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 류인서 시집
류인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류인서의 한 마디
동티모르 산악지역에서 커피나무와 함께 생장한다는
그림자나무(shade tree).
무릇 관계와 관계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그림자나무였으면 좋겠다.

시가 누군가를 향한 어설픈 폭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시인의 말처럼  그림자나무같은 시를 만났다 

 

느티나무 하숙집 / 류인서

 

저 늙은 느티나무는 하숙생 구함이라는 팻말을 걸고 있다
한 때 저 느티나무에는 수십 개의 방이 있었다
온갖 바람빨래 잔가지 많은 반찬으로 사람들이 넘쳐났다
수많은 길들이 흘러와 저곳에서 줄기와 가지로 뻗어나갔다
그러나 발 빠른 늑대의 시간들이 유행을 낚아채 달아나고
길 건너 유리로 된 새 빌딩이  노을도 데려가고
곁의 전봇대마저 허공의 근저당을 요구하는 요즘
하숙집 문 닫을 날 얼마 남지 않앗다. 그래 지금은
느티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틱틱 끌리는 슬리퍼, 런닝구,
까딱거리는 부채, 이런 가까운 것들의 그늘 하숙이나 칠 뿐


그런 추억을 불러오는 시가 좋은 것일까, 그 추억에 걸려 비틀거리는 나는 괜찮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늑대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에 시 한 편 읽고 느티나무를 바라본다고 해도 헛헛한 갈증은 그대로이다. 삶이라는 하숙집에서 우리는 어떤 아름다움을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