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허구 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백석, 선우사(膳友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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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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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 되었는데 책읽기를 배워야 한다니. 제목 자체가 우리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미 책읽기가 몸에 베어 삶의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본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삶은 배움의 연속이므로 배움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삶의 기본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지식에서 행동을 끌어내는 독서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책읽기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어 생존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치열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얼마나 서글픈 세상인지, 살아남기 위해서도 책을 읽어야 한다니.   현실을 인정하고 책읽기를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좋다, 상품의 형태로 나와 있지만 상품을 넘어서 존재가치가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허나 이 책에서는 그런 기준이 없이 모든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는 전재하에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상품 전단지 수준으로 만들어지는 책들도 많다. 그런 감식안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책 자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읽을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 현장에 책은 공기처럼 흘러야 하는데 책의 공기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어떻게 책이 공기처럼 흐르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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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 문학과지성 시인선 37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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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이 나를 울린다.  

불편하지 않은 것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러니  

마음에 

휘몰아치는 눈발을 만나지 않는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러니  

  

그리고 이 글을 사람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대답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 나는 무엇이 아쉬워 그러는가   

'만년 소년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허수경 시인의 해설은 마음이 마음을 읽었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 글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가볍게 입김으로 용서해 다오.  

발정  난 종아리에  

가볍게 입김을 불어다오 

잘못과 방랑과  

아무것에나 아무한테나 아니다라고 말 뱉은  

내 사막을 끝나게 해 다오 

내 안의 사막이 있어 나는 너를 힘들게 하는가, 네 안의 사막이 나를 힘들게 하는가? 

너는 오늘도 자신을 귀찮게 한다며 소리를 지리며 돌아눕고, 나는 그 곁에서 구걸하듯 하소연한다. 소리지르지 말라고, 제발 일어나라고. 어떤 완강한 습관들이 있어 상대를 베기도 한다, 그 습관들을 피하는 것은 지혜로움일까 ,회피일까 나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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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섬진강 대숲에서 - 김재일의 생명산필
김재일 지음, 통칙 그림 / 종이거울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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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일  비가 조근조근 내리는 아침.

느릿느릿 아껴 읽고 싶은 글들이다.  

내 안의 화를 들여다보고,  

불안을 쓸어담아 가만히 있게 한다.  

잠깐이다.  나는 또 화를 낼 것이고, 이 삶이 주는 불안과 조바심에 휘둘릴 것이다.  

그래도 책을 읽는 순간의 그 고요함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가만히 있게 한다면 그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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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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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당신이 그리신 아름다운 세상
1. 그분은 색채의 대가이셨다
2. 그 절대적인 아름다움 앞에 무릎 꿇다
3. 물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창조물이 또 있을까
4. 가난마저도 화사하게 빛나게 하던 그 물빛
5. 우울한 날에는 그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자
6. 인생은 한바탕 탱고와 같은 것
7. 세상에서 달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
8. 그래도 신의 땅은 아직 너그럽다
9. 세계적 예술가들의 사랑방
10. 카뮈의 햇살 속으로
11. 생명의 대합창, 마조렐 정원
12. 오! 그 사막의 오아시스여
13.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
14. 만년설에 덮인 세상의 지붕
15. 삶의 짐일랑 가볍게 지세요, 가르쳐준 그곳
16. 절정의 아름다움마다 말갛게 고여 있는 슬픔의 빛
17. 하나님이 보우하사 아름다운 우리강산

2장 : 내가 그린 당신의 얼굴
1. 예수께서 이곳에 다시 오신다면
2. 검은 예수를 그리던 날
3. 그 수려한 교회당의 예수가, 진정 그분의 모습일까?
4. 고향집 외숙 같은 친근한 모습의 그분으로
5. 나는 네 죄 때문에 더 아프다
6. 왕이여, 외치던 자가 먼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다
7. 오늘도 다가오는 내 삶의 골고다여
8. 그분이 빗발치는 속으로 걸어가셨다
9. 왜 하필 십자가였을까
10. 그분의 발에 큰 못이 박혔다
11. 벗이여, 그의 아픔에 대해 말해보세나
12. 화관
13. 아들의 피에 그 어머니의 옷이 젖다
14. 아들을 안다
15. 그 눈물이 세상을 적시다

3장 : 당신과 함께이기에 나 평강 누리리라
1. 내 어머니의 낡은 성경책
2. 육친의 빈자리 채워준 나의 하늘 아버지여!
3. 그날 그분이 내 고통의 침상으로 다가오셨다
4. 죽음은 힘이 세다 그러나 사랑은 더 세다
5. 일어나라, 죄와 사망의 그늘을 밟고 나오라
6. 목숨까지 주고 가신 진정한 교사
7. 그 목수는 오늘도 죄의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다네
8. 굽은 나무도 나무라지 않고 죄인의 의자로 만드신 이여
9. 피와 꽃은 다함께 붉다
10. 죄의 밤을 깨우며 닭이 울었다
11. 내 안의 적, 죄
12. 주님 나를 용서하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13. 나누고 나누다가 가장 나중 지닌 것
14. 이제 이 땅과 결별하리라 그러나 다시 오리라
15. 부디 내게로 오라, 내가 그대의 짐을 지리라
16. 흔들림 없던 그분의 그 깊고 고요한 평안
17. 가시에 찔려서야 향기를 터뜨리는 샤론의 꽃
18. 갈급한 내 영혼에 복된 비를 내리소서

4장 : 당신이 빚으신 사랑의 선물
1. 사랑을 만드는 봄의 기운
2. 낙락장송의 숲에 안기고 싶다
3. 조선 물도리동, 하회
4. 항상 기뻐하라 항상 나와 함께 있자꾸나
5. 여자여, 그대 이름은 아름다움
6.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7. 어린 성자
8. 그 지극한 맛과 향
9. 두 팔 벌려 욕망의 도시를 껴안다
10. 가난한 동네로 오시다
11. 봉천동 파랑새
 

목차만으로도 시가 느껴진다.  

그림은 너무나 천진하고 아름답다. 글도 역시 천진하고.  

그러나 아쉽다, 왜 세상이 슬픈지, 왜 봉천동 달동네가 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다.  

그의 아름다운 그림이 세상의 의문을 다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 생명, 아름다운 자연을 헤치는 무언가에 대한 의문이 없다면 꼅데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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