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이 폭탄? 나를 두고 삼성에 던져진 폭탄이라 한다"

김민웅 : 김용철은 '폭탄'인가?

김용철 : 김용철을 두고 '폭탄'이라고 한다. 폭탄은 못생긴 걸 말하는 거 아닌가. (웃음) 나를 두고 삼성에 던져진 폭탄이라고 한다. 전혀 아닌 거 같다. 나는 삼성 임직원 25만 명에게 도움이 됐지,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 이건희 부자나 몇 명의 임직원에게는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김민웅 : <삼성을 생각한다>를 내기 전에 단박에 매진될 줄 알았나.

김용철 : <삼성을 생각한다>를 내기 전, 출판사에서는 3000~5000부 쯤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난 3만 부를 이야기했다. 내가 출판업계 분위기를 알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그냥 그 정도 팔린다고 해야 출판사에서 책을 내줄 것 같았다. 책만 내면 그만이었다. (웃음)


▲ 김민웅 교수와 대담을 진행하는 김용철 변호사(왼쪽). ⓒ프레시안(최형락)

김민웅 : 책 광고를 거의 하지 못했다.

김용철 : 근데 트위터를 통해 광고가 됐다. 하루 6만 명에게 책이 광고가 되지 않는다는 '광고'가 리트윗됐다. 그걸 보고 나도 다음날 트위터를 만들었다. 근데 그날 밤 누가 내 집을 찾아왔다. 트위터를 만들고 어떤 이가 번개를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더니 찾아온 것이다. 돌아갈 차편이 끝났는데 집에 찾아왔다. 재워줄 수도 없고….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결국 어떤 사람이 뭘 볼지 겁이 나 트위터를 중단했다.

김민웅 : 책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 쪽에서는 환영을 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 책이 기피물이 됐다.

김용철 : 나 역시 마찬가지 처지가 됐다. 이번에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한 지방 대학의 철학과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떨어뜨렸다. 정원도 없었는데…. 내가 성직자가 될 수는 없으니 철학 공부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되더라.

가능한 남 옆에 안 있으려고 한다. 민폐가 된다. 나를 멀리하는 이들은 세무 조사를 당할까봐 그런다고 한다. 세무조사가 처벌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아무튼 세무조사가 무섭다고 한다. 내가 곁에 있으면 좋은 일이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나를 옹호해주는 사람도 많다. 나도 강연회 몇 군데 다니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보고 좋아한다고 하는데 안 그렇겠나.

"검사 시절, 상층부에서 나를 다루기 어려워 했다"

김민웅 : 그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김용철을 잡아 준 것은 무엇인가.

김용철 : 내가 성격이 멍청한 구석이 있다. 나에게 올 위험, 불편함을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그냥 저지르고 본다. 그리고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못한다. 바둑 9급, 당구 30, 노래방은 마흔에 처음 가봤다. 남들과 다르게, 비정상적으로 살았다. 검사를 하면서도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특수부 검사를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장관을 잡을 때도 위에 보고를 잘 안 했다. 경찰 수사관 보내 잡아온 뒤 나중에 보고를 했다. 잡아 놓고 본다. 우리 때는 골프를 많이 쳐서 주말만 되면 검찰 지휘부가 골프장에 갔다. 골프 칠 때는 전화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윗분들이 골프 칠 때 사건을 진행했다. 목요일 저녁에 잡아서 조사한 뒤 월요일 아침에 보고를 했다. 뭐라고 하면 연락을 했는데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면 지휘부가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나중에 '김용철은 다루기 힘들다'고 하더라. 검사가 수사만 잘하면 되는데 왜 다루기 어렵다고 하는지….

김민웅 : 그렇게 검사를 하다가 기업에 들어갔다. 삼성이다. 좋았나.

김용철 : 좋았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기업에 왔을 때, 내게 노사 관계를 맡기려 했다. 그것과 관련된 일은 내가 안 한다고 약속을 받고 왔는데 말이다. 솔직히 나한테 시키는 일이 노조를 위한 것은 아니지 않겠나. 노조가 안 생기고 못 만들게 하는 것. 수사하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을 매수, 미행, 감청하라는 것 아닌가. 그런 역량을 발휘하라는 게 뻔했다.

심문도 해달라고 했다. 고위 임원이 다른 곳에서 돈을 많이 받았는데 자백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기업에 와서도 이런 걸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결국 안 했다. 검찰 때는 자나깨나 잡아넣을 것만 생각했다. 나는 못됐다. 공무원은 돈을 먹고, 사업가는 탈세를 하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했으니….

검사 시절에는 죄만 생각했는데 기업에 가보니 이젠 범죄를 생각하지 않아도 돼 좋았다. 기업에서는 그런 거 할 필요가 없지 않나. 기업에서 만난 사람은 모두가 선량한 사람이었다. 내 부하 중에는 독일에서 온 전화를 독일어의사소통하는 이도 있었다. 하버드 대학을 나와 일하는 이도 상당수였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랑 좋은 일 하니 어찌 안 좋을 수 있겠나?

"삼성 생활, 내가 살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

김민웅 : 검찰의 위계 질서와 삼성에서의 위계 질서를 비교해 보면?

김용철 : 기업에서는 상사가 탄 차가 안 보일 때까지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살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 다이아몬드 시계 10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임원도 보았다. 하나에 1000만 원 이상은 되는 시계였다. 내가 보기엔 공허해서 그랬으리라 생각했다. 나도 10개는 아니더라도 1개 정도는 샀다. (웃음)


ⓒ프레시안(최형락)

아주 비싼 양복도 샀다. 지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을 기회도, 생각도 없다. 관리도 안 되고 입으면 무척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옷을 모셔야 하는 수준이다. 어쨌든 그런 신분 상승에 폼이 났다.

예를 들면, 삼성에 있을 때 1년에 150번 쯤 골프장에 갔다. 계산해 보니 모든 휴일을 다 가고 단 하루 안 갔다. 크리스마스 때 폭설로 모든 골프장이 문을 닫을 때, 그 때 빼곤 모두 간 것이다.

"더 나빠지기도 힘든 상황, 결국 앞으로 있을 일은 희망 밖에 없다"

김민웅 : 그렇게 다니던 삼성을 그만 둔 계기는 무엇인가.

김용철 : 아까도 말했듯이 삼성에 있는 사람이 선량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 외환 위기로 국민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고 힘든데, 삼성은 대량으로 사람을 해고했다. 그러면서 삼성 임원은 위기가 기회라며 골프 회원권 몇 천만 원짜리를 사 놓았다. 얼마 뒤에 그 회원권은 몇 억 원이 되었다. 내가 그런 짓을 같이 했다면 편하게 사는 건데, 그러지 못했다.

회사를 그만둔 것은 그런 것에 회의도 느끼고 몸도 너무 망가져서 그랬다. 일주일에 하루는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술도 엄청 비싼 것을 먹고, 운동도 하지 않았고, 무슨 고민할 게 많다고 고민도 많이 하니 탈이 안 나겠나.

내가 안에서 겪은 삼성 문제를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내가 보고 겪은 거니 일단 그거라도 알려 놓으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취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2년 전에 알렸던 거다. 하지만 나의 예측력은 형편없었다. 여야 합의로 특검까지 했지만 모든 걸 덮었다. 결국 김용철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는 오명을 썼다. 패륜적 배신자로 비난받는 거는 감수해야 한다. 삼성과 검사 동기들을 곤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민웅 : 현재의 한국 사회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가.

김용철 : 사람들은 내게 한국 사회가 희망이 있느냐고 종종 물어본다. 속 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청년 실업 문제, 부패 문제 등이 산적해있다. 더 나빠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거꾸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있을 일은 희망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젊은 사람에게 실업 말고 더 나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할 일도 많고 살맛나는 나라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성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우리 공동체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몇몇 사람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앞으로 사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희 회장이 밉냐고 질문을 받는다. 난 전혀 밉지 않다. 그냥 불쌍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불쌍할 뿐이다.

김민웅 : 김용철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김용철 : 정의는 비장해야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정의, 손해가 된다면 비정의 이런 식이 아니다. 공동체에 이익이 되는 게 정의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런 말을 잘못하면 빨갱이가 된다. 그래서 난 빨간색 넥타이도 피한다. 원래 빨간색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좌파란 말의 뜻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좌파가 공동체의 평등, 분배를 좀 더 고려하고, 우파가 경쟁을 고려한다고 알고 있다. 둘 중 굳이 한 쪽을 택하라고 한다면 난 좌파를 하겠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약자를 배려하는 게 지성인이고 좀 더 멋진 거 아닌가.

복지국가로 간다면서 어떤 이에게는 세금을 몇 천만 원씩 깎아준다. 반면 빈민층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은 삭감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제한하고 공공복리를 위해서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치안은 엉터리이고 세계적인 부호는 나오지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병원에서 돈이 없는 환자는 길거리에 내다 버린다. 하지만 이상하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나라를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 법률 제도도 그 나라의 것을 따라가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세금 제대로 내고 4대강 사업 그만하면 복지국가 된다"

김민웅 : 우리 사회가 보다 발전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용철 : 현재로선 자본주의의 문제를 보완할 방법은 유럽 북구의 사회복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공부를 하고 아픈 사람은 모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 북구 나라들은 대부분 그렇다. 그 모델의 근거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사회 시스템을 갖춰 놓는 것에 있다.

우리도 세금 제대로 내고 4대강 사업 그만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토건주의, 건설주의를 하고 있다. 후세가 사는 세상에서는 세금을 뜯긴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본주의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자. 하지만 부패가 이렇게 편하게 커질 수 있고 희대의 범죄자가 특사가 되는 나라,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의가 없는 나라는 이상하지 않는가. 여러분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표로 심판해야 한다. 블로그 등에서 글도 올려야 한다. 잡아가서 문제니깐 글은 요령껏 써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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