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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데이즈
루스 웨어 지음, 서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업체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은 남편의 몫이고 톰 크루즈 배우분처럼 직접 보안 시스템을 침입하는 펜테스트(Penetration Tester)가 부인의 역할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맡은 바 임무대로 그곳에 침입해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이 그녀의 할 일이었다.
남편은 그녀가 무사히 임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작해 준다. 두 사람은 환상의 커플이었다. 대대적으로 알려진 일이 아니라서 경찰에 붙잡히게 되면 난처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무사히 빠져나왔다. 불법적인 일은 아니고 말하자면 기업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기위해 외부에서 실제 상황으로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그날도 일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대로 말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경찰에서 전 남자친구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집에까지 불운이 찾아온다. 집에서 남편이 처참하게 살해된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제정신일 수 있을까? 배우자가 살해된 경우 상대 배우자가 의심받을 확률은 상당히 높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꽤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무섭다.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남편의 죽인 범인을 스스로 잡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회사 내부에 직접 침입해야 하는 만큼 평소에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단련했지만 누구보다 건장하거나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소머즈급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마도 부인이 죽고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쉬웠을지 모른다. 두 사람 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녀는 해킹이라거나 그쪽 상황에 잘 알지 못했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도망자 신세로 다니다 보니 요즘 세상에는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꽤 많고 여기저기 CCTV 천국인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도망자로 산다는 것은 무척 험난한 일이었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세상 단 하나뿐인 혈육인 언니가 있었고 도움을 받아서 런던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위험이 있었고 고맙게도 선의를 베풀어주신 분들이 많았다.
누가 범인인지도 궁금했고 그녀가 무사히 도망 다닐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과감한 탈출과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오로지 남편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상 가방 하나쯤은 꼭 준비해둬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저자의 전작을 읽고 싶을 만큼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다. 역시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다. 옆구리가 쑤실 만큼 읽는 동안 험난한 여정을 따라다니느라 끌려다닌 독자도 힘들었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스와핑이라고 해커는 타인의 폰을 복제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다. 여기서는 이 방법을 통해서 남편 핸드폰 인증번호를 복제폰을 통해 받고 증거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너무나 끔찍했을 것이다. 이렇게 무모하게 증거를 찾아다니다가는 정말 어디에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영화보다 더 손에 땀이 나고 정신없이 읽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