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된 거야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많은 것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 중에서 가장 선택하고 싶은 순간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태어나고 죽는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이세상은 어떻게 될까?  예전에 보았던 '마미마켓'이라는 비디오가 떠올랐다. 제목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마트에 가서 부모님을 고르는 내용이였는데 어른들이 자신을 택하라며 아우성치는 장면이 떠오른다.

 

차를 타고 길을 지나가다 보면 특히 한적한 곳에 떡하니 서있는 건물이 있다. 요양병원이나 장례식장인 경우가 많다. 이런곳에도 요양병원이 있구나 싶어서 울쩍해진다. 처음에 그곳에 갔을때는 너무 놀랐다. 어르신들을 돌보느라 애쓰시기도 했지만 수많은 침대에 어르신들이 누워계셨다. 살아있는 것, 어쩌면 너무 오래 사는 것이 현재 인간에게 주워진 형벌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속에 아버지는 매우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 같다. 언제나 그랬듯이 건강히 돌아오셨다. 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한 순간이 찾아온다. 다급한 전화를 받고 저자는 응급실을 찾아간다. 여러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아 보이셨던 아버지는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실 수 없게 되었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모든것을 타인의 손에 도움을 받으셔야 했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라면 너무 힘들것이다.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이상의 고통이다. 죽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품위 있게 죽을 권리' 그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아버지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이건 내가 아니라고' 말이다. 그말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안락사에 대해서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야 한다.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그건 살인이라고 단정지어서 말해서는 안된다.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죽는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까. 즐겁고 행복한 일 뒤에는 고통이 따라다닌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우리는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히 저자의 아버지는 편안하게 잠드셨다고 한다. 스위스에서는 안락사가 인정되는 곳이 있지만 법적인 문제로 가족들은 함께하지 못했다. 함께 가시는 모습을 봤더라면 가슴이 아프더라도 말이다. 이또한 다른 소지의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충분하기에 법으로 통과시키려면 여러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견딜수 없는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에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살아 있는 생명의 목숨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끊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에 위배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281쪽) 중요한것은 고통에 놓인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나역시 나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막상 겪으면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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