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 박찬일

 

하늘 정 중앙을 향해 쑥쑥 밀고 올라가는 꽃 대궁,

허공에 기대지 않는 줄 알았다.

기댈 곳은 뿌리, 뿌리로만 밀고 올라가는 줄 알았다.

허공이 흔들리는 거였다.

허공을 짚고 올라가는 거였다.

허공이 없다면 나 여기에 없을 것이다.

민들레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되겠네:

허공에 손바닥 자국이 나있다면

그것은 내 손바닥이라고,

나를 자라게 한 것은 虛空이시라고.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뿔) 
 
 
 장수막걸리를 찬양함

거울은 빈털터리다
우주도 빈털터리다
우주라는 말도 빈털터리다
빈털터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가 맛있다

아, 막걸리가 맛있습니다

-박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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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 시인의 첫 동시집 /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오마이뉴스 시로 지은 집



복사 http://blog.naver.com/gulsame/50071192168










김륭 시인, '빨강내복' 벗어던진 동심의 유쾌한 반란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윤성효 (cjnews)

 

 

 

2007년 신춘문예 동시(<강원일보>)·시(<문화일보>)가 한꺼번에 당선되어 문단 안팎을 놀라게 했던 김륭(본명 김영건) 시인. 이번에 '말랑말랑 갓 구워낸 빵'과 같은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문학동네 간)를 펴냈다. 동시와 시의 경계를 무너뜨린 김륭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김륭. 몇 년 전 서점에서 문학지 책장을 넘기다가 이름을 발견하고는 "누구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경남 진주에 가서 강희근·박노정 시인을 만났더니 "김륭이 누군지도 모르나. 김영건 아니가"라며 타박을 주셨다.

 





김륭 시인.
ⓒ 자료사진
 



김영건은 진주에서 한때 같은 업종에서 일했다.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만 두게 되었고, 이후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이혼했다는 말도 들렸다. 한참 뒤 진주에서 스치듯 만났더니 "그냥 산다"고 했다. 그는 지리산에 '숨어' 살았던 것이다.

 

그는 중년이 되어 시(詩)로 돌아왔다. 반평생을 웃고 울고 아파하면서도 쉽게 꺼내 놓지 못했던 아픔을 시로 까발려 놓았다. 중년이 되어서야 일순간 터져 나온 아프고 고독했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그런지 김륭은 지난 2007년 신춘문예에 시와 동시가 한꺼번에 당선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시와 동시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동시와 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넘나드는 일은 오래 활동해온 동시인이나 시인도 쉽지 않은 일이다. 김륭은 어린아이와 같은 눈을 가져야 세상을 보다 넓게 꿰뚫어 바라볼 수 있는 것이고, 동시 또한 시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보았을 때, 김륭은 그 둘을 하나의 뿌리로 여긴 모양이다.

 

시인은 '책머리에'에서 관습적인 상상력을 '빨강내복'에 비유한다. 동시와 시를 구분 짓는 것 또한 관습적인 행위일 뿐이라고. 그는 "시골 할머니가 입고 있던 빨강내복처럼 몸에 착 달라붙어 있는 관습적인 상상력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달아나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동시와 시를 세상에 내보이며, 그리고 첫 동시집을 묶으며 그가 중심에 둔 것은 빨강내복 즉, '관습적 상상력'을 무너뜨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늘어질 대로 늘어졌지만 벗지 못하는 빨강내복을 벗어던지며 동심의 유쾌한 반란을 꿈꾸었을 것이다.

 

'밥풀의 상상력'이라...

 

"밥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질경이나 패랭이, 원추리 씀바귀 노루귀 같은/예쁜 풀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해 줄래요//주렁주렁 쌀을 매단 벼처럼 착하게 살래요/밥그릇 싸움 같은 어른들의 말은/배우지 않을래요//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며느리배꼽이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입 밖으로 내보낼래요//온갖 벌레 울음소리 업어 주는 풀처럼 살래요/어른들이 밥 먹듯이 하는 욕은/배우지 않을래요//치매 걸린 외할머니 밥상에 흘린/밥알도 콕콕 뱁새처럼 쪼지 않을래요/풀씨처럼 보이겠죠//잔소리 많은 엄마는 잎이 많은 풀이겠죠/저기, 앞집 할머니도 호리낭창/예쁜 풀이에요"(동시 "밥풀의 상상력" 전문).

 





김륭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표지.
ⓒ 자료사진
 



김륭이기 때문에 펼칠 수 있는 '밥풀의 상상력'이다. 어떻게 보면 동시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다. 지리산에 살며 이름도 예쁜 온갖 풀을 보고 쓴 것 같다.

 

이번 동시집에 해설을 쓴 이안 시인은 이 동시를 두고 "단순한 연상적 배치를 보여 주는 듯하지만, 이 연상이 빚어낸 전체 그림은 시인이 동시로써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 주고자 하는지를 엿보게 한다. 자유 연상적 언어 놀이 과정을 거치면서 그것이 어떻게 세상의 유약한 존재들을 감싸 안는 사랑으로 완성되는가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상상력이 번뜩이는 울퉁불퉁한 동시를 쓰고자 시인의 패기가 가득 담겨 있다. 신춘문예 당선작 "달려라! 공중전화"와 "배추벌레"는 시적 대상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새롭고, 실험정신과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김륭의 기발한 시적 상상력과 삶의 내면을 꿰뚫는 깊고 뜨거운 시심은 하루 이틀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도 아니다. 김륭은 오랜 세월의 습작을 통해 넘치는 상상력과 시심을 갈고 닦으며, 자신의 개인적 아픔과 고통과 외로움을 시라는 매개체에 투영시켜 왔다.

 

집 떠난 엄마, 돈 벌러 간 아빠, 할머니와 사는 아이는? 

 

"할머니 집과 학교 사이, 목발 아저씨가 지키고 있는 구멍가게 앞 공중전화를 보면 아빠 생각이 난다 회사에서 물먹고 돈 벌러 간 아빠, 잘나가던 한때는 찾아오는 친구들도 많더니 소식이 뚝 끊겼다 전화 한 통 없어 외로웠을 거다 훌쩍 엄마마저 떠나자 외로웠을 거다 너무 외로워 서울로 갔을 거다//나는 할머니가 준 용돈을 아껴 아빠에게 전화를 걸곤 하는데 오늘은 짝꿍 생일, 선물을 사는 바람에 빈털터리다 서울까지 달려갈 수도 없고 할머니에게 과자 사 먹는다고 조를 수도 없고//나는 공중전화 박스 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콧구멍을 벌렁거린다 외로운 아빠 품속처럼 독한 담배 냄새 진동하지만 참 따뜻하다 휴대폰에게 물먹은 뒤 밤마다 달을 낳는 공중전화, 나는 반짝 이마가 빛나는 동전 한 닢이다 쌩쌩 찬바람 불고 있을 아빠 호주머니 속에서 둥글게,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달려라!"(동시 "달려라! 공중전화" 전문).

 

엄마는 집과 가족을 등지고 아빠는 돈 벌러 떠나고, 할머니랑 둘이 남은 아이의 심리와 일상이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다. 기존 동시에서 많이 보아 온 소재이지만, 김륭은 '공중전화'라는 추억의 산물을 끌어들여 전혀 새로운 분위기로 동시를 풀어나가고 있다.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며 슬픈 현실을 희망적으로 밝혀 주는 것이야말로 김륭 동시의 큰 특징이자 강점이다.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라는, 우리 동시에서 전형적으로 쓰여 왔던 소재가 어떤 개성 있는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귀를 쫑긋 위성안테나처럼 세우고/눈으로 레이저광선을 쏘아요//우리 집 나비는 야옹야옹/눈 깜빡할 새 지나간 새 한 마리, 벌레 한 마리//놓치지 않고 귀신처럼/찾아내요//바늘에 실 따라가듯/소리가 만든 길을 찾아내요//아빠 차에 달려 있는 것보다 성능 좋은/내비게이션이 달려 있어요//야옹야옹 우리 집 나비 머릿속에/과학이 살아요"(동시 "내비게이션" 전문).

 

김륭의 동시는 새롭고, 낯설고, 어렵고, 뜨겁고, 독특하다. 그동안의 동시에서 볼 수 없었던 표현과 상상력으로 두세 번 곱씹어 읽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의 동시를 읽고 있으면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읽는 이의 마음속으로 고스란히 스며든다.

 

"어린 시절을 도둑맞는다는 건 뜨거운 햇살 아래서 녹아내리는 눈사람처럼 참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고백건대 아이들처럼 맑은 눈과 깨끗한 마음을 가졌다면 나는 감히 동시를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용서하십시오. 눈사람이 완전히 녹아내리기 전에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내게서 도망친 동심을 잡아 와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책머리에" 중에서).

 


[출처] 김륭 시인의 첫 동시집 /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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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 류인서 시집
류인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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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의 한 마디
동티모르 산악지역에서 커피나무와 함께 생장한다는
그림자나무(shade tree).
무릇 관계와 관계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그림자나무였으면 좋겠다.

시가 누군가를 향한 어설픈 폭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시인의 말처럼  그림자나무같은 시를 만났다 

 

느티나무 하숙집 / 류인서

 

저 늙은 느티나무는 하숙생 구함이라는 팻말을 걸고 있다
한 때 저 느티나무에는 수십 개의 방이 있었다
온갖 바람빨래 잔가지 많은 반찬으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수많은 길들이 흘러와 저곳에서 줄기와 가지로 뻗어나갔다
그러나 발 빠른 늑대의 시간들이 유행을 낚아채 달아나고
길 건너 유리로 된 새 빌딩이  노을도 데려가고
곁의 전봇대마저 허공의 근저당을 요구하는 요즘
하숙집 문 닫을 날 얼마 남지 않앗다. 그래 지금은
느티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틱틱 끌리는 슬리퍼, 런닝구,
까딱거리는 부채, 이런 가까운 것들의 그늘 하숙이나 칠 뿐


그런 추억을 불러오는 시가 좋은 것일까, 그 추억에 걸려 비틀거리는 나는 괜찮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늑대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에 시 한 편 읽고 느티나무를 바라본다고 해도 헛헛한 갈증은 그대로이다. 삶이라는 하숙집에서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을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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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머나먼 - 2010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372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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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이다
오랫동안 내 詩밭은 황폐했었다
너무 짙은 어둠, 너무 굳어버린 어둠
이젠 좀 느리고 하늘거리는
포오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러나 이사 갈 집이
어떤 집일런지는 나도 잘 모른다
너무 시장 거리도 아니고
너무 산기슭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예는, 다른, 다른, 다, 다른,
꽃밭이 아닌 어떤 풀밭으로
이사 가고 싶다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
 

시인은 지금 이사 가는 중이라 한다, 그 이사의 가운데 만난 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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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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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깨달음, 한 사람의 마음이 한 공간과 그 주위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자주 절에 가고 싶은 마음을 눌러 앉혔는데 또 그 마음이 일어난다. 그 일어남조차 제대로 챙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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