에서 정답을 주고 따르라고 하죠. 잘못되고 엉뚱한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항상 옳은 것만 말할 수는 없는데. 틀린 이야기를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왼쪽'의 우석훈부터 '오른쪽'의 김용철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청중들이 정의에 대한 이야기만 들으려 이곳을 찾았을 리 없다. 한국의 '진짜 권력'에 덤벼들었던 김 변호사,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또 다른 권력' 검찰에서 사고를 쳤던 금 변호사, '88만 세대의 대부' 우 소장이다.

화려한 경력답게 각각이 지닌 정의감의 '색깔'도 다르다. "나는 센 빨갱이"라는 우석훈 소장, "빨갱이란 소리 듣기 싫어 빨간색 넥타이도 안 맨다"는 김용철 변호사, 그 사이에서 서글서글한 금태섭 변호사. 자리 배치도 '맨 왼쪽'의 우 소장부터 금 변호사, '오른편'의 김 변호사 순이다.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한다. 여기선 맛보기만 풀자.


▲ 김용철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삼성을 생각한다>의) 광고가 잘 안 됐다는 거 몰랐어요. 트위터에서 '광고가 안 된다더라'는 '광고'가 6만 명에게 전달됐다고 하기에 트위터를 만들어봤죠. 몇 번 글을 써봤는데 그날 밤에 누가 집까지 찾아왔더라고요. 번개하자고 하지 않았느냐며. 차도 끊겼는데, 재워주기도 뭐하고……." (김용철)

"4대강 환경영향평가 같은 걸 보면 불법은 별로 없어요. 정부와 여당이 법을 바꾸니깐. 그래서 법에 대한 이야긴 잘 안 해요. 대신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에 맞춰서 보면 이명박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가 없죠. 제가 어디 가서 빨갱이라고 말하는 건 헌법에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에요. 적을 이롭게 하는 등 운운하기 전에 헌법에 있는 거니깐." (우석훈)

"화학적 거세는 법리적 문제를 떠나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니 '무슨 화학적 거세냐, 그냥 실명을 시키자'는 말이 있더군요. 정말로 눈이 멀면 거의 100퍼센트 재범을 막을 수 있잖아요. 화학적 거세는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추진하면서 눈을 멀게 하자면 양심에 걸려 머뭇거리죠. 우리 사회에서 자유 의지를 떼어내면서까지 처벌한 적이 없어요." (금태섭)

심심한 이야기라고? 우석훈이라면 '88만 원 세대'를, 김용철이라면 '이건희'를, 금태섭이라면 '검찰 수사' 이상을 말해야 하는 게 '정의' 아니냐고? 맛보기라고 하지 않았나. 5일부터 이들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